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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줘제발좀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아빠는 천재 커브볼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성연(誠衍)
작품등록일 :
2024.08.05 21:51
최근연재일 :
2024.09.06 16: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9,347
추천수 :
892
글자수 :
164,780

작성
24.08.28 11:35
조회
1,139
추천
30
글자
15쪽

기러기 아빠(4)

DUMMY

23. 기러기 아빠 (4)




잠실 야구장.

여기 윤재성 이름이 적힌 드래곤즈 유니폼을 입은 두 모녀가 보인다.


“야구장! 야구장! 히히.”

“그렇게 좋아?”

“응! 새벽이 좋아. 아빠 선슈가 여기서 공 던졌어. 히히히.”


원영은 생에 첫 야구장에 들뜬 새벽이가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 걱정도 됐다.

마무리 투수인 재성이 공을 던지지 못하고 경기가 끝나, 새벽이가 실망할까 봐 말이다.


그런데도 큰맘 먹고 새벽이를 데려온 이유는, 이번 시즌 180도 뒤집힌 재성의 평가 때문이었다.


[럭키 앤드류 비키. ‘드래곤즈에서 가장 긍정적인 포지션은 윤재성이 있는 마무리.]

[이번 시즌 기대되는 마무리 투수 TOP 5. 1위는 윤재성.]

[부산 해운대 김운석, ‘윤재성은 커브는 새총에 맞은 새처럼 떨어진다.’]

[낙차 신경 쓰기도 힘든데··· 윤재성 신무기, 횡 무브먼트 슬러브 장착.]


오늘도 경기에는 못 나올지 몰라도, 적어도 작년처럼 재성이 벤치에서 우울한 표정은 짓지 않을 거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개막전이 시작됐고 두 모녀는 경기를 재미있게 관람했다.

개막전 투수들답게 양 팀의 투수전이 치열했고, 야구의 전반전이라 불리는 5회가 끝났을 때도 점수는 0 대 0으로 팽팽했다.


공수 교대 시간.

즐거운 표정으로 경기를 관람하던 새벽이가 갑자기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엄마 아빠는 언제 나와?”

“아빠는 팀에서 제일 중요한 역할이라, 마지막에 나올 거야.”

“새벽이 알아. 마지막은 9회, 마찌?”

“하하, 똑똑하네 우리 딸. 9회에 아빠 팀이 이기고 있으면 아빠가 팀을 지키려고 나올 거야.”

“응!”


5살 새벽이에게 팀의 승패보단 아빠의 출전 여부가 더 중요했다.

예상은 했지만, 걱정은 됐다.

재성이 타자였으면 이런 걱정도 없었을 텐데.


점수 없이 6회가 끝났을 때부터, 새벽이는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다.

울적한 표정으로 벤치에만 앉아 있는 아빠만 빤히 바라볼 뿐.

실시간으로 가라앉던 새벽이의 표정은, 손대면 톡 하고 터지는 울음 시한폭탄이 돼 있었다.

원영도 그런 새벽이를 어떻게 달래 줘야 하나 고민에 빠졌을 찰나.


따아아악―!


이호령이 단비 같은 솔로 홈런을 쳤고.


“새벽아, 아빠 선수 몸 풀러 간다.”

“딘짜―?”


8회 2아웃, 예정보다 조금 일찍 윤재성이 불펜의 문을 열고 나왔다.


“윤! 재! 성!”


장내 아나운서의 박력 넘치는 소개를, 따라 외치는 드래곤즈 팬들.


“아! 빠!”

“재성아!”


어느새 기분이 풀린 새벽이가 방긋 웃으며 아빠를 외쳤다.


마운드에 선 윤재성이 8회를 잠그기 위해 피칭을 시작했고.


“우와―! 엄마. 아빠 공 대따 빨라.”

“엄마 엄마. 아빠 공이 이로―케 휘었어.”

“삼딘! 아빠 선수 삼디인을 잡숩니다.”


