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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줘제발좀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아빠는 천재 커브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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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誠衍)
작품등록일 :
2024.08.05 21:51
최근연재일 :
2024.09.06 16:5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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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62
추천수 :
892
글자수 :
164,780

작성
24.08.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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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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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1쪽

스프링 캠프(2)

DUMMY

10. 스프링 캠프 (2)



* * *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고 투수들의 폼이 올라올 때쯤.

드래곤즈의 수석 코치가 된 이진호가 합류했고 비키와 만났다.

이진호가 비키호의 수석 코치로 배정된 건, 영어가 된다는 이유 덕분이었다.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비키. 수석 코치 이진호입니다.”

“반갑소 Lee. 하하, 메츠의 호우와 일할 수 있게 돼서 정말 영광이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비키.”


기세로는 이진호도 비키에게 밀리지 않았다.

그런 두 사람은 악수를 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각국 정상의 만남처럼 묘한 기류가 흘렀다.


“비키. 투수들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리포트만 읽었소.”

“리포트만요?”

“호우. 나는 피칭을 비디오로 보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완전하지 않은 정보는 투수에 대한 선입견만 키우거든. 나는 내 투수들의 피칭을 영상이 아닌 내 눈으로 먼저 확인하고 싶어.”

“하하, 비키. 저랑 투수 철학이 비슷하신 것 같습니다. Welcome to Dragons.”

“나도 자네가 썩 마음에 드는군. 그럼 가 볼까?”

“예.”


곧 두 사람이 불펜에 도착했고, 마침 선수들의 몸풀기가 끝난 뒤였다.

두 사람은 미리 배치된 접이식 의자에 앉았다.


“좋은 아침! 긴말 필요 없이 호명하면 나와서 던져. 순서는 패스트볼부터 자신 있는 구종순으로. 먼저 천!”

“예.”


호명당한 천즈셩이 무심한 눈으로 걸어 나왔다.


천즈셩은 이번 시즌 드래곤즈가 스토브리그에서 데려온 역작.

아무리 한국보다 수준이 한 단계 낮다는 대만 리그라지만, 천즈셩은 대만에서 7년 동안, 133승 23홀드 13세이브, ERA 2.17을 기록한 괴물이었다.


메이저리그 오퍼까지 받았던 천즈셩이었으니.

드래곤즈 프런트부터 팬까지, 2049시즌 투수 뎁스에서 가장 기대하는 선수였다.


비키는 천즈셩의 리포트를 눈으로 한 번 더 쓸어내렸다.


185cm/98kg.

좌완, 평균 152km/h의 투심 패스트볼, 대만 타자들을 침수시킨 133km 포크, 괜찮은 슬라이더.

특이한 점이라면, 28세의 어린 나이에 쌍둥이 아빠라는 점이었다.


천즈셩이 자세를 잡았고, 약속한 대로 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이상적인 쓰리 쿼터 스로.

던지자마자 느껴지는 패스트볼의 파괴력.


뻐어억―!


강력한 미트 소리가 캠프장에 울려 퍼졌고, 비키의 눈이 스피드건으로 향했다.


‘93.4마일(150.3km/h).’


천즈셩은 지시대로 상하좌우, 컨트롤까지 되는 투심을 뿌리며 기량을 과시했다.


“천! 다음은 포크볼.”


이진호의 지시를 들은 천즈셩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중지와 검지 사이에 끼운 천즈셩의 트레이드 마크 포크볼이 하늘을 날았고, 반듯하게 날아오던 포크볼이 이상적인 위치에서 뚝! 하고 떨어졌다.


말 그대로 뚝! 이었다.


“미친! 1선발 확정.”

“와아― 저걸 어떻게 쳐?”

“대만 친구 잘하네.”


동료들의 감탄 섞인 목소리에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천즈셩.

곧, 3구종인 슬라이더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천즈셩의 에이스급 피칭에도, 처음 팔짱을 낀 그대로 요지부동이던 비키.

그러나 속으로는 그를 인정하고 있었다.


‘대만 리그를 침몰시켰다더니 헛소리는 아닌 모양이군.’


그렇게 천즈셩이 내려가자, 비키가 한마디 툭 던졌다.


“뭐, 잘하네.”

“예. 공도 좋았지만 저는 침착한 저 표정이 마음에 듭니다 비키.”

“나도 그래. 다음 투수 준비시키지 호우. 그러니까 채우··· 팍?”

