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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연재수 :
151 회
조회수 :
26,050
추천수 :
267
글자수 :
867,030

작성
22.10.19 12:00
조회
358
추천
4
글자
13쪽

005화

DUMMY

쿵쿵!


지축이 흔들리고 땅을 울리는 발소리.

그림자와 함께 보이는 실루엣은 괴상했다.

크기만 2미터가 훌쩍 넘어 보였다.

놈은 천천히 이강재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왔다.

이강재는 몸을 숙이고 고개만 내밀어서 창밖으로 놈의 모습을 확인했다.


“우욱. 저게 뭐야?”


놈의 얼굴은 불에 덴 듯 녹아 있었고 눈과 입 부분에 봉제인형처럼 실이 꿰매져 있었다.

다리는 코끼리만 했고 등에는 낡은 자루를 지고 손에는 쇠몽둥이가 들려 있었다.

놈이 식당을 향해 다가오자 이강재는 숨을 곳을 찾았다.


“빨리. 빨리! 몸을 숨겨야 해.”


식당 안에는 숨기에 적당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뻥 뚫린 공간과 비좁은 서랍은 숨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이강재는 이판사판이라 생각하며 냉장고를 열고 선반을 뜯어냈다.

그러자 사람의 몸이 들어가기에는 조금 비좁은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 정도면 충분해.”


다년간 도둑질의 경험 중 비어 있던 집에 주인이 들어온 적도 많았다.

그때마다 이강재는 배수관을 붙잡고 버티거나 좁은 공간에 몸을 집어넣어 위기를 모면하곤 했다.

그런 베테랑 도둑놈 이강재에게 눈앞의 공간은 호텔방이었다.

그는 어떻게든 몸을 구겨 넣어 냉장고 안에 들어간 후 문을 닫았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놈의 얼굴이 보였다.


“그어어.”


다행히 놈은 이강재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듯했다.

놈은 식당 안에 들어와 한 바퀴를 돌았다.


“······!”


놈과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두려움은 커졌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이강재는 입에 주먹을 넣어 간신히 새어 나오는 비명을 막았다.

그러는 사이 놈은 식당 안을 한바퀴 돌더니 천천히 입구로 갔다.


‘뭐 하는 거지?’


놈은 바로 식당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녀석은 문 앞에서 잠시 쪼그려 앉아 주머니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딸깍!


톱니가 맞물리는 듯한 소리가 나며 놈은 몸을 일으켰다.

다시 주변을 살핀 놈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식당을 떠났다.

잠시 후.

혹시나 놈이 가지 않고 이 주변에 있을까 봐 걱정돼 숨을 참고 있던 이강재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하여 냉장고에서 나왔다.


“미친. 내가 방금 뭘 본거지?”


아직도 손이 떨렸다.

혹시나 놈이 냉장고를 열어 볼까 봐 얼마나 떨었는지 모른다.

이강재는 몸에서 느껴지던 고통이 사라지자 완전히 안전해진 것을 깨닫고 안도했다.


“빨리, 빨리 이곳을 나가야 해. 한시도 이딴 곳에 있을 수 없어.”


아직도 실감나 않지만 저런 것이 돌아다니는 곳에서 한시도 있고 싶지 않았다.

이강재는 다시 한번 탈출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얻고자 창을 불러 살폈다.

차분하고 꼼꼼하게 우편창에 적힌 글을 읽던 이강재.

그의 눈에 한 줄의 문장이 들어왔다.


6. 탈출방법은 지역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탈출에 필요한 물품 또한 숨겨져 있으니 찾으세요.


이 말의 뜻은 숨겨진 탈출방법과 물품을 찾으라는 소리다.

이강재는 좌절했다.

대체 이 지역이 얼마나 넓은지도 모르는데 어느 세월에 탈출방법과 필요한 물건을 구한단 말인가?

그러나 절망도 잠시.

이강재는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젠장, 이 나이 먹고 보물 찾기를 해야 하다니. 좋아. 어디 한번 해 보자고.”


이강재는 일단 이 대학교부터 탐색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대학교에는 제법 건물이 많으니 어쩌면 탈출방법에 대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서둘러 식당을 떠났다.

이강재가 문을 나서려던 순간.

‘탁’하는 소리가 나더니 다리에서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다.


“끄아악!”


자세히 보니 짐승을 잡을 때나 쓰이는 곰덫이 이강재의 다리를 물고 있었다.

아까 놈이 쪼그려 앉아 무언가를 하더니 그게 함정을 설치하던 것이었다.

이강재는 고통과 분노로 치를 떨었다.


“미친. 덫이 여기 왜 있어?”


이강재는 손을 덜덜 떨며 덫의 양끝을 눌렀다.

한참 동안 힘을 준 결과 덫을 풀고 다리를 뺄 수 있었다.