새벽이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아빠의 경기를 눈에 담았다.


“들었어? 저 애가 윤재성 보고 아빠라는데?”

“윤재성 선수 가족인가 보다. 야구도 잘하는데 어쩜 딸도 저렇게 예뻐?”

“그러게 부럽다. 아내분이 진짜 미인이, 악.”


새벽이가 얼마나 신나게 떠들었는지, 근처에 있던 커플이 그렇게 소곤거렸다.

그 커플뿐만이 아니다. 조금 전부터 주변에서 부러운 시선들이 원영의 목덜미로 느껴졌다.


공수 교대 타임.

원영이 새벽이에게 물었다.


“새벽아. 화장실 안 가도? 어?”


한눈판 새에 사라진 새벽이.

원영이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고, 다행히 새벽이는 소곤거리던 커플들 앞에 서 있었다.


새벽이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얼굴로 커플에게 말했다.


“우리 아빠 짱 잘 던지죠? 짱짱 머시쬬?”


* * *


[Live) 고척 엔젤스 0 : 1 서울 드래곤즈]

└ 커브 각 ㄷㄷㄷㄷㄷ

└ 궁내 최고의 까브볼러 ㄷㄷ

└ 얼마나 매서웠음 한희준 헛스윙하고 제자리에서 펄쩍 뛰는 거 봐라

└ 저 느린 변화구에 방망이 도는 것 좀 봐. 개 통쾌 ㅠㅠㅠ

└ 아 ㅠㅠ 우리도 이제 요실 금레곤즈에서 탈출할 수 있는 거임?

└ 이제 9회는 편안하게 봐도 될 것 같다 얘두라 흑흑

└ 존나 조아!

└ 1점 이기고 있는데 왜케 안 질 것 같냐 ㅋㅋ

└ 싸랑한돠 재성아!!!!!

└ 재성이 결혼한 거 실화임?

└ ㅇㅇ

└ ㄹㅇ?


* * *


스코어는 아직 1대 0이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올해도 물 타선이냐며 욕하고 있지만, 사실 오늘은 엔젤스 투수들이 좋았다.


에이스 토니 스파크, 부상에서 복귀한 장시완, 지난 시즌 추격조에서 승리 계투가 된 이왕호까지, 엔젤스의 저력이 느껴졌다.


8회를 잘 막았지만, 긴장을 풀고 있지 않다.

9회에 점수를 벌리든 못 벌리든, 나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홈플레이트 뒷좌석에 앉은 원영이와 새벽이를 보자마자, 오늘만큼은 무조건 무실점으로 막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누군가 했더니 도연호다.

오늘 리드오프로 출전한 연호는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세 번의 타석에서 3개의 삼진으로 안타는 하나도 없었다.


녀석도 오늘 데뷔전이라고 부모님이 찾아오셨다고 하는데, 조언을 구하는 녀석의 표정에서 이번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조언이라.

개막전 1점 차 승부, 엔젤스는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22세이브를 했던 베테랑 마무리 투수 성대현을 9회에 올렸거든.

우완 언더핸드 성대현은, 평균 138km/h 빠른 볼과 떨어지는 싱커, 떠오르는 커브를 가지고 있다.


내가 타격 8관왕을 했던 해에도, 성대현은 상대하기 정말 까다로운 투수였다.

특히 결정구인 업슛 형 커브와 떨어지는 싱커는 구분하기 어려웠다.


연호의 큰 스윙 각은 업슛 형 커브보다, 떨어지는 싱커를 치기에 좋은 스윙이다.

그렇다면 싱커가 언제 나오느냐인데, 싱커를 노골적으로 노리면, 저 여우 같은 성대현이 싱커를 줄 리가 없었다.

자세나 마음가짐으로 조언을 하기엔, 그렇게까지 도움이 되진 않을 것 같고.


“연호야. 1, 2, 3 중에 하나만 골라봐.”

“3이요.”

“세 번째 공에 싱커를 노려.”


연호는 대답 대신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아! 그거군요?”


