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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줘제발좀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아빠는 천재 커브볼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성연(誠衍)
작품등록일 :
2024.08.05 21:51
최근연재일 :
2024.09.06 16: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9,336
추천수 :
892
글자수 :
164,780

작성
24.08.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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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16쪽

커브의 스승(1)

DUMMY

4. 커브의 스승(1)




다음 날.

나는 이진호 코치에게 투수 전향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내 대답을 들은 이진호는 세상에서 가장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나만 믿어라 재성아! 세상을 놀라게 해 주자고!”


참, 저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듣고 있으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도 저 자신감 덕에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이왕 결심한 거 열심히 해 보자고.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며 라커룸으로 들어왔는데.


“좋은 아침입니다. 윤재성 선수.”

“안녕하세요 단장님.”


이른 아침부터 박동근 단장이 라커룸에 찾아왔다.


그냥 오랜만에 선수들 얼굴이나 볼 차 들렀으면.

찾는 사람이 내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좋지 않은 예감은 항상 들어맞는다.


“재성 씨. 나랑 단장실로 갑시다.”

“예?”

“뭘 놀라? 나랑 커피 한잔 하자고.”


윤재성이라면 언제까지고 부활을 기다려 주겠다고 안심시켜 줬던 단장님이지만.

좀처럼 나오지 않는 성적.

복귀 이후 입스로 잠수를 타 버린 세 시즌.


단장님과 나는 명문대를 바라는 부모님과 전교 꼴찌만 하는 자식 같은 관계다.

그만큼 단장님과의 독대는 항상 불안한 마음을 갖고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아침부터 단장실로 끌려간 나.

단장님이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한 모금 넘기자, 단장님은 기다렸다는 듯 물어왔다.


“어때요?”


‘맛있지?’, ‘맛있다고 대답해’라는 표정이다.


커피 향이 좋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믹스 커피에 단련된 입맛이라 그런지, 쓴 커피는 그냥 보약 마시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이라는 게 항상 정직해선 안 되는 거더라고.


“음―, 향도 좋고 맛있네요. 이런 커피 처음 마셔 봅니다.”


내 대답을 들은 단장님은 흡족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윤재성이라면 알아줄 것 같았다니까. 이게 말이에요. 콜롬비아에서도···”


단장님은 자신이 탄 커피에 대해 거창하게 설명했다.

원두의 기원부터 로스팅 방법까지.

솔직히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와―, 커피 한잔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네요.”


부상까지 7년이나 몸담았던 드래곤즈.

나는 이것이 둘러둘러 본론을 말하는 단장님의 화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서론이 길어진다는 건, 안 좋은 본론을 꺼낸다는 의미라는 것도.


그렇게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을까?


“입스는 어때요? 아직도 공이 무서워요?”


드디어 단장님이 본론을 꺼낸다.

예상대로 시작이 불길하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죄송할 게 뭐 있어요. 가장 답답한 건 본인일 텐데.”


그게 뭔지는 몰라도 그 불길한 말이 단장님의 입에서 나오기 전에 선수를 쳐야겠다 생각했다.


원래라면 시즌이 끝나는 내일, 모두에게 말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지.


“그래서 내년에는 투수로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투수, 요?”


내 말을 들은 단장님이 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눈을 몇 번 끔벅인 뒤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

“···아. 농담이 아니군요? 미안해요.”

“저는 진심입니다.”


박 단장 역시 노련한 장사꾼.

1초도 안 돼서 얼굴에 웃음기를 쏙 뺀 뒤, 고개를 끄덕였다.


“재성 선수 마음은 잘 알아요. 투수라도 도전해서 프로에 남고 싶은 거잖아.”

“맞습니다.”


내 대답을 들은 단장님이 손깍지를 끼더니, 얼굴을 내밀었다.


“쓰읍,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한번 들어 볼래요?”


* * *


144경기 중 143번째 경기.

단 2경기만을 남겨 둔 2048시즌.


3위냐 4위냐.

남은 두 경기에 포스트시즌 시작이 달라지는 대구 라이온즈와, 7위가 확정된 서울 드래곤즈의 매치.


대구 라이온즈가 악착같이 이기려고 전력으로 달려들었지만.

순위가 확정된 드래곤즈 선수들의 마음이 편한 탓일까?


7회가 끝났을 때 스코어는 16 대 14.

오히려 난타전에서 라이온즈가 2점 차로 밀리고 있었다.


라이온즈는 여덟.

드래곤즈는 일곱.

양 팀 모두 투수 소모도 많은 상황.


드래곤즈 감독 송하준이 이진호 투수 코치에게 말했다.


“라이온즈 새끼들. 전력으로 나올 생각이군,”

“저긴 2승을 해야 3위니까요. 감독님, 저희는 어떻게 할까요?”


