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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줘제발좀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아빠는 천재 커브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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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誠衍)
작품등록일 :
2024.08.05 21:51
최근연재일 :
2024.09.06 16: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9,351
추천수 :
892
글자수 :
164,780

작성
24.09.05 06:00
조회
785
추천
26
글자
11쪽

제 아냅니다(2)

DUMMY

29. 제 아냅니다 (2)



승리를 지키려는 윤재성과 한 방을 노리는 호세 히메네즈의 대결이 한창이다.


“스트라이잌― 투!”


윤재성은 슬러브 ― 커브 ― 슬로 커브를 차례로 던져, 낙차 큰 변화구로 속도를 점차 줄여나갔고, 타석에 선 히메네즈는 방망이 타이밍을 전혀 잡지 못하고 있었다.


육주성은 그런 재성을 보며, 어젯밤 승부를 복기했다.


우타자 주성에게 바깥쪽으로 휘어 나가는 슬러브는, 우타자는 방망이를 안 내고는 못 배기는 지옥과 같은 공이었다.

슬러브 이후에 던진 몸쪽 패스트볼은 또 어땠는가?

무려 157km/h를 찍으며, 바깥쪽 슬러브와 찰떡 호흡을 보였다.


커브는 말해서 뭐 하나?

121km/h 커브를 보여 준 뒤, 속도는 줄이고 각은 더 크게 만든 92km/h 커브로, 결국 육주성의 마지막 카운트를 빼앗았다.


그래, 그 커브.

사실 주성은, 재성이 커브를 던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성은 한때 팀 동료였던 재성을 잘 안다.

잘 안다 뿐이겠는가.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지만, 타격에서만큼은 재성을 롤 모델로 삼았던 그였다.


주성이 아는 재성은 웬만해선 전력을 다해서 상대를 좌절시키지만, 본인을 잘 알거나 심리를 잘 읽는 상대에게는 본인의 무기 하나씩은 숨겨 두고 2차전, 3차전에 써먹었던 선수다.


그리고 슬러브와 포심 패스트볼, 두 가지 공만으로도 압도적이었던 재성과 주성의 1차전 대결.

굳이 커브를 쓰지 않아도 주성이 제압당할 확률은 높았고, 주성은 그래서 더 커브를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재성은 주성의 예상을 멋지게 부수고, 커브로 경기를 끝내 버렸고.


굳이 재성을 찾아간 이유도 그런 찝찝함 때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재성이 본인에게 모든 무기를 보여 줄 리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 재성아. 전력으로 던진 거 맞지?


주성은 조금 전 교체를 통해 이름을 외운 장범준이 그때 끼지 않았더라면, 그 기습 질문에 뭐라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워하며, 히메네즈가 물러난 타석으로 향했다.


“육주성 홈런!”

“주성아! 할 수 있다!”

“육주성! 기세에서 밀리면 안 된다!”


육주성도 쉽게 질 수 없었다.

데빌즈 팬들은 주성이 동점을 만들어 주길 이토록 염원하고 있었으니까.


주성은 재성의 변화구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딱 두 차례 스윙을 하고 타석에 섰다.

그리고 자신감 있게 포수 이호령에게 말했다.


“재성이 첫 홈런은 내가 가져갑니다 형님.”

“호오― 우리 쭈구리가 그런 소리도 하고. 많이 컸다 육주성.”

“그럼요.”


여섯 경기, 3할 8푼의 고타율에 두 개의 홈런이 있는, 육주성의 자신감은 허세가 아니었다.


배터리의 사인 교환.

곧 재성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초구가 주성에게 달려들었다.


“스트라이잌―!”


초구, 몸쪽 빠른 볼을 쳐다만 보는 육주성.

그가 노리는 공은, 어젯밤 주성을 삼진으로 돌렸던 커브.

그는 지금 손목 위로 공이 튀어 오르길 기다리고 있다.


재성은 공을 받자마자 빠르게 사인 교환을 한다.

빠른 인터벌. 곧 2구가 시작됐다.

마침 손등 위로 튀어 오르는 공.


탓!


커브를 기다렸던 주성은 강하게 때려냈다.


“파울―! 파울!”


존 안에서 존 바깥으로 휘어나간 슬러브가 방망이 헤드를 때리며, 1루 파울 라인을 넘어갔다.

바로 타석에서 벗어난 주성은 배팅 헬멧을 벗어 땀을 닦고 배팅 장갑을 바짝 조이며, 배터리의 빠른 호흡을 인위적으로 끊어 낸다.


“스트라이잌―!”

“파울!”

“볼!”


포심, 슬러브, 슬러브.

