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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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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연재수 :
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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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글자수 :
867,030

작성
22.10.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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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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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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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9화

DUMMY

처음으로 사람을 찔렀다.

두 손이 남자의 피로 젖어 붉게 물들었다.

이강재는 요동치는 심장을 달래고자 담배를 입에 물었다.

학생들 주제에 제법 독한 놈을 핀 모양이다.

크게 한 모금 빨아들이고 연기를 뱉어 내자 그제야 조금은 마음이 진정됐다.


“내가 사람을 찌를 줄이야······.”


갑작스럽긴 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놈들은 그를 노리고 있었고 남자가 교무실에서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강재는 살기 위해서 발버둥 쳤을 뿐이었다.


“저놈이 언제 깨어날지 모르니까 우선 묶어두자.”


데페라도의 법칙상 생존자인 이강재는 사람을 죽일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남자가 깨어나 뒤통수를 칠지도 몰랐다.

이강재는 교무실 창문에 달린 커튼을 뜯었다.

마침 커터 칼이 있어 작업하기 편했다.

천을 세 조각으로 잘라 하나는 팔을 묶었고 다른 하나는 다리를 묶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천 조각은 잘 뭉쳐서 사내의 입속에 넣어 주었다.

이강재는 그를 들어 캐비닛에 쑤셔 박은 뒤 허리를 폈다.


“으아, 뭐 이렇게 무거워? 허리 나갈 뻔했네.”


그때 어디선가 굵은 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강재는 설마 남자의 동료가 돌아온 것인가 싶어 긴장했다.

다행히도 목소리는 책상 위의 무전기에서 나는 소리였다.


“대장,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눈이 사라졌어?”

“······.”

“무전기 신호도 간당간당한 것이 설마······.”


무전기 너머로 의심 가득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황한 이강재는 무전기를 들고 그가 찌른 남자의 목소리를 흉내 냈다.


“아, 아무 일 없다. 걱정 말고 하던 일 계속해.”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역시 성대모사는 무리수였던 걸까?

이강재는 그냥 무시할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그는 무전기를 집어던지고 교무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툭.


교무실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누군가와 부딪쳤다.

고개를 들어보니 웬 스포츠머리 사내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넌 뭐야?”

“아, 아니 그게······.”

“대장은 어떻게 했어? 설마 이 자식!”


사내의 바위 같은 주먹이 이강재의 턱주가리를 날렸다.

이강재는 힘 없이 교무실 창가까지 날아갔다.


“쿨럭!”

“야 이 새끼야. 대장 어쨌냐고!”


사내가 쓰러진 이강재의 위에 올라탔다.

그는 연신 주먹을 휘두르며 소나기 같은 주먹을 날렸다.

이강재는 팔을 들고 몸을 비틀며 막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마지막 힘을 배에 보내 소리쳤다.


“잠깐!”

“뭐야?”

“마, 말할게. 네 대장이 어디 있는지 말할 테니까 살려줘.”


사내의 주먹이 멈췄다.

이강재는 그가 또다시 주먹을 휘두를까 봐 얼른 캐비닛을 가리켰다.


“저, 저기에 있어.”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아무 짓도 안 했어. 그냥 제압하고 가둔 것뿐이야. 정말이야.”

“개 같은 새끼.”


퍽!


사내의 주먹이 강하게 이강재의 머리통을 내려쳤다.

이강재의 고개가 힘없이 꺾였다.

사내는 이강재가 정신을 잃은 것을 확인한 후 캐비닛 문을 열었다.


“대장!”


캐비닛 안에 묶여 있는 대장을 본 사내가 굳었다.

아까는 몰랐는데 바닥에 새빨간 피가 흥건했다.

칼에 찔린 채 축 늘어져 있는 대장은 죽은 것처럼 보였다.


“이, 이럴 수가. 이 개새끼. 죽여 버리······.”


푹.


“어? 크아아악!”


사내가 이강재를 죽이려고 몸을 돌린 순간 그의 다리에서 화끈한 고통이 느껴졌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줄 알았던 이강재가 어느새 다가와 사내의 다리에 칼을 꽂은 것이다.

사내의 다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끄아악! 내 다리!”

“헉헉, 새끼야. 내가 쉽게 당할 것 같아?”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

대장을 찌른 경험이 있던 이강재는 사내를 찌를 때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쓰러진 사내의 몸에 올라타 거침없이 칼을 찔렀다.


“으아아!”

“그, 그만······ 제발!”


사내의 고개가 축 늘어졌다.

그제야 이강재는 몸을 일으키고 숨을 골랐다.


