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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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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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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1화

DUMMY

본래 도둑질이란 많은 도구가 필요하다.

창살을 자르기 위한 절단기, 현관문 도어락을 열 때 쓸 드릴, 위장을 위한 옷까지.

한 집을 안전하고 완벽하게 털기 위해선 장비는 물론이고 철저한 계획이 필요했다.

이강재는 우선 필요한 물건을 구하러 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


”이씨 영감님은 아직 그 자리에서 장사하고 있겠지?”


이씨 영감은 수원에서 전당포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다.

겉보기에 평범한 사람인 그는 사실 유명한 장물아비계 대부였다.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활동하는 모든 도둑들의 물건이 이씨 영감의 손을 통해 처리된다.

이씨 영감은 평소에도 많은 장비들을 구해 주었기에 그곳에 가면 필요한 물건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뭐, 공짜로 주진 않겠지만 영감님도 내 실력 아니까 대여해 주시겠지.”


이강재는 이 바닥에서 꽤 유명한 도둑.

그의 실력을 아는 이씨 영감은 흔쾌히 장비를 빌려줄 것이다.


“그나저나 꽤 쏠쏠하네. 이 돈이면 모텔 방은 구할 수 있겠어.”


이강재는 서울의 버스 정류장에서 훔친 지갑을 꺼냈다.

이 지갑의 주인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는데 불행히도 이강재를 만나 빼앗기고 말았다.

지갑 안에는 오만 원 지폐 두 장과 삼천 원이 들어 있었다.

그는 지갑 안의 주민등록증을 보며 속으로 학생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때 수원역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안내음이 들렸다.


-이번 역은 수원. 수원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문이 열리고 이강재는 지하철에서 내렸다.

그러자 그의 곁으로 두 명의 사내가 다가왔다.


“이강재?”

“누, 누구세요?”

“형님께서 보내셨다. 가자.”

“뭐? 형님이 누군데?”

“가 보면 알아. 따라와.”

“아니 그래도······읍! 읍!”


사내들은 이강재의 입을 막고 그를 잡아끌었다.

이강재는 격렬하게 저항했으나 복부에 주먹을 얻어맞고 잠잠해졌다.

그렇게 사내들은 이강재를 데리고 어딘가로 이동했다.


***


어느 구석진 곳에 위치한 창고.

이강재는 기둥에 묶인 채 매달려 있었다.

그는 결박된 상태로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했다.

지금 이 상황 분명 전에 겪어본 적 있다.

이강재가 묘한 기시감을 느끼고 있을 때 익숙한 얼굴의 사내가 나타났다.


“네가 감히 잠적하고 튀어? 미쳤냐?”

“다, 달소야.”

“너와 같이 갔던 애들이 모두 죽었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


오달소의 말에 이강재는 깜짝 놀랐다.

설마 했는데 진짜 제임스가 오달소의 부하들을 모두 죽인 것이다.

하마터면 그들처럼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정말 다 죽었어?”

“그래. 근데 참 이상하지 않냐”

“뭐가?”

“왜 우리 애들은 죽었는데 넌 살아있을까? 날 납득시키지 못하면 너도 땅속에 들어가게 될 거야.”

“히, 히익! 알았어 다 말할게.”


살기 가득한 오달소의 눈빛에 이강재는 그가 겪은 일에 대해 늘어놓았다.

처음 제임스가 머물고 있는 방에 침입했던 것부터 그에게 걸린 것까지.

사정을 설명하던 도중 이강재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야, 그러고 보니까 네가 제임스를 붙잡고 있겠다며. 근데 어떻게 놈이 나타난 거야?”

“무슨 말이야? 분명 그날 놈은 경호원과 함께 우리 도박장에 있었어.”

“그럴 리가. 네 부하들을 죽인 사람도 제임스였어.”

“그게 정말이야? 어떻게 그런 일이······.”

“형님, 아무래도 놈이 아이템이란 것을 사용한 것이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어. 워낙 비밀이 많은 놈이니까 말이야.”


오달소는 부하들과 뭔가를 의논했다.

그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이강재에게 물었다.


“일단 알았다. 그건 넘어가지. 그보다 거기서 어떤 물건을 찾지 않았어?”

“물건? 어떤 물건?”


오달소의 말에 이강재는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

그때 그는 화장실 천장에서 검은색 상자를 발견했었다.

제임스는 그것이 중요한 물건이라며 총까지 겨눴다.

아마 오달소가 찾는 물건이 바로 그것이었을 것이다.


“검은색 상자를 찾긴 했어. 제임스가 엄청 귀중하게 여기더라고.”

