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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줘제발좀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아빠는 천재 커브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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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誠衍)
작품등록일 :
2024.08.05 21:51
최근연재일 :
2024.09.06 16: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9,344
추천수 :
892
글자수 :
164,780

작성
24.08.10 08:00
조회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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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글자
12쪽

시작(1)

DUMMY

7. 시작 (1)




“커브가 지인―짜 미쳤습니다. 경기 끝나자마자 윤재성 커브 뭐냐고 와! 전화가. 진짜 구라 안 치고 전국에 있는 스카우트 DM이랑 전화는 어제 제가 다 받았는데.”


서울 드래곤즈 단장실.

박동근 단장과 스카우트 팀장이 이야기 중이었다.


“그럼 자네도 윤재성이 투수로 먹힐 거라고 생각하나?”

“그건 저도 모르죠. 윤재성 투수 포텐이 얼마나 되느냐, 얼마나 터지느냐에 갈리겠죠.”

“지금 보여 준 게 다라면?”

“그럼 힘들죠. 단장님도 알다시피 변화구 하나 잘 던진다고 프로에서 살아남나요? 빠른 볼도 야수치곤 빠르지만 투수라고 생각하면 빠른 편도 아니고. 제구랑 구위도 투수로 보면···.”


스카우트 팀장의 현실적인 대답에도, 박 단장의 궁금증 가득한 미간의 주름은 펴지지 않았다.

박 단장은 종이와 펜을 스카우트 팀장 쪽으로 밀며 재차 물었다.


“김 팀장. 그럼 이렇게 물어보자고. 윤재성 실링이 기대만큼 터졌다. 그럼 얼마 정도 생각하나?”

“어디 보자― 윤재성이 빠른 볼을, 148km/h, 던질 수 있고, 여기에, 평범한 변화구 하나 정도 가지고 있다면···.”


김 팀장은 악필로 종이를 써 내려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종이를 되돌려 주며 감탄사를 내질렀다.


“와! 진짜 괜찮은데요? 이만큼은 줘야죠.”

“3억―?! 자네 미쳤어?!”

“힉!”


불룩한 배에서 울린 박 단장의 울림통에, 잔뜩 움츠러드는 김 팀장.


KBO 투수가 연봉 3억.

2048년에 활약하는 스타 투수, 에이스 투수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대단한 연봉은 아니었지만.

비FA 선수에게 연봉 3억은,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초특급 활약을 하는 선수에게나 줄 법한 최고의 대우였다.

타격 8관왕을 달성하게 될 윤재성의 3년 차 연봉이 1억 8천이었던 걸 감안하면, 어떻게 보면 신인 투수인 윤재성에게 3억이란 금액은 미친 금액이었다.


그러니 돈 문제에 예민한 박 단장이 노할 수밖에.


“죄송합니다. 실링 터진 윤재성이라고 하셔서.”

“아니야, 내가 미안해요 김 팀장. 요즘 돈 이야기만 나오면 예민하잖아.”


박 단장이 미안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있던 갑 티슈를 건넸다.

그리고 그때.


똑똑.


“무슨 일 있으십니까? 단장님?”

“어, 시윤 씨. 별일 아니에요. 일 봐요.”

“다행입니다. 근데 단장님.”

“응?”

“윤재성 선수가 찾아왔습니다.”


* * *


“연봉 4,200. 성적에 따라 연봉 인상 조항도 넣어 놨어. 나머지는 이 커피 마시면서 읽어 봐요. 읽어 보면 알겠지만, 검증도 안 된 투수한테 이 정도면 진짜 후하게 쳐준 거야 재성 씨.”


2048년, KBO 최저 연봉은 3,700만 원.

그리고 종이에는 좀 한다는 신인이 받을 연봉과 옵션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짜장면 한 그릇에 만 원 하는 지금.

대학교에 다닐 아내와 유치원에 입학할 딸까지, 세 식구가 먹고살기엔 빠듯한 돈이었다.


“그동안 윤재성이 드래곤즈에 쏟은 노고와! 헌신을! 잘 아니까 이만큼 해 주는 거야. 아아,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우린 가족이잖아.”


박 단장은 내가 계약서를 읽는 내내 선심 쓰는 척 그렇게 떠들어 댔다.

가족이니 팀이니, 입바른 립 서비스를 중간중간 첨가하면서.

그렇게 살살 굴리며 별생각 없이 계약서에 사인하게 만드는 거지.


나는 그런 단장님의 언행에서 어떤 조바심을 느꼈다.

아니, 시즌이 채 끝나지도 않은 지금 계약을 진행한다는 것부터가 조바심투성이였다.


연봉 협상은 지난 시즌 활약상과 기록을 참고한다.

