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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연재수 :
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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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0
추천수 :
267
글자수 :
86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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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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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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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17화

DUMMY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산에선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덫둥이와 괴인이 어찌나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지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소리가 들렸다.

세 사람은 주택가를 빠져나와 학원가 구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저씨, 어때요? 저 앞에 몹이 있는 것 같아요?”

“아니요. 전혀 느낌 없습니다.”

“다행이네요. 근데 다들 상태창의 수치는 어때요?”

“다 빨간색입니다.”

“저도요.”


주택가에서 산에 올랐다 괴인에게 쫓긴 지금.

세 사람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상태창의 모든 수치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큰일이네요. 일단 공복 수치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언니, 편의점에서 가져온 음식들은 모두 먹었어요.”

“벌써? 물은?”

“주스 한 병 남았어요.”


애초에 주택가의 편의점에서 가져온 물건은 양이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그 적은 양을 세 사람이 나눠 먹으니 금방 떨어졌다.

1.5리터짜리 오렌지 주스 한 병이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었다.


“일단 그거라도 나눠 먹자. 먹으면 조금이라도 공복 수치가 올라갈 거야.”


배고픈 세 사람에게 주스 한 병은 너무나 적었다.

몇 모금 마시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바닥을 보였다.

이강재는 아쉬운 마음에 한 방울이라도 털어 넣었다.


“그나마 전 공복과 갈증 수치가 노란색으로 바뀌었어요. 선영이나 아저씨는요?”

“저는 각각 30과 35에요.”

“저도 괜찮아졌습니다.”

“그럼 이제 진짜 급한 것은 피로도네요. 빨리 잘 곳을 찾아야 하는데.”


피로도 수치가 0이 되면 그 즉시 정신을 잃게 된다.

그러니 그전에 안전한 곳을 찾아서 잠을 자야 한다.

캘리는 주변을 둘러보며 마땅한 곳을 찾았다.


“간판만 있지 멀쩡한 건물이 없네요.”

“캘리 씨, 어차피 일주일간은 위험하지도 않은데 노숙하는 것이 어떨까요?”

“살인마나 몹이 생존자를 찾아 다니지 않을 뿐이지 안전하진 않아요. 그리고 땅바닥에서 자면 입 돌아가요.”


데페라도 탈출기는 팀전이 아닌 개인전이다.

살인마나 몹 외에도 다른 생존자의 물건을 노리는 놈들도 적이다.

무방비 상태로 자다가 강도라도 만나면 험한 꼴을 당할 수 있다.


“생존자에게 죽을 일은 없지만 기껏 목숨 걸고 찾은 것들을 빼앗길 수는 없잖아요.”

“아, 그러네요. 아직 열어 보지도 못했는데 이건 꼭 지켜야죠.”

“분명 학원가에도 멀쩡한 곳은 있을 거예요. 그곳에서 잠부터 자고 내일 열어봐요.”

“예.”


이강재는 뒷산에서 가져온 타임캡슐을 꽉 끌어안았다.

과연 여기서 무엇이 나올지 기대가 되었다.

그는 부디 이 안에서 목숨을 걸 정도의 아이템이 나오길 바랐다.


“다행히 제가 여기는 잘 알아요. 저만 따라오세요.”

“지도가 없어도 됩니까?”

“학원가만 세 번을 가봤어요. 거의 제 앞마당이나 다름없어요.”


학원가의 길을 잘 안다는 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캘리는 거침없이 움직였다.

그녀는 골목으로 들어가 몇 번 방향을 틀더니 반쯤 타버린 건물을 찾았다.


“이만하면 데페라도에선 호텔이나 다름없어요. 들어가죠.”

“쓰레기장이 아니라요?”

“멀쩡하진 않아도 지붕이 있고 무엇보다 전혀 들어가고 싶지 않아 보이잖아요.”


건물의 벽은 무너져 내부가 훤히 보였고 검게 탄 흔적이 가득하다.

벽지는 죄다 뜯어져 있고 바닥에는 깨진 형광등이 흩뿌려져 있었다.

확실히 그 누구도 들어가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캘리는 오히려 이런 점이 좋은 것이라며 안에 들어가 멀쩡한 방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좁은 방음부스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여긴 피아노 학원이었나 봐요. 좀 좁긴 하지만 하룻밤 지낼 정도는 될 거예요.”

“이게요?”

“그래도 제법 아늑해요. 그럼 다들 오늘은 저기에 들어가서 자고 내일 봐요.”


캘리는 방음부스에 들어가더니 문을 닫고 누웠다.

장선영도 그나마 괜찮은 곳에 들어갔다.

이강재는 좁은 방음부스가 교도소를 생각나게 해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대충 자리를 잡았다.

그는 학원 천장을 보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후우, 일주일이라······.”


사실 이강재는 겁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얼른 탈출방법을 찾아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박상만 회장의 통제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억지로 이 지옥 같은 곳에서 한 달을 버텨야 하는 것이다.

