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살려줘제발좀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아빠는 천재 커브볼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성연(誠衍)
작품등록일 :
2024.08.05 21:51
최근연재일 :
2024.09.06 16: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9,349
추천수 :
892
글자수 :
164,780

작성
24.09.02 11:15
조회
928
추천
27
글자
12쪽

야구 도사(2)

DUMMY

27. 야구 도사 (2)




5번 타자 이호령의 솔로 홈런으로 점수는 5 대 2.

3점 차로 벌렸지만, 드래곤즈 팬들은 안심할 수 없었다.


― 7회, 드래곤즈도 선발 천즈셩이 내려갔습니다. 5 대 2 점수는 3점 차, 과연 드래곤즈가 이 점수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 누구냐? 구성태? 최승태? 시우냐?

└ ㅅㅂ ㅋㅋㅋ 이름만 들었는데 이렇게 (안) 믿음직스러울 수가 ㅋㅋ

└ 드래곤즈 불펜 나왔다는 소식에 드래곤즈 불펜 불 지르는 속도로 달려왔습니다 ㅋㅋ

└ 그냥 장범준으로 1이닝 막고 윤재성 2이닝 쓰자니까?

└ 어휴; 입야구 좀;;

└ 남은 이닝이 더 불안하네 씹 ㅋㅋㅋ


― 드래곤즈의 두 번째 투수는요. 안시우 선수입니다. 지난 타이거스전에 나와서 0.2이닝 5실점, 4자책점을 기록하고 내려갔었는데요.

― 예, 체인지업이 장기인 선수죠. 지난해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8월부터 1군에 올라와서 한 달은 잘한 선수거든요. 잘 던질 땐 각이 큰 체인지업이 잘 떨어지는데, 안 되는 날을 보면 그 체인지업이 계속 존으로 떨어진단 말이죠?

└ 평자 54 ㅋㅋㅋㅋ ㅅㅂ···

└ 패드로도 그렇고 시우도 그렇고 왜 우리 투수들만 체인지업이 문제일까?

└ 다른 팀 가면 2군 따린데 드래곤즈라 1군 ㅇㅈ?

└ 시레기 체인지업 ㄹㅇ 토할 뻔 ㅋㅋ

└ 저렇게 맞을 거면 다른 결정구 배우는 게 낫지 않나?

└ ㄹㅇ 10점은 앞서야 보기 편할 듯? ㅋㅋㅋㅋㅋ


팬들도 불안한 선수를 벤치야 쓰고 싶겠냐마는, 어쨌든 최종 엔트리에 살아남은 선수들이었다.

팬들의 의견이 어쨌든, 현장에서 뛰는 코치진은 이 선수들로 나름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드래곤즈의 비키 감독은 호우를 쳐다봤다.


“호우.”

“예, 말씀하신 대로 불펜 대기시켰습니다 비키.”

“자네 픽 한번 믿어 보겠네.”

“예. 변치섭 스타일에는 시우가 승태보다 훨씬 더 잘 상대할 겁니다.”


5번 좌타자 변치섭을 상대로 좌투수 안시우와 최승태를 놓고 고민하던 드래곤즈는 이진호 수석 코치의 제안으로 안시우를 꺼냈다.


― 변치섭이 떨어지는 공을 받아쳤습니다! 유격수 강습 타구! 도연호가 정면으로 오는 직선 타구를 처리합니다!


“좋았어. 호우.”

“구성태 준비시켜.”


비키는 불안한 불펜을 원 포인트로 끊어치는 방법을 선택했다.

좌―우―좌로 이어지는 5, 6, 7번 타선을 똑같이 좌―우―좌투수를 준비시켜 7회를 버티고, 8번부터 시작하는 8회를 장범준에게 맡겨 닫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선발 투수 천즈셩의 공이 컸다.

만약 천즈셩이 6회가 아닌 5회까지 던졌다면, 7이닝부터가 아닌 6이닝부터 불펜 카드를 나눠 운영했어야 했다.

그리고 요즘 드래곤즈 불펜 투수의 기량을 보면, 붕 뜬 1이닝을 운영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었으리라 비키는 생각했다.


― 스윙 삼진! 구성태에 이어 올라온 최승태가 김경모 선수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삼자 범퇴로 7회를 종료시킵니다!


