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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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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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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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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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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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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8화

DUMMY

짧지만 새하얀 몸, 유려한 곡선.

선명한 은빛을 뿜는 그것은 아름다우면서도 시리고 차가운 기세를 뿜었다.

이강재는 홀린 듯이 캡슐에서 나온 아이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좋아요?”

“예. 좋습니다. 캘리 씨가 보시기에도 특별한 것 같지 않습니까?”

“보통 무기류는 아이템 중에서도 보기 드문 것이니까요.”

“하하, 역시. 제 운이 두 분보다 좋나 봅니다.”


이강재가 타임캡슐에서 꺼낸 것.

그것은 한 자루의 단검이었다.

단검은 수많은 보물을 봐온 그의 눈에도 대단해 보였다.

이강재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엄청난 것을 뽑았다는 생각에 입꼬리가 내려갈 줄 몰랐다.


“이 녀석은 어떤 능력이 있을까요?”

“감정을 해 봐야겠죠.”

“아마 이 녀석은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렇겠죠. 그래도 너무 그 단검을 믿진 마세요.”

“예?”

“단검만 믿고 살인마나 몹에게 달려들지 말라는 얘기에요.”


데페라도 탈출기의 법칙.

생존자는 그 누구도 죽일 수 없다.

즉 무기를 가지고 있다 해도 살인마와 싸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캘리는 혹시나 이강재가 단검을 얻었다고 무모하게 행동할까 봐 걱정했다.

그러나 그것은 괜한 걱정이다.

겁 많은 이강재는 그저 보물을 얻었다고 좋아한 것일 뿐 싸울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당연하죠. 제가 왜 그런 것들과 싸웁니까?”

“그러면 다행이고요. 예전에 총을 얻었다고 살인마와 싸우다 죽은 사람이 있었거든요.”

“여기에 총도 있습니까?”

“있더라고요. 옛날 영상을 보면 얻은 사람도 있어요. 물론 몹에게 죽었지만.”


데페라도 탈출기는 생존 시간이 길어질수록 찾을 수 있는 아이템의 질이 높아진다.

그 사람도 오랫동안 데페라도에 있다가 총을 얻은 것이다.

이강재는 총이란 말에 흥미가 들었으나 그것을 위해 굳이 이 지옥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까지 여기에 오래 있고 싶지는 않네요.”

“또 모르죠. 탈출에 필요한 물건이 많아서 오래 걸릴지.”

“제발 간단한 것이 나오길 기도해야죠.”

“자, 캡슐도 열어 봤겠다. 다음 장소로 이동할까요?”

“이번에는 어디로 갈 생각이십니까?”

“학교로 가야죠.”


학교 구역은 캘리가 만든 데페라도 초보자용 루트에도 있는 곳이다.

그곳은 식량을 구할 수 있는 급식실, 치료 아이템이 있는 보건실 등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구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학교는 금싸라기 땅이에요. 때문에 경쟁자가 있을지도 몰라요.”

“다른 생존자들 말입니까?”

“네. 워낙 경쟁이 치열한 곳이니 서둘러야 해요.”

“알겠습니다. 제가 앞장설게요.”

“참, 그곳에도 타임캡슐이 두 개 정도 있으니 기대해요.”


이강재는 지도창을 열었다.

지도에는 학원가 옆에 도진초등학교와 도진중학교라고 적힌 것이 보였다.

그들의 위치에서 하루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목적지가 정해지자 세 사람은 서둘러 움직였다.


***


이강재는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을 보며 침을 삼켰다.

담벼락은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고 주위에는 사람의 사지가 뿌려져 있었다.

상당히 끔찍한 광경에 그와 장선영은 말을 잃었다.


“뭐해요? 얼른 들어가요.”

“여길 말입니까?”

“설마 겁먹은 거예요?”

“캘리 씨는 저것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습니까?”

“데페라도 탈출기에 몇 번 참여해 보면 익숙해져요. 별것 아니니까 빨리 들어가요.”


캘리는 시체 조각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아 했다.

그녀는 저 조각들이 이전 게임에 참가했던 생존자들의 시체라고 했다.


“생존자는 살인마에게 잡히면 바로 죽지 않아요. 그러나 몹은 다르죠.”


게임의 규칙상 생존자를 의식을 통해 처형하려는 살인마와 달리 몹은 제한이 없었다.

놈들은 생존자를 보는 즉시 잔인하게 죽여버린다.


