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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줘제발좀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아빠는 천재 커브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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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誠衍)
작품등록일 :
2024.08.05 21:51
최근연재일 :
2024.09.06 16: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9,337
추천수 :
892
글자수 :
164,780

작성
24.08.11 08:02
조회
2,002
추천
32
글자
10쪽

시작(2)

DUMMY

8. 시작 (2)




―커쇼 자식. 투수들한테 자기 스타일 박아 놨네. 저 자식 고집은 나이 먹고도 한결같다. 맞지도 않는구만.

―최형후는 코치랑 등졌나? 스트라이드만 고쳐 줘도 덜 다칠 텐데. 대체 몇 년째야.

―거기 투수하는 형씨! 공 그렇게 던지는 거 아닌데?


직업병이었다.

인생이 투수였던 이진호가 투수만 보면 분석부터 하는 건.


그리고 그건, 항상 피칭으로 몸을 풀던 야수 윤재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몸풀기를 목적으로 피칭을 하는 윤재성 본인보다, 이진호가 윤재성의 피칭을 더 잘 알고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고.

이진호가 그걸 눈치챈 건, 윤재성이 투수 전향을 결정한 이후의 일이었지만.


뻐어엉―!


“공 좋다!”


어쨌든 그 직업병 덕분에, 윤재성 에이스 만들기 플랜은 쉽게 짤 수 있었다.


투구의 기본, 투수 몸만들기, 투구 메커니즘 수정, 쓰리 피치 장착 등등.

짜놓고 보니 가르칠 것도 훈련 일정도 빡셌다.


그리고 이진호가 짠 플랜에서 가장 난관이라고 생각했던 건, 메커니즘 수정.

10년 가까이 야수만 했던 윤재성의 피칭에는 송구에 유리한 동작이 박혀 있었고, 경험상 이미 습관이 된 동작을 수정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메커니즘을 수정하는 데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그것도 계속 신경 써 주지 않으면 중간에 리셋되는 경우도 허다했으니까.


윤재성이 투수로 성공하느냐 마느냐의 첫 번째 관문은 이 메커니즘이었다.

그리고 이진호는 이 메커니즘 수정을 3개월 안에 완벽 독파할 생각이었다.

그래야 캠프 전까지 투수 옷은 입혀 내보낼 수 있을 것 같았거든.

그런데.


뻐어엉―!


“몇 킬로 나왔어요?”

“149킬로.”

“하나 남았죠?”

“어.”


이 야구 괴물은 3개월 플랜을 단 3일 만에 독파해 버렸다.


생각해 보면 첫날부터 말이 안 됐다.

가르쳐 주자마자 감을 잡더니, 10개 던지면 6개를 성공했고.

둘째 날에는 10개 던지면 8개.


뻐어엉―!


“예스! 오늘은 실수 안 한 것 같은데.”


오늘은 만점.


‘진짜 괴물이네.’


앞으로도 꾸준히 연습하고 관리를 해 줘야겠지만, 또 만점 받은 학생에게 불합격을 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인정. 이제 작대기 직구 수준은 됐네. 윤 사장. 다음 단계로 가지.”

“예.”


이진호는 포심을 쥔 왼팔을 윤재성 쪽으로 뻗었다.


“이 공. 팔심으로 당겨서 가져가 봐.”

“괜찮으시겠어요?”

“할 수 있으면 해 봐.”


윤재성이 자신 있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이진호가 쥐고 있는 공에 손가락을 넣어 쥐고는, 그대로 몸쪽으로 당겼다.


“어? 으으―! 와 씨, 이게 왜 꿈쩍도 안 하지?”


윤재성이 아무리 힘을 주고 당겨도 꿈쩍하지 않은 공.

윤재성이 몇 번 더 도전했지만, 도저히 빼낼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현역 시절, 메츠에서 힘 좀 쓴다는 선수들도 이진호가 쥔 공을 힘으로 뺀 선수는 없었다.