“후우―”


플랜대로 7회를 잘 막은 비키의 입에서 묵은 한숨이 진득하게 올라왔다.

8회에는 그나마 공이 괜찮은 장범준이 맡을 거고, 점수가 더 벌어진다고 해도 9회에는 윤재성을 써 3연패부터 끊어낼 생각이었다.


“아웃!”


7회 말, 창원 데빌즈도 점수를 주지 않으며 추격의 여지를 남겼다.

장범준이 불펜에서 뛰어 올라왔고, 그런 장범준을 비키는 마운드에서 기다렸다.


“저는 믿으십쇼 감독님!”

“그래, 너만 믿는다 범준.”


비키 감독은 범준의 자신감 있는 얼굴에서 잘 막아 줄 거라는 확신을 느끼며···


“Um···?”


마운드를 내려가던 비키는, 등골 오싹한 데자뷔를 느꼈다.

비키가 뒤를 돌아보자, 범준이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엄지를 들어 보였다.

비키는 마운드를 내려가는 동안 계속 뒤를 돌아봤고, 범준은 그럴 때마다 씩 웃으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 * *


― 쳤습니다! 고현호의 타구가 중견수 정면으로 향합니다! 이걸로 쓰리 아웃! 8회에 올라온 장범준이 삼자 범퇴로 8회를 잘 막아냅니다! 카메라가 드래곤즈의 불펜을 비춰 주는데요? 불펜에는 윤재성 선수만이 몸을 풀고 있습니다. 과연 윤재성이 오늘도 세이브에 성공할 수 있을지. 저희는 잠시 후, 8회 말 드래곤즈의 공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새벽아 아빠 나오. 후후.”

“아··· ㅃㅏ.”


꾸벅꾸벅.

5살 아이에게 밤 9시는 견딜 수 없는 시간이다.


원영은 무릎 위에서 꾸벅거리며 조는 새벽이를 침대로 데려가 눕혔다.

그렇게 천사 같은 새벽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루의 피로를 녹이고 있을 때였다.


띠리링―♪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원영은 새벽이가 깰까 전화부터 받았다.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온 후에야 발신자를 확인하는 원영.


<물리 치료과 41학번 남의준>


― 여보세요? 여보세요?


원영은 같은 학과 동기였던 남의준의 이름이 적힌 핸드폰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남의준, 오랜만이다.”

― 어, 그래 원영아. 잘, 지냈지? 복학했다는 소식 들었다.

“응. 너도 학생회장 됐다며. 축하해.”

― 고맙다.


···


몇 년 만의 통화여서일까?

원영은 스피커 사이의 어색한 공기에 통화 종료를 당장이라도 누르고 싶었다.


그렇게 얼마 동안이나 고통받고 있었을까?

드디어 남의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다름이 아니라, 월요일에 우리 개강총회 있거든. 그래도 내 임기 첫 행산데 참석해 줄 수 있나 해서.

“미안. 애 데리러 가야 해.”

― 그래, 세희가 말해 주더라.


의준이 말하는 박세희는 물리 치료과 48학번으로 학생회의 일원이다.

원영과 같은 수업을 듣고 있었고, 개강총회 일로 수업이 끝난 후에 찾아왔었다.


― 아 진짜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여자끼리는 표정과 목소리만 들어도 안다.

원영은 후배와의 짧은 대화에서, 박세희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참석 못 한다니까 기쁜 표정을 숨기지 않았거든.


― 월요일은 야구 쉬는 날이니까 그날만 남편분한테 맡기고 오면 안 될까? 복학한 너한테도 좋을 거야. 올해 있을 학과 행사나 우리 공략들도 다시 한번 소개할 거고, 너도 전공 들으면 후배들 마주칠 텐데 미리 안면 터놓으면 좋잖아. 술자리까지 참석하란 말 안 할게. 이렇게 부탁 좀 하자.


원영은 몇 안 남은 동기의 간절한 부탁에 마음이 흔들렸다.

6년 만에 복학한 학교가 원영의 생각보다 많이 바뀌기도 했고, 생각해 보면 신입생 때 참여했던 개강총회가 학교생활에 도움이 많이 되기도 했었다.


“알겠어. 남편한테 물어보고 연락해 줄게.”

― 고맙다 원영아.


통화를 끝낸 원영이 홀로 TV 앞에 앉았다.

