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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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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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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6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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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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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0화

DUMMY

경매의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이씨 영감의 집 앞마당에 조촐한 파티가 열렸다.

불판에 삼겹살이 구워지고 이씨 영감은 소주잔에 술을 따랐다.


“받아라.”

“예. 감사합니다.”

“너와도 꽤 연이 길지? 달중이 밑에서 일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흠흠, 영감님. 여기 두 사람도 있는데 달중이 얘기는 좀.”

“달중이란 사람이 누군데요?”


이강재는 혹시나 이씨 영감의 입에서 오달중과의 일이 나올까 노심초사했다.

아직 캘리와 장선영은 그가 도둑이란 사실을 모른다.

그것이 좋은 일도 아니고 숨길 수 있다면 끝까지 밝히지 않을 생각이었다.

다행히 이씨 영감은 많이 취하진 않은 듯 대충 얼버무렸다.


“있어. 그런 놈. 비겁하고 소심한 놈.”

“그거 딱 아저씨네요.”

“제가요?”

“맞잖아요. 우리 버리고 도망치려고 하고 말이에요.”

“그건······.”

“뭐? 강재가 그랬어? 이거 스승이나 제자나 거기서 거기구만.”

“그, 그래도 제가 달중이보단 낫죠.”


오달중에게 비교하기에 이강재는 햇병아리다.

그는 이미 도둑질로 신문에 난 적도 여럿이고 사기까지 발을 담근 범죄자다.

똥이냐 겨냐의 문제겠지만 상대적으로 이강재가 훨씬 깨끗했다.


“아마 달중이도 인정했을 겁니다.”


이강재는 소주잔을 털어 넣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입에 물었다.


“아저씨, 피우려고요?”

“예? 아, 아니, 이게 언제 입에 갔데?”

“아저씨는 그렇게 담배가 좋아요?”

“내버려 둬라. 녀석에겐 그게 약이야. 담배가 없었으면 아마 정신병에 걸렸을 거다.”


도둑질은 참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비어 있는 집에 들어간다는 것부터 쉽지가 않고 훔친 후에도 언제 경찰에 잡힐까 가슴 졸이게 된다.

떳떳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마음속 불안은 더욱 커진다.

이강재는 그것을 극복하고자 담배를 배웠다.

도둑질 스승인 오달중이 처음 담배를 주었을 땐 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불안을 잊을 수 있었다.

이후로는 심장이 두근거릴 때마다 담배를 물었다.

그것이 습관이 되어 오늘의 이강재가 만들어진 것이다.

캘리는 그런 이강재를 묘한 눈빛으로 봤다.


“대체 아저씨는 무슨 일을 하던 사람이었어요?”

“예?”

“무슨 일을 했길래 병이 생길 정도로 불안했냐고요. 도둑질이라도 하셨나?”


날카로운 캘리의 추측에 이강재는 간담이 서늘했다.

자칫하면 숨기고 싶은 과거를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말을 돌렸다.


“근데 왜 아직도 아저씨입니까?”

“네?”

“분명 다시 보면 오빠라고 부르리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번엔 캘리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갑자기 그 얘기를 꺼낼 줄 몰랐던 탓이다.

이강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몰아붙였다.


“선영 씨도 아저씨라고 부르지 말고 오빠라고 하세요.”

“아저씨?”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왜 아저씹니까?”


이건 그냥 도둑임을 들키기 싫어서 하는 말이다.

결코 네 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아저씨란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이강재는 자신이 그 정도로 소심하진 않다며 합리화했다.


“앞으로 계속 같이 다닐 사이인데 한번 오빠라고 해 보세요.”

“아니, 그게······.”

“어서요.”


이강재는 술이 들어간 김에 막 나가기로 작정했다.

이런 그의 모습이 신입생에게 찝쩍거리는 복학생과 비슷할지라도 상관없다.

오늘 호칭을 정리하고 말 것이다.

캘리의 입술이 꿈틀거렸다.


“······.”

“뭐라고요?”

“오, 오.”

“오 뭐요?’

“에이, 안 할래요.”

“캘리 씨?”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요. 그리고 제가 다음 게임에 만나면 부르겠다고 했잖아요.”

“아니, 그래도······.”

“다음에 만나면 꼭 할게요. 오늘은 넘어가요.”


이강재는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이씨 영감은 그 모습을 보며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푸하하, 강재야. 꼴이 좋아.”

“웃지 마세요.”

“그나저나 이제 어쩔 생각이냐?”

“뭐가요?”

“다음 게임이 시작되려면 두세 달은 있어야 하는데 어쩔 거야?”


데페라도 탈출기는 일 년에 한 시즌을 진행한다.

또 한 시즌은 네 개의 게임으로 나뉘며 분기마다 시작된다.