세기 말.

순위와는 상관없는 드래곤즈 감독은 라이온즈에 고춧가루라도 뿌리고 싶었지만, 드래곤즈는 최근 경기에서 연장전과 난타전 등, 투수 소모가 엄청나게 많았다.


“수범이랑 범재는 어제 던졌고, 희승이 어깨는?”

“던질 수는 있답니다.”

“음, 이 코치 생각은 어때?”

“시즌 말인데 부상은 피하는 게 좋죠. 내일 경기도 있고요.”

“같은 생각이야. 무리하다 욕만 먹지.”


한참 더그아웃이 바쁠 시각.

오늘도 벤치만 달구고 있던 윤재성은, 아침에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쓰읍,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한번 들어 볼래요?


윤재성은 고개를 끄덕였고 박 단장은 커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며 말했다.


―선수 재능 살려서 코치 한번 해 봐요. 재성 선수 커리어도 있고 우리가 은퇴식도 성대하게 해 줄게. 투수까지 도전 안 해도 이만큼 했으면 팬들도 알아줄 거야.


박 단장은 생각할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윤재성의 눈은 자연스럽게 연봉이 적힌 곳으로 향했고, 거기에는 확실히 적지 않은 금액이 적혀 있었다.

거의 최저 연봉까지 깎인 윤재성의 연봉을 생각한다면 군침이 도는 연봉.

이진호의 제안이 없었더라면 덥석 물었을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윤재성은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하지 못했다.


“야수 중에 공 던질 사람? 1이닝만 던져 주면 된다.”


박 단장의 제안을 받으면 새벽이를 키우는 것도, 아내의 복학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새벽이와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지구에서 가장 멋진 야구 선수가 될게.


한 가정의 가장 윤재성은 바로 어제 그런 약속을 해 버렸다.


아내의 꿈과 멋진 아빠가 되겠다는 꿈.

그것은 모든 것을 건 남자의 약속이자, 윤재성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그래서 시험해 보고 싶었다.

이진호 말대로 윤재성이 그렇게 좋은 커브를 가지고 있다면, 그런 재능이 정말로 있는지.


‘내 손으로 확인해 보자.’


윤재성은 3시간 넘게 데운 벤치를 박차고 일어나 대답했다.


“코치님. 제가 던지겠습니다.”


* * *


끼익―.

불펜 문이 열린다.

비장한 표정으로 윤재성이 달려 나온다.


―9회 말! 우리 서울 드래곤즈의 투수 교체가 있겠습니다―! 드래곤즈의 9회를 맡을 선수는요―! 윤! 재! 성!


와아아아―!

윤재성 이름 석 자에 환호한 건 홈팬이 아닌 3위 경쟁 중인 라이온즈의 원정 팬들.

라이온즈 감독 역시 윤재성의 등장에 혀를 찼다.


“하! 윤재성이 투수?”

“뭐 저희한테는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렇지. 너네! 오늘 못 이기면 각오해.”


윤재성의 등장에 어수선한 건 잠실 야구장뿐만이 아니었다.


[대구 라이온즈 15 : 16 서울 드래곤즈]

―9회 초, 서울 드래곤즈의 투수 교체.

―투수 윤재성.

└?

└???

└아;; ㅈ같네 드래곤즈 ㅅㄲ들. ㅅㅂ 이기고 있는데 야수를 내? 이거 패작 아님?

└?

└ㅋㅋㅋㅋㅋㅋㅋㅌㅌㅋㅋ 윤재성 씹ㅋㅋ

└데빌즈는 잊지 않을 것입니다.

└?

└사랑해 드래곤즈 ㅋㅋㅋ

└밥상 차려 줬다? 못 떠 먹으면 걍 나가 죽어라 ㅋ

└ㅅㅂ 존나 화나네 이제부터 데빌즈 주적은 드래곤즈 ㅇㅈ?

└태양이가 통장에 얼마 넣었냐? ㅅㅂ KBO 눈 있으면 똑바로 조사해라

└ㅁㅊ 숨어 있던 데빌즈 ㅅㄲ들 다 일어났네 ㅋㅋ 최근 일주일 드래곤즈 투수 사용한 거나 보고 오셈 ㅋ

└우린 7위 확정인데? 꼬우면 자력으로 3위 하지 그랬냐 ㅋ

└ㅇㅈ ㅋㅋ

└재성이 올만 ㅋㅋ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함 해보자 ㅅㅂ


중계방송을 보던 팬들도.


“아빠다! 아빠!”

“새벽아. 아빠 나왔어?”


저녁을 준비하던 장원영은 반가운 소식에 가스 불부터 껐다.