마침 마운드에 남편이 올라와 있었다.


― 창원 데빌즈와 서울 드래곤즈의 첫 번째 경기도 어느덧 마지막 이닝. 9회 초 마운드를 지킬 선수는요? 여러분의 예상대로 윤재성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왔습니다. 2게임에 나온 윤재성 선수의 성적은, 2이닝 무실점 평균 자책점 0. 삼진 6개로 초반 성적표가 미쳐 있습니다.

― 예 그렇습니다. 윤재성 선수 같은 경우에는···


“윤재성 파이팅.”


원영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재성을 응원했다.


* * *


“윤! 재! 성! 윤재성 어어어어―!”

“크랙! 크랙! 윤재성!”


오늘은 투수, 타자, 벤치의 3박자가 모두 좋았던 날이다.


타자들은 본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투수조도 조금 느리지만 따라오고 있다.


야구팬들은 못 느꼈겠지만, 나는 안다.

안시우가 체인지업을 중지를 살짝 들어 눌러 뜨지 않게 했던 것, 구성태의 흔들리던 릴리즈가 일정해지고 있다는 것, 범준이의 슬라이더 폼이 무르익고 있다는 것을.

불펜 투수들이 미미하지만, 성장세를 보였다는 걸 말이다.


타자들이 내게 자문하듯, 요즘 천즈셩을 중심으로 불펜조가 뭉쳐, 야구에 관해 이야기도 나누고 훈련도 하는 게 보였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3박자의 마지막인 코치들도, 보이지 않는 벤치에서 고생했다.

3연패를 끊으려고 주자가 누상에 있으면 이런저런 작전을 내고, 난조인 불펜들을 위해 끊어치는 운영을 하는 등으로 말이다.


결론은, 드래곤즈의 야구는 조금은 느리지만, 누구보다 강하게 성장 중이라는 거다.

그리고 이제 클로저인 나만 잘하면, 승리라는 전리품을 가져오게 된다.


타순은 데빌즈에서 강타선이라 불리는 2, 3, 4번.

데빌즈의 2번, 좌타자 백우진이 벤치를 쳐다보는 시간이 길다.

3점 차인 지금 내가 벤치의 입장이라면, 먼저 주자를 모으는 것부터 할 거다.

교체된 투수의 초구를 노리라는 명언도 있지만, 기세가 좋은 투수에게 주자를 모으려면 컨디션부터 확인하겠지.


정지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오늘도 집에서 응원하고 있을 가족을 생각하며 무릎을 힘차게 들었다.


뻐어억―!


“스트라이잌―!”


나는 156km/h의 빠른 볼을 바깥쪽 높은 코스에 꽂아버렸다.


우측 상단 모서리에 정확히 꽂힌 패스트볼 때문일까?

이번에도 백우진과 벤치의 소통 시간이 길어진다.


높은 코스로 빠른 볼이 들어왔으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커브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데빌즈의 벤치는 내 커브를 하나 눈으로 보고 싶을 거다.

낙차는 얼마나 되는지, 타자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 알고 손을 대야, 타구가 나와도 질 좋은 타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2구도 빠른 볼을 선택해 버렸다.

바깥쪽에 이번에는 낮은 모서리로 말이다.


“스트라이잌― 투!”


빠른 볼이 또 스트라이크가 되자, 백우진이 얼굴을 구기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생각대로 안 된 거겠지.


이걸로 엄청 유리해졌다.

카운트도 몰았고 커브도 숨겼으니까.


여유 카운트가 3개.

이번에는 정말 커브류가 나올 타이밍.


그래서 나는 또, 포심 패스트볼 그립을 잡고 스트라이크 존에 욱여넣었다.


“스트라이잌― 아웃!”


우와아아―!

3구 루킹 삼진에 비명과 같은 함성을 토해 내는 드래곤즈 홈팬들.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채 아웃 카운트만 준 게 못내 아쉬웠는지, 백우진은 벤치에 들어갈 때까지 마운드를 힐끔힐끔 봤다.


남은 아웃 카운트는 2개.

3번, 우타자 호세 히메네즈가 타석에 섰다.


나는 우타자에게 효과적인 슬러브를 선택했고, 히메네즈는 스트라이크 존 한복판에서 바깥쪽 아래로 휘는 슬러브를 참지 못하고 손을 댔다.