구월에 네 번째 시즌의 첫 게임을 했으니 모든 생존자들이 탈출하고 십이 월쯤 되어야 다음 게임이 시작될 것이다.


“뭐, 돈도 벌었겠다 집 구해지면 놀아야죠.”

“무슨 소리야?”

“예?”

“네가 돈이 어디 있어?”

“하하, 왜 이러세요? 경매로 번 돈이 있을 것 아니에요.”

“그거 다 썼잖아. 지금 너희 모두 개털이야. 오히려 빚뿐이지.”


이강재가 데페라도에서 가져온 물건은 총 열 개.

그중 특별한 힘이 있는 아이템은 단 세 개였으나 그나마 하나는 보육원장을 위해 신미소에게 주었다.

남은 물건들도 값어치가 높지 않아 큰돈을 벌진 못했다.

그렇게 번 돈은 모두 귀걸이를 사는데 사용되었고 말이다.

아이템들을 사느라 이씨 영감의 돈까지 끌어다 써 세 사람은 빚만 잔뜩이었다.


“앞으로 어디서 지낼래?”

“영감님, 도와주십쇼.”

“맨입으로?”

“전당포일 돕겠습니다.”

“차라리 한탕 뛰는 것은 어때?”

“두 달이면 사라질 텐데 어느 세월에 작업합니까?”


이강재는 좀도둑이 아닌 부자들만 터는 대도둑이다.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완벽한 도둑질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집주인이 집을 비우는 시간을 알아내야 했고 몇 명이 사는지 등 인적 사항도 조사해야 한다.

그 후에도 완벽한 위장과 장비를 이용해 문을 따야 했으니 간단한 일이 아니다.


“영감님도 아시잖아요. 두 달 가지고는 작업 못해요.”

“그럼 어쩌겠냐? 길바닥에 나앉아야지.”

“영감님, 그러지 마시고 제가 일 도와드릴게요. 방 좀 주세요.”

“굳이?”

“아, 영감님!”

“알았다. 어차피 방도 많은데 어떠냐? 술이나 마시자.”


이씨 영감의 장난기 가득한 미소에 이강재도 웃어넘겼다.

그는 이씨 영감이 준 술을 마시며 지금 이 순간을 즐겼다.

당분간 머무를 곳도 정해졌으니 이제 남은 것은 다음 게임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었다.


***


두 달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갔다.

그동안 마지막 생존자가 탈출했음을 알리는 문자가 왔고 다음 게임이 시작되는 시간도 알려왔다.

이강재는 이씨 영감의 전당포 일을 도우며 그날을 기다렸다.


“흠, 이걸로는 아무래도 삼백까지 가능하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더 쳐 주세요.”

“그건 안 되죠. 저도 보는 눈이 있는데.”


이강재는 지금 장물아비로서 도둑과 흥정하고 있었다.

그는 돋보기로 물건을 살피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것도 잘 쳐주는 겁니다. 다른데 가 보세요. 누가 이렇게 주나.”

“에이, 알겠습니다. 그럼 이것도 봐 주십쇼.”

“이건 또 뭔데······.”


도둑이 꺼낸 물건을 보자 이강재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

그가 꺼낸 것은 검은색 천.

언뜻 보기에 평범한 천임에도 이강재가 놀란 이유는 그것에 찍혀 있는 마크 때문이었다.

저 뱀 두 마리가 서로의 몸을 휘감고 있는 모양의 엑스자.

데페라도에 가져갈 수 있는 아이템이 분명했다.


“이건 어디서 훔친 겁니까?”

“주상해운 박 대표의 별장에서요.”

“혹시 포스트잇 같은 것은 못 봤습니까?”

“그런 것은 없던데요.”


도둑의 말에 이강재는 속으로 혀를 찼다.

아이템의 효능이 적힌 포스트잇까지 있다면 좋았을 텐데.

이강재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얼굴에 철판을 깔고 욕심을 부리기로 했다.


“아쉽네요. 그 포스트잇이 있다면 더 받을 수 있었는데.”

“예? 그깟 포스트잇이 뭐라고 값이 달라집니까?”

“음, 뭐랄까? 품질보증서? 그런 느낌이죠.”

“그래서 얼마까지 가능합니까?”

“이천 드릴게요.”


이강재가 이천만 원을 부르자 도둑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저 천 주제에 부잣집 별장에 전시되어 있는 것이 수상해 가져와 본 것이다.

그런데 이천만 원이나 할 줄이야.

도둑은 속으로 땡잡았다며 기뻐했다.

사실은 사기에 당하고 있는 것임에도 말이다.


“좋습니다. 넘길게요.”

“여기 이천만 원입니다.”

“감사합니다.”


도둑은 혹시나 이강재의 마음이 바뀔까 봐 얼른 돈을 가져갔다.

