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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연재수 :
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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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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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글자수 :
867,030

작성
22.10.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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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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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6화

DUMMY

삼 미터는 될 법한 신장에 약물이라도 한 듯 두꺼운 근육.

적발의 괴인이 거대한 망치를 양손에 들고 쫓아온다.

이강재는 슬쩍 뒤들 돌아보곤 캘리에게 말했다.


“점점 놈과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어요. 어떡하죠?”

“놈을 따돌려야 해요. 제가 앞장설게요.”

“언니, 어떻게 하시려고요?”

“놈을 함정으로 유인할 거야.”


이곳은 산의 주인인 덫둥이가 깔아 놓은 덫이 여기저기 깔려 있었다.

캘리는 저 정체 모를 놈을 덫으로 유인해 발을 묶을 생각이었다.

이강재는 그녀의 말에 반대했다.


“그쪽으로 가면 덫둥이가 자고 있는 곳입니다.”

“알아요. 그래서 가는 거예요.”

“미쳤어요? 잠에서 깨어난 놈이 우릴 죽이려고 쫓아올 텐데?”

“몹은 자신과 같은 종류가 아닌 이상 모든 것을 적대해요. 저놈이 덫둥이의 덫을 밟으면 어그로가 끌릴 거라고요.”


캘리는 작년 여름부터 데페라도 탈출기에 참여한 생존자다.

그녀는 1년의 경력을 바탕으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몹끼리 서로 적대한다는 사실도 전 게임에서 직접 확인한 것이다.

캘리는 이 사실을 알아내는 대가로 당시 같이 움직이던 동료를 잃었다.


“괜히 고래 싸움에 등 터질 수도 있으니까 함정이 작동하면 몸을 숨기세요.”

“그거 믿을만한 정보입니까?”

“믿어요. 사람 목숨 셋을 바치고 알아낸 거니까.”


이강재는 처음으로 본 캘리의 슬퍼하는 얼굴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묵묵히 달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


세 사람은 덫둥이가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뒤에서 괴인이 성난 멧돼지처럼 달려오고 있었으나 몸을 낮추고 천천히 걸었다.

덫둥이의 위치를 살피던 캘리는 두 사람에게 속삭였다.


“이제 우린 놈이 덮을 밟길 기도해야 해요.”

“만약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요?”

“아저씨, 선영아. 다들 공격형 특성 있죠?”

“공격형 특성이요?”

“살인마나 몹들을 경직시킬 수 있는 특성 말이에요.”

“예. 있습니다.”

“저도요.”

“만약 저 두 놈이 서로 싸우지 않고 우릴 향해 온다면 사정없이 쏟아부으세요.”

“예.”

“그전에 쓸데없기는 하겠지만 우리 주위에 덫을 뿌려두죠.”


놈은 이제 2분이 지나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캘리와 장선영은 그 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있느니 차라리 뭐라도 해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녀들도 짧은 시간에 덫을 얼마나 구할 수 있겠냐는 생각을 했는데 그래도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보다 끝까지 발악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이강재는 그녀들을 도와 덫을 모으며 생각했다.


‘차라리 나 혼자 도망칠까?’


이강재의 특성 중에는 예리한 감각 외에도 고양이 발걸음이나 고속 질주가 있다.

쫓아오는 놈의 속도가 빠르긴 해도 두 사람을 미끼로 던지고 고속 질주를 사용하면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척을 내지 않게 해주는 고양이 발걸음 특성도 있으니 몹이 그를 찾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냥 떠나자니 캘리의 지식과 장선영에 대한 팬심이 가로막았다.

그때 놈이 나타났다.


“캘리 씨, 저건 분명 처음 보는 몹이죠?”

“예. 아마 이번 시즌에 추가된 몹이겠죠.”

“참 웃기네요. 진짜 게임도 아니면서 패치까지 있다니.”


이강재에게 있어서 데페라도 탈출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마치 게임을 하는 것 같은 투명한 창, 몹이라는 것과 아이템까지.

이제는 매 시즌 추가되는 사항이 있다는 말에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아저씨 뛰어요!”


다급한 캘리의 목소리와 함께 반사적으로 몸을 던졌다.

그가 있던 자리로 거대한 망치가 꽂혔다.

놈이 나타난 것이다.

세 사람은 사전에 계획한 대로 함정 사이를 달렸다.


“어떻게 된 거죠? 놈이 덫에 걸리지 않는데요?”

“그게, 덫에 걸리긴 했는데 소용없나 봐요.”