“놈들의 동료가 아직 남아 있다는 말이지. 서둘러 여길 벗어나야겠어.”


수가 몇인지는 몰라도 사내들의 동료가 초등학교와 급식실에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아무리 단검을 가지고 있다 해도 쪽수에 장사 없는 법이기에 굳이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캘리와 장선영이 목숨 바쳐서 구해줄 정도로 친한 사이도 아니고 말이다.

이강재는 가방만 챙겨서 도진중학교를 빠져나왔다.


***


도진 중학교와 도진 초등학교는 정문을 공유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초등학교가 있고 왼쪽에는 중학교가 있으며 그 가운데 급식실이 있는 구조다.

즉 밖으로 나가고 싶다면 중학교에서 나와 운동장을 지나쳐 정문으로 가는 편이 제일 빨랐다.

이강재는 혹시나 놈들에게 걸릴까 봐 거의 기어가다시피 움직였다.

그가 정문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 그를 불렀다.


“아저씨!”


뒤를 돌아보니 장선영이 요리할 때 쓰는 밀대를 쥐고 서 있었다.

그녀는 이강재에게 손짓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려던 이강재는 그녀의 눈빛에 흠칫 놀라 순순히 달려갔다.

장선여은 무거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저씨 쪽에도 생존자 무리가 있었어요?”

“예. 대장이라는 놈과 스포츠머리의 남자가 있었습니다.”

“제가 갔던 곳에도 세 명이 공격해 왔어요.”


급식실에는 장정 셋이 장선영을 노린 모양이다.

사내들의 기습을 받았음에도 그녀는 밀대를 검 삼아 그들을 쓰러트린 것이 분명했다.

역시 펜싱 국가대표 다운 실력이었다.


“아저씨도 다행히 무사히 빠져나오셨나 보네요.”

“예. 제겐 이게 있잖아요.”


이강재는 단검을 찬 허리를 내밀었다.

장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요 며칠 이강재와 지내며 파악한 것이 있는데 바로 그는 겁이 많고 싸움을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뒷산에서 망치를 든 괴물에게 쫓길 때 확실하게 파악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아무 상처 없이 학교를 빠져나왔나 했더니 단검으로 상대를 제압한 모양이었다.


“캡슐에서 그 아이템이 나온 것이 천만다행이네요.”

“그러게요. 운이 좋았습니다.”

“자, 그럼 가요.”

“예? 어딜요?”

“초등학교에도 놈들이 있을 거예요. 언니가 잡혔을 수도 있으니 구하러 가야죠.”

“알겠습니다.”


이미 도망치려던 것도 걸린 마당에 어쩔 수 없다.

내키지는 않지만 그녀와 함께 캘리를 구하러 가는 수밖에.

장선영은 그녀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이강재에게 물었다.


“아저씨. 근데 설마 이번에도 우리 버리고 도망치려고 했어요?”

“예? 아, 아닙니다. 제가 언제 선영 씨를 버렸다고 그러십니까?”

“전에 뒷산에서 쫓길 때 언니가 그랬잖아요. 아저씨가 우릴 버려고 했다고. 기억 안 나세요?”

“하, 하하. 그땐 캘리 씨가 오해하신 겁니다.”

“그래도 전 아저씨 믿어요. 제 팬이 의리 없는 사람은 아닐 테니까요.”


순수한 장선영의 눈빛이 이강재의 심장을 찔렀다.

이강재는 애써 무시하며 그녀와 초등학교로 향했다.


***


초등학교 입구에서 두 명의 남자가 나왔다.

이강재와 장선영은 황급히 화단으로 들어가 수풀에 몸을 숨겼다.


“젠장, 대장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사내 놈이 하나 있다고 하던데 설마 그놈에게 다 당한 거 아니야?”

“설마. 원호 형님도 계신데.”

“그럼 왜 눈이 사라지고 무전기가 먹통이 됐냐고. 대장이 쓰러졌으니 특성으로 만든 것들이 망가진 거잖아.”


어떻게 놈들이 무전기를 사용하고 그들이 학교에 들어온 것을 알았나 했더니 모두 대장의 특성 때문이었다.

그의 특성 중에 무전기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감시카메라 역할을 하는 눈이라는 것을 만드는 특성이 있던 것이다.

이강재와 장선영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기 위해 더욱 집중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놈들이 그들이 숨어 있는 화단 앞에서 멈춰 섰다.

사내들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짜증을 냈다.


“에이 이게 뭐야? 학교에 숨어 있다가 뒤통수치면 된다면서.”

