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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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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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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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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14화

DUMMY

데페라도 탈출기는 보통 천 명의 사람들이 생존자로 게임에 참가한다.

겨우 천 명이 서울과 인천, 경기도를 합친 크기의 지역에서 돌아다니는 것이다.

때문에 나중이라면 몰라도 초반 시작 지점부터 사람을 만나는 일은 드문 일이었다.

게임의 시작 지점 또한 수백 개가 넘어 첫날부터 생존자를 만나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무슨 우연의 일치인지 주택가 구역에 세 명의 생존자가 모여 있었다.


“그러니까 아저씨에게 주택가 루트를 가르쳐준 사람이 이씨 할아버지란 거죠?”

“영감님을 아십니까?”

“물론이죠. 덕분에 제법 벌었는데요. 그 루트도 제가 알려드린 거예요.”


알고 보니 캘리는 이씨 영감의 주요 고객이자 정보원 중 한 명이었다.

이씨 영감은 그녀로부터 데페라도의 물건이나 정보를 구입했다.

그가 이강재에게 알려준 살인마를 피해 아이템을 찾는 루트들 또한 그녀가 짠 것이었다.


“참 이런 우연도 다 있네요. 원래 초반부터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드문데.”

“그렇군요.”

“혹시 괜찮으면 아저씨도 저희와 같이 다닐래요? 어차피 가는 길은 똑같을 것 같은데.”

“저야 껴 주시면 감사하죠. 근데 일행이 있으십니까?”

“아저씨랑 똑같은 신입인데 우연히 만났지 뭐예요. 그래서 같이 다니고 있어요.”

“그러셨군요.”

“걔랑은 요 앞 편의점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따라오세요.”


이강재가 아는 길은 모두 캘리에게서 나온 것이다.

결국 이씨 영감이 알려준 ‘초보자도 할 수 있는 테페라도 탈출 루트’대로 가다 보면 그녀들과 계속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강재는 굳이 캘리와 경쟁하는 것보다 함께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위험하기 짝이 없는 데페라도에서 다른 생존자들과의 협력은 생존에 큰 도움이 된다.

그는 캘리를 따라갔다.


***


데페라도 주택가 구역은 현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곳과 똑같았다.

다수의 주택이 있었고 근처에 노래방, 영화관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있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전쟁이라도 겪은 듯 대부분이 무너져 있다는 것이다.

부서진 건물의 잔해와 꺾인 가로수들은 음울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런 주택가의 분위기와는 달리 캘리는 너무나 밝았다.

절망스러운 데페라도에서도 그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아저씨 좀 웃어요.”

“예? 갑자기 그게 무슨······.”

“이거 뉴플릭스에 올라가는 거 몰라요? 많은 사람들이 볼 텐데 그렇게 표정이 굳어 있으면 인기 못 얻어요.”

“아, 예. 하하······.”


문방구에서 이곳 편의점 앞까지.

그 짧은 시간 동안 캘리와 대화를 나눠본 결과 그녀는 완벽한 관종이었다.

보이지도 않은 카메라를 의식해서 저렇게 웃고 다니는 것이다.

그녀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면 참지 못하고 정리하곤 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지.”

“저기 빨리 가면 안 될까요?”

“잠깐만요. 전세계의 시청자들이 보는데 잠깐이라도 못난 모습을 보일 수 없어요.”

“그래도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아서요.”

“왜요?”

“그게 그러니까······.”


평소라면 캘리가 무슨 짓을 하던 그냥 보고만 있었을 이강재가 그녀를 재촉하는 이유는 그의 특성 때문이다.

아까부터 몸에서 느껴지는 따끔거리는 느낌이 커지고 있다.

분명 그들이 가고 있는 방향에 살인마나 몹이 있을 것이다.

조금 전 몹의 포효 소리를 들었기에 이강재의 불안감은 컸다.

그가 자신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자 캘리는 웃었다.


“뭐야, 난 또. 겨우 그런 것 때문에 조심스럽게 걸었던 거예요?”

“왜 웃으십니까? 정말 제 특성 중에 괴물을 감지하는 것이 있어요.”

“믿어요. 근데 지금 시기에는 굳이 살인마와 몹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예? 어째서요?”

“그건 조금 있다가 알려드릴게요. 우선 편의점에 들어가자고요.”


캘리는 편의점 문을 활짝 열었다.

그곳에는 짧은 단발의 여성이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녀는 캘리를 보자 반갑게 인사했다.


“언니, 가셨던 일은 어떻게 되셨어요?”

“좀 꼬이긴 했지만 잘 해결됐어.”

“근데 저분은 누구세요?”

