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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585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7.1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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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3
추천
10
글자
17쪽

야밤의 전투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71화



발단은 반딧불이 구경에서부터였다.


나의 멋진 활약으로 김동규를 구금시킨 뒤, 반딧불이 행사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반딧불이 행사의 완성도가 올라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인솔교사가 한 명 빠졌으니 여건이 안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농장 주인의 말만 믿고 반딧불이를 찾아야하며.


그 와중에 애들은 재미있다고 라이트를 깜빡거리고 놀고 있다.


“아! 눈부셔!”

“선생님! 쟤들 장난쳐요!”


라이트를 사람 얼굴에 비추는 건 위험하다. 다들 군대를 갔다 왔더라면 뼈저리게 알았을 텐데.


밤공기를 쐐서 그런가? 오늘따라 불침번을 같이 서던 김 병장이 떠올랐다.


‘라이트로 얼굴 좀 비출 수도 있지. 퉤잇.’


어쨌든, 현재 상황은 개판 5분 전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일이 이렇게 된 건 내 책임도 있었기에 나 역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기로 했다.


몸은 8살 꼬마였지만 정신은 어른이었으니까.


“자! 거기 2반 애들! 줄 똑바로 안 서지? 그러다 혼난다!”


멀리 있는 소대장보다는, 가까이 있는 맞선임이 무서운 법이다.


아이들은 누구랑 학교생활을 오래할 지를 잘 알았고, 내 말을 무시하지 않았다.


간혹 잘 못 듣는 아이가 있어도 해당 반의 어머니회 학생이 나서서 진압에 나섰기에 금방 질서를 되찾을 수 있었다.


역시 삼길초에서의 내 입김은 교장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그 때 누군가 무리에서 이탈해 어두운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야! 거기로 가면 위험해! 돌아와!”


그러나 몇 번의 외침에도 녀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외곽으로 향했다.


삼길초 절대자라고 뻣대던 게 3초 전이였는데, 체면이 다 구겨졌다.


근처의 선생을 불렀지만, 선생은 정신이 없어 보인다.


지도를 살피고, 아이들도 챙기고, 또 질문이나 칭얼거림을 봐줘야 하고.


여기서 뭘 더 시켰다간 과부하로 뻥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내가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승윤아. 선생님 잘 따라다니고 있어. 나 쟤 좀 데려올게.”


떨어진다는 말에 그녀는 눈을 깜빡거렸다.


“누구 데려와?”

“왜. 아까 저기서 떨어져 나온 애 있잖아.”

“웅. 나는 아무 것도 못 봤는뎅.”


아직 나이도 팔팔한 애가 밤눈이 어두운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비타민 D를 사먹여야 할 것 같다.


“어쨌든 금방 올게.”

“나도 같이 갈래!”


승윤이는 불안한지 내 손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탈주학생은 계속 멀어지고 있고, 이대로 가다간 사스케와 같이 될 것이 뻔했다.


“그래. 그럼 따라와. 내 손 꼭 잡고.”

“응!”


다행히 사스케(가칭)의 걸음이 빠르지 않아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녀석을 따라가 산길의 코너를 돌은 순간, 한 무리의 꼬마들이 나타났다.


“하아... 니들이었냐? 그럴 것 같더라니.”


학교에서 말 안 듣는 애들만 모아 만든 그룹, 일진 녀석들이 그곳에 있었다.


“아니 박상혁! 여긴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알긴, 방금 니네 중 하나가 여기로 왔는데.”

“무슨 소리냐! 그런 적 없어!”


초딩 특 1. 무조건 지 말이 옳다고 우긴다.


으휴. 내가 다 보고 왔는데. 발뺌은.


“그래서. 여기서 뭐 하고 있었는데.”

“일진들은 반딧불이 같은 거 보지 않아.”

“같은 말 두 번 하게 할래? 그래서 뭐 하고 있었냐고.”

“... 담력시험.”


초딩 특 2. 뭐든지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아니 이 야밤에 산 속에서, 보호자도 없이 담력시험을 한다고?


제대로 도른 녀석들임이 틀림이 없다.


정말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사달이 날 뻔 했다.


“아 됐고. 충분히 간담이 서늘해졌으니까 이제 그냥 돌아가자?”

“... 아무리 너라도 우리한테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는 없어!”