“야, 그래도 그년에게서 빼앗은 것이 쏠쏠했잖아. 그리고 사람이 몇인데 겨우 세 놈 아니 두 놈에게 당하겠냐?”

“벌써 당한 것 같은데 뭐. 애초에 그 새끼가 대장 노릇 한 것도 마음에 안 들었어.”

“우리가 신입이라고 그냥 부려먹고 있는 것 아니야?”

“야, 넌 그래도 그년에게서 아이템을 건졌잖아.”

“별로 좋은 것도 아니었어.”

“아무튼 빨리 중학교에 가 보자고.”


담배를 피우며 대장의 뒷담을 하던 놈들이 다시 중학교로 향했다.

이강재와 장선영은 그 뒤로도 잠깐 동안 누워 사내들이 간 것을 확인하고 몸을 일으켰다.


“어떻게 그 많은 생존자들이 함께 하나 했더니 다른 무리들끼리 뭉친 거였군요.”

“아저씨, 서둘러야겠어요. 언니가 이미 놈들에게 당한 모양에요.”

“예. 그래야겠네요.”


두 사람은 서둘러 학교 안으로 잠입했다.

그들은 최대한 몸을 숙이며 캘리를 찾았다.


“아저씨 저곳인가 봐요.”


저 멀리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이 나는 곳이 있었다.

일학년 삼반 교실이었다.

이강재와 장선영은 조용히 걸어가 유리창 너머를 살폈다.

그곳에는 캘리가 묶인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캘리는 놈들에게 맞았는지 얼굴이 엉망이었다.


“언니에요.”

“그래도 몹쓸 짓을 당하진 않았나 보군요.”

“저 자식들 아주 박살을 내주겠어요.”

“쉿. 놈들에게 들키겠어요.”


교실 안의 놈들은 총 세 명.

그들은 모두 쇠파이프를 들고 캘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것도 끝이 뾰족하게 찢겨 있어 매우 위협적인 쇠파이프였다.

이강재는 흥분한 장선영을 진정시켰다.

하나도 아닌 무기를 지닌 장정 셋을 상대로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된다.


“선영 씨 놈들에게 무기가 있어요. 섣불리 움직여선 안 돼요.”

“그래도 언니가······.”

“아무리 선영 씨가 펜싱 선수라고 해도 저놈들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에요.”

“놈들에게 무기만 없었어도 싸워 볼 만한데······.”


장선영은 한때 펜싱 천재라 불렸던 여자다.

그에게 검으로 쓸 긴 막대기만 있으면 남자라 해도 세 명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놈들에게 무기가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장선영의 손에는 제대로 된 검이 아닌 짧은 밀대가 들려 있다.

그런 무기로 혼자서 남자들과 맞섰다가 오히려 당하고 말 것이다.


“정면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리에요.”

“선영 씨, 놈들은 셋이고 우린 둘이지만 해볼 만하지 않아요?”

“아저씨, 제가 언니와 아저씨를 지키면서 세 명과 싸워 이길 수는 없어요.”


수적으로 봤을 때 불리하긴 했으나 펜싱 국가대표 선수인 장선영이 있으니 해볼 만한 싸움이긴 했다.

그러나 장선영은 이강재가 영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이강재는 그녀들을 버리고 도망치려 한 전적이 있다.

그가 단검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저 남자들 중 한 명이라도 상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사실 이강재도 기습이 아닌 정면으로 저 남자들과 싸울 생각은 없었다.


“제게 좋은 생각이 있어요.”

“뭔데요?”

“선영 씨, 특성 때문에 저 세 명을 상대로 버틸 수 있죠?”

“아마도요. 이 정도 힘이면 가능할 것 같아요.”


장선영의 특성 ‘아무도 포기하지 않아’.

이 특성은 일행 중에 부상자가 있는 경우 신체능력이 상승하는 것이었다.

마침 캘리가 부상을 입었으니 그 특성이 활성화되었을 것이다.

증가한 신체능력에 장선영의 뛰어난 펜싱 실력이라면 남자 셋을 묶어 둘 수 있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 사이 제가 놈들을 기습해 제압할게요.”

“예?”

“절 한 번만 믿어 보세요.”


장선영을 교실 앞문에 둔 이강재는 뒷문으로 이동했다.

그는 장선영에게 교실로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고개를 끄덕인 장선영은 교실 문을 벌컥 열고 소리쳤다.


“당장 언니를 풀어줘!”


장선영이 남자들의 시선을 끈 사이 이강재도 움직였다.

그의 손에는 날카로운 단검이 꽉 쥐여져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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