놈은 마치 평지를 달리듯 수많은 덫 사이를 자유롭게 움직였다.

그런 놈의 두꺼운 발목에는 입을 다문 덫이 수십 개였다.

덫에 당했음에도 전혀 타격이 없어 속도가 줄지 않은 것이다.

결국 놈은 그들을 따라잡았고 손을 뻗어 이강재를 붙잡았다.


“크악!”

“아저씨!”


놈의 기형적으로 큰 손이 이강재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강력한 악력에 의해 이강재는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놈이 멍청한 얼굴로 망치를 휘둘렀다.


“우엉?”


놈의 지능은 그리 높지 않은 모양이다.

오른손으로 망치를 휘두르자 이강재를 붙잡은 왼팔도 젖히는 바람에 맞지 않았다.

캘리는 그 모습에 입술을 깨물었다.


“어쩌지? 아저씨를 구해야 해.”

“언니 몹을 제압할 수 있는 특성이 없어요?”

“있긴 한데 특정 조건이 필요해.”


캘리가 가진 유일한 공격형 특성은 인간새의 비상.

장대를 이용해 높이 튀어 올라 낙하하며 적을 기절시키는 특성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특성을 사용할 만한 장대가 없으니 쓸 수 없었다.

그사이 놈은 이강재를 장난감처럼 휘두르며 마구 망치를 내려찍고 있었다.


“으아아! 캘리 씨! 어떻게 좀 해 봐요!”

“아저씨!”


이러다 이강재가 죽게 생겼다.

캘리는 주변에 있는 것을 주워 놈에게 던지며 시선을 끌었다.


“야! 아저씨는 놓고 날 잡아봐.”

“우엉?”

“그래. 여길 보라고. 이 멍청아!”

“우웅. 우어엉.”


놈은 캘리가 던지는 돌멩이나 덫을 맞으면서도 간지럽다는 듯이 맞은 곳을 긁을 뿐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놈은 오직 손에 쥔 이강재에게만 관심을 가졌다.


“으어어!”


녀석은 이강재가 망치에 맞지 않는 것이 짜증이 난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놈은 이강재를 바닥에 눕히고 손바닥으로 눌렀다.


“뭐, 뭐 하려는 거야!”

“우웅.”

“하, 하지 마. 안 돼!”


놈은 이건 어떻냐는 표정으로 이강재를 바라봤다.

마치 이제는 피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놈은 이강재의 머리를 향해 망치를 내려쳤다.


“으아아악!”


점점 다가오는 거대한 망치에 이강재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순간 정선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팡트!”


퍽!


이강재의 머리통이 부서지려고 하던 그때 장선영이 몸을 날려 놈을 향해 나뭇가지로 찌른 것이다.

그러자 놈이 큰 충격을 받은 듯 밀려나 주저앉았다.


“선영 씨!”

“아저씨, 얼른 나오세요.”


장선영이 놈을 마구 찌르고 있는 사이 캘리가 이강재를 부축했다.

두 사람이 멀어지는 와중에도 장선영은 쉴 새 없이 놈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이강재는 그 모습에 어쩌면 놈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캘리 씨 선영 씨가 놈을 죽이겠는데요?”

“아저씨, 말 했잖아요. 생존자는 살인마나 몹을 죽일 수 없다니까요.”

“그래도 저렇게 밀어붙이고 있는데······.”

“저건 선영이의 특성과 펜싱 실력이 만나 가능한 거예요.”


장선영의 특성 우아한 찌르기.

적의 몸에 닿지 않고 뾰족한 끝을 이용해 연속해서 찌르기를 성공하면 몹이나 살인마가 밀려난다.

장선영은 그 특성을 연속으로 펼쳐 괴물을 막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찌르기를 멈추면 놈은 다시 그들을 쫓을 것이다.


“선영아, 아저씨 구했어. 그만하고 도망치자!”

“언니, 제가 멈추면 놈이 금방 정신을 차리고 달려들 거예요. 절 버리고 그냥 가세요.”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가 어떻게 널 버리고 가?”

“제가 놈을 막는 것도 이제 한계에요. 이러다 우리 다 죽는다고요!”


장선영이 현란한 스텝을 밟으며 공격하고 있었으나 빠르게 지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반면에 놈은 적응이라도 하는지 조금씩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곧 놈이 정신을 차리고 망치를 휘두를 것 같았다.

이강재는 그것을 보며 갈등했다.

어차피 여기 두 여자는 그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이제 만난지 겨우 이틀째였고 남이나 다름없다.