“맞아. 그거야. 아마 그 안에 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 티켓이 있었겠지. 역시 제임스의 방에 있었군.”

“저기, 내가 아는 것은 다 말했는데 이제 그만 풀어주면 안 될까?”

“당연히 풀어줘야지. 앞으로도 같이 일할 동업자인데.”

“뭐? 그 말은 설마······.”

“맞아. 다시 한번 제임스를 털자고.”


그 말에 이강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인간 같지 않던 초능력을 보였던 제임스와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

간신히 그에게서 벗어났는데 또다시 호랑이 굴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나 안 해! 다른 것은 다 해도 그 짓은 죽어도 안 해. 차라리 날 패.”

“걱정하지 마. 이번엔 전보다 더 철저히 준비할게.”

“웃기지 마. 네가 무슨 짓을 해도 놈은 못 막아. 또 괴물에게 쫓겨 다닐 수는 없어.”


이강재는 두려움에 몸서리쳤다.

그의 눈에 몽둥이를 든 괴물이 쫓아오는 듯한 환영이 보였다.

오달소는 괴물이란 말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괴물? 무슨 말이야?”

“넌 말해도 몰라. 믿지도 않을 거고.”

“설마 네가 말하는 괴물이 이거냐?”


오달소는 휴대폰을 꺼내 몇 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에는 팔 대신 낫이 달린 괴물, 수술용 메스를 들고 있는 괴물.

마지막 사진에는 이강재가 데페라도에서 봤던 괴물이 있었다.


“네, 네가 이놈의 사진을 어떻게?”

“설마 너 갔던 거냐? 데페라도에?”

“데페라도까지 알아? 설마 너 날 공사 친 거냐?”


처음부터 이상했다.

형을 감옥에서 빼내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던 놈이 시키는 것은 호텔에 들어가서 제임스의 머리카락까지 전부 가져오는 것이었다.

오달소가 데페라도까지 알고 있자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너 내가 얼마나 개고생을 한 줄 알아? 나 진짜 죽을 뻔했어!”

“내가 들어가던가 티켓을 빼앗으려 했는데 계획을 수정해야겠군. 야, 언제 다시 데페라도로 들어가냐?”

“안 가는데?”

“아니 왜?”

“내가 미쳤다고 거길 가냐? 제임스한테 다시는 안 간다고 했어.”

“이런 미친놈!”


오달소가 주먹으로 기둥을 쳤다.

그가 짜증 내는 꼴을 보니 어쩐지 속이 시원했다.

이강재는 더욱 약 올리듯 말했다.


“제임스도 원하지 않으면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

“그랬겠지. 그가 만든 규칙에 참가자는 언제든 자유롭게 그만둘 수 있다고 되어 있으니까.”

“생각 바뀌면 연락하라고 휴대폰도 줬는데 내가 총 맞았냐? 전화하게?”

“그게 사실이야? 당장 전화해. 제임스에게 게임에 참가하겠다고 말하라고!”

“싫어. 아니 못해. 너 데페라도가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아냐?”

“그럼 지금 죽던가 새끼야.”


오달소는 갑자기 칼을 꺼내 이강재의 목에 들이밀었다.

살짝 베인 살갗에서 피가 흘렀다.

이강재는 당황하여 딸꾹질을 했다.


“왜, 왜 이래?”

“결정해. 지금 죽을지 아니면 게임에 참가할지.”

“달소야 제발 이러지 마라. 나 네 형 친구야. 달중이 얼굴을 봐서라도 살려주라.”

“닥쳐!”

“형님, 이러다 저놈 죽겠습니다. 일이 틀어진 이상 그것을 찾으려면 놈이 필요합니다.”


흥분한 오달소가 이강재를 죽이려 하자 그의 부하가 말렸다.

그들에게는 데페라도에 갈 수 있는 이강재가 필요했다.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오달소는 칼을 치웠다.


“내가 잠시 이성을 잃었군. 미안하다.”

“괘, 괜찮아. 용서해 줄 테니까 그냥 보내줘.”

“너 형이랑 알고 지낸 시간이 얼마지?”

“십 년이 조금 넘을걸?”

“너에게 형은 사부나 다름없을 거야.”

“그렇지.”

“그럼 형의 위기를 외면하지도 않겠지?”


어쩐지 오달소의 말이 이상해진다.

오달중이 그에게 도둑질 기술을 가르친 사부긴 했지만 그와의 정을 생각하라면 글쎄?

그와는 철저한 비즈니스 사이였다.

그러나 이강재는 살기 위해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그럼. 나와 달중 사부의 연이 얼마인데. 그러니까 보내 줘라.”

“알았다. 야, 풀어줘.”

“예. 형님.”


