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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줘제발좀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아빠는 천재 커브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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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誠衍)
작품등록일 :
2024.08.05 21:51
최근연재일 :
2024.09.06 16: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9,358
추천수 :
892
글자수 :
164,780

작성
24.08.15 09:51
조회
1,692
추천
25
글자
12쪽

청백전(1)

DUMMY

12. 청백전 (1)




[이호령도 합류.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게 첫 번째 목표.’]

[럭키 비키 감독, ‘내 눈은 틀리지 않아. 투수 윤재성 기대 이상의 성장세.’]

└ ㅋㅋㅋ 이거 저번에 인터뷰 쪽팔려서 한 말이다 ㅇㅈ?

└ 감독이 아니라 개그맨인데? ㅋㅋ

└ 뭐, 워낙 재능 있는 친구니까

└ 자기 전에 비키련 인터뷰 한 번 더 보고 자야지 ㅋ


[투수로 전향한 윤재성. ‘작년보다 두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기대해도 좋아.’]

└ 오. 몸은 두 단계 업그레이드된 듯?

└ ㄹㅇ··· 투수가 아니라 보디빌더 준비한 듯? ㅋㅋㅋ

└ 윤재성 154km/h 던진다는 찌라시 기사 돌던데 ㅋㅋ 사실인가?

└ ㅋㅋ 사실이겠냐? 150은 재능+노력의 영역임 ㅋㅋ

└ 윤재성 재능이면 ㄱㄴ하지 않음 ㅋㅋ

└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반년 만에 안 된다고 이 야알못들아ㅡㅡ

└ 오늘 보면 알겠지 ㅋㅋㅋ

└ 어디서 뛰려나?

└ 작년 수준이면 불펜따리 ㅇㅈ?

└ ㅇㅈ ㅋㅋ

└ 코브나 열심히 던지자 재성아.


[드래곤즈 TV! 서울 드래곤즈, 자체 청백전 방송한다. 14시 예정.]


* * *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그래 안녕.”

“형님, 오셨습니까?”

“어. 잘 지냈냐?”


드래곤즈 자체 청백전이 있던 날 아침.

안방마님 이호령이 캠프에 합류했다.


이호령은 드래곤즈의 살아 있는 역사다.

드래프트로 서울 드래곤즈 유니폼을 입고 23년.

어디에도 가지 않고 잠실 야구장 홈플레이트를 지켰다.

팬들도 야구인들도 그의 의리와 낭만을 인정한다.

그 정도로 남자 이호령은 드래곤즈를 사랑했었다.


근데 왜 과거형이냐고?

누구를 사랑하든 짝사랑만 23년을 하면, 감정이 식기 마련이다.

이호령의 꿈은 드래곤즈의 우승이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정확히 언제부터 사랑이 식기 시작했냐면.

2043시즌, 우승권 전력으로 플레이오프 탈락의 고배를 마신 순간부터였다.

팀 주력이 부상과 FA로 공중분해되고, 이호령의 건강에도 노란불이 켜지자, 이제는 놓아주자 체념한 것.


“호령이 왔냐?”

“승곤이 형님.”

“감독님은 뵀고?”

“막 뵙고 왔습니다. 한 포스 하시던데요.”

“오늘 청백전은 뛰냐?”

“빼 달라고 했죠.”

“허허, 말년 병장이네.”


마흔셋의 이호령은 은퇴를 준비 중이다.

그의 마지막 목표는, 그의 노하우와 기술을 팀 포수에게 전수하고 드래곤즈를 떠나는 것.


“재호는요?”

“지금쯤이면 불펜에 있을걸?”


사실 그 제자를 뽑는 데에도 오래 걸렸다.

드래곤즈의 포수란 놈들은, 마스크만 썼을 뿐 재능도 열정도 꽝이었거든.

이호령은 그나마 열정은 있는 박재호를 제자 삼기로 했다.


그렇게 박재호에게 제자 통보를 하러 불펜으로 가는 길.


뻐억―!


“오― 소리 좋은데?”


불펜에서 기분 좋은 소리가 들려왔다.


뻐어억―!


가까워질수록 더 맛있는 소리를 내는 미트.

호령은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둔 사람처럼 군침을 삼켰다.


“우리 투수 중에, 저런 소리를 낼 수 있는 놈이 있었나?”


얼마 지나지 않아 호령이 불펜에 도착했고, 맛있는 소리를 내던 투수의 등이 보였다.

바람막이를 입고 열을 올리는 중이라 이름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투수는 팀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태평양 어깨와 등을 뽐내고 있었다.


‘아. 쟤가 대만에서 온 천즈셩인가 걘가 보네.’


호기심이 생긴 호령은 조용히 천즈셩의 피칭을 지켜보기로 했다.


곧 천즈셩이 다리를 들었고, 글러브에서 힘차게 공을 뽑았다.


‘그립은 포심 패스트볼.’