곧 뭔가를 깨달은 듯 손뼉을 치며 그렇게 말했다.


“2041년 6월 15일. 갓재성의 데뷔전이었죠. 갓재성의 세 번째 타석, 돌핀스의 마무리 봉승수의 3구 싱커를 받아쳐서! 아아, 전설이 시작됐돠―”

“뭐?”

“다녀오겠습니다. 갓재성.”


뭐라는 거야.

녀석은 비장한 표정으로 대기 타석으로 걸어갔다.


기왕 비장한 표정도 지은 겸 단타 하나로 가족들에게 체면치레라도 했으면 좋겠―


따아악―!


“어?”


* * *


― 1아웃에서 도연호가 성대현의 3구를 받아칩니다! 우측 담장 우측 담장을 넘어갑니다. 비거리 112m! 받아친 공은 싱커! 도연호의 데뷔전 솔로 홈런!

― 몸쪽에 떨어지는 유인구였는데요. 저런 걸 넘기려면 노리고 치는 것밖에 답이 없거든요. 와 저는 홈런보다 저 어린 선수가 데뷔전에서 노리고 쳤다는 게 더 놀랍습니다. 크게 될 선수예요!

― 도연호 선수가 베이스를 뛰면서 계속해서 누군가를 가리키며 달리는데요. 카메라 감독님이 윤재성을 비춰 줍니다. 윤재성 선수가 도움을 준 걸까요? 2루를 돌아 3루를 돌면서도 손가락과 고개는 윤재성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 나중에 저 홈런 스토리를 꼭 들어 보고 싶네요.

― 벤치로 들어온 도연호가 흠씬 두들겨 맞습니다.


도연호는 선배들에게 두들겨 맞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곧 그가 멈춰 선 곳은 윤재성이 앉은 벤치.

중계진도 궁금했는지, 그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 줬다.


도연호가 차렷 동작을 각지게 하더니.


“충성!”


박력 넘치게 왼손으로 ‘충성’을 외치는 도연호가 오디오로 선명하게 들려왔다.


― 하하하! 역시 저희 예상대로 이번 홈런에는 윤재성 선수가 숨어 있는 것 같네요. 왼손만 아니었으면 완벽했을 텐데 아쉽습니다.

└ ㅋㅋㅋㅋㅋㅋㅌ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왼손 충성은 충성을 하겠다는 거냐, 반역을 꾀하겠다는 거냐 씹ㅋㅋ

└ 윤재성 : 제발 그만하고 꺼져.

└ ??? : ㄴㄴ 내 충성 받아 줄 때까지 할 거임 ㅋ

└ 윤재성이 대체 뭐라고 해 줬길래 기대도 안 했던 도연호가 홈런을 치냐.

└ 와 ㄹㅇ 직전 타선까지 노답 스윙만 ㅈㄴ 해댔는데.

└ 역시 타격 8관왕;;;

└ ㄹㅇ ㅋㅋㅋ 윤재성 그라운드만 보고 있는 게 킬링 포인트네 ㅋㅋ

└ ㅋㅋㅋㅌㅋㅋㅋ


* * *


2번 차시완이 오늘 첫 번째 삼진으로 물러났다.

3번 황지호가 뜬공으로 물러났다.


성대현이 1점을 주고 말았지만, 베테랑답게 흔들림 없이 9회를 마쳤다.

연호의 홈런으로 1점을 번 우리는 기뻐할 새 없이 마지막 수비를 준비했다.


2번부터 시작되는 엔젤스의 공격은 만만치 않다.

특히 4번 타자 하프 루시퍼가 마지막 타순에 걸려 있었는데, 클린하게 마무리하지 않으면 경기가 묘하게 흐를 수 있었다.


내가 모자를 바짝 눌러 쓰고 글러브를 챙겨 벤치를 나설 때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았다.


“재성.”

“어. 즈셩.”


천즈셩이었다.


“그때는 미안했다 재성. 나도 노력해 볼게. 그리고.”