답답한 마음을 풀어보고자 연신 줄담배를 피우던 이강재는 파로도 수치가 0이 되어 스르륵 눈이 감겼다.


***


“꺄악! 아저씨!”


곤히 자고 있던 이강재는 캘리의 비명에 눈을 떴다.

얼굴에서 따가운 고통이 느껴졌다.

그는 몹이 다가오고 있는 줄 알고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캐, 캘리 씨. 뭔가 이쪽으로 오나 봅니다. 고통이 느껴져요.”

“예. 아프시겠죠. 안 아프면 사람인가요?”

“예?”

“입가에 묻은 담뱃재나 털고 말하세요.”


이강재는 입가를 쓸었다.

그러자 검은 가루가 후드득 떨어졌다.

어제 복잡한 마음에 담배를 피다 피로도 수치가 0이 되는 바람에 그대로 잠에 든 것이다.

다행이 불은 나지 않았으나 이강재의 얼굴에 화상 자국이 흉하게 남았다.


“담배가 그렇게 좋아요?”

“예? 아, 하하······.”

“그런데 이제 어떡해요? 그 좋은 담배를 못 피게 됐는데?”

“그게 무슨 말입니까?”

“봐요.”


바닥에 있는 꽁초들을 대충 발로 치운 캘리는 이강재에게 빈 담뱃갑을 보여줬다.

그가 잠에 들기 전 물었던 담배가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이강재의 표정이 울적해졌다.


“뭐 이런 걸로 울상이에요?”

“캘리 씨는 모릅니다. 이제 또 어디서 담배를 구해야 할지······.”

“아무튼 아저씨는 이곳이 데페라도인 것에 감사하세요.”


데페라도에서 탈출하면 모든 상처가 치료된다.

얼굴의 화상 자국 또한 사라질 것이다.

담배를 잃은 이강재에게는 그나마 희소식이었다.


“하여간 불이라도 났으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미, 미안합니다.”

“됐어요. 그보다 얼른 타임캡슐을 까 보죠. 선영아, 빨리 와서 앉아.”


이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타임캡슐을 여는 순간이다.

이강재는 떨리는 손으로 캡슐의 뚜껑을 열었다.

그런데.


“어? 자, 자물쇠?”

“이거 잠겨 있네요. 원래 이런 겁니까?”

“아니요. 그럴 리가요. 설마 이것도 패치 된 건가?”


죽을 위기를 넘겨 간신히 얻은 물건에 자물쇠가 걸려있자 캘리와 장선영의 표정이 축 늘어졌다.

그 고생을 했는데 뚜껑을 열 수 없어 실망한 것이다.

그녀들과는 달리 이강재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는 피아노 학원 안을 돌아다녔다.


“아저씨, 뭐 하세요?”

“캘리 씨, 선영 씨. 실핀이나 클립 같은 것 좀 찾아보세요.”

“그건 왜요?”

“자물쇠 따야죠.”


이강재는 최고의 실력을 지닌 도둑이다.

그에게 이런 자물쇠는 눈 감고도 열 수 있다.

물론 약간의 도구가 필요하기는 했다.

이곳은 학원이다 보니 잘 찾아보면 클립 한두 개 정도는 나올 것이다.


“아저씨, 찾았어요.”

“잘 했습니다. 주세요.”


장선영이 방음부스의 서랍에서 클립 통을 찾았다.

이강재는 그 안에서 두 개를 꺼냈다.


“이제 어떻게 하시려고요?”

“보기만 하세요.”


이강재는 클립을 모두 펴고 하나는 끝의 동그란 부분을 좁게 나머지 하나는 끝을 구불구불하게 구부렸다.

그러고는 자물쇠의 구멍에 넣고 살짝 돌렸다.


찰칵!


기분 좋은 소리가 울리며 자물쇠가 풀렸다.

이강재는 오랜만에 맛보는 제대로 된 손맛에 미소 지었다.


“이거지.”

“우와, 어떻게 여셨어요?”

“하하, 다 기술이 있습니다.”


자물쇠가 열리자 장선영은 이강재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그녀의 시선을 받으니 이강재는 절로 어깨가 으쓱했다.

캘리는 그런 그를 부럽다는 눈빛으로 보더니 말했다.


“얼른 열어 보세요. 뭐가 들어 있을지 궁금하네.”

“알겠습니다. 그럼 열어 볼게요.”

“헤헤, 기대되네.”


타임캡슐에는 어떤 아이템이 몇 개나 나올지 알 수 없다.

삼각김밥이 나올 수도 있고 대단한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다.

그 안에서 뭐가 나오느냐는 전적으로 운에 달렸다.

캘리와 장선영은 순순히 캡슐을 열 영광을 이강재에게 넘겼다.

이강재가 뚜껑을 열려는 순간.


“잠깐. 그 전에······.”


캘리는 캡슐을 가리키며 갑자기 표정이 돌변해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그녀는 텅 빈 허공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캘리에요. 지금 제 앞에는 타임캡슐이 있는데요.”