드디어 묶여 있던 이강재가 자유를 찾았다.

얼마나 꽉 묶어 놨는지 손목에 피가 안 돌아 새하얬다.

이강재는 손목을 문지르며 오달소의 눈치만 살폈다.

오달소는 이강재를 무시하며 부하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고객 중에 신미소라는 년이 있지?”

“예. 형님.”

“뭐? 설마 미소가 네게 돈을 빌렸어?”

“그년이 돈 갚지 못하면 잡아서 일본에 팔아버려. 얼굴도 반반하니 비디오 찍으면 꽤 돈이 될 거야.”

“오달소!”

“참, 보증인도 있었는데······ 이름이 서강수였나? 걔는 중국에 팔아버려.”


이제는 강수까지.

이강재는 하이에나처럼 비열한 눈빛을 번뜩이는 오달소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무릎 꿇고 빌며 매달렸다.


“달소야, 제발 살려주라. 내가 뭐든지 다 할 테니까 우리 애들만은 건들지 마라.”

“그럼 데페라도 갈 거지?”

“그, 그건······.”

“하이고 이 애들은 참 불쌍하네. 형 잘못 만나서 인생 망치고.”

“빌린 돈은 내가 어떻게든 갚을게. 그러니까 제발······.”

“넌 설마 걔들이 내 돈을 갚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오달소는 깡패이자 완벽한 양아치다.

그런 놈이 빚 갚겠다고 찾아온 신미소를 순순히 만나줄 리가 없다.

결국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고 신미소와 서강수는 놈들에게 끌려가 팔릴 것이다.

오달소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이강재의 머리채를 잡아 들어 올렸다.


“동생들 신세 망치는 꼴 보기 싫으면 좋은 말로 할 때 데페라도 가자.”

“······.”

“그곳에서 물건 하나 찾아오면 풀어 줄게.”


오달소는 데페라도에서 일곱 개의 구멍이 뚫린 검은색 왕관과 보석들을 찾아오라고 말했다.

그것만 가져오면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겠다고.

오달소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알아들은 것으로 생각하고 난 간다.”


그가 떠나고 이강재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는 실성한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


“안 돼.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방법을 찾아야 해.”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죽을 수는 없다.

이강재는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서둘러 어딘가로 향했다.


***


수원 인계동에 위치한 만물 전당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전당포 주인인 이씨 영감님이 마음씨가 좋아 물건의 가치보다 더 큰돈을 빌려주기 때문이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집안의 물건들을 쥐어짜 내 전당포를 찾았다.


“영감님. 이 정도면 얼마 정도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어디 보자. 이 정도 물건이면······.”


이씨 영감은 남자가 가져온 오래된 족자를 살폈다.

색이 바랜 것이 세월의 흔적을 나타내고 있었고 글씨 또한 명필이었다.

남자는 큰돈을 빌릴 수 있다는 기대에 들떴다.


“어떠십니까?”

“쯧쯧. 뭐 이런 걸 가지고 와서 돈을 빌리려고 하는가?”

“예?”

“야 이 사람아. 이거 노비 문서야. 값어치가 하나도 없어.”

“그, 그럴 리가요. 그 족자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입니다.”

“감정 결과 오십만 원은 빌려줄 수 있겠네.”

“사장님!”

“자네도 알지? 나 돈 빌려줄 때 후한 거. 그러니까 만족하고······.”


그때 전당포의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왔다.

그를 본 이씨 영감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황급히 책상에서 돈을 꺼내 남자에게 주었다.


“여기 오백일세. 이거면 충분하지?”

“예? 아이고, 이렇게까지 큰돈을 빌려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자네 운 좋은 줄 알아. 급한 손님이 아니었으면 오십만 원에서 천원 한 장도 더 못 받았어. 그러니 어서 가게.”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감님.”


남자를 빨리 돌려보낸 이씨 영감은 문을 닫아 걸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사내를 반겼다.


“이게 얼마 만이야. 그동안 잘 지냈나?”

“3년 만에 뵙습니다. 영감님.”


만물 전당포에 들어온 사내의 정체는 이강재였다.

그는 초조한 얼굴로 이씨 영감에게 말했다.


“영감님, 회포는 나중에 풀고 빨리 여권 세 개만 준비해 주세요.”


도저히 한국에서는 오달소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나라를 떠나는 것만이 답이다.

그것을 위해 만물 전당포에 찾아온 것이다.

이강재는 이씨 영감과 눈을 마주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87 아싸라삐아
    작성일
    23.02.12 10:22
    No. 1

    지랄도 염병이다
    오달소 저새끼 죽여주면 참석한다고 해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오달소 같은새끼는
    죽여버려야된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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