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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연재수 :
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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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글자수 :
86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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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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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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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7화

DUMMY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친 이강재는 놈이 따라오는 것 같지 않자 멈춰서 숨을 골랐다.

이강재는 벽에 기대 놀란 가슴을 추슬렀다.


“미친. 이게 뭐지?”


1분이 지나자 고속 질주의 효과가 사라졌다.

그 짧은 1분 동안 그는 놈에게서 벗어나 기숙사 동관에 도착했다.

그것도 한쪽 발이 덫에 당해 다친 상태로 말이다.

이강재는 자신이 지닌 특성에 대해 생각하다 문득 고통이 몰려왔다.

흥분해 있어서 잊고 있었는데 그는 아직도 발에 덫을 달고 있었다.


“아야야, 개자식. 학교에 이딴 것을 깔아두다니.”


이강재는 바닥에 주저앉아 무게를 실어 오른발에 매달린 덫의 양끝 부분을 눌렀다.

자세가 불편해서 그런지 덫은 쉽게 벌어지지 않았다.

한참 동안 땀 흘리며 덫과 씨름한 결과 그제야 발을 되찾을 수 있었다.

오른발의 상처는 짓뭉개지고 찢어져 새하얀 뼈를 보였으며 피로 얼룩져 있었다.

상태창을 보니 엉망이었다.


“과다출혈에 골절. 공복과 스트레스는 왜 이래?”


공복과 스트레스 수치가 빨간색으로 빛났다.

그러고 보니 오늘 먹은 것이라고는 서관에서 발견한 초코바뿐이었다.

갈증 수치도 노란색인 것이 좋지 않았다.

또한 상태창 그림의 오른발 색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그 옆에 자그마한 그림이 두 개나 있었다.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강재는 일단 가방에서 지혈제를 꺼내 상처 부위에 뿌렸다.


“또 옷을 찢어야 하네.”


상처를 감을 붕대가 없었다.

이강재는 주저하지 않고 옷을 벗어 찢었다.

마침 이곳이 기숙사 동관이니 옷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찢어진 천 조각으로 상처 부위를 단단히 동여맨 이강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관에도 보건실이 있을 거야. 일단 수술키트를 찾아보자. 그리고 이곳에도 쓸 만한 것이 있겠지.”


기숙사 서관에도 보건실이 있었으니 이곳 동관에도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발을 치료할 수 있는 도구를 찾아야 한다.

이강재는 혹시나 있을 함정에 주의하며 동관 안으로 들어갔다.


***


기숙사 동관은 서관과 똑같은 구조였다.

한번 가본 곳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이강재는 오른발을 질질 끌며 거침없이 나아갔다.

그는 우선적으로 1층의 보건실부터 들어갔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놈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선 두 발이 멀쩡할 필요가 있었다.

고속 질주가 있긴 했지만 무한정으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지속시간도 겨우 1분이다.

이런 불편한 몸으로는 위험했다.

그러나 동관 보건실에선 수술키트를 찾을 수 없었다.


“으아악! 빌어먹을. 서관에는 있었잖아. 근데 동관에는 왜 없는 건데?”


보건실은 이곳이 마지막이다.

즉 더 이상 치료도구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말이다.

다친 오른발을 감고 있던 천 조각이 붉게 물들었다.

계속해서 움직이다 보니 상처가 덧난 것이다.

출혈 외에도 골절이 있는 상태로 너무 무리했다.

이강재는 입술을 깨물며 다시 지혈제를 바르고 천을 감쌌다.


“큰일이야. 이러다 왼발까지 당하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머릿속에서 두 다리를 못 쓴 채 도망치다 놈에게 붙잡혀 죽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고개를 흔들며 잡생각을 쫓아 버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없는 치료키트는 잊어버리고 배를 채울 음식을 찾아야 한다.

이강재는 몇 개의 호실을 뒤지고 나서야 겨우 빵과 콜라를 찾았다.


“후하, 살 것 같네. 이게 어디냐.”


빵은 푸석푸석했고 콜라는 김이 다 빠져 미지근했다.

그럼에도 이강재는 포만감에 행복했다.

그는 내친김에 다른 곳도 모두 돌아다녔다.


“까마귀 동상에 이건 또 뭐야?”


동관에선 별의별 것들이 나왔다.

보석이 박힌 반지도 있었고 조그만 동상에 쓰레기까지 필요한 물건을 제외한 모든 것이 나왔다.

그 물건들은 제법 값이 나가 보였으나 이강재는 거침없이 버렸다.

겨우 저런 물건이 목숨을 구해주진 않기 때문이다.

탈출에 필요한 물건을 옮기기도 힘든데 다른 것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기계적으로 책상 서랍을 열던 이강재는 광채를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 이것은······!”