아무래도 저번에 덜 맞은 것 같다. 생각해보니 그 때 고등학생만 존나게 때렸네. 그 때 쟤들도 좀 때릴 걸 그랬다.


그래야 조금 고분고분해 질 텐데 말이다.


내가 어깨를 풀며 다가가니, 일진 짱 호진이가 악을 쓰며 소리쳤다.


“나를 이전의 나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 사이 큰 변화라도 있던 걸까. 그런데 소리치는 것 치고는 너무 열심히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럼 뭔데.”

“만화를 보고 단련했으니, 이제 너도 한 방이라고!”


초딩 특 3. 진짜 노력하면 만화처럼 될 수 있는 줄 암.


뭐 이건 나도 뭐라고 못하겠다. 살면서 에네르기 파 한 번도 안 쏴본 사람만 저 녀석에게 돌을 던질 수 있으리라.


“나는 이제 이호진이 아니다!”

“그럼?”

“불주먹 에이즈다!”

“...”


음... 어... 아무래도 원X스를 본 것 같기는 한데...


불법 번역본을 본 모양이다. 줄 하나 추가되었을 뿐인데 어감이 상당히 다르다.


“오늘은 꼭 에이즈의 맛을 보여주마!”

“어... 그...”


그게 아니라고, 뭔가 다르다고 말해주었지만 씨알도 안 먹혔다.


녀석은 자신이 에이즈인 게 퍽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


“크흐흐흐 아이언 핸드 녀석. 나는 어둠 속에서 싸울 때 더 강해진다! 오늘이야말로 너를 쓰러트려주마!”


슬그머니 자기가 추가한 설정을 늘어놓는 호진이었다.


그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언 핸드는 누구?”

“너잖아!”


나도 모르는 사이 이명이 붙은 모양이다. 잘난 놈은 숨만 쉬어도 흔적을 남기는 법이다.


옆에서 승윤이가 ‘머시따...’라고 중얼거리는 것이 들렸다.


“근데 왜 아이언 핸드야?”

“너보다 큰 사람도 쓰러트릴 정도로 주먹이 강하니까.”


주먹이 강하면 ‘아이언 피스트’가 어울리지 않을까?


하긴. 저 정도 영어만 해도 초등학생 머리로 쥐어짜서 나온 결과물일 것이다.


1학년들은 영어를 안 배우니까 일진 선배들이 붙이거나 했겠지. 주입식 영단어의 한계였다.


“자! 우릴 데려가려면 날 쓰러트려야 할 거다! 덤벼라!”


그렇게 ‘아이언 핸드’와 ‘불주먹 에이스’의 싸움이 성립되었다.


문득 회귀 이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원곡초 짱 샹크스랑 대월초 짱 붉은매랑 싸운다는 이야기였는데, 입장료를 들고 갔음에도 그들의 싸움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빠르게 꿀밤을 멕이고 데려갈 생각으로 나서기로 했다.


녀석들의 얼굴에 묘한 흥분이 서려 있다. 한밤중의 결투, 사나이들의 로망을 꿈꾸는 게 틀림이 없다.


하지만 아이가 아닌 나는, 그 실체가 어떨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호진이 달려오다가 갑자기 아래로 쑥 꺼졌다.


“아욱!”


땅굴을 파고 뒤를 덮친다는 허황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나무뿌리에 걸려서 넘어졌을 뿐이다.


“조심해. 발밑 잘 보고 다녀.”

“이잇! 지금 건 무효야! 다시 간다!”


호진은 다시 일어났지만 아까와 같은 기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발밑을 살피며 조심히 걸어와, 가까이가 되어서야 막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낮에도 잘 안 맞는 주먹이 어둠 속에서 잘 맞을 리가 없었다.


녀석의 주먹은 허공을 열심히 휘저을 뿐이었다.


“조금만 더 오른쪽으로 휘둘러야 될 걸?”

“... 이쪽?”

“거기는 왼쪽이잖아.”


친절한 설명에도 호진은 감을 잡지 못했다.


자기도 답답했는지 동료를 향해 성질을 내기 시작했다.


“아 뭐해! 후레시 좀 비쳐봐!”

“어... 응!”


일진 조무래기들은 다급하게 휴대용 라이트를 비췄다.


“악! 얼굴에 비추면 어떡해 멍청이들아!”

“미... 미안!”