그리고 나 윤재성의 기록은 대구 라이온즈를 상대로 한 1이닝 3K 무실점, 1세이브가 다다.

게다가 커브만 좋았지, 투수라기엔 부족함이 많았던 경기.

그러니까 우리 단장은 지금의 윤재성과 계약하고 싶은 거다.


윤재성의 야구 재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한때 잘나가던 윤재성이 협상 테이블에서 좀 깐깐한 게 아니었으니.

내가 비시즌 기간에 몸을 만들고, 테스트를 요청하고, 또 헛소리를 늘어놓을까, 지레 겁을 먹고 최악의 상황을 미리 차단해 놓는 거겠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편하고 좋은 방법은, 단장이 우려하는 대로 지금 계약하는 것이 아닌, 몸을 충분히 만든 뒤에 구단에 정식으로 테스트를 요청하는 방법이지만.


아무리 테스트 결과가 좋아도 투수 윤재성은 신인.

계약서는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을 걸 잘 안다.

중요한 건 협상이다.


나는 출근 전에 미리 준비했던 프린트를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프린트에는 어젯밤, 내 활약상을 담은 기사들이 적혀 있었다.


[타이거스 레전드 투수 윤성민. ‘윤재성 커브. 최고의 가치 가졌다.’]

[대전 피닉스 코치 류현신. ‘윤재성의 강렬한 피칭과 윤재성의 재능이라면 충분히 성공해.’]

[압도적 커브! 분당 회전율 3518! 윤재성의 커브가 대단한 이유.]

[슈퍼컴퓨터 재미로 보는 투수 윤재성의 미래 가치. 2년 차 11억, 3년 차 21억.]

.

.

.


“제 기대 가치는 이 계약서에 적힌 돈보다 훨씬 높다고 봅니다.”


당연히 박 단장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참, 아는 사람이. 자네도 알잖아. 얘네가 얼마나 과대 포장 하는 놈들인지. 자네가 아무리 잘해도···.”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인터넷 기사가 말하는 윤재성의 가치는 너무나 추상적이었으니까.

기사에 나온 허무맹랑한 가치들로 내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일은, 엄청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냉정하게 성공 확률도 많이 낮다.


지금처럼 단장이 협상에 ‘협’ 자도 못 꺼내게 한다면, 2안이었던 테스트를 받은 뒤에 다시 협상 카드를 꺼낼 생각이었지만.


“3억이죠.”


나는 조금 전, 뜻밖의 무기를 얻었다.


조금 전, 문 너머로 들렸던 스카우트 팀장과 단장의 대화.

내 기대 가치로 구체적인 금액, 3억을 불렀던 스카우트 팀장.

그 말을 듣자마자 박동근 단장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참 이래서 말조심해야 하는 건데. 재성 씨. 그건 정말 잘된 케이스를 이야기한 거야. 솔직히, 자네가 그렇게 잘될 거란 보장이 어디 있나.”


맞는 말이다.

그리고 다른 선수였다면 저 가차 없는 정론에 물러나야 했을 거다.


하지만 ‘윤재성’이란 이름에 담긴 야구의 역사는, 저 말에 반박할 수 있다.

나는 최대한 자신 있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 타격 8관왕 했던 윤재성입니다 단장님. 제가 세운 업적, 그리고 어제 던진 커브로 야구 재능은 충분히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3억이면 저한테 걸어 볼 만하지 않나요?”


파고들면 그렇게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야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타격 8관왕의 윤재성을 안다면, 그냥 넘길 수 없는 말이었다.

단장은 내 눈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래서 3억을 달란 말인가? 재성 씨도 안 된다는 거 잘 알잖아. 선수들 보는 눈도 있고 이 세계에도 나름의 기준이 있다는 거.”

“···”

“하, 좋아. 성적이 좋으면 연봉 인상률을 대폭 올려 주는 건 어때?”


나쁜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안다.


“저한테 그것보다 더 좋은 생각이 있다면요?”

“말해 봐.”

“제 기대 가치, 옵션으로 환산해 주세요.”

“옵션?”

“예, 그 3억. 옵션으로 다 받아 가겠습니다. 포지션별로 나눠서 옵션 3억짜리 계약서 만들어 주세요. 3억이 되면 옵션 계약은 해지되는 거로 해서요. 제가 그 성적 못 내면 구단도 지출 비용 없는 거고, 제가 성공해도 윤재성 브랜드.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틀린 말은 아니다.

세부적인 건 잘 모르지만 부활한 윤재성은 구단에 엄청난 가치를 가져다줄 거다.

구단이 입스에 걸린 나를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은 게 그 증거고.


