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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연재수 :
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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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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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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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21화

DUMMY

등 뒤에서 느껴지는 따끔거리는 감각.

점점 커지는 그 고통은 몹이 접근해 옴을 알렸다.

이강재는 캘리를 따라 무작정 달렸다.


“캘리 씨.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몹으로부터 도망쳐서 폐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으로 가야 해요. 아저씨에게 지도가 있으니 안내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참, 좋은 소식이 있어요. 탈출방법을 찾았어요.”


교장실 금고에서 발견한 탈출방법.

박상만 회장이 정한 한달의 시간이도 지나진 않았지만 상납금을 먼저 바쳐도 된다.

정해진 액수만 채우면 되니까.

그 후 탈출 방법에 따른 조건을 처리해 이곳을 나가면 된다.


“아저씨 혹시 이곳에 계속 남을 생각이 있어요?”

“예?”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거든요. 커지는 보상을 위해 남고 싶어 하는 사람들 말이에요.”


데페라도 탈출기에 참가한 생존자들은 저마다 원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돈이 됐든 특별한 아이템이 되었든 목숨을 걸 정도로 원하는 것이 있다.

때문에 간혹 탈출방법을 찾았음에도 나가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이강재는 고개를 저었다.

오달소가 말한 왕관은 구하지 못했으나 다수의 치료템을 얻었다.

어쩌면 이 중에 보육원장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있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아니요. 전 나갈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나가고 싶습니다.”

“선영이 너는?”

“저도 괜찮아요.”

“좋아요. 그럼 빨리 화산 지역으로 가서 상납금을 내고 탈출해요.”


화산 지역은 데페라도의 중앙에 위치한 곳이다.

그곳까지 가는데 위험하고 시간이 많이 들긴 해도 반드시 들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실에서 보복이 이루어질 테니까.


“일단 안전한 곳에서 탈출방법을 읽고 필요한 물건을 찾아요. 그런 후에 화산 지역에 가자고요.”

“예.”

“그럼 계속 가 볼······ 하암, 왜 이렇게 졸리지?”

“언니, 저도 아까부터 눈이 감겨요.”

“다들 피로도 수치를 확인해 보세요.”


상태창을 열어보니 모든 수치가 최악이었다.

대부분의 수치가 한 자릿수로 떨어져 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어떡하죠? 도망치다 쓰러지겠어요.”

“캘리 씨, 놈들이 계속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럴 때 커피 같은 거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참, 제게 각성제가 있습니다. 한 알씩 받으세요.”


이강재는 가방에서 암페타민이라고 적힌 약통을 꺼내 캘리와 장선영에게 한 알씩 주었다.

암페타민은 각성제 중 하나로 지금처럼 잠에서 깨야 하는 순간에 꼭 필요한 약이다.

한국에선 불법인 약품이지만 이곳 데페라도에선 상관없다.

물론 나중에 돌아가서 검사를 받는다면 잡혀 들어가겠지만 말이다.

암페타민을 먹으니 상태장의 피로도 수치에 괄호로 +20이라는 표시가 생겼다.


“어떻게 큰불은 껐네요.”


그러나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피로도 문제가 해결되자 몹이라는 위협이 찾아왔다.

도진중학교 입구에서 세 마리의 몹이 나왔다.

그들은 이강재 등을 무시하고 급식실로 뛰었다.


“왜 저러지? 몹들이 우릴 그냥 지나칠 리가 없는데?”

“아마 급식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갔을 거예요. 제가 눕혀 놨거든요.”


학교 급식실에는 장선영을 노렸던 놈들이 누워있었다.

그들이 세 사람 대신 표적이 되어 준 것이다.


“놈들의 시선이 다른 곳에 가 있을 때 빨리 도망쳐요.”

“캘리 씨, 저기!”


이강재는 학교의 정문의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여러 대의 자전거가 쓰러져 있었다.

아마 오원호의 특성으로 뽑은 자전거일 것이다.

세 사람은 서둘러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사라졌다.


***


세 사람은 이강재의 따끔거리는 감각이 사라질 때까지 자전거의 페달을 밟았다.

그들은 학교를 지나 숲에 들어가서 멈춰 서고 숨을 돌렸다.


“어때요? 아직도 따끔거려요?”

“아직 느껴지기는 하는데 커지진 않아요. 아마 포기한 것 같아요.”

“좋아요. 그럼 잠깐 여기서 쉬죠.”

“예.”

“참, 선영아. 혹시 급식실에서 먹을 것 없었니? 공복 수치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아, 죄송해요 언니. 아까 그놈들 때문에 다 놓고 왔어요.”


학교에서 가방을 구할 수 있었던 이강재와 캘리와는 달리 장선영은 급식실에서 찾은 물건들을 담을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장선영은 커다란 냄비에 찾은 음식들을 넣고 가져오려고 했다.