각진 외형에 앙증맞은 크기.

흰색과 붉은색의 오묘한 조화.

저것은 분명 담배가 틀림없었다.

이강재는 경건한 손짓으로 그것을 들었다.


“아아······.”


그것을 열어보니 안에는 하얀 막대가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이강재는 황급히 그것을 꺼내 입에 물었다.

아직 불을 붙이진 않았으나 향긋한 냄새가 느껴졌다.

그는 다급하게 라이터를 찾았다.


“야 이 녀석들아. 너희도 성인이니 당연히 담배 정도는 필 수 있지. 그러니까 라이터 내놔!”


이강재는 귀신에 홀린 듯이 방을 헤집으며 라이터를 찾았다.

책상이 부서지고 이불이 찢어졌다.

그는 결국 침대 밑에서 라이터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즉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흡. 하아.”


얼마 만의 흡연이란 말인가.

그동안의 피로가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레드의 독한 맛을 음미하며 그 자리에서 세 개비를 연이어 피웠다.

행복한 시간을 보낸 이강재는 상태창을 열었다.

스트레스 수치가 상당히 줄어든 것이 보였다.


“스트레스 수치가 15라. 역시 짜증 날 땐 흡연 만한 것이 없지.”


이제야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강재는 탈출에 대한 생각을 하다 눈빛을 번뜩였다.


“내가 왜 탈출방법에 적힌 대로 움직이려고 했지? 그냥 문 따고 나가면 되잖아.”


멍청했다.

이강재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도둑.

어떠한 문이라도 손쉽게 열 수 있었다.

갑자기 이상한 곳에 떨어져 괴물에게 쫓기다 보니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

이강재는 자신의 머리를 때리며 자책했다.


“잠긴 벙커 문을 열고 나가면 되잖아. 그럼 쉽지.”


이강재의 기술은 도구가 없어도 철사 하나만 있다면 대부분의 자물쇠를 열 정도로 뛰어나다.

벙커 문이 어떠한 방식으로 잠겨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에게 걸리면 자동문이나 다름없었다.

이강재는 갑자기 자신감에 차올랐다.


“좋아. 가 보자고.”


이강재는 지금의 상황을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머릿속으로 괴물이나 데페라도라는 이상한 지역을 지웠다.

그냥 평소처럼 집주인을 피해 문을 따고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자 있던 겁도 사라졌다.


***


곧바로 지하로 가겠다고 마음먹은 이강재는 일단 동관을 마저 수색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대비를 해야 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담배였지만 말이다.


“젠장. 대학씩이나 간 놈들이 담배도 안 태우고 뭐 하는 거야?”


처음을 제외하고 담배는 나오지 않았다.

이강재는 분노하는 한편 데페라도의 서동 대학교 학생들이 안쓰러웠다.


“다 못 배워서 그런 거야. 이게 얼마나 좋은 건데.”


이강재는 학생들을 위로하며 한 모금 빨았다.

뿌연 연기가 기숙사를 가득 채웠다.

비록 담배는 찾지 못했으나 이강재의 표정은 밝았다.

탈출에 필요한 도구인 공구상자를 찾았기 때문이다.


“굳이 필요할까 싶지만 뭐 문 딸 때 사용할 수도 있으니까.”


이강재는 한 손에 공구상자를 들고 동관을 벗어났다.

본관을 향해 달려가는 그는 거침이 없었다.

그의 특성 고양이 발걸음 덕분에 기척이 사라지니 괴물이 소리를 듣고 올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더럽게 따끔거리네.”


본관에 가까워질수록 이강재는 몸에서 쿡쿡 찌르는 고통을 느꼈다.

놈이 이 주변에 있다는 말이다.

갑자기 겁이 난 이강재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연기 때문에 놈이 그를 발견하고 올 수도 있어 피우진 못하지만 입에 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었다.


“언제까지 이 빌어먹을 곳에 갇혀 있을 수는 없지.”


물었던 담배를 다시 빼내 집어넣은 이강재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는 혹시나 함정에 당할까 봐 오른발을 먼저 내딛는 식으로 걸었다.

탈출할 수 있다면 이미 망가진 발쯤은 얼마든지 내줄 수 있었다.

다행히 입구에는 덫이 없는지 순조롭게 본관에 들어갔다.


쿵. 쿵.


고통과 함께 놈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이강재는 숨을 죽이고 몸을 숨겼다.

잠시 후.

불빛과 함께 놈이 나타났다.

놈은 이강재를 발견하지 못한 듯 그가 숨은 곳을 그대로 지나쳐갔다.


“휴. 다행이다.”


놈은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졌다.

긴장으로 땀 범벅이 된 이강재는 빨리 이곳을 나가기 위해 지하로 통하는 중앙 계단을 찾았다.