“앞으로 우리와 함께 다닐 아저씨.”

“예?”

“그렇게 됐어. 참, 아직 이름도 모르네요. 아저씨, 소개 좀 해 주세요.”


그러고 보니 캘리와 편의점에 오는 동안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정작 통성명도 하지 않았다.

두 여성의 시선이 집중되자 이강재는 갑자기 긴장해 손에 땀을 쥐며 말했다.


“전 이강재라고 합니다.”

“제 이름은 아시죠? 캘리에요.”

“예? 언니 이름은······.”

“쉿. 언니가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지?”


표정은 웃고 있는데 눈빛은 살벌했다.

캘리가 본명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녀는 이름을 밝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일행에게 주의를 준 그녀는 다시 활짝 웃었다.


“그리고 이쪽은 제 친한 후배이자 동생이에요.”

“안녕하세요. 저는······.”

“알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장 선수.”

“저를 아세요?”

“물론이죠. 펜싱 국가대표 선수 장선영 씨 아니십니까.”


사실 이강재는 처음 편의점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누구인지 알아봤다.

장선영은 잔다르크란 별명으로 불렸던 펜싱 에페 선수다.

협회의 부당한 처우와 맞서다 부상까지 겹쳐 은퇴하게 되었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다.


“절 아시는 분을 여기서 만나다니. 이런 우연도 다 있네요.”

“사실 제 친구가 선영 씨 팬이라서요. 은퇴한다는 기사를 봤을 땐 정말 아쉬웠습니다.”


이강재의 도둑질 사부인 오달중이 은근히 애국심이 높아 올림픽과 같은 국제경기를 챙겨보곤 했는데 그중 장선영을 제일 좋아했다.

교도소에 있을 때 신문으로 팔에 입은 부상으로 은퇴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정말 안타까웠다.

때문에 이강재는 그녀를 보자마자 내심 반가웠다.

그런 둘의 모습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보던 캘리는 대화를 끊었다.


“자,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에요. 여긴 데페라도라고요.”

“아, 예. 죄송합니다. 전 그냥 반가워서······.”

“됐고. 다들 공복과 갈증 수치는 어때요?”

“저는 아직 괜찮습니다.”

“저도요.”

“그럼 일단 편의점에 있는 물건들부터 챙기고 안전한 곳에 가서 대화를 나누자고요. 선영아 가방 찾아왔지?”

“예.”

“일단 저 안에 최대한 많은 양을 담으세요. 서둘러요.”


이강재와 장선영은 캘리의 지휘에 따라 재빠르게 움직였다.

장선영이 찾아온 가방은 초등학생이 매고 다니는 책가방 두 개였는데 편의점 안의 물건이 워낙 적어 다 채우지도 못했다.

그들은 편의점의 모든 물건들을 쓸어 담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


세 사람은 편의점을 떠나 주택가의 그나마 멀쩡한 집으로 들어왔다.

그곳은 폭격이라도 맞은 듯 이층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으나 일층은 그나마 깨끗했다.

캘리는 집 안에 들어오자마자 화장실부터 들어갔다.


“럭키. 여러분 정말 운이 좋네요. 물이 나와요.”


그녀는 세면대에서 흐르는 물을 가리키며 허공에 대고 눈을 찡긋했다.

이강재는 그런 캘리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뭐 하시는 겁니까?”

“보면 몰라요? 분량 챙기는 거잖아요.”

“그게요?”

“이 정도는 해야 영상에서 일 분이라도 더 나오는 거예요. 그리고 사람들도 좋아한다니까요.”


캘리는 데페라도 탈출기를 대중의 인기를 얻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떻게든 영상에 나오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지금 선영이랑 목욕할 생각이니 훔쳐보지 말아요.”

“제, 제가 왜 훔쳐봅니까? 그리고 영상을 찍으면 씻는 장면까지 나올 텐데 걱정 안 되세요?”

“뭐 어때요? 목욕 이 나오면 남성 시청자들이 환장한다니까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그리고 목욕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에요. 아저씨도 저희 다음에 씻으세요.”

“왜요?”

“청결 수치를 관리해야죠.”


캘리는 왜 그들이 씻어야만 하는지 말해줬다.

상태창에는 총 다섯 가지의 수치가 있는데 네 번째가 바로 청결 수치였다.

이 청결 수치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몸에서 냄새가 나게 된다고 한다.

살인마와 몹이 이 냄새를 맡고 쫓아올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청결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다들 상태창의 수치가 빨간색이 되지 않게 관리 잘 해요.”

“알겠습니다.”

“선영아, 우린 목욕하자.”

