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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줘제발좀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아빠는 천재 커브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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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誠衍)
작품등록일 :
2024.08.05 21:51
최근연재일 :
2024.09.06 16: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9,355
추천수 :
892
글자수 :
164,780

작성
24.08.22 08:41
조회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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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1쪽

윤재성식 슬라이더(3)

DUMMY

18. 윤재성식 슬라이더 (3)




라이벌 팀답게, 지난 시즌 두 팀은 판박이였다.

그럭저럭 평균은 해 줬던 선발 로테이션, 구장에 불을 지르던 방화 불펜, 맛이 없는 맹물 타선까지.


그러나 닮은 두 팀의 미래는 너무나도 달랐다.

윈나우만 외쳤던 드래곤즈와는 달리, 몇 시즌 전부터 신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버텨 왔던 부산 호크스는, 지난 후반기부터 리빌딩의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거든.


투수진에는 강지약 ― 한기봉, 24세 듀오가 실링을 터트리고 있었고.

타석에서는 올 시즌 FA로 데려온 3할 타자 박대봉이 합류하면서 만들어진, 이강해 ― 김운석 ― 박대봉의 ‘해운대’ 타선이 매섭다고 한다.

야구팬들은 부산 호크스의 투타 라인을 펀치 라인으로 만들었는데.


“강, 한, 해운대.”


범준이가 멍청한 표정으로 그 펀치 라인을 읊조렸다.


지금은 6회 초, 점수는 2대 0.

3회, 마르티네즈가 ‘강한’ 듀오의 강지약에게 뽑아낸 투런 홈런으로 드래곤즈가 2점 앞서고 있다.


그리고 6회에도 올라온 드래곤즈 선발 투수 천즈셩.

투 아웃, 카운트는 1볼 2스트라이크.


천즈셩이 다섯 번째 공을 던졌다.


쐐애액―!

부웅!


“스윙! 스트라이잌― 아웃!”


해운대의 운, 김운석이 발목 쪽에 바짝 붙는 포크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천즈셩의 성적은 6이닝 2피안타 1사사구 8K 무실점.

‘해운대’ 라인을 박살 낸 드래곤즈의 선발 천즈셩이 마운드를 내려온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범준이가 또 한마디 거들었다.


“약한 해운대. 킥킥.”


자신이 만든 펀치 라인이 만족스럽다는 듯 키득키득하던 범준이 녀석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우리도 하나 만들까?”

“뭘?”

“장범준으로 시작해서 윤재성으로 마무리하는 라인. 장윤, 재준, 재범, 범성? 아니면 장성?”


오, 그런 끔찍한 라인은 평생 탄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보다 못한 내가 한마디 했다.


“야. 필승조가 둘만 있다고 완성되냐.”

“그러게. 인성이 형님이 은퇴만 안 했어도 우리 라인에 낄 수 있었을 텐데. 범인성, 범투성, 범재인?”


어쨌든 마무리는 못 구하더라도 쓸 만한 계투진은 시즌 중에 데리고 와야 하는 건 사실이다.

아무리 선발이 이닝을 먹어 줘도 뒷문을 못 잠그면 작년 꼴이 날 테니까.


따아악―!


아.

생각하기 무섭게, 7회에 올라온 투수 진수환이 4번 박대봉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범준아. 몸 풀어라!”

“예.”

“그리고 재성아.”


휴, 다행이다.

마나님에게 변명은 안 해도 될 것 같네.


“예! 코치님!”

“일단 몸만 풀어 둬.”

“예?”

“감독님이 위기 없이 흘러가면 윤재성은 쉬게 하라신다.”


내 마음을 알 리 없는 범준이가 코를 쓱 닦으며 말했다.


“걱정 마라 재성아. 네 손에 로진백 안 묻히게 해 줄게.”

“그래. 너만 믿는다 범준아.”


가슴 철렁했는데, 얘 때문에 힘이 난다.

그래, 작년 드래곤즈 불펜진 한번 믿어 보자.

위기 한 번은 오겠지.


* * *


“아웃!”


7회, 박대봉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드래곤즈 마운드는 이후에 단타 하나를 더 허용했지만, 무난하게 쓰리 아웃을 만들어 냈다.


“준비해라 범준아. 8회부터 너니까. 감독님이 9회까지 던지게 할 거라네.”


2군과 육성 선수조까지 합류한 시범 경기 주.

비키는 탄광에 묻힌 다이아몬드를 기대했지만, 이렇게 불모지인 2군 뎁스는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투수도 예외는 아니었고, 불펜에서 그나마 희망인 장범준이 2이닝을 소화할 수 있나 테스트를 해 볼 생각이었다.

장범준이 2이닝을 막아 줄 능력이 검증만 된다면, 빡빡한 불펜 운용에 오아시스 역할을 해줄 테니까.