눈뽕을 당한 상태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건 어둠 속에서 휘두르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짙은 어둠이나, 밝은 빛이나 매한가지라니.


내가 만약 무협지의 주인공이었으면 저 광경을 보고도 깨달음을 얻었으리라.


어쨌든 호진이는 많이 달라지긴 한 것 같다.


자빠지고, 헛손질하고, 눈뽕을 당하다니. 그동안 많이 퇴보하지 않았나 싶다.


어쩐지 이름부터가 불온하더라니.


만약 그간 단련한 것이 콩트를 짜온 것이었다면 성공이었다. 당장이라도 일어나 관람비로 3천원 정도는 건네 줄 생각이 있다.


낭만이고 뭐고 다 부서진 호진은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이 새빨개진 상태였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죽어나가는 건 보통 아랫것들이다.


호진은 일진 조무래기들을 상대로 얼차려를 시전했다.


“야. 적당히라는 말 몰라? 후레시 비추란다고 얼굴에 비춰? 너 바보야?”

“흐아아아아아품.”


하품이 나왔다. 내부 분열이고 자시고 우리들 없을 때 하면 좀 덧나나.


대충 몇 대 때리고 끌고 가려던 것이 자꾸만 지연되고 있다.


“흐아아아아아아품.”

“...”


하품을 두 세 번 하자, 시선이 느껴졌다.


호진이가 원한어린 눈빛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


왜 자기 중요한 말 하는데 옆에서 분위기를 망치냐는 그런 눈빛이다.


짜식. 어린 놈이 벌써 가오는.


“어. 그래. 하던 거 계속 해~”


손을 몇 번 휘저어주자 호진은 다시 부하들에게 쿠사리를 먹이기 시작했다.


“적당히 빛이 비쳐야 할 거 아냐. 적당히.”

“미안...”

“저기 봐봐. 저렇게 은은한 형광색으로 비추면 얼마나 좋아.”


호진은 자신의 옆을 가리키며 칭찬했다. 그의 옆엔 은은한 형광색으로 빛나는 두 개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칭찬을 하자 뻐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흔들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일진 조무래기들은 억울한 모습이다.


“아니 저거 후레시 아닌데.”

“맞아. 우리가 가져온 후레시 중에 형광 빛인 애는 없었어!”


처음엔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던 호진도 조무래기들의 강경한 반응에 점차 이상함을 느꼈다.


“그럼 저건 뭐야.”


애들의 목소리에 겁이 차올랐다. 그나마 대장인 호진이가 괜찮은 척 호기를 부렸다.


“바보야! 여기 반딧불이 나온다고 했잖아! 저게 그거야.”

“오... 저게 반딧불이구나.”

“신기하다.”


그러나 나는 호진의 판단에 회의적이었다.


반딧불이가 헬리콥터도 아니고, 저렇게 제 자리에 둥둥 떠 있을 리가 없다.


“승윤아. 내 손 꼭 잡아.”

“응.”


정점에 이른 두뇌가 가능성을 점치며 저 물체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저건...


“야생동물이야! 일단 떨어지고 이쪽으로 와!”


그러나 말을 곱게 들으면 초등학생이 아니다.


다시 초딩 특 1. 무조건 자기 말이 맞다고 우김.


“동물은 동물원에 있겠지!”

“이거 봐!”


그러면서 당당하게 라이트를 형광 불빛을 향해 비추기까지.


그러나 그곳에 비춘 것은 역광으로 일그러진 털복숭이 동물의 안면이었다.


“아아아아아악!”


갑작스레 눈뽕을 당한 동물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빛과 어둠이 뒤섞여 있어 제대로 보기 힘든데, 날뛰기까지 하니 더 정체를 알기 어려웠다.


어둠 속 미지의 생명체는 어린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기 충분했다.


“끄에에에에엥!”

“흐어엉. 무셔어!”


좋지 않았다. 애들이 라이트도 내던지고 도망가는 바람에 난장판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승윤이가 가만히 있다는 점.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내 손이 떨어져나가라 꽉 붙들고 있지만 그래도 나를 믿고 얌전히 있었다.


역시 누구 친구 아니랄까봐, 쓸데없이 일거리를 늘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승윤아 여기 가만히 있어.”

“어? 어어어디가게?”