“예. 언니.”


두 사람이 화장실로 들어가고 이강재는 눈치를 살피다 슬쩍 밖으로 나왔다.

그는 주머니에서 숨겨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하아, 정말 다행이야. 편의점에 담배가 없었다면 난 죽었을 거야.”


이강재는 깊게 들이마시고 뿌연 담배연기를 뿜었다.

연기와 함께 그동안의 피로가 풀리는 듯했다.

이강재는 담배를 깊게 몇 모금 빨고 다시 안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벌써 목욕을 마쳤는지 캘리와 장선영이 나와 있었다.

그녀들의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벌써 다 씻으셨어요?”

“비누나 샴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물로만 씻는 건데요. 근데 아저씨. 혹시 담배 피웠어요?”

“그게, 예······.”

“스트레스 수치 차원에서 나쁘진 않은데 너무 많이 피우진 마세요. 우린 비흡연자거든요.”

“예. 주의하겠습니다.”

“그럼 씻고 나오세요. 그 후에 간단히 데페라도에 대해 설명드릴게요.”


이강재는 화장실에 들어가 대충 물을 끼얹었다.

상태창을 보니 조금이지만 청결 수치가 떨어졌다.

그는 수건 대신 집 안에 있던 옷가지로 물기를 닦고 나왔다.

캘리와 장선영은 가구를 부숴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다.


“집 안에서 불을 질러도 됩니까?”

“불을 지르다니요? 어감이 이상하네. 어차피 버려진 집인데 뭐 어때요.”

“그건 그렇죠.”

“그보다 데페라도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요. 제가 알려드리는 것보다 그게 낫겠어요.”

“그럼 아까 하셨던 얘기는 뭔가요? 왜 살인마와 몹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그건 생존자와 살인마의 이해관계 때문이에요.”


데페라도 탈출기의 참가자들은 두 가지 역할을 부여받는다.

생존하여 탈출하는 생존자와 게임이 끝날 때까지 그들을 최대한 많이 죽여야 하는 살인마.

역할이 다른 만큼 둘 사이에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나누어져 있었다.


“생존자는 살인마를 죽일 수 없어요.”

“그럼 우린 살인마가 나타나면 저항도 못하고 죽어야 합니까?”

“도망치는 것은 가능해요. 우리에겐 특성이 있잖아요.”


캘리의 말에 이강재는 자신의 특성을 떠올렸다.

확실히 살인마를 죽일 수는 없어도 따돌리는 것은 가능했다.

캘리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살인마는 탐색할 수 없어요.”

“예?”

“아이템을 못 찾는다고요. 그들은 오직 생존자를 죽여야만 보상으로 그들이 가진 아이템을 얻을 수 있어요.”


데페라도에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물건, 아이템이 있다.

이것은 데페라도의 각 지역에 숨겨져 있는데 게임이 오랫동안 진행될수록 대단한 힘을 가진 아이템이 발견되게 된다.

생존자는 이 아이템을 찾아 탈출하는 것이 목표였고 살인마는 아이템을 찾을 수 없는 것이 법칙이었다.


“만약 살인마가 서랍 같은 곳을 열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요. 탁자 위의 물건도 집을 수 없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우리에게 시간을 주는 거예요.”


게임 초반에 생존자들을 죽인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

생존자의 특성 때문에 잡기도 힘든데 어렵게 죽였더니 보상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살인마들은 게임의 초기에는 몹을 통제하여 돌아다니지 않는다.


“살인마는 몹이 생존자들을 죽이지 못하게 철저히 통제해요. 그래서 살인마가 움직일 생각이 없는 한 우린 안전하죠.”

“살인마가 움직이는 시간은 언제입니까?”

“대충 일주일까지 봐준다고 보면 돼요. 그 후에는 정말 조심히 다녀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게임이 시작되고 일주일이 지나면 살인마들도 생존자가 아이템을 어느 정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그전에도 돌아다니다 몹을 만나면 공격받는다.

다만 일주일이 지나기 전엔 몹도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을 뿐이었다.

이강재는 그래도 일주일이면 빠르게 물건을 찾고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아 안도했다.

그러나 캘리는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말했다.


“참,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탈출방법을 찾더라도 읽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세요.”

“어째서요? 빨리 탈출하면 살인마도 피하고 아이템도 가지고 나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게 말이에요······.”

“그러면 보상이 작아지잖아. 이 멍청아!”

“응? 우, 우아악!”


어디선가 들려온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이강재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창문에 매달린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마치 좀비처럼 퀭한 눈을 하고 있는 그는 창문에 얼굴을 붙이고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내의 등장에 캘리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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