“다행히 잘리진 않았네.”


다리의 상처는 뼈가 보일 정도로 심각했으나 잘리진 않았다.

이강재는 곰덫의 날카로운 부분을 이용해 옷을 찢어 붕대를 만들었다.

간단한 처치이긴 했으나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때 시스템창이 제멋대로 나타나 우편창을 열었다.


[튜토리얼2]

부상을 입었을 경우 상태창에 표시됩니다.

치료도구를 찾으면 부상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치료도구를 상태창의 부상 부위에 가져가면 치료가 됩니다.


글을 읽은 이강재는 상태창을 눌렀다.

그러자 원래는 녹색이었던 사람 그림의 왼발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 옆에는 자그만 두 개의 그림이 있었는데 그것을 누르자 다른 창이 나타났다.


[왼발.]

골절: 치료를 위해서는 수술키트 또는 부목이 필요합니다.

출혈: 치료를 위해서는 지혈제가 필요합니다.


상태창에 표시된 것은 지금 이강재의 상태였다.


“그러니까 아프면 치료도구를 이용해 치료하란 말이지? 그런데 어떻게?”


이강재는 도둑놈이지 의사나 간호사가 아니다.

그에게 도구가 있다고 한들 부상을 치료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는 일차 목표를 치료도구로 그 다음 목표는 탈출방법으로 정했다.

다리가 멀쩡해야 괴물이 다시 나타나도 도망칠 수 있고 움직이기도 편할 테니 말이다.


“역시 이런 곳은 빨리 벗어나야 해. 죽기 전에 말이야.”


예전부터 위기를 감지하는 이강재의 능력은 뛰어났다.

그런 그의 감이 이번에도 말해주고 있었다.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큰일이 일어날 거라고.


***


수많은 건물 중 이강재가 제일 처음 탐색한 곳은 서동 대학교의 강의동이었다.

그는 다리를 절뚝이며 책상을 헤집고 여러 곳을 뒤져봤다.


“썅! 아무것도 없잖아.”


불행히도 강의동에선 탈출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전혀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학과장실로 보이는 곳에서 지도를 발견한 것이다.

이강재가 손을 대자 지도는 사라졌고 대신 창에 [지도] 항목이 생겼다.

[지도]를 눌러보니 창에 이 지역에 대한 지형과 파란 점이 보였다.


“대충 크기는 안양시의 절반 정도인 것 같고. 이 점은 날 말하는 것 같네.”


지도에는 주요 거점에 대한 이름이 적혀 있어서 파란 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세세한 위치 이름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체 이 학교는 보건실을 어디에 만들어 둔 거야?”


본래 이강재가 찾으려던 곳은 강의동이 아니다.

치료도구가 있을 보건실을 찾다 보니 이곳에 다다른 것이다.

그는 강의동을 모두 훑고 다음 건물로 갔다.


“기숙사라······.”


이번 건물은 이 학교의 학생들이 살았을 기숙사다.

이강재는 반쯤 무너진 입구를 지나 기숙사로 들어섰다.


“찾았다!”


기숙사의 1층 바로 오른쪽.

‘서관 보건실’이라고 적혀 있는 액자가 있었다.

그는 황급히 들어가 보건실 안을 뒤졌다.


“이건 비타민이고, 요건 두통약이네?”


이강재는 다리를 치료할 수 있는 도구를 찾았다.

보건실 바닥에 필요 없는 약들이 뒹굴었다.

다시 또 조금 뒤.

이강재는 결국 수술키트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는 수술키트를 열었다.

그 안에는 가위와 핀셋, 알코올 솜 등이 들어 있었다.


“일단 어떻게 치료한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해 보자고.”


우편창에 적힌 글에 따르면 상태창을 통해 치료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강재는 상태창을 열어 붉게 물든 왼발에 수술키트를 대었다.

그러자 그는 순간 몸의 제어권을 빼앗기더니 몸이 제멋대로 수술을 시작했다.


“대, 대단해. 분명 뼈까지 보였는데 어떻게 상처가 치료된 거지?”


덫에 당해 새하얀 뼈가 드러날 정도로 심각했던 이강재의 왼다리.

다리는 너무나 깔끔하게 치료되었다.

상태창의 왼발에 표시되었던 출혈과 골절이 사라졌다.

치료가 끝나자 수술키트는 원래부터 없었다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강재는 다리를 털며 이상이 없는지 확인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완벽히 치료했는데?”


놀랍게도 심각할 정도로 다친 왼발이 멀쩡해졌다.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놀라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강재는 몸을 일으켰다.


“본격적으로 탈출방법을 찾아야겠어. 한시도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아.”


이강재는 이런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탈출방법과 그것에 필요한 물품을 알아내야 했다.

그 순간.

몸의 긴장이 풀린 탓일까?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상태창에 표시된 피로도 수치는 0이었다.