“박재우! 준비해라.”

“옙!”


비키는 소집된 순번대로 투수들을 마운드로 불렀다.


“다음 패드로!”

“다음!”

“호성아!”


그러나 첫 번째 순번이었던 천즈셩이 너무 잘 던진 탓일까?

밑으로 내려갈수록 비키 감독의 고개가 좌우로 흔들렸다.


결국 비키가 한마디 한다.


“호우. 작년에도 투수들 담당했다고?”

“예. 비키.”

“고생이 많았군.”


비키는 마지막 순번을 앞두고, 이진호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진호는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다음이 Yun인가? 얼른 끝내지.”

“재성아!”

“예.”


드래곤즈 투수 수준을 본 비키.

선글라스에 감춰진 그의 눈은, 이미 기대감이라고는 1도 보이지 않았다.


“큭큭. 재성이 어깨 좀 봐라. 준비 많이 했나 보네.”

“등이 태평양이고.”

“하하. 재성아 몸으로 야구 하는 거 아니다.”

“참 나. 형님들, 제 공 보고 놀라지나 마십쇼.”


이미 머릿속에는, 저 답 없는 투수들로 최선의 뎁스를 꾸리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비키. 천즈셩이 1선발. 패드로가 좌완이니 두 번째, Park이···’


그리고 그때.


쐐애애애액―!


심상치 않은 바람 소리가 비키의 상념을 깨웠다.

비키의 눈앞을 지나가는 괴랄한 포심이 보였고.

그 속도와 스핀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눈으로 봐도 알 수 있었다.


뻐어어억―!!!


‘···’


1순번이었던 천즈셩과는 다른 침묵.


그러나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다.

지금 이는 이 침묵이 최고의 찬사라는 걸.


비키 감독은 코끝까지 내려온 선글라스를 급히 올려, 놀란 눈을 숨겼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침착하게 고개를 돌려 스피드건을 바라봤다.


[95.7mile] (154km/h).


···


비키는 다시 고개만 올려 옆에 서 있던 이진호 코치를 바라봤다.

이진호는 담담하게 웃고 있었다.


* * *


뻐어어억―!

뻐어억―!


“우와. 새끼 어떻게 했냐?”

“이 자식, 형 밥그릇 뺏으러 왔네.”

“에이스 윤재성 어서 오고.”


이진호가 말했던 153km/h를 1km/h 상회하는 154km/h.

는 건 속도뿐만이 아니었다.

미트에 정확히 꽂히는 컨트롤, 강력한 악력을 이용한 회전력까지 끌어 올린 완벽한 패스트볼이었다.


비키가 이진호에게 물었다.


“크흠. 호우. 2구종도 한번 볼까?”

“예.”

“Yun의 2구종은 뭔가? 역시 슬라이던가? 아님 체인지업?”


담담한 말투.

그러나 그 담담한 말투에 다 숨기지 못한 호기심이 보였다.

평소에도 장난기 많은 이진호는, 흐트러진 비키의 평정심이 무너지는 걸 보고 싶었다.


이진호는 알고 있다.

비키 본인이 한 질문 때문에, 철옹성 같던 럭키 비키 평정심의 반은 무너질 거라는 걸.


“커븝니다 감독님.”

“뭐? 커브?!”

“예 커브.”

“왜! 하필이면 왜 커브인가!”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비통해하는 비키. 그럴 만도 했다.

2049년. 커브를 세컨드 구종으로 쓰는 투수는 멸종하다시피 했으니까.


커브를 세컨드 구종으로 쓰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2구종으로 쓰기엔 난도가 Hell 난이도이었기 때문이었다.


커브를 세컨 피칭으로 가져가려면.

커브를 자유자재로 떨구고.

좌우 폭을 자유자재로 활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낙차까지 커야 한다.

올드 스쿨의 투구 폼이 아닌 현대식 투구 폼에서는 더 그렇다.


커브보다 효율적이고 배우기 쉬운 구종이 얼마나 많던가.

비키는 그 커브의 괴랄한 난도를 알기에, 너무 아쉬웠던 거다.


“호우. 다른 구종을 생각해 보자고. 좋은 거 많잖아. 예를 들면 슬라이더라든지.”


그런 비키의 말에 수석 이진호는 일침을 날렸다.


“비키. 피처는 직접 보고 판단한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할 말이 없었다.

불과 30분 전에 자신의 입으로 한 말이었으니까.