‘와인드업을 생략한 자세고.’

‘깔끔해. 기본기에 충실한 메커니즘이야.’

‘타점 높은 쓰리 쿼터. 공은?’


쐐애액―!

뻐어어억―!


투수의 손을 빠져나간 공은 탄환처럼 날아가 박재호의 미트를 찰지게 때렸다.


‘와. 150 넘겠는데?’


스피드뿐만이 아니었다.

아까부터 들려오던 강렬한 미트 소리와 심상치 않은 볼 끝.

천즈셩이 던진 포심 패스트볼은 속도 이상의 구위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이래 봬도 27년 차 포수 이호령.

패스트볼 하나만 봐도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할 수 있는 장인이다.


‘희성이 이후에 처음인가? 이 느낌 오랜만인데?’


4년 전, 메이저리그로 떠난 에이스 이희성.

천즈셩의 공에서 에이스들만이 풍기는 고약한 향기가 났다.

얼마나 고약했으면 이호령이 가슴에 묻어 뒀던 우승의 꿈이, 잠깐 신기루로 나타났을 정도였다.


호령은 달콤한 신기루를 지우며 그 투수에게 다가갔다.


‘쑨시엉한테 배운 중국어 써먹을 기회가 왔군.’


머릿속으로 예행연습을 마친 호령은, 투수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니 하오.”


인사를 건네자 돌아보는 투수 천즈셩.

아니.


“형님?”

“에― 짜이성? 아니 재성아?!”


마운드에는 윤재성이 서 있었다.


* * *


“윤재성. 투수로 전향한다는 건 들었는데. 와, 너 속구 몇 찍냐?”

“평균 153km/h. 전력으로 던지면 2km/h 더 나옵니다.”

“와 씨, 참 돌아이급 재능이다 너도.”


서울 호랑이, 불호령, 이호통. 지금은 장로 드래곤.

모두 이호령을 부르는 수식어다.


― 야 이희성! 공 뭐냐? 마빡 한번 깨져 볼래?

― 야! 내야! 너희 집중 안 해?

― 우민용! 2연속 블론은 못 참는다! 나랑 시원하게 한판 붙고 싶으면 해 보든지!


별명처럼 참 열정적인 형이었는데.

내가 부상에서 돌아왔을 때, 그 이글 아이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변화구는?”

“제 경기 못 보셨어요?”

“인마, 형이 맨날 야구만 보고 사는 사람도 아니고.”


옛날에는 타 팀 경기까지 하이라이트로 다 챙겨 봤던 양반이 무슨.


“커브 던져요.”

“제일 많이 던지는 건?”

“커브요.”

“뭐? 세컨드 피치가 커브야? 세 번째는?”

“지금은 커브랑 슬로 커브로 나눠서 던지고 있어요. 슬라이더는 연습 중이고요.”

“너도 참 어려운 길 걷는다.”


사실 이 캠프에서 내가 가장 이호령의 합류를 바랐을 거다.

내 커브를 제대로 받아 줄 사람은 이호령밖에 없다고 판단했으니까.


옛날 같았으면 커브 한번 보자며, 얼른 던질 준비 하라고 성화였을 텐데.

야구 열정이 팍 식어 버린 형을 보고 있자니, 덩달아 내 기분도 식어 버렸다.


이호령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훈련 열심히 해라. 나도 준비하러 가야겠다.”

“무슨 준비요.”

“오후에 청백전 있다며. 준비 운동은 해야 할 거 아니냐.”


응?

아까 엔트리 보니까 이 형님 이름은 없던데?


* * *


“내가 Yun을 보고 드래곤즈행을 선택했다는 걸 들었을 거다. 그리고 Yun이 없는, 아니 Yun이 타자로 없는 너희는 물과 같다.”


청백전을 앞두고 감독은 우리를 두고 연설을 시작했다.

예시가 나라서, 좀 부끄럽긴 하다.


“아주 무색무취의 팀이지. 색깔도 없고 냄새도 없으니 7위, 솔직히 나는 7위도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통역사가 통역을 했고, 대부분의 선수는 시선을 땅 밑에 고정했다.


“그러나! 나는 우리 팀이 무색무취기에 실링이 아주 높다고 생각한다. 투명한 물만큼 색과 향을 잘 입힐 수 있는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무색무취기에 발전 가능성이 크다, 라.

동감이다. 그게 조직의 색깔이든 개개인의 색이든, 조금만 색이 짙어지면 팀은 그 색을 입게 될 거다.

문제는 좋은 색을 입는 것, 그게 드래곤즈의 과제 중 하나다.


“오늘 청백전이 있다. 나는 오늘 너희를 보고, 팀에 어떤 색을 입힐지 정하려고 한다. 최선을 다해라. 그리고 방향성을 내게 제시해라. 혹시 모르지. 실력은 부족해도 보여 준 색깔 덕에 주전을 차지하게 될지도.”