“캐, 캘리씨 뭐 하시는 겁니까?”

“방해하지 마요. 다시 해야 하잖아요. 제임스 오빠. 여긴 편집.”

“캘리씨······.”

“이래야 영상에 일 분이라도 나오고 사람들이 좋아한다니까요. 가만히 있어봐요.”


캘리는 황당해하는 이강재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 일을 했다.

그녀는 마치 너튜브를 찍듯이 이강재에게 캡슐을 빼앗아 손바닥으로 뒤를 받치기도 했다.


“과연 이곳에서 무엇이 나올지! 아저씨, 얼른 열어 보세요.”


입으로 북소리까지 내는 캘리.

소리에 맞춰 이강재가 캡슐에서 꺼낸 것은 자그만 곰인형이었다.

내용물을 확인한 캘리는 시무룩해졌다.


“에이, 꽝이네.”

“별로 안 좋은 건가요?”

“나중에 제임스 오빠에게 감정 받아봐야 하겠지만 이건 아마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닐 거예요.”

“그건 어떻게 아세요?”

“제 영상에 비슷한 게 있잖아요.”

“그랬나?”

“아저씨 제 너튜브 제대로 안 봤죠?”


캘리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이강재는 그녀에게서 묘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서둘러 변명했다.


“봤다니까요. 근데 잘 기억나지 않아서 그래요.”

“이런 인형류는 주로 피로도 수치가 잘 싸이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는데 몰라요?”

“아, 기억나는 것 같습니다. 영상에서 캘리 씨가 설명해 주셨죠?”


사실 이강재는 캘리의 영상을 대충 봤을 뿐 기억하진 못했다.

그냥 평범한 곰인형으로 보이는 저것도 아이템이라는 말에 이강재는 내심 놀랐다.


“근데 아이템의 능력을 바로 알 수 있는 겁니까?”

“아니요. 아이템에 어떤 능력이 있는진 바로 알 수 없어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곳을 탈출해서 제임스 오빠에게 감정을 받거나 감정서를 찾아야 해요.”


감정서. 익숙한 단어다.

옛날에 잠깐 했던 게임에서 미확인 아이템을 확인할 때 사용하던 것이다.

이강재는 시스템 창도 그렇고 이곳이 현실인지 게임 속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냥 생각을 포기하면 편해요. 그보다 안에 든 것은 그게 다에요?”

“글쎄요? 선영 씨가 한번 꺼내 보시겠습니까?”

“그럼 제가 꺼내 볼게요.”


캡슐의 크기는 작았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아이템이 있을지 확인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바닥이 만져질 때까지 긁어야 했다.

장선영은 이강재에게서 캡슐을 받았다.

그녀도 약간은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는지 작게 심호흡을 했다.

장선영의 손이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것이 나올지.

이강재와 캘리는 숨마저 참으며 기다렸다.


“이건?”

“우와. 진짜 필요한 게 나왔네. 선영아, 잘 했어.”


장선영이 캡슐에서 뽑은 것은 도시락 세트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에 두툼한 고기.

여러 반찬들까지.

제법 속이 꽉 찬 영양만점의 도시락이었다.


“마침 공복 수치가 바닥이었는데 잘 됐다.”

“우리 같이 나눠 먹어요.”

“역시 의리 하면 선영이라니까. 대신 나중에 발견하는 아이템은 우선적으로 네게 줄게. 괜찮죠 아저씨?”

“물론이죠.”


상태창을 보니 공복 수치가 바닥이었다.

주변에 먹을 것을 구할 때가 마땅하지 않은 지금 장선영이 뽑은 도시락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었다.

굶어 죽을지도 모르는데 아이템의 우선권 쯤은 얼마든지 줄 수 있었다.


“너무 배고파서 안 되겠어. 우선 먹고 계속하자.”

“저도 공복 수치가 한 자립니다.”

“예엑? 아저씨, 얼른 드세요. 공복 수치가 0이 되면 죽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요.”


세 사람은 허겁지겁 도시락을 먹어 치웠다.

한 개긴 했지만 제법 양이 많아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식사였다.

열량도 높았는지 공복 수치가 노란색으로 변했다.


“배도 채웠겠다. 다시 열어볼까요?”


배를 채워 기분이 좋아진 캘리는 장선영에게서 캡슐을 받았다.

캘리는 침을 삼키고 캡슐 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잡고 손을 뺐다.

그녀가 꺼낸 것은 커피우유였다.


“에이, 별로네. 마실 사람 있어요?”

“저 주세요.”


이강재는 목이 말라 캘리가 꺼낸 커피우유를 마셨다.

그는 다시 캡슐을 받아 손을 집어넣었다.


“아니 이건!”

“어, 어떻게 이럴 수가.”

“······!”


이강재가 캡슐에서 꺼낸 물건.

그것을 본 세 사람은 경악에 빠졌다.

이강재는 손에 쥔 아이템을 보며 눈만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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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21화 22.10.27 213 1 13쪽
21 020화 22.10.26 22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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