마지막으로 슬러브를 커팅했을 때, 주성은 자신의 집중력과 타격감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고작 둘레 23cm 야구공이 배구공처럼 크게 보였고, 슬러브에 걸린 스핀과 손가락 모양이 느리고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보통 ‘Flow’라고 부르는 무아지경의 현상.

코스만 좋았다면, 주성은 커팅이 아니라 승부를 봤을 거다.


6구.

재성의 공이 다시 한번 손등 위로 떠올랐다.

주성은 공에 걸린 탑스핀과 손가락 모양으로, 기다리던 커브가 드디어 왔음을 알아챘다.


주성이 이를 악물었고 팔꿈치를 허리춤까지 끌어 내렸다.

그리고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급경사를 그리며 떨어지는 공을 단숨에 퍼 올렸다.


따아악―!

굉음을 내며 우측 폴대로 붙는 115km/h 커브.


“어?”


포수 이호령은 나지막한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어?”


이어 관중들과 벤치 선수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울!”


1루심의 파울 선언.

큰 파울 홈런을 만든 육주성이 바람을 넣어 볼을 크게 부풀렸다.

공이 방망이에 닿는 순간, 윤재성의 커브 위력을 다시금 실감했기 때문이다.


‘시발, 진짜 딱 한 점뿐이네.’


홈플레이트 앞에서 75~80도 선상으로 급강하하는 공을 완벽하게 때려내려면, 완벽한 스윙이 필요했다.


그리고 조금 전 그 타이밍을 완벽하게 맞췄던 육주성은, 그 타이밍을 두 번 연속해서 맞힐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지금이라면.’


안 그래도 느린 커브가 Flow 모션으로 보이는 지금이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주성은 타석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 감각이 무뎌지기 전에 얼른 승부를 보고 싶었거든.


커브를 던져 처음으로 큰 파울 홈런을 맞은 윤재성.

하지만 사인 교환을 하는 윤재성의 표정은 어떤 누구보다 침착했다.


주성이 원하는 대로 빠르게 7구가 준비됐고.

원 볼 투 스트라이크 카운트에서 던져지는 일곱 번째 공.


쐐액―!

손등 위로 솟아오른 7구에는 오로지 탑스핀만이 걸려 있었고.

다시 커브를 확인한 육주성이 조금 전 커브를 머릿속에 그렸다.

Flow 상태인 지금이라면 커브는 물론이고, 느린 커브가 와도 대처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커브를 기다···


뻐억―!


“어?”


이번에는 육주성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지금도 날아오고 있어야 할 공이 이미 미트 속에 들어와 찰진 소리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트라이잌― 아웃!”


주성이 놀란 얼굴로 전광판에 적힌 스피드를 바라봤다.


“백··· 사십, 사? 커브가?”


* * *


“휴.”

“하아.”


동갑내기 투수 즈셩과 범준은, 재성의 파울 홈런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입을 벌린 채 재성과 주성의 대결을 지켜보던 범준이 천즈셩에게 물었다.


“변화구 하면 역시 슬라이더지. 커브는 너무 느려. 안 그래 지성?”

“펑준. 변화구 하면 포크볼이지. 커브처럼 들통나지 않고 패스트볼처럼 오다가 뚝 하고 떨어져 버리잖아. 포크는 약점이 없어.”

“그래서, 어제 준 2홈런이 다 포크볼이었다지?”


범준은 멍청한 표정으로 즈셩의 정곡을 찔렀고, 이번에는 즈셩이 멍청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서 재성의 커브가 대단한 거야. 맞은 적이 없잖아.”

“그런가.”


대화 중인 두 사람의 시선은, 마운드와 홈플레이트에만 고정돼 있다.

그만큼 마무리 투수 윤재성과 4번 타자 육주성의 대결이 치열하고 재미가 있다는 뜻이었다.


― 손에 땀을 쥐는 윤재성과 육주성의 대결! 그 일곱 번째 공! 144km/h 빠른 공! 커브? 빠른 커브에 서서 당하는 육주성!

└ ?

└ ?????

└ ???

└ ???

└ ???


중계화면에 찍힌 ‘Curve’와 ‘144km/h’를 보며, 혼란에 빠진 캐스터와 팬들.

함께 중계하던 해설 위원이 바로 잡아줬다.


― 와아―! 커브네요 커브. 저도 144km/h 커브는 메이저리그에서 봤던 거 같은데요. 일명 파워 커브라 부르죠.

― 위원님, 144km/h면 KBO 평균 속구 스피드인데요? 저렇게 빠른데 뭐 저런 각으로 떨어지죠?

