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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줘제발좀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 아빠는 천재 커브볼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성연(誠衍)
작품등록일 :
2024.08.05 21:51
최근연재일 :
2024.09.06 16: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9,341
추천수 :
892
글자수 :
164,780

작성
24.08.25 08:05
조회
1,428
추천
29
글자
12쪽

기러기 아빠(1)

DUMMY

20. 기러기 아빠 (1)




어느덧 7번째 시범 경기.

우리 팀의 상대는 잠실 돌핀스와의 경기였다.


주영왕 감독이 이끄는 잠실 돌핀스는 지독한 발야구로 유명한 팀이다.


지난 시즌 돌핀스의 유격수 신바람이 61도루로 도루왕을, 2루수 강태풍이 45도루로 도루 2위를, 가장 도루가 적은 주전이 8도루를 했다.

히트 앤드 런, 도루 작전이 가장 많은 팀, 꽤 짧은 타구도 외야에 꽂히면 홈으로 태그 업을 하는 팀, 내야 안타가 가장 많은 팀 모두 돌핀스였다.


그러나 돌핀스가 자랑하는 발야구도 주자가 있어야 가능한 법.

적어도 인플레이 타구는 나와야 빠른 발을 자랑할 텐데, 선발 투수 천즈셩은 절대 그 각을 주지 않았다.


“스트라이잌― 아웃!”

“아웃!”

“스트라이잌― 아웃!”


발이 빠른 대신 팀 장타력이 꼴찌인 돌핀스 타선에 높은 코스를 시원시원하게 꽂으며 뜬공을 유도했고, 돌핀스 타자들은 천즈셩의 공을 힘겹게 커팅하다 포크볼에 죽거나 플라이로 물러났다.


천즈셩은 오늘 5이닝을 던져 뜬공 6개, 7K 무실점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공 좋더라 즈셩.”

“즈셩이 신인왕 하겠다?”

“형님, 외국인은 신인왕 못 해요.”

“하하. 그래? 어쨌든 나이스 피칭.”


시범 경기 2경기 합, 9이닝 무실점.

이제 천즈셩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먼 한국까지 와서 에이스 활약을 해 주고 있으니까.

덕분에 맨날 드래프트 실패니, FA 실패니 맨날 욕먹던 박동근 단장의 콧대도 올려줬고.


하지만 그런 천즈셩에게도 문제가 하나 있다.

문제까지는 아니고 작은 우려 정도지만.


“···”

“무심한 자식.”

“한국어를 몰라서 그렇죠 뭐.”

“그게 무슨 상관이야. 보면 몰라? 그냥 우리랑 친해지기 싫은 거지.”


맞다. 천즈셩은 동료들과 친해지려고 하지 않는다.

꾸벅꾸벅 인사는 하고 하이파이브도 해 준다.

그러나 경기 후 간단한 친목질은커녕, 대화조차 제대로 해 본 선수가 없다고.

밥도 혼자 먹는 거 같고 일과가 끝나면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생각해 보니 우려도 아닌 것 같네.

이런 선수 저런 선수가 있는 거다.

마음 열 때가 되면 마음 열 거고, 지금이 편하다 싶으면 조금은 어색한 직장 동료가 되는 거고.


잘 던지기만 해 준다면 만사 오케이다.

여기서는 실력이 곧 대접이니까.


* * *


“어때?”

“하아··· 너무 좋다 원영아. 거기 너무 좋아.”

“그럼 재성이를 위해서 누나가 좀 더 분발해 볼까?”


원영이가 긴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모아 끈으로 묶었다.

그리고는 내 위로 올라타서는.


“엄마, 아빠 안자고 모 해?”

“새벽이 깼어?”


잠에서 깬 새벽이가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열었다.


“아빠 마사지해 주고 있어. 어때 윤재성? 스포츠 마사지의 이해 시간에 배운 기술이.”

“으으··· 좋아서 녹을 것 같아.”

“아빠, 노그면 안 돼.”


진짜 살살 녹는다.

몽롱하고 나른나른하면서 찌릿찌릿한 게, 운동 후에 마사지 안 받아 본 사람은 천국에 온 것 같은 이 기분을 모를 거다.

마사지 샵에서 전신 마사지를 꽤 받아 봤는데, 1% 가식 없이 원영이 실력이 10배 낫다.


“하하 공주님, 아빠 안 녹아. 으, 그만큼 기분이 좋다는 뜻이야.”

“아― 아빠 기분 좋아?”

“으― 응. 새벽아.”

“그럼 새벽이도 마사지해 줄래.”


새벽이가 조막만 한 손으로 내 다리를 쭈물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섯 살짜리가 힘이 있다면 얼마나 힘이 있으리.


간질간질하니 마음이 예뻐 힐링되는 정도랄까?

그 모습을 보던 원영이가 새벽이에게 말했다.


“새벽아. 아빠 다리 발로 한번 밟아 볼까?”

“응.”

“오! 아우― 시원하다.”