그런데 주대훈의 부하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들과 싸운 후 캘리가 걱정되어 모든 것을 급식실에 그대로 둔 채 밖으로 나왔다.


“제가 챙겼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아니야. 다 고장재와 주대훈 그놈들 때문이지.”

“캘리 씨, 제가 주변에서 먹을 것 좀 구해 오겠습니다.”

“저희도 같이 갈게요.”

“아닙니다. 두 분은 힘드실 텐데 편히 쉬고 계십시오.”


이강재는 최대한 친절해 보이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계속해서 함께 가겠다는 그들을 말렸다.

그러자 캘리와 장선영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아저씨 설마?”

“또 저희를 버리려는 거예요?”

“버리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에 주택가 뒷산에서 망치둥이에게 쫓길 때 혼자 도망치려고 했잖아요.”

“맞아요. 그리고 학교에서도 혼자 가려고 했으면서.”

“뭐? 학교에서도 그랬어?”

“예. 만약 저와 마주치지 않았다면 혼자 도망쳤을 거예요.”


이강재를 바라보는 두 여인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워낙 전적이 화려해서 그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이강재는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정말 아니에요. 믿어주세요.”

“정말 저희 버리고 갈 거 아니죠?”

“그럼요. 제 짐도 두고 가는데 설마 도망치겠습니까?”


이강재는 신뢰의 증표로 그가 도진 중학교에서 어렵게 모은 물건들을 그녀들에게 건넸다.

그제야 두 사람은 이강재를 믿고 보내주었다.


***


나무 아래에 떨어진 열매를 주운 이강재는 허리를 폈다.

캘리와 장선영에게 먹을 것을 구해 오겠다고 했으니 생색을 내기 위해선 이런 것이 필요했다.

그는 두 사람과 떨어진 진짜 목적을 실행했다.


“후우, 역시 이 맛이야.”


이강재는 눈을 감고 담배의 맛을 음미했다.

너무 오랫동안 이 맛을 느끼지 못했다.

중학교에서 담배를 찾은 후에 주대훈이라는 놈과 부딪쳐 여유가 없었다.

몹에게 쫓기다 보면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니 최대한 많이 피워 둬야 했다.

이강재의 주변에 수많은 담배꽁초가 떨어졌다.

그는 다섯 개비를 피우고 나서야 캘리와 장선영에게 돌아갔다.


“많이 기다리셨죠? 열매를 좀 구해왔습니다.”

“와, 정말 구해 오신 양이 참 적네요.”

“예?”

“비슷하게 갔던 저희도 이만큼은 모아 왔는데 말이에요.”


캘리와 장선영의 옷에서 열매들이 떨어졌다.

딱 봐도 이강재가 모은 것의 세 배는 되었다.

캘리는 이강재에게 다가가 냄새를 맡았다.


“뭐, 뭐하는 겁니까?”

“아저씨, 또 담배 피우고 왔죠?”

“그게······.”

“언제 또 담배를 찾았데요?”

“중학교에서 발견했습니다.”

“제가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에요. 다만 냄새 때문에 몹이 올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이에요.”


몹은 인간보다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다.

멀리서도 이강재에게서 나는 담배 냄새를 맡고 쫓아올 수 있었다.

캘리는 그것이 걱정되었다.


“냄새만 조심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자, 그럼 대충 배만 채우고 탈출방법을 읽죠.”


열매들을 모두 먹어 치우고.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왔다.

이강재와 장선영은 캘리가 준 탈출방법을 읽었다.


[탈출방법 14 - 통학버스]

학교의 학생들은 모두 통학버스를 이용해 등하교 합니다.

이 학교에도 학생들이 타고 다니던 통학버스가 있습니다.

학교 주변에서 버스를 찾아 탈출 가능한 구역을 통해 데페라도를 빠져나가세요.

-탈출 가능 인원: 20명

-탈출에 필요한 물품: 통학버스, 키, 경유, 지도.

-탈출 지점은 지도에 표기됩니다.


탈출방법을 읽은 세 사람은 침묵에 잠겼다.

캘리는 조용히 물었다.


“버스 운전할 수 있는 사람 있어요?”

“경차라면 모를까 버스는 자신 없어요.”

“전 아예 면허가 없어서······.”


이강재는 운전은커녕 면허조차 없었다.

그동안 일이 바쁘기도 했고 항상 오달중이 차를 운전했기 때문에 면허를 따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장선영은 차를 가지고 있긴 했으나 버스는 운전해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캘리도 마찬가지였다.


“어쩌지? 나도 버스는 운전할 줄 모르는데.”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두 분 다 운전을 할 줄 아시니 대충 해 보시죠.”