학교 내부 지도가 있어 계단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널따란 중앙 계단 앞.

이강재는 느낌이 좋지 않아 가방에서 약통을 꺼내 던졌다.


철컥!


가득 찬 약통이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덫이 입을 다물었다.

이강재는 찢겨 흩어지는 약을 보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하, 새끼. 위장할 거면 제대로 하지.”


중앙계단 앞에는 누가 봐도 수상할 정도로 흙이 깔려 있었다.

설치한 덫을 숨기기 위해 놈이 뿌려둔 듯했다.

덕분에 함정을 피할 수 있었던 이강재는 속으로 놈을 비웃으며 내려갔다.


***


서동대학교 지하는 미로 같고 음침했다.

녹이 슨 배관에선 물이 새어 나왔고 길은 구불구불하고 여러 갈래로 나어져 있었다.

지도가 아니었다면 지하에서 길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작은 불빛 덕에 앞을 분간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이강재는 비상구 유도등에서 나온 녹색 불빛을 따라 움직였다.


“이제 곧 지하 벙커다. 빨리 문 따고 나가야지.”


벙커의 문이 어떤 형식의 잠금장치를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제없다.

기다란 꼬챙이만 있어도 대부분의 문을 열 수 있는데 공구상자까지 있으니 걱정이 없었다.

이강재는 문을 열었다.


끼익!


녹이 슬어 뻑뻑한 철문이 소음을 내며 열렸다.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넓은 공간이 나왔고 끝에 푸른색 문이 보였다.


“아이 씨. 쓸데없이 전자식이네.”


벙커 입구를 막고 있는 문은 평범한 방식이 아닌 전자키로 여는 것이었다.

딱 보니까 카드 형태의 키를 대어야 열 수 있는 것 같았다.


“원래는 전기를 공급한 후에 키를 이용해 여는 것이었네.”


이강재는 잠깐 살핀 것만으로도 상태와 구조를 파악했다.

탈출방법에 적힌 물품을 모아 전기를 공급하면 카드키를 이용해 나가는 방식일 것이다.

지금은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뭐, 상관없지. 이제 이곳과도 안녕이다.”


전문적인 장비가 있었다면 수월했겠지만 이강재는 구식의 방법에도 정통했다.

그는 공구상자에서 일자드라이버와 망치를 꺼냈다.

우선 저 잠금장치부터 부서야 한다.

드라이버의 끝을 홈에 대고 세게 내려쳤다.


깡!


“어라? 이게 왜 안 돼지?”


어떠한 것이라 해도 일체형이 아닌 이상 결합부를 쑤시고 힘을 주면 부서지게 되어있다.

그런데 이놈은 달랐다.

몇 번을 내려치고 쑤셔도 꼼짝하지 않았다.

이강재는 애써 평정심을 찾았다.


“괘, 괜찮아. 아직 방법은 많아.”


첫 번째 단추가 꿰지진 않았으나 다음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그는 문고리를 노렸다.


퍽!


문고리는 너무나 멀쩡했다.

무게를 실어 내려쳤는데 소용이 없었다.

당황한 이강재는 절박한 심정으로 계속해서 망치로 두드렸다.

흠집도 나지 않는 것이 오기를 자극했다.

이강재는 여러 도구들을 이용해 문을 열려고 시도했으나 모두 허사였다.

그때 갑자기 도어락에서 이상한 기계음이 나왔다.


[삐빅. 부정한 방법이 감지되었습니다.]


“뭐야? 작동 안 하는 것 아니었어?”


[10초 후 경보음이 발생합니다.]


“뭐?”


[10, 9, 8······]


음성은 빠르게 숫자를 세었다.

녀석이 0을 말하는 순간 학교 전체에 이렌 소리가 울렸다.


애애엥! 에에엥!


고막이 터져버릴 것 같은 소리에 이강재는 귀를 틀어막았다.

잠금장치에서 난 소리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그가 딛고 서있는 바닥이 흔들렸다.

동시에 온몸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이 사이렌 소리를 듣고 놈이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것이다.

이강재는 소리를 끄기 위해 잠금장치를 두드렸다.

그러자 해보자는 듯이 소리는 더 커졌다.


“그어어.”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 사이로 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강재는 사색이 되어 서둘러 공구상자를 챙겼다.


“아무리 급해도 이건 가져가야 해.”


잠금장치를 부수고 나가겠다는 계획이 물거품으로 되어버린 지금 이곳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열쇠를 찾는 것이 유일했다.

그는 드라이버와 망치를 다시 넣고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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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22화 22.10.27 208 1 13쪽
22 021화 22.10.27 213 1 13쪽
21 020화 22.10.26 223 2 13쪽
20 019화 22.10.26 22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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