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페라도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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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인계동에 위치한 만물 전당포.

그곳의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나왔다.

그는 후드를 깊게 눌러써서 어딘지 음울해 보이는 표정과 초췌하고 생기 없는 눈동자를 가리고 있었다.

사내는 다급한 몸짓으로 주변을 살피며 서둘러 인적이 드문 곳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그의 노력은 헛된 것이었다.

“어? 저거 이강재 아니야?”

“맞네. 데페라도 탈출기 참가자 이강재야.”

분명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후드를 쓰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음에도 사람들은 그를 알아봤다.

순식간에 이강재를 둘러싸고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우와, 팬이에요. 싸인 좀 해 주세요.”

교복을 입은 남자아이가 가방에서 공책을 꺼내 팬과 함께 들이밀었다.

이강재는 초롱초롱한 그의 눈빛이 부담스러워 시선을 돌리는 한편 얼른 공책을 받아 대충 휘갈겼다.

“여, 여기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사인해 주세요. 그리고 혹시 사진 찍어도 될까요?”

“아니, 그건······.”

“제가 진짜 팬이라서 그래요. 데페라도 탈출기도 맨날 챙겨 보고 있어요.”

점점 이강재의 주변에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막무가내로 종이를 들이밀며 사진을 찍었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머리카락을 쥐어뜯기도 했다.

이강재는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자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붙잡는 손을 모두 뿌리치며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어? 이강재씨!”

“뭐야? 싸가지 X되네.”

“좀 떴다고 연예인병 걸렸나 봐.”

환호를 보내던 사람들이 돌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들은 빠르게 사라지는 이강재를 욕했다.

이강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인적이 드문 골목에 들어서서 숨을 골랐다.

“연예인병? 큭,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이강재는 아까 들었던 여자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조소했다.

그를 단순히 배우나 반짝 인기를 얻은 연예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스웠다.

“고아 출신에 좀도둑 놈이 성공했다고 기뻐해야 하나?”

사실 그는 갓난아기 때부터 보육원에 버려져 자란 고아였다.

부모도 키우기 싫다고 버린 그가 지금의 인기를 얻었다는 것에 기뻐해야 함이 맞는 것 같으나 이강재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그저 빨리 원하는 것을 이루고 게임을 끝내고 싶을 뿐이었다.

이제 며칠 뒤면 다시 게임에 들어가야 한다.

과연 이번엔 그것을 얻을 수 있을지.

갈수록 상황은 악화되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목을 조르는데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이강재는 답답한 마음에 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후읍.”

깊이 들이마신 연기를 내뿜으며 이강재는 그때를 떠올렸다.

그가 악마의 꼬임에 넘어갔던 데페라도 탈출기의 제작자 제임스를 만났던 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