“자신 없는데······ 알았어요. 해 볼게요.”


이곳은 데페라도.

현실의 법과 규칙은 중요하지 않은 곳이다.

비록 캘리와 장선영이 대형면허가 없고 버스를 운전해 본 적 없다지만 상관없다.

이곳은 어떻게든 나가기만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필요한 물건들을 어떻게 구해야 하는가네요.”

“버스와 키는 학교에 있을 거고. 지도도 제가 가지고 있으니 괜찮은데 경유가 문제네요.”


이번 탈출방법은 버스를 고치거나 많은 것을 찾아야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버스는 어떻게 운전할 것이며 연료로 쓸 기름은 어디서 구해야 할지가 문제였다.


“아저씨, 지도를 봐 보세요.”

“예.”

“숲의 오른쪽에 적혀 있는 거 없어요?”

“없습니다.”

“이런.”

“왜 그러십니까?”

“제가 아는 주유소가 있긴 한데 숲과 화산 지역의 사이에 있다는 것밖에 기억이 안 나서요.”

“그럼 이러고 있지 말고 일단 가 보죠. 어쩌면 주유소를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어차피 박상만 회장에게 상납금을 바치기 위해서라도 화산 지역에 가야 한다.

운이 좋다면 가는 길에 주유소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전에 해결해야 할 것이 있지만 말이다.


“탈출에 대한 것은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오늘은 그냥 자요.”

“이 밝은 아침에요?”

“잘 수 있을 때 자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큰일나요. 피로도 수치도 바닥이잖아요.”

“하지만 안전한 곳도 아니잖습니까?”

“괜찮아요. 제가 교장실에서 찾은 게 있거든요.”


캘리는 가방에서 스프레이 통을 꺼냈다.

이것의 이름은 오지 마 스프레이.

상당히 강력한 악취를 풍기며 그 위력은 몹을 쫓아낼 정도였다.


“부작용으론 우리 또한 냄새를 맡는다는 것이지만 어쩔 수 없죠.”

“냄새가 어느 정도기에 그러십니까?”

“맡아봐요. 선영이 너도.”


캘리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스프레이를 뿌렸다.

그와 동시에 이강재와 장선영은 코를 틀어잡고 괴로워했다.

살짝 뿌렸을 뿐인데도 악취가 어마어마했다.


“이게 무슨 냄새입니까?”

“이 정도는 되어야 몹들이 도망치죠. 이건 다른 생존자들도 자주 쓰는 물건이에요.”

“냄새가 너무 강력해서 잘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다 적응돼요. 걱정 말아요. 그럼 잘 자요.”


스프레이를 뿌린 캘리는 바로 바닥에 누웠다.

그녀는 이미 적응이 됐는지 금세 잠에 빠졌다.

캘리와는 달리 도저히 냄새에 적응할 수 없던 두 사람은 결국 피로도 수치가 0이 되어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다음날.

그들은 박상만이 있는 화산 지역으로 향했다.

화산 지역은 용암이 들끓는 곳으로 어울리지 않게 나무가 울창한 곳이 바로 박상만 회장의 거처였다.

세 사람이 그곳으로 가는 동안 어째서인지 단 한 마리의 몹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들이 화산 지역에 들어서자 후덥지근한 열기와 함께 십수 명의 무리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무슨 일이지?”

“박상만 아저씨를 뵈러 왔어요.”

“벌써?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한달이 지난 후에 나갈게요. 상납금은 채워서 왔어요.”

“그거야 확인해야겠지. 그보다 명심해. 만약 한달 전에 나가면 각오해야 할 거야.”

“물론이죠. 구성회 쪽에 생존자 수를 확인하는 특성을 가진 생존자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그럼 들어가서 기다려. 곧 회장님께서 오실 거다.”


남자는 그들을 천막으로 안내했다.

데페라도에 있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넓고 쾌적한 곳이었다.

심지어 그곳에는 간단한 다과가 놓여 있었다.


“역시 박상만 아저씨의 거처.”

“구성회 회장은 밖이나 여기나 잘나가네요.”

“그 아저씨가 오면 상납급을 바치고 바로 돌아갈 거예요. 그 아저씨 조금 무섭거든요.”


무려 우리나라 최고의 깡패 조직 구성회의 회장이다.

눈만 마주처도 오줌을 지리는 것이 정상이다.

이강재 역시 여기서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잠시 후.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세 사람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걱정되어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수십 명의 사내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고 그 사이로 선글라스를 낀 반백발의 사내가 걸어오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회장님!”


나이 오십은 족히 넘어 보이는 사내.

그럼에도 젊은 사람보다 강건한 육체를 가진 남자.

그가 바로 구성회의 회장 박상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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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019화 22.10.26 225 2 12쪽
19 018화 22.10.25 22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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