― 장범준의 두 번째 공! 낮은 공을 쳤습니다! 2루수 정면! 구승재가 2루수 땅볼로 물러납니다. 이렇게 8회 종료! 드래곤즈 불펜이 승리를 지켜내고 있습니다.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ㅠㅠㅠㅠㅠ

└ 범준이 작년보다 더 안정적인 것 같은데?

└ 응. 시범 경기 때 만루 ㅋㅋ

└ 우리 드쪽이 불펜. 개막해서도 이 정도만 해주라.

└ 아직 1이닝 남았다. 방심 ㄴㄴ


두 개의 그라운드볼과 하나의 플라이볼.

우타자에게는 바깥으로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로, 좌타자에게는 서클 체인지업을 제대로 활용하며 편안하게 이닝을 끝냈다.


“아, 안 돼!”


호투한 장범준을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재성.

거짓말을 하면 얼굴에 티가 나는 재성은 이미 체념하고 있었다.


그렇게 9회가 됐고.


― 시작하자마자 중견수 정면으로 날아가는 공. 장범준 선수가 9회에도 올라오자마자 아웃 카운트를 만들어 냅니다.


8회처럼,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평온하게 잡아낸 낸 장범준.


― 쳤습니다. 3루 강습 타구! 어―! 베이스를 맞고 튑니다. 공은 외야 파울 라인으로! 주자는 2루까지 들어옵니다! 호크스의 행운의 안타!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 하하. 시범 경기라도 라이벌은 라이벌인가요? 끝까지 재밌네요.


그런데, 아웃 카운트를 2개 남겨놓고 빗맞은 안타를 맞더니.


“볼! 베이스 온 볼스!”


급격하게 제구가 흔들리며 1루를 채우고 말았다.


Rrrrrrr―!

동시에 불펜 수화기가 시끄럽게 울었고.


“재성아. 2개 남았다.”

“예.”


전화를 받은 코치가 재성의 출전을 알렸다.


* * *


와아―!

불펜 문을 열고 나오자, 시범 경기를 찾아준 팬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어게인 2043. 기대하고 있다!”

“보여줘 윤재성! 너의 미라클을!”

“윤재성 삼진! 윤재성 삼진!”


시범 경기라 그렇게 웅장하진 않았지만, 내게 기대하는 팬들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다.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하다 성.”

“고맙다.”

“뭐?”

“고생했다고. 내가 막아 볼게.”

“그래.”


범준이는 청춘 로맨스에 나오는 비운의 조연 대사를 남기고는 씁쓸하게 벤치로 향했다.


지난 시즌도 그렇고 그렇게 멘탈이 약한 친구는 아니었는데.

캠프 때도 그렇고 주자만 나가면 흠.

이유가 뭘까?


어쨌든 마지막 이닝이다.

역전 안 당하게 잘 마무리해 보자고.


벤치도 이길 생각인지, 포수를 이호령으로 교체했다.


“잘 들어 짜이성. 슬라이더 사인이 첫 번째에 나오면 거절하지 마. 무조건 슬라이더를 던지는 거야. 나머지는 네가 리드해도 좋아.”

“알겠습니다 형님.”


그러니까 형님의 말뜻은 이랬다.

슬라이더 던지는 타이밍은 내가 잡아 주겠다.

그러니 커브와 빠른 볼을 어떻게 쓸지 생각해라.

최근 투 피치에 고민이 많았던 나였고, 그걸 이호령식으로 풀어 주려 한 거겠지.


실제로 그 말 한마디에 꽤 마음이 놓였다.

이게 포수의 멘탈 케어구나 와닿기도 했고.


그러나 이어지는 타선도 만만치 않다.

해운대의 해, 2번 타자 이강해가 타석에 섰다.


2루수 이강해는, 부산 호크스가 키운 성골 유망주인만큼 보고서도 꽤 상세했다.

172cm의 작은 키와 작은 몸집에도 지난 시즌 홈런이 13개가 있는 중거리 타자.

중거리 타자답게 지난 시즌 2루타가 많았고, 발이 빨라 3루타도 8개(리그 2위)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번개 같은 배팅 스피드 덕분이었는데, 온몸을 사용한 역동적인 스윙에도 배트 중앙에 꽤 잘 맞혔다.


그러나 온몸을 사용하는 전력 스윙(?) 때문인지 타이밍에 많이 약했는데, 완급조절을 잘하는 투수를 만나면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렇게 말이다.


“스트라이잌― 아웃!”


빠른 볼 ― 커브 ― 빠른 볼 ― 슬로 커브.

마지막 85km/h 슬로 커브에 이강해의 방망이가 정신 못 차리고 허공을 갈랐다.


“나이스 커브.”

“하나 남았다. 재성아.”


투 아웃.