이강재 또한 도둑이 눈치챌까 봐 서둘러 천을 넣었다.

도둑이 나가고 이강재는 천을 자세히 살펴봤다.


“마크가 찍혀 있으니 아이템은 맞겠지? 흐흐, 이게 얼마를 이득 본 거야?”


경매장에서의 일을 돌이켜 봤을 때 이 천이 정말 아이템이라면 기본이 삼천만 원이다.

데페라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도둑 덕에 천만 원을 이득 봤다.

이강재는 혹시나 이씨 영감이 볼까 봐 천을 바지 속에 넣으려고 했다.


“동작 그만.”


뒤에서 들리는 싸늘한 목소리에 이강재는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이씨 영감이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너 지금 뭐 하냐?”

“여, 영감님. 이게 그러니까······.”

“일하라고 앉혀 놨더니 담배 피우며 농땡이를 부리지 않나 이제는 삥땅까지 쳐?”

“다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설마 제가 영감님을 속이겠습니까?”

“달중이 제자라면 그러고도 남지.”


이씨 영감은 손을 내밀었다.

천을 내놓으라는 압박에 이강재는 저항했다.


“어차피 효능도 알 수 없어 팔지도 못할걸요?”

“괜찮아. 데페라도 물건이라면 껌뻑 죽는 놈들이 차고 넘쳐.”

“이거 주상해운 박 대표 물건이에요. 마크 때문에 금방 알아볼 텐데 괜찮겠어요?”

“그런 거 파는 게 내 일이다. 누구보다 깔끔하게 팔 수 있어.”


천을 두고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가 팽팽히 맞섰다.

이강재는 이씨 영감과 눈싸움을 벌이다 냅다 도망쳤다.


“야, 인마!”

“영감님, 이번에 게임에서 탈출하면 갚을 게요.”

“네가 이번에 탈출할지 죽을지 어떻게 알아?”

“그럼 손해 보는 거죠.”

“야! 야, 이강재!”


뒤에서 이씨 영감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강재는 그것을 무시하며 뛰었다.

그는 한 골목길에 접어들어서야 안심하고 숨을 돌렸다.


“후욱, 그 노인네. 치사하게 아이템 가지고 그러냐? 내가 떼어먹는 것도 아니고.”


그때 주머니 속에 있던 이강재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을 켜 보니 문자가 한 통 와 있었다.


[공지]

데페라도 탈출기 4시즌 두 번째 게임이 시작됩니다.

이번 게임에는 새로운 지역과 살인마가 추가될 예정입니다.

곧 게임이 시작되니 준비해 주십시오.

카운트다운: 3:00······.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문자가 오자 이강재는 당황했다.

예정되었던 날짜와 조금 달랐던 탓이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줄 알았는데. 어쩌지?”


알림 문자가 옴과 동시에 휴대폰의 벨 소리가 울렸다.

캘리로부터 온 전화였다.


“아저씨. 문자 봤죠?”

“예. 봤습니다.”

“그럼 잘 준비하시고 데페라도에서 봐요.”

“예.”

“참, 경매장에서 샀던 아이템은 가지고 계시죠?”

“예? 아니요. 그게 중요합니까?”

“떠나기 전에 가지고 있어야 데페라도로 바로 가져갈 수 있어요. 만약 가지고 있지 않으면······.”

“캘리 씨, 잠깐만요.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게요.”


큰일이다.

경매에서 산 물건들은 모두 이씨 영감의 집에 있다.

평생 귀걸이를 해 본 적 없어 끼고 다니기 거북했던 탓이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인연의 돌 또한 그곳에 있다.

캘리의 전화를 끊은 이강재는 필사적으로 달렸다.

귀걸이면 몰라도 인연의 돌은 꼭 챙겨야 한다.

그것이 있어야만 캘리와 장선영을 만날 수 있다.

돌이 없다면 이번 데페라도에선 혼자 생존해야만 했다.

이강재는 절규했다.


“안 돼! 내가 그 아이템을 얼마를 주고 샀는데. 이럴 수는 없어!”


그러나 불행히도 만물 전당포에서 이씨 영감의 집까지는 너무 멀었다.

그 사이 삼 분이라는 시간이 모두 지나고 휴대폰 화면에서 밝은 빛이 쏟아져 이강재를 삼켰다.


“안 돼!”


빛은 이강재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데페라도로 끌려가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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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25화 22.10.29 19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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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3화 22.10.28 206 2 12쪽
23 022화 22.10.27 208 1 13쪽
22 021화 22.10.27 212 1 13쪽
21 020화 22.10.26 223 2 13쪽
20 019화 22.10.26 225 2 12쪽
19 018화 22.10.25 225 2 12쪽
18 017화 22.10.25 22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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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5화 22.10.24 244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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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13화 22.10.23 26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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