“응! 아빠가 공 던져! 아빠 선수 던집미닷!”

“뭐?”


어딘가 이상한 새벽이의 말에 버선발로 달려 나온 장원영.


―9회 초 라이온즈의 공격. 점수는 16 대 15. 라이온즈가 한 점 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팀의 클로저가 활약할 시간. 드래곤즈가 선택한 마무리는요! 놀라지 마십시오! 윤재성 선수입니다!


“여보?”


9회 투수로 등판한 윤재성을,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 * *


―윤! 재! 성!


불펜의 문을 열고 나오자 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편하게 던져라! 편하게!”

“집 주소 불러 윤재성! 라이온즈가 3위 하면 소고기···”

“에이 시발. 오늘 포기했네.”


투수 윤재성에게 거는 기대감은 1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맞는 건 당연하다 재성아. 부담 갖지 말고 던져.”

“형님, 우리만 믿고 던져요. 다 잡아 줄라니까.”

“잘 맞은 공이 플라이볼 확률도 높은 거 알지? 그냥 생각하지 말고 존만 보고 꽂아.”


이해는 한다.

전문 투수도 아닌 내가, 타격만 죽어라 연습해 경쟁하고 있는 프로.

더해 가을을 유리하게 시작하려면 어떻게든 오늘 경기를 이겨야 하는 라이온즈.

그런 팀을 상대로 1이닝을 버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


좋게 좋게 생각하자고.

동료들의 표정을 보니 마지막 이닝, 그리고 접전의 긴장감에서 나오는 실책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들 승부에 대한 무게감이 적어서인지 표정만큼은 가벼워 보이거든.


단 한 사람만 빼고.

아까부터 어울리지 않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던 이진호 코치.

선수들이 한마디씩을 끝내자 이 코치는 내 글러브에 공을 욱여넣으며 말했다.


“재성아. 보여 주자.”

“예.”


그리고 코치님의 얼굴에서 집에서 경기를 시청하고 있을 아내와 딸 아이의 표정이 오버랩됐다.


―아빠!

―자기야···


세 사람의 기대와 걱정.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갑작스레 일을 벌인 만큼 그들의 걱정과 기대, 그 이상을 해 보이겠다 마음먹었다.


포수 한수훈이 마지막까지 마운드에 남아 사인을 확인했다.

마지막까지 내 맨탈을 캐어하던 수훈이가 갑자기 그런 말을 했다.


“이것도 흔치 않은 기횐데 리드도 형님이 하실래요?”

“좋아. 리드도 내가 할게.”


안 그래도 리드 내가 해도 되나, 물어보려 타이밍을 잡고 있었는데.

포수에게 민감할 수 있는 리드권도 쉽게 가져온 거 보면, 오늘 하늘도 내 편이리라.


뻑!

나는 연습 투구를 하는 동안, 라이온즈 타선을 어떻게 상대할지 생각했다.

타격 8관왕 윤재성이, 타석에서 본인과 투수를 ‘분석’했던 것처럼 말이다.


9회 라이온즈의 타순은 8, 9, 1.

순번만 보면 좋아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8번 김영태는 상성인 좌타자인 데다 7회 대타로 나와 안타를 쳤고.

9번 한동태는 같은 손 타자지만 오늘 6타석에서 4안타 3타점을 치며 활약했다.

오늘 빗맞은 안타만 2개지만, 언제나 중요할 때 해주는 1번 타자 강석형까지.

하위 타선이지만, 오늘 활약들을 보면 쉬운 상대들이 아니다.


내가 마운드에서 기댈 수 있는 건, 나 윤재성이란 투수가 어떤 공을 가졌는지 라이온즈엔 정보가 없다는 점.

그리고 이 코치가 무조건 통한다고 자신했던 커브, 이 두 가지.

나는 내게 웃어 주는 두 가지 이점을 최대한 살려, 마운드를 지배해 볼 생각이다.


“재성아. 살살 하자.”


내 마지막 연습 투구를 지켜본 8번 김영태가 씩 웃으며 타석에 섰다.


들뜬 어깨.

대충 모양만 만든 다리와 가볍게 쥔 방망이.

방심이 가득 낀 미소까지.


프로에서도 흔히 있다.

상대 선수와 상성이 좋다거나.

깡깡 언 신인이 마운드에 올라왔다거나.

폼이 좋지 않은 투수를 상대할 때.

상대하기 전부터 자만하고 얕잡아보는 타자들이 말이다.


이건 영장목 사람과 포유류에 속한 인간이라는 짐승의 본능.

자신도 모르게 약자에게 방심하고 자만하게 되는 거지.


아마, 김영태를 방심하게 만든 건 내가 야수라는 점.