원래부터 서로 알고 지낸 캘리와 장선영과는 달리 지킬 의리도 없다는 말이다.

이강재는 처음 생각대로 두 사람을 미끼로 남겨두고 순간 가속을 이용해 빠져나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캘리가 꽉 붙잡고 놔주지 않은 탓이다.


“아저씨.”

“예? 저, 저는 혼자 도망칠 생각 따위 안 했습니다.”

“누가 뭐래요? 근데 설마 그런 생각 했어요?”

“아, 아닙니다.”

“뭐 그건 일단 넘어가고. 선영이를 구해야 해요.”

“방법이 있습니까?”

“제 특성 중에 너무나 가벼워라는 것이 있어요. 그것으로 아저씨를 날릴 테니 놈에게 경직을 먹여요.”


캘리의 특성 너무나 가벼워.

이것은 어떠한 물체든 멀리 던지는 능력이다.

비록 캘리는 여자이고 남성을 던질 정도의 힘은 없지만 데페라도의 법칙에 의해 특성으로 이강재를 날려 버릴 수 있다.

캘리가 이강재를 던지면 그가 비열한 일격으로 놈을 경직시키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이강재는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


“저기, 미안하지만······.”

“그럼 아저씨, 던질게요.”

“예? 아니, 하지 말라······ 으악!”


캘리는 이강재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그저 통보할 뿐이었다.

그녀는 이강재의 허리를 감싸고 특성을 발동시켰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이강재는 괴인을 향해 날아갔다.


“으아아!”


빠르게 쏘아진 이강재는 장선영을 지나쳐 괴인과 뒤엉켰다.

그는 살고자 하는 본능에 점이 찍힌 곳을 세게 찔렀다.


“우으억!”

“됐다. 선영 씨!”

“아저씨?”

“잠깐 실례 좀 할게요.”


비열한 일격에 의한 경직 시간은 단 삼 초.

그 안에 장선영을 구하고 놈에게서 멀어져야 한다.

이강재는 장선영을 들어 올리고 순간 가속을 사용했다.


“아저씨, 이게 어떻게······.”

“제 특성이에요. 캘리 씨도 갑시다.”

“예? 아니······ 으헤엑!”


이강재는 순간 가속의 지속시간인 일 분 안에 최대한 도망치고자 캘리까지 업었다.

그러나 이강재는 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의 힘을 과신했다.

그에게는 여성 두 명을 들 정도의 힘이 없었다.

캘리를 업은 이강재는 몇 발자국 가지 못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으아악!”

“다, 다들 괜찮아요?”

“예. 그런데 놈이······.”


삼 초는 짧은 시간이다.

놈은 진작에 정신을 차렸고 흥분하여 뜨거운 콧김을 뿜고 있었다.

놈이 괴성을 지르며 세 사람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캘리 씨 이제 어쩌죠?”

“아저씨.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웠어요.”

“캐, 캘리씨?”

“아저씨가 우리 버리고 도망치려고 했던 것도 용서할게요.”

“언니 아저씨가 정말 우릴 버리려고 했어요?”

“죽는 순간에 그게 뭐가 중요하겠니.”

“아저씨!”


장선영의 날카로운 눈빛이 이강재에게 꽂힌다.

무엇보다 의리를 중요시하는 그녀에게 이강재의 행동은 용서할 수 없는 배신이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잖습니까.”


괴인은 어느새 그들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놈은 다 잡은 사냥감이라는 듯이 여유를 부렸다.

그 순간.

나무 위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괴인을 눌렀다.


“우어억!”

“그륵. 그에엑!”


놈은 나무 위에서 곤히 자고 있던 덫둥이였다.

녀석은 그 소란 속에서도 속 편히 자고 있다가 이제야 깨어난 것이다.

수면을 방해받은 놈은 흥분해 주먹을 휘둘렀다.

괴인도 처음에는 벙쪄 있다가 한 대 맞으니 똑같이 돌려주었다.

한 대가 두 대가 되고 서로를 향해 날리는 주먹이 늘어났다.

이강재는 멍하니 둘의 싸움을 지켜봤다.


“아저씨, 멍하니 뭐해요? 어서 도망쳐요.”

“예? 아, 예. 가죠.”

“덫둥아 고마워. 꼭 이겨야 해!”


주택가 뒷산에서 잠자 덫둥이가 만들어준 기회.

그렇게 세 사람은 두 괴물이 싸우는 사이 서둘러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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