― 그러게요. 무슨 144km/h 공이 낙차 큰 포크처럼 떨어지나요?

└ ㄷㄷㄷㄷㄷ

└ ;;;;;

└ 크랙!

└ ㅋㅋㅋㅋㅋ 스피드 보고 종 슬라이던 줄 ㅋㅋ

└ ㅇㅅ ㄱㄴ ㅊㄱㅇ ㄲㅂㅂㄹ

└ 역시 굽네 치긴은 깐부벌레? 뭐지?

└ 역시 궁내 최고의 까브볼러.

└ ㅅㅂ 공 봐라 돌았네 ㅋㅋㅋㅋㅋㅋ

└ 씹 ㅋㅋㅋㅋ 던지는 변화구마다 마구네

└ 이게 맞냐?

└ 왜 투수 전향해서 투수 생태계 망치냐? 당장 미국으로 꺼져라 윤재성!

└ ㄹㅇ ㅋㅋ

└ ㅇㅈ ;;


* * *


지난 9월부터 4월인 지금까지, 커브를 몇 개나 던졌을까?

지금까지 커브를 던질 때 적당한 힘으로 쥐고 손가락의 감각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완벽한 커브를 구사할 수 있게 됐다.


마치 커브와 내가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게 커아일체가 됐을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이진호 코치도 인정한 내 악력을 이용해, 이 커브를 빠르게 던져 보면 어떨까?


그렇게 감독님과 진호 형님이 보는 앞에서, 나는 처음으로 파워 커브를 시험해 봤다.

그 커브가 들어갔을 때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손뼉을 쳤다.


― 와 씨. 비키, 다르빗슈 기억나요? 다르빗슈 종 슬라이더처럼 떨어지는데요? 아니 더 심한가?

― 재성 당장 실전에서 써도 좋아.


그립만 잡으면 자동으로 소화되던 커브는, 단번에 이 완벽한 파워 커브를 만들었다.

포크로 치면 스플리터, 슬라이더로 치면 커터 같은 공이랄까?


오로지 종각만 그리는 파워 커브는, 낙차는 슬러브와 커브 사이, 스피드는 슬러브의 상위 호환.


“스트라이잌― 배터 아웃!”


볼 카운트 2―2에서 고속으로 떨어지는 파워 커브에 5번 타자 변치섭의 방망이가 속절없이 돌아 나왔고, 그렇게 나는 또 하나의 세이브를 챙겼다.


“재성. 굿 피칭!”

“미친, 진짜 우리 팀이라 다행이다.”


2승에 성공한 패드로가 벤치에서 뛰어나와 가장 먼저 내 손바닥에 하이파이브를 했다.


야수들과 투수, 감독님과 코치님까지, 오늘 내 피칭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범준이가 내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


“세이브 축하.”

“너도 홀드 축하.”


녀석은 팔짱을 끼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지성이랑 이 시대 최고의 변화구를 정했거든.”

“그래서?”

“궁금하지 않아? 이 시대 최고의 변화구.”

“별로.”

“최종 후보 슬라이더와 포크를 제치고 커브가 선정됐다.”

“와― 그거 잣 되는데.”

“그렇지?”


“야 윤재성.”

“또 왜?”

“그래서 아까 던진 그 새끈한 커브 말인데.”

“가르쳐 줘도 못 던지니까 포기해.”

“치사한 자식.”


* * *


[창원 데빌즈 4 : 5 서울 드래곤즈]

[윤재성, 시즌 4호 세이브. 신무기 파워 커브 선보여.]

[‘빠른 볼? 커브?’ 중계진도 당황하게 만든 윤재성의 144km 파워 커브.]

[미스터 제로 윤재성. 4.1이닝 4세이브 ERA 0.]

[세이브 단독 1위의 윤재성! 천즈셩 제치고 이번 시즌 유니폼 판매량 2위 등극! 판매량 1위는 알바노 마르티네즈.]

[럭키 앤드류 비키 감독. ‘윤재성은 커브 마스터. 어디까지 던질 수 있나 나 역시 궁금해.]

[어디까지 레퍼토리를 늘릴 것인가? 윤재성 ‘파워 커브나 슬로 커브나 똑같은 커브.’]

[또 한 번 홀드에 성공한 장범준. ‘이 시대 최고의 변화구는 커브다.’]


작가의말

글은 어제 다 썼는데,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싹 갈아 엎다보니 하루가 지났네요.

못 올린 건 토요일에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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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청백전(2) 24.08.16 1,663 25 12쪽
12 청백전(1) +1 24.08.15 1,692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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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스프링 캠프(2) +1 24.08.13 1,910 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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