꺼내기 힘든 말인지 천즈셩의 동공이 좌우로 흔들렸다.

나는 잠자코 천즈셩의 말을 기다렸다.


“내 딸들이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을 거야. 음··· 그러니까 내 첫 승리 잘 부탁한다고.”

“나만 믿어. 나도 잘 부탁해.”


같은 딸아이의 아빠인 나는 천즈셩의 마음을 안다.

우리가 승리하고, 활약하고, 또 우승하고 싶은 이유는, 그렇게 그렇게 경기가 끝났을 때 가족들이 좋아하는 얼굴을 보고 싶기 때문이라는 걸.


― 누구랑 약속했거든. 꼭 우승하겠다고.


그날 밤 천즈셩이 했던 말이다.

나는 즈셩이 그 말을 했을 때 누구와 약속을 했을지 단번에 알아들었다.


솔직히 없잖아. 가족밖에.


마운드에 섰다.

맞은편에 2번 타자가 보였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보였다.


“아빠아아아―!”

“윤재성 파이팅!”


지금 이 순간, 나는 가장 강력한 스테로이드를 복용 중이다.


뻐어억―!


“스윙― 스트라잌 아웃!”


[156km/h]


뻐어억―!


“스트라잇―크― 배터 아웃!”


[157km/h]


가족이라는 합법적인 약물을.

나는 삼진 2개로 순식간에 투 아웃을 만들었다.


그리고 4번 타자 하프 루시퍼가 좌타석에 섰다.


놈은 157km/h가 찍혀 있는 전광판을 보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타석에 섰다.


노림수가 좋은 타자 루시퍼.

노림수가 좋았던 타자 윤재성.


“파울!”


초구는 몸쪽에 바짝 붙이는 슬러브로 기선제압을 했다.

빗맞긴 했지만, 피하지 않고 방망이로 걷어버리는 루시퍼.


나는 시간을 주지 않고, 이번에는 아웃도어성으로 들어오다 바깥쪽 존을 관통해 밑으로 떨어지는 슬러브를 구사했다.


“볼.”


무릎을 들썩이며 참아내는 루시퍼.

시범 경기에서 이 코스를 처음 본 타자들은 대부분 낚이던데 제법이다.


루시퍼도 고개를 흔들며 공을 기다렸다.


“스윙 스트라이잌―!”

“볼!”

“쓰리 볼!”

“파울!”

“파울! 파울!”


커브, 빠른 볼, 슬러브, 빠른 볼, 슬러브.

풀 카운트.


놈이 내 눈을 빤히 바라본다.

나도 피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 짧은 피치 클락을 쪼개, 앞선 7구를 바탕으로 보이지 않은 수 싸움을 이어 갔다.


놈은 나를 계산 중이고, 나도 놈을 계산했다.


이제부터는 간단하다.

내가 잡은 이 그립과 노림수가 놈에게 읽히느냐, 안 읽히느냐.

그 결과는 내 시야 끝에 들어오는 내 사랑하는 가족의 표정과 직결되리라.


“아빠 선슈 던집니닷―!”


쐐애액―!

손에서 공이 빠지자 루시퍼의 동공이 동시에 커졌다.


본 거다.

손등 위로 튀어 오르는 커브류의 특이한 궤적을.


궤적을 보자마자 팔꿈치를 몸쪽에 붙이는 게, 아마 슬러브를 예상한 모양이다.


나는 놈의 팔 모양을 보자마자 벤치 방향으로 껑충 뛰었다.

풀 카운트에서 던진 공은 커브, 그것도 루시퍼의 스윙 궤적과 상관없는 낮은 코스로 떨구는 유인구였다.


와아아아―!

팬들의 함성에 고막이 터져 나갈 것 같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기뻐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와! 시즌 첫 세이브 축하한다!”

“윤재성 미쳤네!”

“이겼다― 씨발!!!”

“안정감 도란슨데?”