원영이가 잡아 주고 새벽이가 다리에 올라가 밟았다.

딱 좋은 무게인 게, 아프지도 않고 시원시원하다.


“자기 학교는 어때? 다닐 만해?”

“응. 오랜만에 공부하니까 재밌어.”

“찝쩍대는 사람 없고?”

“없을 거 같아?”

“설마, 있어?”

“후후. 장원영 아직 안 죽었더라.”

“어떤 놈이야?”

“후후, 없어. 그래도 긴장 좀 해야 할걸. 고등학교 때 내 별명 알지? 개학하자마자 물리 치료학과 여신 장원영 됐지 뭐.”

“옴마 여신이야?”


그러고 보니 학교 다닐 때도 나랑 사귀는 거 알고도 찝쩍거렸던 놈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야구부 선배 새끼 한 놈은 원영이랑 사귀자마자, 헤어질 때까지 괴롭히겠다며 못살게 굴기도 했다.

그 사실을 원영이가 알자마자 똑 부러지게 처리했지만.


“반지 꼭 끼고 다녀라. 초보운전처럼 등에 유부녀라고 크게 붙이고 다니기 싫으면.”

“오랜만에 질투하니까 나쁘진 않네. 걱정하지 마. 윤재성밖에 없는 거 알면서.”


저 연예인 뺨치는 얼굴에, 굴곡진 몸매까지, 안 꼬이는 게 이상하지.

경계는 하겠지만, 원영이는 믿는다.

그때도 철벽, 아니 금강석 벽을 치던 원영이었으니까.

진짜 나밖에 모르는 여자다.


“자기는 어때? 잘 준비되고 있어?”

“시범 경기 봤다며. 어때 보이는데?”

“확실히 슬러브 장착하면서 안정감 미쳤더라.”


확실히 야구부 매니저를 했던 원영이답다.

야구 볼 줄 아네.


감독님도 코치님도 이제는 날 내버려 둔다.

뒷문은 든든하다면서, 연습도 지금처럼 하라면서 말이다.


“이번 시즌 최소 30세이브 하고 몸값 올려서 장인어른 장모님 여행 한번 보내 드리자.”

“우리 아빠. 안 미워?”

“솔직히 미웠는데 나도 딸 아빠 되니까 알겠더라. 나라도 미울 것 같거든.”

“치. 고마워.”


그래, 새벽이가 그랬어 봐라.

야구 빠따부터 들었을걸?


근데 진짜 그러면 어떡하냐?

사랑에 눈이 멀어, ‘엄마 아빠는요!’라고 소리치면 나는.

크흡―

아니지, 아직 멀고도 먼 이야기다.

지레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 공주님은 유치원 재밌어요?”

“웅! 유치원 재밌어. 친구도 많이 사귀었어.”

“윤재성. 나보다 새벽이 걱정해야 할걸?”

“왜?”

“새벽아. 어제 집에 데려온 친구들 이름 기억나?”

“응. 준승이랑, 승찬이랑, 강호, 민철이!”

“기분 탓인가? 왜 다 남자 이름 같지?”

“내 딸 아니랄까 봐 남자애들이 새벽이 좋다고 줄을 서더라 줄을 서. 오늘도 너무 많아서 다섯 명은 내일 오기로 약속하고 집에 보냈어.”

“헤헤. 새벽이 인기 짠 많아.”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쿰척였다.

그리고 다리 위에 올라가 있던 새벽이가 앞으로 고꾸라지며, 가랑이 사이의 영 좋지 않은 곳이 밟았다.


“커헉!”

“어머.”


아. 아아―.

비명도 나오지 않는다.


“헤헤. 물껑 했어. 재밌다 새벽이 또 할래.”

“새벽아! 거긴 안 돼! 자기야 괜찮아? 괜찮겠지?”


새벽아 아빤 재미없어.

원영이 너는 어딜 보고 말하는 거야.

나는 눈을 감기 전 마지막 유언을 힘겹게 남겼다.


“새, 새벽아. 남자 친구는 안 돼.”

“여보―!”


* * *


오늘부터 대전 피닉스와 2연전이 예정돼 있었다.


그리고 여기, 천즈셩이 팔짱을 끼고 앉아 투수들의 피칭에 집중하고 있었다.


“볼! 베이스 온 볼스!”


선발 박재우의 시작이 좋지 않다.

1회부터 단타 하나와 사사구 하나를 줬고, 1사 주자 1, 2루의 위기를 맞았다.


피닉스 4번 타자 김대균이 타석에 섰다.

그리고 선발 박재우의 초구를 노렸다.


따아악―!


타구가 이상적인 호를 그렸다.

좌측 담장을 넘어간 쓰리런.

쓰리런을 맞은 선발 투수 박재우가 고개를 푹 숙였다.


“고개 들어라 재우야!”

“재우야. 자신감 있게 던져!”

“안 긁히는 날도 있지.”


천즈셩은 공이 넘어간 좌측 펜스를 한참 동안이나 바라봤다.