이진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공을 챈다고들 하지? 강한 악력과 손가락을 얼마나 잘 쓰느냐에 구위가 완성된다. 그게 재성이 너가 악력을 길러야 하는 이유야.”

“짜 준 웨이트 루틴에 왜 당기는 게 많나 했더니. 근데 형님.”

“응?”

“악력이라면 저도 자신 있는데요?”


씩 웃으며 포심 그립을 잡는 윤재성.

그리고는 뽑아 보라는 듯, 이진호가 그랬던 것처럼 팔을 내밀었다.


“과해 윤재성. 이게 무슨 소꿉놀ㅇ··· 어?”


팔이 바르르 떨려 왔다.

포심을 쥔 윤재성의 팔이 아닌, 뽑으려는 이진호의 팔이 말이다.


이진호가 아무리 힘을 줘도 꿈쩍하지 않는다.

그 느낌은 마치 뿌리 깊은 고목을 맨손으로 잡아당기는 느낌이었다.


‘뭐 이런.’


이진호가 잊고 있는 게 있었다.

이진호가 160을 던지던 괴물이었다면.

윤재성은 유격수의 몸으로 2년 차에 홈런왕을 달성한 괴물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한껏 멋쩍어진 이진호는 마른 코를 마시며 말했다.


“좋아 윤 사장! 손가락 쓰는 법 가르쳐 줄게. 조금만 쉬었다가.”

“좋죠.”


이진호는 기지개를 켜는 윤재성을 보며 생각했다.

생각보다 더 미친 괴물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 * *


지옥 훈련은 계속됐다.


이진호 코치는 자신이 현역 때 했던 비시즌 루틴을 변형해 내 몸에 맞춘 일정과 식단을 만들어 줬고, 나는 그걸 꾸역꾸역 소화했다.


쉴 틈 없는 일정과 미친 훈련 루틴.

고열량 식단으로 매일 여섯 끼를 먹어야 했고.

타자와는 다른 근육을 단련해서인지 열 배는 힘들었다.


그 때문에 처음에는 토악질도 많이 했고, 몸살도 났다.

근육통으로 안 아픈 곳이 없었고, 매일 아침 차라리 죽고 싶단 생각부터 드는 일정이었지만.


“아― 조금 더 밑에.”

“여기?”

“아― 좋아. 흐응··· 조금만 더 세게.”

“헤헤. 윤재성 근육통 풀어 줄 거라고 열심히 배웠는데. 써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고마워. 자기 없었으면 못 일어났을 거야.”


매일 내 피곤한 몸을 케어해 주려 최선을 다해 내조하는 원영이와.


―아빠, 힘내세요 오― 우니가 이짜나요♪


“하나 더!”

“악!”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휴대폰에 저장해 놓은 새벽이의 응원 송을 들으며 버텨 냈다.


“마지막!”

“으으으···”

“윤 사장 할 수 있어! 진짜 마지막이야!”

“악!”

“그렇지! 할 수 있잖아!”


그리고 이진호 코치의 말대로 오늘이 마지막.

며칠 휴식을 가진 뒤, 다음 주에는 일본으로 캠프를 떠난다.


웨이트를 끝낸 나는 헬스장 바닥에 벌러덩 널브러졌고, 이진호가 다가와 음료가 든 텀블러를 건넸다.


“고생했다.”

“후··· 형님도요.”


이 지옥도 끝났다는 사실에 머리에 피가 돌았기 때문일까?

갑자기 궁금해지는 게 있었다.


“진호 형님.”

“응?”

“왜 이렇게까지 저를 돕는 겁니까?”


그래. 그냥 루틴만 던져 주고 중간중간 확인만 했어도 됐을 텐데.

진호 형님은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에 나와 내 훈련을 지도했다.


말이 쉽지, 남의 일을 무일푼으로 돕는 봉사활동.

얻을 거 없는 나를 이렇게까지 지극 정성으로 키우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내 말을 들은 이진호가 묘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널브러진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재성이 너 태어나서 우승 몇 번 해 봤냐?”