“저 시체는 전 게임에서 몹을 만나 피하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일 거예요. 아마 낫둥이를 만난 것 같은데······.”

“낫둥이는 또 뭡니까?”

“팔에 손대신 낫이 달려있는 괴물이요. 몰라요?”

“알긴 아는데. 설마 모든 몹에 둥이를 붙이십니까?”

“귀엽잖아요. 무섭게 생겼는데 이름이라도 귀여워야 겁이 안 나죠. 뒷산에서 본 괴물은 망치둥이에요.”


캘리는 과연 조금 이상한 여자다.

그녀의 작명 방식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강재가 몹들의 이름에 경악하든 말든 캘리는 계속 말을 이었다.


“데페라도 탈출기는 게임과 비슷하면서 다른 점이 있어요. 바로 생존자의 시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그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번 게임에서 같이 다녔던 동료의 머리를 다음 게임에서 봤거든요.”


순간 항상 밝았던 캘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캘리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데페라도 탈출기에 참가한 생존자다.

그동안 살인마에 쫓겨 죽을 뻔한 적도 있었고 많은 사람의 죽음을 목격하기도 했다.

장선영은 울적해하는 캘리를 가만히 토닥여줬다.


“아무튼 이제 들어가요. 이곳은 넓으니 흩어지는 게 좋겠어요.”

“다른 생존자들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괜찮을까요?”

“우리가 생각보다 빨리 왔어요. 이 주변에는 시작 지점이 없으니까 괜찮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아저씨는 중학교에 가 보세요. 선영이 너는 급식실에서 먹을 것 좀 찾아줘.”

“예. 언니.”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소리치세요. 다 찾으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나요.”


게임이 시작된 지 이제 삼 일째.

아무리 학교가 중요한 곳이라고 해도 차를 이용할 수 없는 한 그들보다 빠르게 올 수 있는 생존자는 없다고 한다.

캘리는 경쟁자가 오기 전에 서둘러 학교에서 아이템을 찾고 떠나야 한다고 했다.

그들은 흩어져 각자가 맡은 구역으로 움직였다.


***


도진중학교의 안.

이강재는 불빛이 없어 어두운 그곳을 천천히 걸었다.


“손전등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하필이면 지금 시간이 해가 저물 때라 학교 안은 더욱 어두웠다.

예리한 감각에 느껴지는 것이 없어 안전하겠지만 그래도 손전등이 간절했다.

그는 중학교 복도를 헤맸다.


“분명 여기에도 수위실이나 숙직실이 있을 텐데.”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학교에는 경비아저씨가 있던 숙직실이 있었다.

그곳에 가면 손전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강재는 천천히 기다란 복도를 따라 걸었다.

학교 구조가 그리 복잡하지 않아 금방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느낌상 숙직실이라고 생각되는 곳의 문을 열었다.


“좋아. 숙직실이다.”


교실과 다른 구조, 방 안에 널브러진 옷가지들.

숙직실이 분명했다.

어둠 속을 더듬어 보니 숙직실 한 켠에 손전등이 보였다.


“불도 잘 들어오고. 좋아. 찾아볼까?”


혼자 움직이니 오랜만에 도둑질하던 느낌이 들어 신이 났다.

그는 빠르게 움직이며 일층을 털었다.


“일학년 교실부터 돌고 다음은 컴퓨터실이다.”


학교 교실의 사물함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이강재는 손쉽게 자물쇠를 열고 안을 뒤졌다.


“캘리 씨가 이런 조각상도 잘 챙기라고 했지. 가방이 있으면 좋겠는데. 혹시 아이템 창은 없나?”


데페라도 탈출기는 모든 것이 게임처럼 구성되어 있는 주제에 제일 필요한 인벤토리 기능은 없었다.

참 아쉬운 일이었다.

이강재는 교실 안을 둘러보다 책상에 걸려있는 가방을 찾았다.

이 학교에 다니던 학생이 두고 간 모양이었다.

그는 사물함에서 나온 작은 곰 모양의 조각상을 넣었다.

이씨 영감이 말하길 이런 조각상은 데페라도에 대해 알고 있는 부자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튜토리얼 때 이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좋아. 여기에 넣으면 되겠다.”


그 후로도 사물함 안에선 다양한 물건들이 나왔다.

금목걸이도 나왔고 과자나 음료도 나왔다.