오늘도 롤러코스터의 저점을 보여준 박재우는 3회까지 5실점을 하며, 지난 시즌 4선발이었던 고창수와 교체됐다.


따아악―!


이번에는 우측 담장.

고창수가 나오자마자 솔로 홈런을 맞았다.


“창수야! 맞더라도 자신감 있게 맞자.”

“그래! 아직 6점밖에 안 줬어!”

“우리가 따라잡아 줄게!”


이번에는 우측 담장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즈셩.


“Um···”


대전 피닉스와의 시범 경기 1차전은, 드래곤즈가 11 대 9로 지고 말았다.


“이겨 보자!”

“9위 팀한테 2패는 안 되지.”


다음 날, 시범 경기 2차전 선발로 나온 투수는 패드로.


“세이프―!”


초반에 흔들리는 전염병이라도 도진 걸까?

그나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주던 패드로가 3회까지 사사구 3개 피안타 3개를 맞더니, 4회에 결국.


따아아악―!


투런 홈런을 맞고 말았다.


이번에는 중앙 담장.

천즈셩은 공이 넘어간 중앙 담장을 묵묵하게 바라봤다.


“Um···”


수컷이라면 같은 수컷에게 지고 싶지 않은 호승심이라는 게 있고, 같은 팀이라고 예외는 없다.

천즈셩도 남자였고 대만 리그에서 그랬던 것처럼 드래곤즈에서 에이스를, KBO에서 정상을 찍고 싶었다.

그렇게 가치를 높여, 자신에게 스플릿 계약을 제안했던 메이저리그에 다시 도전한다.

그렇게 세계 최고의 투수가 돼, 두 쌍둥이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는 게 그의 꿈이었다.


꿈의 첫 발판인 서울 드래곤즈에 왔을 때, 에이스 경쟁에서 밀릴까, KBO에 벽을 느낄까 긴장을 바짝 하고 왔었는데.

캠프에서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에이스 자리는 굳건할 것 같았다.

오히려 에이스 걱정보다는.


― 웨이린, 쑤엉. 아빠 우승하고 올게.


대만 리그를 침몰시킨 압도적인 재능 천즈셩.

즈셩이 대만팀 라쿠텐 몽키스의 선발을 맡기 시작한 2041년부터 2047년까지, 41, 45시즌을 제외하고 무려 다섯 시즌을 우승했다.

그리고 그때의 몽키스보다, 현 드래곤즈를 우승시키는 게 더 힘들 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딱―!


“아. 저게 안 걸리네.”

“진수환! 저 새끼 눈이 왜 저래? 수환아, 내 말 들리냐?”

“수환아. 이제 3실점이다. 너치고 잘하고 있다!”


즈셩이 드래곤즈를 소개받을 때, 타격이 문제일 거라던 했던 에이전트.

하지만 즈셩이 지금까지 본 바로는, 드래곤즈는 타격은 괜찮은 팀, 투수진은 엉망인 팀이었다.


“스트라이잌― 아웃!”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말이다.


“155km/h! 나이스 윤재성!”

“이젠 155도 많이 찍히네.”

“재성아! 그러다 내년엔 160 찍겠다!”


즈셩보다 평균 2~3km/h 빠른 패스트볼.


“스트라이잌― 배터 아웃!”


“백도어 슬러브 맛이 어때?”

“크으― 기가 막힌다! 저걸 어떻게 치냐?”

“높은 코스 빠른 볼 다음에 유인구 슬러브, 삼진 공식 되겠는데?”


즈셩의 슬라이더보다 날카로워 보이는 슬러브.


“스윙! 스트라잌 아웃―!”


“꺼브―!”

“윤재성은 역시 커브지!”

“야, 저건 맨날 봐도 감탄밖에 안 나온다.”


마지막으로 즈셩의 포크볼보다 각이 좋은 윤재성의 커브.


즈셩은 이닝을 끝내고 내려오는 재성을 빤히 바라봤다.


“음? 즈셩, 나한테 할 말 있어?”

“No.”


즈셩은 드래곤즈의 다른 선발 투수보다, 마무리 투수로 내정된 윤재성이 자신의 자리를 넘볼 선수일지 모른다며 경계하면서도.

드래곤즈가 우승을 하려면 재성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경기가 끝난 뒤, 천즈셩은 조명 하나에 가동되고 있는 어두운 불펜을 찾았다.


뻐어억―!


그곳에는 윤재성이 홀로 서 있었다.


“즈셩. 아직 집에 안 갔어? 음··· No go home?”


천즈셩이 대답했다.


“응. 재성, 잠깐만 시간 좀 내줄래?”

“그러지 뭐. 응? ···잠깐만.”


뭔가 이상함을 깨달은 재성이 눈을 굴렸다.

그리고는 뜨악! 경악하며 말했다.


“천즈셩 너, 한국말 할 줄 아는 거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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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커브의 스승(1) +3 24.08.07 2,387 43 16쪽
3 투수 한번 해 볼래?(2) +5 24.08.06 2,525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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