“내가 널 두고 도망이라도 가겠냐. 쟤들 저러다 다치니까 그렇지.”


중구난방으로 뛰어다니다가 돌에 무릎을 찧을지, 산길을 데굴데굴 구를지, 근처 냇가에 빠질지 어떻게 아나.


아무리 못난 놈들이라지만 다 각자의 부모들에겐 금쪽이들이다.


족치고 계도하는 건 나중에 내가 하면 되는 거고.


“그래도 무서운데...”

“나 믿지? 9번을 9번만 세고 있어. 그 안에 끝내고 돌아올게.”


말을 마치고 자리를 뜨려는데, 승윤이 여전히 내 옷을 붙들고 있었다.


설마 9까지 못 세는 건가 싶었는데, 표정을 보니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저 괴물한테 잡아먹히면 어떡해.”


혹여나 나를 잃게 되는 것이 무서웠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괴물의 정체를 알고 있다.


“걱정 마. 쟤 풀만 먹는 동물이거든.”


굳이 정점에 이른 두뇌까지 소환할 필요 없다.


회귀 이전 20대 때, 연천 근처에서 많이 들었던 울음소리였으니까.


나는 라이트를 들어 발광하는 동물을 향해 비추었다.


사슴과 같은 생김새에 뿔 대신 엄니가 비죽 튀어나와 있었다. 그러면서 사람 열받게 만드는 울음소리를 빽빽 지르기까지.


그렇다. 아이언 핸드와 불주먹 에이즈의 대결에 난입해 유유히 승리를 챙겨간 것은 다름 아닌 ‘K-고라니’였다.


도로에 자주 튀어나오고, 농작물에 피해를 입힐 뿐 기본적으로 흉악한 동물은 아니다.


지금이야 흥분한 상태니 부딪힐 염려가 있지만, 가만히 있는 승윤에게 향할 가능성은 드물었고.


“자. 숫자 세고 있는 거야?”

“응! 일이삼사오...”


생각보다 세는 속도가 빨랐다.


1부터 9까지 9번을 세면 81이다. 1분 21초. 그 사이에 난장판을 되돌려 놓을 생각이다.


두뇌와 팔, 다리의 DNA를 활성화시켰다.


“우선 시야확보부터.”


들고 있는 라이트를 들어 한 바퀴 돌렸다.


빛이 더듬거리는 것처럼 어둠을 한 번 훑고 지나갔다. 그걸로 충분했다.


한 번 눈을 깜빡이자 투시경이라도 쓴 것처럼 시야가 밝아졌다.


정점에 이른 두뇌가 빛 속에 담겨있던 찰나의 정보들을 모두 끄집어내어 어둠 위에 겹친 것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두뇌는 문제 해결을 위한 최단 경로를 짜 주었다.


남은 건, 튼튼한 팔 다리로 휘젓는 것 뿐.


나는 자리를 박차고 뛰어 나갔다.


세 걸음 앞으로 나아가 일진 조무래기가 떨어트린 라이트를 줍는다. 그 뒤 바로 오른쪽으로 꺾어 일곱 발자국.


손을 뻗어 방황하는 일진 녀석을 붙잡는다.


“으악! 살려주세요!”


캄캄한 어둠 속이었지만 소년의 옷깃이 당연하다는 것처럼 그곳에 있었다.


발버둥치는 녀석의 뺨을 가볍게 후리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나는 녀석의 손에 주운 라이트를 들려주었다.


“야 저기 나무 보이지.”

“어? 어.”

“거기서 기다려. 애들 곧 갈 거야.”


그 뒤로는 반복 작업이다. 떨어진 라이트를 잡고, 멀어지려는 일진을 붙잡는다. 그 뒤 뺨을 때려 정신을 차리게 만든 다음에 이정표로 보낸다.


가장 설레는 사실은 이러한 과정이 한 치의 지연 없이 빠듯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쓸 수 있는 시간을 극한까지 쥐어짜 달린다.


정점에 이른 두뇌와 근육들이 있어야 가능한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이다.


마치 X맨 영화에 나오는 퀵실버가 된 느낌이었다.


세상이 고요하게 가라앉은 가운데, 나만이 이곳을 제 집처럼 뒤흔들고 있었다.


어느새 남은 사람은 일진 짱 이호진 뿐이었다.