심지어 한 학생의 사물함에선 술과 담배가 나왔다.


“요즘은 중학생도 술 담배를 하나? 아주 미쳐 돌아가는구만.”


이강재는 혀를 차며 청소년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것들을 소중히 담았다.

고등학생도 아니고 중학생 주제에 벌써부터 술 담배라니.

데페라도 학생들의 미래가 어두웠다.

이강재는 그 후로도 아이템을 찾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녔다.

몇 개의 교실을 돌다 보니 어느새 가방이 가득 차 버렸다.

이강재는 자리가 없어 넣을 수 없는 물건들을 보며 아쉬워했다.


“어쩌지? 아까운데······.”


최대한 비싸 보이는 것으로 담았는데도 자리가 부족했다.

게다가 막상 버려도 괜찮겠다 싶어서 빼냈던 물건들이 아깝게 느껴졌다.

가방 한구석을 채우고 있는 술을 버린다면 전부 담아 갈 수 있겠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캘리 씨가 그랬어. 술은 스트레스 수치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꼭 가져가야 해.”


이강재는 스스로를 변명하며 가방을 닫았다.

그가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학교의 보건실이었다.


“어쩌면 이곳에 어머니를 치료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을지 몰라.”


이강재는 잊지 않았다.

그가 왜 이 지옥 같은 데페라도 탈출기에 참가한 것인지.

그는 구성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보육원장의 입원비를 구해야 했으며 어딘가 있을 만병통치제를 찾아야 한다.

보건실에 들어간 이강재는 그 안을 헤집으며 아이템을 찾았다.


“하, 자리가 없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약간은 챙기자.”


아쉽게도 보건실에는 그가 찾는 약이 없었다.

대신 수술키트와 진통제, 각성제 등 치료템이 한가득이었다.

이강재는 이것들을 어떻게 챙겨야 할지 고민하다 결국 결단을 내렸다.

그는 소주병을 버렸다.


“잘 선택한 거야. 이강재, 쳐다보지 마.”


소주병이 요염한 녹색 빛을 내며 이강재를 유혹했다.

이강재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애써 보건실을 빠져나왔다.


***


도진중학교에서 가방에 챙길 수 있는 만큼 꽉 눌러 담은 이강재는 약속했던 장소인 운동장으로 향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캘리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보통 중요한 장소일수록 나오는 아이템의 가치가 증가해요.’

‘무슨 말입니까?’

‘예를 들어 회사라면 사장실, 학교라면 교장실이나 교무실에서 값나가는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높아요.’

‘정말입니까? 그럼 가장 먼저 그런 곳을 찾아야겠네요.’


학교를 나오기 전 이 대화가 생각난 이강재는 발걸음을 돌렸다.

시간은 아직 충분하니 일단 교무실부터 들를 생각이었다.

이강재는 손전등으로 앞을 비추며 교무실을 찾았다.

그가 문을 열려는 순간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다니까. 초등학교와 급식실에 가서 빨리 그 계집들을 잡아와.”


‘뭐, 뭐야?’


남자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이강재는 손전등을 껐다.

그리고 문에 귀를 바짝 댔다.


“남자는 놓쳤어. 중학교에 들어온 것 같은데 안 보이네.”

“······.”

“아냐. 원호가 찾으러 갔어. 곧 잡아오겠지.”

“······.”

“그래. 너희도 빨리 그년들 잡아와. 뭘 찾았는지 봐야지.”

“······.”

“값나가는 것들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남자는 누군가 통화를 하는 듯 보였다.

이곳에 휴대폰이 있을 줄 몰랐던 이강재는 당황했다.

게다가 대화를 들어보면 남자는 혼자가 아니며 캘리와 장선영을 노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 또한 위험한 상태였다.

이강재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려고 했다.

그 순간 갑자기 교무실 문이 열렸다.


“어? 너는······.”

“에잇!”


이강재는 벌떡 일어나 남자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을 꺼내 복부에 쑤셨다.

살을 파고드는 감촉과 함께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악!”

“쉿! 조용히 좀 해.”


중학교 안에도 놈의 동료가 있다.

이강재는 놈의 동료가 비명을 듣고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단검의 자루로 머리를 찍었다.


“제발 기절 좀 해라. 좀!”


남자는 머리에 커다란 혹이 생기고 나서야 의식을 잃었다.

이강재는 혹시나 누가 볼까 봐 얼른 사내를 끌고 교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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