나는 봤다.

땅을 보고 있던 선수들의 눈에 열이 오르는걸.

주전보다 실력이 달리는 비주전 선수들이 특히 그랬다.


비키의 첫 연설대로 캠프에 모인 65명의 선수가 똑같은 출발 지점에 선 거다.


그리고 나는 청팀의 투수로 벤치에서 시작하게 됐다.


* * *


[Live) 서울 드래곤즈 자체 청백전!]

└ 오! 백팀 선발 즈셩이네 ㅋㅋ

└ 지셩요 ㅋㅋ

└ 위에 노잼 강퇴 좀요 ㅡㅡ

└ 뭐야 청팀은 재우가 아니라 패드로 쓰네 ㅋㅋ

└ ㄷㄱㄷㄱ 윤재성 청팀 ㄷㄷ

└ 투수 중엔 윤재성이랑 천즈셩이 젤 궁금하긴 해 ㅋㅋ

└ ㅇㅈ

└ 오 장로 드래곤도 청팀이네 ㅋㅋ

└ 오늘 합류했다더니 뛸 예정인가 봄 ㅋㅋ

└ 제발 다치지만 마라 호령아 ㅋ


* * *


청팀의 공격으로 청백전이 시작됐다.

백팀의 마운드를 맡은 건 천즈셩.


“스트라이잌― 아웃!”


백팀 선발 천즈셩이 청팀 유격수 백명재를 상대로 2구 151km/h 투심 패스트볼, 3구로 134km/h 포크볼을 떨어트려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올 시즌 드래곤즈의 1선발로 예견된 선수의 피칭다웠다.

빠른 볼은 어제보다 더 매서워졌고, 포크볼은 어제보다 더 예리하게 떨어진다.


“스트라이잌― 아웃!”


2회 마지막 아웃 카운트.

천즈셩은 캠프에서 역대급 감각을 보여 주고 있다던 우익수 황수철까지 5구 삼진으로 잡아냈고.

2이닝 1사사구 무실점의 언터처블한 모습을 보여 주며 할 일을 마쳤다.


2선발 경쟁을 하고 있는 청팀 선발 패드로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시즌 드래곤즈에서 가장 방망이가 매서웠던 알바노 마르티네스에게 2루타를 줬지만.

패드로 역시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순번 경쟁에 불을 지폈다.


두 투수가 던질 때만 해도 타선이 한없이 약해 보였는데.

그들이 내려가자마자 점수가 터지더니, 4회가 됐을 때 5 대 6으로 백팀이 한 점 앞서고 있었다.


“하던 대로만 해.”

“예, 코치님.”


난 청팀의 세 번째 투수로 나왔다.

그리고 벤치에서 마스크를 끼고 나온 건.


“형님?”


이호령이였다.


“윤재성 커브 한번 보자. 내 점수 박한 거 알지?”

“예 형님.”

“아까 보니까 마르티네스 잘 치더라.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돌리는 놈이니까 조심하고. 리드는 네가 해.”


기분 탓일까?

그의 마스크에서, 우승을 염원하던 이호령의 눈빛이 희미하게나마 느껴졌다.


나는 숨을 크게 마셨다.

타자는 거의 반년 만에 상대한다.


잘할 수 있을까?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통하지 않을까?


상대는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쳤던 알바노 마르티네스.

지난 시즌 가장 잘 쳤던 타자, 쉬운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 팀 타자였기에 정보는 많다.


이호령의 말대로 마르티네즈는 초구에 돌리는 걸 좋아한다.

게다가 바뀐 투수에게는 시원하게 하나 돌리고 보는 타입.

프론트라인 선발로 내정된 패드로가 마운드에 있을 때도 자신 있게 초구를 노렸는데, 그런 마르티네스가 윤재성에게 자신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된다.


호령이 형님이 커브 한번 보자고 성화시기도 하고.


그동안의 지루하고 고된 연습을 떠올리며 오른손에 담았다.

이 순간을 위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날을 갈았다.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고 갈 길도 멀지만, 6개월의 지옥을 담은 공은.


쐐애애액―!


적어도 노골적으로 공격해 오는 마르티네즈의 방망이 정도는 피해 카운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부웅―!

뻑―!


“스트라이이잌―!”


거구의 몸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내 117km/h 커브는 땅을 때리기 직전, 이호령의 미트에 기분 좋게 빨려 들어갔다.


역시 호령이 형님이다.

다른 포수였다면 뒤로 떨어트리거나 바운드시켜 잡았을 텐데.


음.

마르티네스가 방망이를 돌린 채로 오래도록 굳어 있다.

충격이 큰 모양인데.


그리고 그런 사람이 또 한 명 있다.

홈플레이트에 앉은 이호령도, 공을 받은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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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커브의 스승(1) +3 24.08.07 2,387 43 16쪽
3 투수 한번 해 볼래?(2) +5 24.08.06 2,526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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