“야 저기 애들 모인 나무 보이지. 거기 바로 앞에 계단 있거든? 올라가면 선생님들 나올 거고, 내려가면 숙소가 나타날 거야. 니가 알아서 움직여. 아, 근데 계단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진짜 그러다 뒤지는 수가 있어.”

“혼자서도 할 수...”


녀석이 아직도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길래 뺨을 두어 번 더 갈겼다.


“뭐라는 거야. 야, 서른이 되어도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고작 8살이 무슨. 그래도 니 부하야. 끝까지 니가 책임지고 데려가.”


다시 한 번 강조하자 호진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바보 멍청이는 아니니, 애들을 데리고 잘 이동할 것이다.


나는 아직 수를 세고 있는 승윤이에게 향했다.


“일이삼사오육칠팔... 끝났어?”

“끝났어.”

“다행이다.”


승윤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내 손을 붙잡았다.


기분 탓인지 좀 더 만지작거리는 것 같다.


“금방 왔지?”

“아니? 9번씩 10번 넘게 셌어.”


큭. 필멸자의 육체론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2분대 정도면 나쁜 기록은 아니다.


“자. 이제 우리도 정리하고 돌아가자.”


바닥에 과자 봉투들이 널브러져 있다. 일진 녀석들이 몰래 파티라도 했던 모양이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농장 주인이 삼길초 학생들에 대한 나쁜 편견이 생길수도 있기 때문에 내가 챙겨서 돌아가기로 했다.


겸사겸사 고라니가 제대로 사라졌는지도 확인하고.


“에잇 귀찮은 녀석들 같으니.”


한창 툴툴거리며 쓰레기를 줍고 있는데 옆에서 승윤이가 옷을 잡아당겼다.


“상혁아 저기 괴물...”

“괴물 아니고 고라니라니까. 쟤 내버려둬도 괜찮아. 알아서 가겠지.”

“잉잉. 괴물이야. 도망가야 해.”


어째선지 크게 겁을 먹은 승윤이었다.


것 참. 고라니는 초식동물인데, 나중에 돌아가면 동물사전으로 같이 공부 좀 해야겠다.


“꾸이이잇?”


봐라. 울음소리도 나 고라니에요~ 하고 있지...


“않네?”


고라니 감별사가 듣기에도 처음 듣는 소리였다.


소름이 어깨를 타고 등으로 흘렀고, 불길한 예감이 순식간에 전신을 휘감았다.


천천히, 끼릭거리며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쪽으로 돌렸다.


그곳엔 몸이 집채만 한 멧돼지가 콧김을 내쉬고 있었다.


“X발 X됐네.”


여느 때처럼 페이즈 2가 제 멋대로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도 댓글도 선호작도 언제나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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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치기 어린 행동에 대한 대가는 그리 가볍지 않다 22.08.04 787 1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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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스타 이즈 본 +1 22.08.02 783 13 20쪽
85 배우가 되다 22.08.01 791 12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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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경국지색 +1 22.07.30 825 10 19쪽
82 주연배우가 되기 위해 +2 22.07.29 801 10 18쪽
81 어깨에 힘을 풀고 22.07.28 794 10 25쪽
80 첫 촬영 22.07.27 815 12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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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어린이의 손목을 비트는 것처럼 22.07.25 815 10 16쪽
77 드라마 너로 정했다 22.07.24 853 10 18쪽
76 박상혁 강화 프로젝트 +1 22.07.23 909 15 25쪽
75 sorry i’m strong 22.07.22 865 10 21쪽
74 집으로 22.07.21 862 10 21쪽
73 야밤의 전투 3 22.07.20 853 10 14쪽
72 야밤의 전투 2 22.07.19 854 10 16쪽
» 야밤의 전투 22.07.18 924 10 17쪽
70 현장학습을 가다 3 22.07.17 903 12 15쪽
69 현장학습을 가다 2 +1 22.07.16 940 13 16쪽
68 현장학습을 가다 22.07.15 979 15 13쪽
67 호가호위호위 22.07.14 968 13 19쪽
66 호가호위 22.07.13 989 15 16쪽
65 첫 친구 22.07.12 1,018 17 25쪽
64 1차 심사 22.07.11 1,083 16 15쪽
63 천하제일 친구대회 22.07.10 1,103 18 13쪽
62 친구를 만드는 법 22.07.09 1,182 1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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