나는 홈런도 치지 않았는데, 선수들에 둘러싸여 마구 두들겨 맞았다.


그리고 저기 팔딱팔딱 뛰며 나보다 좋아하는 새벽이가 보인다.

나는 그런 새벽이에게 팔로 큰 하트를 그려 보냈다.


* * *


“우리 연호 홈런 축하해.”

“아빠는 네가 해낼 줄 알았다.”

“고마워요. 엄마 아빠.”


첫 승 인터뷰를 마친 천즈셩이 라커룸으로 향하는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


“아빠 무릎 보호대 했지?”

“했다 했어.”

“진짜 한 번만 까먹기만 해 봐.”

“어떻게 너는 클수록 엄마를 닮아 가냐.”

“엄마 딸이니까.”


복도에서 도연호의 가족과 이호령의 가족.


“아빠, 아빠아―! 헤헤.”

“새벽아― 아빠 인터뷰 갔다 오셔야 한대.”

“나도 갈고야.”


마지막으로 윤재성의 가족을 만났다.

동료들의 가족들을 지나칠 때마다 천즈셩의 표정은 묘해졌다.

그렇게 라커룸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재성이 천즈셩을 불렀다.


“즈셩. 첫 승 축하한다.”

“축하드려요.”

“고마워. 고맙습니다.”

“새벽이도 인사드려야지. 그러니까, 아빠 친구야.”

“안뇽하세요.”

“안녕. 재성, 그럼 내일 보자.”

“그래, 고생했어.”


그렇게 라커룸의 문을 급하게 열고 들어온 천즈셩.

즈셩 숨을 크게 들이마셔 표정을 감춘 뒤, 어딘가로 영상 통화를 걸었다.


“웨이린, 쑤엉!”

― 아빠!

― 우리 아빠 최고!

― 즈셩. 첫 승 축하해.


함께할 수 없는 가족이었다.

즈셩은 허벅지를 꼬집어, 복도에서부터 올라오던 감정을 컨트롤했고, 웃으면서 영상 통화를 마무리해 갈 때였다.


― 아빠.

“왜 웨이린.”

― 친구 많이 만들어.

― 맞아.

“샤오. 이게 다 무슨 소리야.”


큰딸 천웨이린이 뜬금없이 그런 말을 해 왔고, 즈셩은 아내 리샤오에게 물었다.


― 사실, 전부터 애들이 기사나 영상에 나온 당신 표정 보고 많이 걱정하더라고. 아빠 많이 외로워 보인다고. 아빠 한국 친구 많이 사귀어야 한다고. 얘들아. 아빠 한국 친구 많아. 그렇지 즈셩?

“응. 아빠 친구 많아.”

― 거짓말. 여기 있을 땐 아빠 행복해 보였어.

― 맞아 맞아.


아이들은 속일 수 없다고 했나.

즈셩이 딸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난감하던 찰나, 누군가 통화 화면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딸들이야? 인사해도 되지?”

“재성.”

“하오, 하오. 안녕 얘들아.”

― 어? 마지막에 나와서 마술 부리던 아빠 팀 선수다. 친구야?

― 친구야?

“뭐라고 하는지 좀 전해 줘.”

“어. 애들이 아빠 친구냐고 묻네.”

“그래, 친구가 너희 말로 뭐지? 펑요 펑요!”

― 봐, 웨이린 쑤엉. 아빠 한국 친구 많다고 했지?

― 응!

― 다행이야.

― 우리 아빠 잘 부탁해요라고 하자.

― 잘 부탁해요.

― 부탁해요―

― 저도 잘 부탁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즈셩 한국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또 연락하자. 웨이린 쑤엉, 엄마 말 잘 듣고.”

― 응 아빠도.

― 내일 또 연락해.


전화를 급하게 끊는 즈셩.

재성은 아무 말 없이 짐을 챙겨 얼른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누구보다 자존심 강한 천즈셩이, 자신의 무너지는 얼굴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천즈셩은 오래도록 빈 라커룸을 지켰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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