내 말이 끝나자 잠깐의 정적이 일었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단장님이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젠장. 내년에는 에이전시 데려와. 윤재성이랑 더는 못 해 먹겠으니까.”

“예, 감사합니다.”


라고 대답은 했지만.

수수료도 아깝다.

우리 마나님과 공주님을 위해서라도 돈 아껴야지.


* * *


“들어봐.”


그날 저녁, 우리는 라이온즈를 이기고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밤, 나와 이진호 코치는 구단 회식도 빼고 그라운드에 남아 있었다.


이진호에게 개인 지도를 받는 건 처음인데.

장난기 넘치던 그 코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빠른 볼에 힘을 주려면 변화구를 보여 주잖아.”

“예.”

“그럼 변화구에 힘을 실으려면 뭘 보여 줘야 할까?”

“속구죠.”

“그렇지! 속구. 변화구와 빠른 볼은 절대적인 공생 관계지. 근데 변화구는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고 웬만하면 자신에게 맞는 변화구를 찾을 수 있지. 하지만 스피드와 구위가 8~90%인 빠른 볼은 손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안 던질 수 없어. 패스트볼은 필수니까. 윤 사장. 커브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빠른 볼부터 끌어올려야 해. 빠른 볼에 따라서 윤재성의 커리어가 달라질 거거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행히 윤 사장 앞에는 ‘그’가 있으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패스트볼 마스터시켜 줄게. 후후.”


취소다.

진지는 무슨.

저 말 하려고 분위기 잡았네.


“결론부터 말할게. 재성이 네 피칭은 ‘송구’에 가까운 피칭이야. 상·하체 분리하는 세퍼레이션 동작, 스트라이드, 무게 중심 이동에서 특히 송구 느낌이 나지. 피칭 동작만 잘 따라 한 느낌이랄까? 그런데도 웃긴 게 뭔 줄 알아?”

“뭔데요?”

“그렇게 던지고도 140km/h 넘게 나온다는 거야. 미친 거지.”

“오.”


칭찬이 끝나기 무섭게 160km/h를 던지던 메츠의 호우가 자세를 잡았다.


“세퍼레이션은 신속하고 안정감 있게!”

“스트라이드는 폼이 아니야. 무게 중심 이동을 위한 선행 동작이지.”

“이동할 땐 몸에 체중을 싣는 게 아니라 손끝에 싣는다는 느낌으로!”

“이렇게!”


그리고는 연습용 피칭 쿠션에 공을 강하게 던져 넣었다.


뻐어엉―!


현역 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강하고 날카로운 공이 쿠션을 흔들었다.

객관적으로 지금 KBO 복귀해도 먹힐 만한 수준.

내가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자 이진호 코치가 말했다.


“어때? 쉽지?”

“그 정돈 해야 메이저 가는군요.”

“호우.”


이젠 내 차례.

마지막에 넋을 놓고 말았지만, 어떻게 하는지 집중해서 봤다.

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맞은편 쿠션을 노려봤다.


“쉽지 않을 거다. 처음에는 오히려 속도가 떨어질 수도 있고.”


나는 집중해서 다리를 들어 올렸다.

공을 빠르게 뽑으며, 본 대로 느낀 대로 동작을 수행했다.


세퍼레이션은 신속하고 안정감 있게.

스트라이드는 무게 중심을 위해.

그리고 손가락에 싣는다는 느낌으로.


내 쓰리 쿼터 스윙이 번쩍이며, 손에 실린 공을 때렸다.


“감을 익히는 게 중요해. 우리 목표는 캠프까지 평균 147···”


쐐애액―!

뻐어엉―!


“어?”


이번에는 이진호 코치가 얼빠진 눈으로 나를 봤다.

그리고 그 시선을 스피드건으로 내렸다.


“몇 나왔어요? 지금 느낌 괜찮았는데.”

“이거 완전 미친놈이네.”

“몇인데요?”

“148···.”

“오! 처음 치고 잘 해낸 거 아니에요?”

“어, 그렇지.”


신기하다.

포인트 강의 한 번 들었을 뿐인데, 스피드가 말도 안 되게 올라왔다.


뭐든 가르치는 스승이 중요하다는 게 이런 말인가.

메이저리거는 가르치는 것도 다른 건가 싶다.


“아 코치님. 아까 피칭에 집중한다고 못 들었는데, 목표 스피드가 어쩌고 하지 않았어요?”


아까부터 눈만 끔벅이며 스피드건만 보던 이진호 코치.

내 질문에 반색하며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린 캠프까지 153 찍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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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청백전(1) +1 24.08.15 1,692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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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시작(2) +1 24.08.11 2,003 3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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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투수 한번 해 볼래?(2) +5 24.08.06 2,525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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