그리고 마운드 적응을 위해 던졌던 스피드 120km/h대의 연습투구였겠지.


그러니까.


‘몸쪽 빠른 볼.’


내 빠른 볼 구속을 120km/h대로 착각하고 있을 김영태는.


뻐어억―!


[143km/h]


20km/h를 상회하는 빠른 볼 스피드를 보고 꼼짝할 수 없게 되는 거다.


“어? 어 어? 씨발?”


내 생각대로 방심하고 있던 김영태는, 맛있는 리액션으로 짜릿함에 조미료를 뿌렸다.


“스트라이잌―!”


그리고 김영태만큼이나 기대하지 않았을 팬들.

그리고 기대하지 않은 만큼, 뽕은 극한으로 차는 법이다.

프로에서 143km/h는 강속구가 아니지만, 야수인 윤재성의 팔에서 나온 143km/h는.


와아아아―!

마치 신인 투수가 초구로 160km/h를 던진 느낌이겠지.

잠실 야구장이 우수수 무너질 것 같은 굉음의 함성은, 타격 8관왕 윤재성이 끝내기를 쳤을 때와 비슷한 함성이었다.


아아, 오랜만이네. 이 짜릿한 느낌.

마치 전성기 때로 돌아간 기분이다.


* * *


140이 넘는 빠른 스피드.

스피드에 뒤처지지 않은 구위.


타자 김영태는 2구가 시작됐을 때도, 그 바보 같은 표정을 다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생각했던 것 이상의 이상으로 윤재성의 초구에 충격을 먹었다.


그런 김영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2구를 전력으로 패대기치는 윤재성.

다시 한번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스피드가 전광판에 찍혔다.


뻐어억―!


―다시 한번 빠른 볼에 꼼짝 못 하는 김영태! 스피드는 백―! 사십칠―! 147km/h가 전광판에 찍혔습니다!

―와··· 투수 못지않은 스피드에 제구까지 되고 있어요.


초구보다 4km/h나 빠른 공에 김영태는 마른 침을 삼켜야 했다.


‘시발. 타자 맞아?’


김영태는 자신의 손으로 허벅지를 때리며 혼미한 정신을 바로잡았다.


‘전력으로 던진 공이 147km/h. 못 칠 스피드도 아니고 전력 투구라 영점도 많이 흔들려. 정신만 차리면 쉬운 공이다 영태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변화구가 있었지만, 김영태는 윤재성의 변화구를 높게 사 봤자 패스트볼 같은 느낌이리라 생각하며 자세를 잡았다.


투 낫씽의 불리한 카운트.


‘다음에는 무조건 친다.’


자신 있게 3구를 기다리는 김영태.


―카운트는 투 낫씽! 투수 윤재성이 김영태를 몰아넣습니다. 과연 윤재성이 김영태를 잡을 수 있을지?


윤재성이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였다.


―제3구!


힘차게 무릎을 드는 윤재성.

윤재성은 스트라이드와 동시에 공을 빠르게 뽑아 들었고.

1시 반에서 8시 방향으로 팔을 강하게 휘저었다.


타자의 머리 높이까지 솟은 공이 포물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김영태의 눈에, 그 종 각의 변화구는 스트라이크 존 복판으로 떨어지는 실투처럼 보였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방망이를 무자비하게 돌리는 김영태.


‘제대로 맞았다!’라고 자신하던 그때.


훽―!


공이 온몸을 비틀며 수직하강을 시작하는 게 아닌가.

마치 홈플레이트에 블랙홀이라도 나타난 듯, 스트라이크 존을 누비던 공이 갑자기 바닥으로 훅하고 꺼져 버렸다.


김영태가 손목을 비틀어 어떻게든 공을 따라가 보려 했지만.


붕!


공은 유유히 배트 밑으로 사라져 버렸다.


―와! 와― 와―! 삼진! 삼진―! 윤재성의 괴물 같은 118km/h 커브가 김영태를 돌려세웁니다! 여러분! 이 아름다운 궤적이 보이십니까? 타자의 가슴에서 발목까지 떨어지는 아름다운 커브! 마침 다시 나오네요. 다시 한번 보시죠.

―와하―! 유니폼 이름만 가리면 윤재성인 줄 아무도 모를 완벽한 커브였어요! 윤재성 선수, 투수 해도 되겠는데요?


카메라는 무리한 배트 컨트롤에 무릎을 꿇은 김영태와.


“스트라잇―크! 아웃!”


우뢰 같은 삼진 콜을 외치는 구심.


와아아아―!


괴성을 지르는 홈팬과, 놀란 양 팀 벤치 감독.

마지막으로 멋쩍은 웃음을 짓는 투수 윤재성을 보여 줬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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