“야 이 씨! 히메네즈!”


3루 벤치에서 터져 나온 탄성을 보니 이번에도 기다리라는 사인이 나왔던 모양인데, 히메네즈 입장도 이해가 간다.

슬러브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전엔, 한복판을 향해 달려오던 실투로 보였을 테니까.


“Fuck!”


타구는 1루수 황지호 정면으로 굴렀고, 히메네즈가 욕지거리를 하며 달렸다.

지호가 손을 들어 직접 베이스를 밟았다.


이걸로 경기 종료까지 남은 아웃 카운트는 하나.


오늘 천즈셩에게 홈런을 쳤던 육주성이 타석에 섰다.

지금 가장 거슬리는 게 있다면, 주성이 형님이 연습 투구 때부터 스윙은 안 하고 나만 바라봤다는 거다.

붙을 수 있는 곳까지 가까이 붙어, 내 동작 하나하나를 뜯어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었다.


그런 주성이 형님 때문일까?

선발 투수가 타순이 돌 때마다 패턴을 바꾸듯, 내 무기 하나는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선발 투수야 하루 던지면 그 시리즈에서 다시 출전하지 않지만, 불펜은 3일 연속도 나올 수 있잖아.


“볼!”

“스트라이잌―!”

“파울!”


나는 슬러브 두 개와 빠른 볼 하나로 카운트를 몬 다음.


“볼!”


121km/h 커브로 미끼를 던진 뒤, 92km/h 슬로 커브를 던져.


“스윙! 스트라이잌― 아웃!”


삼진을 잡아냈다.


“윤! 재! 성!”

“승리 요정답다!”

“이야―! 존나 잘하네!”


이걸 3세이브.

팬들의 함성을 들으며 동료들과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응?

아까 무기를 숨기고 어쩌고 하지 않았냐고?

지금 풀 파워 승부 아니냐고?


숨겼다.

진짜로.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우리 아빠는 천재 커브볼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 24.09.08 114 0 -
공지 연재 주기 주6일, 시간은 미정입니다. 24.08.31 371 0 -
30 제 아냅니다(3) +3 24.09.06 567 28 11쪽
29 제 아냅니다(2) +4 24.09.05 785 26 11쪽
28 제 아냅니다(1) +1 24.09.03 867 29 13쪽
» 야구 도사(2) +3 24.09.02 929 27 12쪽
26 야구 도사(1) +1 24.09.01 1,010 32 13쪽
25 니 같으면 팔겠나? +1 24.08.30 1,098 25 13쪽
24 재성아. 다시 와야겠다 +1 24.08.29 1,151 27 15쪽
23 기러기 아빠(4) +5 24.08.28 1,140 30 15쪽
22 기러기 아빠(3) +3 24.08.27 1,216 24 14쪽
21 기러기 아빠(2) +1 24.08.26 1,296 23 13쪽
20 기러기 아빠(1) +1 24.08.25 1,429 29 12쪽
19 윤재성식 슬라이더(4) +3 24.08.23 1,463 28 12쪽
18 윤재성식 슬라이더(3) +2 24.08.22 1,471 23 11쪽
17 윤재성식 슬라이더(2) +3 24.08.21 1,546 26 13쪽
16 윤재성식 슬라이더(1) +8 24.08.20 1,642 24 11쪽
15 제2의 윤재성(2) +2 24.08.19 1,574 27 12쪽
14 제2의 윤재성(1) +3 24.08.18 1,682 27 12쪽
13 청백전(2) 24.08.16 1,663 25 12쪽
12 청백전(1) +1 24.08.15 1,692 25 12쪽
11 스프링 캠프(3) +2 24.08.14 1,807 26 12쪽
10 스프링 캠프(2) +1 24.08.13 1,910 30 11쪽
9 스프링 캠프(1) +2 24.08.12 1,978 29 12쪽
8 시작(2) +1 24.08.11 2,003 32 10쪽
7 시작(1) +3 24.08.10 2,122 33 12쪽
6 커브의 피가 흐른다 +3 24.08.09 2,259 33 13쪽
5 커브의 스승(2) +4 24.08.08 2,358 39 16쪽
4 커브의 스승(1) +3 24.08.07 2,387 43 16쪽
3 투수 한번 해 볼래?(2) +5 24.08.06 2,525 4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