야수들의 말대로 이제 하나 남았다.


* * *


“참아 보지. 쓰리 볼만 만들었으면 유리했잖아.”

“야 쓰리 볼이 쉽냐. 말대로 됐으면 10할 쳤겠지.”


김운석의 볼멘소리에 이강해가 얼굴을 찌푸렸다.

경기 전 미팅에서 드래곤즈 주요 투수 천즈셩과 윤재성의 공략법을 준비했던 호크스 코치들.

물론 천즈셩의 투심 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자는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윤재성의 작전은 집중만 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천즈셩에 대한 작전이 하나의 ‘노림수’ 작전이었다면, 윤재성에 대한 작전에는 논리가 있었거든.


그 작전은 호크스의 분석팀이 먼저 제안한 걸로, 서울 드래곤즈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연습 경기에서 착안했다.

이스마 토요를 상대하던 윤재성이 풀 카운트가 되고부터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던 것부터, 풀 카운트에서 노린 빠른 볼이 담장까지 붙었다는 것까지.

호크스 분석팀이 생각해 보니 윤재성의 레퍼토리는 풀 카운트에서 다른 투수들보다 더 난감할 수밖에 없는 레퍼토리였고, 어떻게든 쓰리 볼만 만들면 이길 가능성이 대폭 상승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아니, 카운트만 유리하게 가져가도 카운트를 잡아야 하는 윤재성은 빠른 볼을 선택할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오늘 호크스의 작전은 윤재성이 불리한 카운트에 놓이면 무조건 히트, 빠른 볼을 노리자였고, 카운트가 불리해지면 어떻게든 풀 카운트로 몰아 빠른 볼을 유도해 내는 거였다.


탓!


“파울!”


투 볼 원 스트라이크에서 작전대로 빠른 볼을 노렸던 김운석.

그러나 호크스 배터리는 142km/h까지 빠른 볼의 스피드를 줄이며 김운석의 배팅 타이밍을 빼앗았다.


‘뭐야 슬라이더였잖아. 어쩐지 마지막 각이 조금 다르더라니.’


투 볼 투 스트라이크.

공 4개를 본 김운석은, 솔직히 윤재성이 커브를 던지면 공을 고를 자신이 없었다.


애초에 홈플레이트 앞에서 먹이를 발견한 매처럼 수직하강 하는 미친 커브를, 첫 타석부터 잘 맞히고 골라내는 게 더 비상식적인 일이었다.


‘돌아가면 사과할게 강해야. 네 마음 알겠다.’


커브만 아니길 빌던 그때.

윤재성의 손에서 커브가 빠지는 게 보였고, 김운석은 운에 맡기기로 했다.


커브가 존을 횡단하며 무릎 높이까지 떨어졌고.


“볼!”


쓰리 볼 투 스트라이크, 풀 카운트가 됐다.

뒤돌아선 김운석이 선홍빛 잇몸을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됐다.”


* * *


요미우리 경기에서 딜레마를 느꼈던 쓰리 투 풀 카운트.

김운석의 표정을 보니 이겼다는 표정이다.

앞선 이강해를 상대하면서도 느꼈지만, 풀 카운트만 가면 안 진다는 마인드인 것 같다.


나는 프로고 이런 약점을 지워야 한다.

새벽이처럼 울고 떼쓴다고 상대 타자가 삼진을 당해 주진 않을 거니까.


‘슬라이더.’


마침 형님이 첫 번째 사인으로 슬라이더를 낸다.


느껴진다.

이 손에서 만들어질 비실대는 슬라이더가 빠른 볼을 노리는 김운석의 방망이를 맞고 커팅이 되거나, 운이 나쁘면 앞에서 걸려 장타가 될 것 같다는 게.

물론 범타가 될 확률도 높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달라지지 않는 슬라이더를 생각하니 확 짜증이 인다.

커브는 이렇게 잘 던지는데 왜?


나는 슬라이더 그립을 잡은 글러브 안을 한참을 바라봤다.


···


“음.”


그리고 사람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면 이상해진다더니.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커브처럼, 던져 볼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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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청백전(2) 24.08.16 1,663 25 12쪽
12 청백전(1) +1 24.08.15 1,692 25 12쪽
11 스프링 캠프(3) +2 24.08.14 1,807 26 12쪽
10 스프링 캠프(2) +1 24.08.13 1,910 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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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시작(2) +1 24.08.11 2,003 32 10쪽
7 시작(1) +3 24.08.10 2,122 33 12쪽
6 커브의 피가 흐른다 +3 24.08.09 2,259 33 13쪽
5 커브의 스승(2) +4 24.08.08 2,358 39 16쪽
4 커브의 스승(1) +3 24.08.07 2,387 43 16쪽
3 투수 한번 해 볼래?(2) +5 24.08.06 2,526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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