“음··· 없었네요.”

“한 번도?”

“예.”


그러고 보니 우승이랑 거리가 멀었던 나였다.

학생 때도 프로에 와서도 말이다.


“나는 메이저까지 여섯 번 해 봤는데. 그럼 모르겠네. 우승했을 때 기분.”

“뭐, 지금 저 놀리는 겁니까?”

“들어 봐. 우승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지. 경험한 사람이 아니고는 이 기분 절대로 모른다. 근데 이 우승이란 게, 우승했다고 끝! 이게 아니야. 우승하는 맛을 알고 나면 더 하고 싶어져. 그 도파민과 카타르시스를 다시 한번 느껴 보고 싶거든. 선수 은퇴하고 코치가 되면 바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야. 나는 지금도 우승하고 싶어. 어쨌든 네 커브를 보고 우승 DNA가 말하더라고. 너 키우라고. 그럼 우승할 수 있다고 말이야.”


어떤 느낌이길래, 우승도 많이 해 본 양반이 저렇게까지 우승을 갈구하는 걸까?

살아 있는 레전드가 저렇게까지 말하니, 나도 꺼진 심지에 불이 붙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중간에 포기할까 걱정했는데. 멘탈도 실력도 넌 돌아이급 괴물이야.”

“뭘요. 형님도 하셨던 거라면서요. 형님도 했는데 저도 해야죠.”

“당연히 구라지. 그걸 인간이 어떻게 하냐.”

“예?”

“타격 8관왕은 달라.”

“저기요?”

“보여 주자 재성아. 지옥에서 돌아온 윤재성을.”


나 윤재성.

오늘 일은 절대로 잊지 않습니다.


* * *


잠실 야구장.

인터뷰실에 선글라스를 낀 중년의 흑인이 들어왔다.


“비키 감독님. 부임 축하드립니다.”

“Thank you.”


그랬다.

이번 시즌도 하위권 성적을 면치 못했던 서울 드래곤즈는 칼을 뽑아 들었다.

캠프를 일주일 앞두고 풀 네임 럭키 앤드류 비키, 럭키 비키 감독을 선임한 것.


비키 감독은 이미 한국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감독이었다.

7년 전, 비키 감독을 선임했던 부산 호크스.

그리고 꼴찌 부산 호크스를 3년 연속 가을로 보냈던 감독이 바로 이 비키 감독이었거든.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프런트와 불화가 생긴 럭키 비키 감독은, 다시는 한국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고국으로 돌아갔었다.

그런 비키 감독이 드래곤즈에 왔으니, 이런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비키 감독님. 마지막까지 망설였다고 들었는데요. 드래곤즈행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나요?”


통역사의 통역을 들은 비키 감독이 손깍지를 꼈고, 의미심장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제가 드래곤즈 사령탑을 맡은 이유를 말하려면 호크스 감독을 맡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합니다. 호크스 감독 시절, 제가 가지고 싶었던 선수가, 부러웠던 선수가 드래곤즈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드래곤즈에서 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선수가 누구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당연하죠. 그 선수는 천재적인 수비력뿐만 아니라, 원더풀한 배팅 스킬, 파워풀한 힘, 빠른 발까지 가지고 있는 만능 플레이어입니다. 제가 떠난 해에 타격 8관왕을 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지도자로서 그런 어메이징한 선수와 함께할 수 있다는 건 럭키한 일이고, 제 마음을 움직이기엔 충분했습니다.”

“혹시 윤재성 선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Yes.”


싸함을 느낀 기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럭키 비키. 혹시, 윤재성 선수가 투수 전향을 한다는 것도 들으셨나요?”


기자의 질문을 무덤덤한 표정으로 통역하는 통역사.

통역사의 표정과 대조적으로 럭키 비키의 얼굴에 당황이 꼈다.


“Wha, what? Why? Why―?”


질문을 했던 기자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완전 언럭키 비키잖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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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투수 한번 해 볼래?(2) +5 24.08.06 2,525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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