“으음, 빨리 탈출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날은 어두워지고 점점 해가 저물고 있었다.

이 시간에 탐색을 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이강재는 자신에게 변명하며 보건실 침대에 몸을 뉘었다.


***


다음날.

이강재는 쏟아지는 햇빛에 눈을 떴다.

잠에서 깬 그가 제일 처음으로 한 일은 볼을 꼬집고 왼다리를 쓰다듬는 것이었다.


“제발 꿈이길 바랐는데······.”


꿈이 아니었다.

느껴지는 감촉과 고통은 이것이 현실임을 자각시켜 주었다.

침울에 빠졌던 것도 잠시.

이강재는 상태창을 열었다.


“공복 수치는 괜찮고. 갈증도 문제없고. 스트레스와 청결이 문제네.”


보건실 침대에서 푹 잔 덕인지 피로도가 100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피로도는 수치가 높을수록 좋은 것 같았다.

공복과 갈증 또한 지금 당장 신경 써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문제는 청결과 스트레스였다.

어젯밤에는 씻지도 못하고 쓰러지듯 잤기 때문인지 청결 수치가 상당히 낮았다.

스트레스 또한 따로 풀 곳이 없으니 수치가 늘어났다.

이것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곳을 털고 밥부터 먹은 후에 생각해 보자고.”


이강재는 보건실을 나와 위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당구대 등 여럿이서 모여 즐길 만한 물건들이 있었다.

이강재는 당구 큐대를 무기 삼아 들고 첫 번째 문을 열었다.


“여긴 범생이가 쓰던 곳인가 보지?”


이강재가 연 첫 번째 방.

그곳은 4인실로 이층 침대 두 개와 옷장 네 개, 책상이 두 개 있었다.

책상 위에는 수많은 책들이 보였다.

이강재는 그런 방 안을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살폈다.

아무리 이곳이 평범해 보이더라도 수많은 도둑질을 통해 단련한 그의 눈은 피할 수 없다.

이강재는 옷장을 활짝 열었다.


“윽! 냄새. 옷 좀 빨아 입고 다니지.”


그래도 다친 발목을 감기 위해 옷을 찢어 상의를 입고 있지 않았는데 잘 됐다.

이강재는 그중에서 제일 괜찮은 옷으로 갈아입고 장롱 안을 뒤졌다.

그는 하늘색 셔츠의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발견했다.


“이거 꽤 값이 나가 보이는데?”


목걸이는 은색을 뿜으며 겉에는 독특한 문양과 보석들로 치장되었다.

그것 외에도 초코바, 탄산수 등을 발견했다.

나쁘지 않은 물건들을 찾아냈지만 이강재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거 말고 탈출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줘.”


값나가는 물건이 있다고 해도 쓸데가 없다.

가장 간절한 것은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 탈출방법이다.

이강재는 계속해서 기숙사 서관을 탐색했다.

그동안 소득이라고는 처음 발견했던 물건과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금화 두 개가 전부였다.

이강재의 표정이 실망으로 물들었다.


“이제 마지막 방인데······ 제발 이곳에 탈출방법이 있어라.”


기숙사 서관의 마지막 방인 오른쪽 끝방.

이강재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어?”


방은 그동안 봤던 기숙사의 다른 곳과는 조금 달랐다.

모든 방에 공통적으로 있던 가구들은 전혀 없었고 수상하게 보이는 서랍장만이 있었다.

서랍장의 끝부분에는 자물쇠가 잠겨 있었다.


“이거다. 이게 분명해.”


도둑놈의 감이 말해준다.

이곳에 반드시 탈출방법이 있다고.

이강재는 우선 서랍장의 자물쇠가 달리지 않은 칸을 열었다.


첫 번째 칸.

두루마리 휴지 세 개가 나왔다.


실패.


두번째 칸.

이미 가지고 있던 금화 동전 네 개가 나왔다.


이번 역시 실패.


마지막 자물쇠가 달린 칸.


이강재는 주변을 살폈다.


“철사 같은 게 있으면 좋은데.”


서랍장에 달린 자물쇠는 열쇠로 여는 형식이다.

이런 종류의 자물쇠는 철사 같은 꼬챙이만 있다면 이강재에겐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강재는 창문에 설치된 커튼을 뜯어 클립을 길게 폈다.

그리고 자물쇠 구멍에 넣어 이리저리 휘저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딸깍!


“옳지. 됐다.”


이강재가 자물쇠를 여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는 심호흡을 하며 신께 기도를 올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여러 장의 종이가 있었다.

이강재는 황급히 그것들을 읽었다.


“으하하. 해냈다. 진짜 해냈어!”


종이에 적힌 글.

그것에는 데페라도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이강재는 및친 듯이 웃으며 한참동안 기쁨 가득한 환호성을 질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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