“좋아. 호우. 커브 한번 보자고.”

“재성아. 커브!”

“예.”


재성이 공을 빤히 바라보며 커브의 그립을 쥐었다.

숨을 마신 뒤, 키킹을 시작하는 윤재성.

쓰리 쿼터보다 조금은 높은 팔 각도.

커브가 솟았다.


“와.”


그리고 자동으로 쏟아지는 감탄사.


보기만 해도 아찔한 커브의 탑스핀.

얼마 전까지 미국에 살던 비키는 저 커브의 회전을 본 적이 있다.

불꽃을 일며 결승점을 향해서만 달리는 포뮬러의 바퀴.

그 고무 타이어가, 타자의 방망이를 피해 달리는 윤재성의 커브에 겹쳐 보였다.


타자의 가슴 높이에서 발목까지 떨어지는 시원한 커브.

홈플레이트 앞에서 보이는 시원한 무브먼트까지 예술이었다.


얼마나 예술이었냐면, 미트를 대던 포수가 몇 번이나 커브를 놓칠 정도였다.


텅!

접이식 의자가 접혀 쓰러질 정도로 강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럭키 비키.

그 소리가 마치, 비키의 평정심, 그 나머지 반이 내려앉은 소리 같았다.


“Yun! 써드 피치는? 얼른 써드 피치를 내게 보여 주게!”


* * *


감독님의 맛있는 리액션에 속이 다 시원해졌다.

그동안의 보상을 받은 느낌이랄까?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윤재성은 지옥 아닌 지옥에서 만든 윤재성이 아니었던가.


“비키. 써드 피치는 준비 중입니다. 이제 막 투수가 된 애라.”

“아.”


감독님과 코치님.

아마 써드 피치에 관해 이야기 중인 것 같았다.


써드 피치.

던지라고 하면 던질 수는 있다.

하지만, 커브 말고 다른 변화구는 익히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것 같더라고.

결론부터 말하면 밋밋하다. 아직 선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구종이 뭐냐고?

써드 피치로는 슬라이더로 준비하고 있다.

진호 형님 말로는 패스트볼 구위만 올리면 저절로 슬라이더 폼도 올라올 거라고 했는데.

진호 형님도 놀라더라. 예상보다 올라오지 않는 슬라이더를 보고.


뭐, 생각해 보면 커브 빼고 다른 변화구들은 옛날에도 그랬다.

그래도 피나는 노력 끝에, 당시에도 평균 점수는 받지 않았던가.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 줄 거다.


감독님의 표정을 보니, 내 쓰리 피치가 없다는 게 정말로 아쉬운 모양이었다.

그래도 내 피칭에 기대하지 않았던 처음과 비교하면 완벽한 반전을 보여 준 거 같지?


짝짝짝.

그때, 불펜에서 조금 떨어진 펜스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히 말하면 그 부근에 자라나 있던 수풀 속에서 들렸다.

수풀이 바스락바스락했고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


꿀꺽.

옆에 있던 동료의 침 삼키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고.

곧, 그곳에서 걸어 나온 건.


“다, 단장님?”

“그래요 납니다.”


단장님과 스카우트 팀장님이었다.

나뭇잎을 행커치프처럼 양복 주머니에 꽂고 나타난 단장님은 과하게 두 팔을 벌리며 외쳤다.


“하하하! Welcome 비키!”

“···”


그런 단장님을 빤히 바라보는 감독님.

아, 알 것 같다.


얼마 전 화제가 됐던 비키 감독의 인터뷰.

그것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조금 전 내 피칭을 보고, 자신 있게 걸어 나오신 것 같은데.


하하. 숨어 있을 필요까지 있었나?


“어땠어요 비키? 윤재성 선수, 배팅도 잘했지만, 공도 잘 던지죠?”

“확실히 사기 계약은 아니었네요.”

“어허. 난 속인 적 없어요. 어쨌든 반갑습니다 비키.”

“잘 부탁드립니다 단장님.”


서로 악수를 하며 웃는 걸 보니, 잘 풀린 모양이다.


인사를 끝낸 단장님이 나를 보더니, 엄지를 치켜들었다.

나 역시 단장님께 엄지로 답했다.


이제 막 2049년의 야구가 시작됐다.

시작이 좋다.

좋은 이미지 남겨서 한국으로 돌아가야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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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투수 한번 해 볼래?(2) +5 24.08.06 2,526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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