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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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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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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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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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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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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6화

DUMMY

서랍장에서 나온 것은 서동 대학교 지도와 탈출방법이었다.


[탈출방법 4- 서동대학교 지하]

서동 대학교의 지하에는 만일을 대비한 벙커가 있습니다.

그곳에 들어가 탈출하세요.


-탈출 조건-

1. 공구상자와 배터리를 찾아서 전기실의 전원에 연결하고 레버를 당기시오.

2. 전력이 공급되면 본관 지하로 향하시오.

3. 열쇠를 이용해 지하에 있는 벙커로 들어가 탈출하시오.

필요물품: 공구상자, 산업용 배터리. 벙커 열쇠.


이강재는 탈출방법이 적힌 종이를 보며 생각했다.


“열쇠나 공구상자는 학교 내부에 있을 거고. 배터리는 또 뭐야?”


언뜻 보기에는 필요한 물품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탈출하라면서 벙커에는 왜 들어가야 하며 배터리는 또 왜 필요한지 알 수 없었다.

이강재는 다음 장을 넘겼다.

그곳에는 구해야 할 물품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잠깐 생각에 잠긴 이강재는 지도창을 열었다.


“내가 있는 곳이 기숙사 서관이고······.”


서동대학교는 총 스무 개의 건물이 있다.

그중 필요한 물건이 없을 것 같은 강의실과 도서관 등과 가봤던 곳인 식당, 이곳 서관을 제외했다.


“대충 가 볼만한 곳은 체육관과 본관 그리고 수위실인가.”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던 이강재는 마음이 초조했다.

언제 식당에서 봤던 괴물이 나타날지 모른다.

가끔 몸에서 따끔거리는 감각이 느껴지는 게 놈이 근처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탈출에 필요한 물건들을 찾아야 했다.


“서둘러야겠어. 일단 수위실부터 가보자.”


수위실에는 분명 공구상자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벙커 열쇠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강재는 필요한 물건들을 담기 위해 밑으로 내려가 방에서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보건실에 들러 치료도구들을 챙긴 후 수위실이 있는 본관으로 움직였다.


***


철컹!


“끄아악!”


본관 정문에 들어가려던 순간 이강재는 덫을 밟고 말았다.

놈이 어찌나 위장을 잘해 놨는지 별 생각없이 발을 내디뎠다가 당해버렸다.

왼발에 이어 오른발이 덫에 걸리고 말았다.

이강재는 식은땀을 흘리며 덫을 풀었다.


“미친 새끼. 설마 학교 곳곳에 함정을 설치한 것은 아니겠지?”


다행히 놈이 사용하는 덫은 조잡하고 약한 것인지 상처는 깊지 않았고 힘을 주자 수월하게 풀렸다.

이강재는 상태창을 열고 가방에서 수술키트를 꺼내 치료했다.

또다시 몸의 제어권이 빼앗기며 수술이 시작됐다.

그의 손은 느리지만 정확한 솜씨로 확실하게 오른발을 치료했다.

수술이 끝나고 몸이 돌아오자 이강재는 발목을 돌리며 괜찮은지 확인했다.


“어제도 느꼈지만 참 신기하단 말이야.”


그의 발은 명의가 수술을 한 것처럼 흉터 하나 남지 않고 완전히 회복되었다.

누군가에게 덫에 걸려 상처를 입었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을 정도였다.

이강재는 멀쩡하게 움직이는 오른발을 보며 신기해하는 한편 두려움을 느꼈다.

대체 제임스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아니 애초에 사람은 맞는 걸까?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많은 의문이 들었으나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궁금증을 푸는 것보다 먼저 이 빌어먹을 곳을 탈출해야 한다.


“잠깐.”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이강재는 멈칫했다.

이 학교 어딘가 또 덫이 설치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가방을 열어 치료도구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했다.


“뭐야? 수술키트가 없어?”


큰일이다.

가방 안에는 수술키트가 보이지 않았다.

보건실에서 닥치는 대로 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수술키트 외에도 생각보다 챙겨온 치료도구의 수가 적었다.

수술키트는 오른발을 치료할 때 썼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강재는 가방을 쏟아 내용물을 뒤졌다.


“이건 지혈제고 이건 붕대. 진짜 없네?”


이강재는 약에 대한 지식이 없음에도 가져온 것들이 무엇에 쓰는지 알 수 있었다.

겉면에 한글로 이것이 무엇인지 적혀 있는데 모를 수가 없었다.

몇 번이고 확인해 본 결과 정말로 남은 수술키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이강재의 표정이 검게 물들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놈의 함정은 정말이지 너무나 은밀했다.

바로 앞에서 눈을 크게 뜨고 봐야 덫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덫이 학교 안에 쫙 깔려 있을 텐데 치료도구도 없이 어떻게 가야 하나 막막했다.

그런 그의 눈에 화단에 떨어진 굵고 기다란 나뭇가지가 보였다.

지팡이 삼아 땅을 짚고 다니기에 딱 좋아 보였다.


“안 되겠다. 저것으로 땅을 짚으면서 덫을 피해 가야겠어.”


나뭇가지가 제법 굵어 힘을 주어 바닥을 찍으며 걸으면 함정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한번 사용하면 끝이겠지만 또 발을 다치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강재는 등산할 때 쓰는 지팡이처럼 나뭇가지를 들고 꽉 쥐었다.


“이만하면 대비도 완벽해. 그럼 가보자.”


이강재의 표정이 비장해졌다.

그에게는 반드시 이곳을 나가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일신의 안전과 흡연.

겁이 많은 성격의 이강재는 괴물에게 쫓기는 공포에서 벗어나 원래의 안전한 삶을 찾고 싶었다.

또한 자의가 아닌 타의로 금연을 하다 보니 이강재는 손이 떨렸다.

지금도 담배 한 개가 간절했다.

그는 굳은 눈빛으로 발을 내디뎠다.


***


본관 내부는 전기가 끊긴 탓인지 어두웠다.

밝은 대낮임에도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강재는 함정에 주의하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수위실이 어디야? 어두워서 보이질 않네.”


이곳 데페라도의 건물 내부는 전기가 돌지 않아 어두웠고 바깥은 모래먼지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수위실을 찾아야 한다.

어쩌면 그곳에 손전등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가 생각했을 때 앞으로 필요한 물건을 구하려면 어두운 곳을 밝힐 손전등이 필수였다.

이강재는 나뭇가지로는 바닥을 찍고 손으로는 벽을 더듬으며 움직였다.


“여긴 교무처고, 옆은 학과장실? 대체 수위실은 어디 있는 거야?”


몇십 분을 헤맨 결과 본관 구석진 곳에서 수위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강재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대학 수위실이 원래 이런 곳에 있는 건가?”


최종학력이 고졸인 이강재는 대학 구경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상함을 느껴도 그저 그러려니 할 뿐이었다.

이강재가 수위실에 들어가려던 순간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문틈 바닥을 나뭇가지로 세게 내려찍었다.


철걱. 쿠직!


역시나 예상대로 이곳에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다.

덫에 물린 나뭇가지의 밑부분이 산산조각 났다.

이강재는 그의 발이 저 모양이 됐을 것을 생각하니 절로 몸이 부르르 떨렸다.


“사, 살았다.”


이강재는 덫을 치우고 수위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전신에서 따끔거리는 느낌이 느껴졌다.

이 느낌은 어제 식당에서 끔찍하게도 겪은 것이다.


“서, 설마 놈인가?”


괴물이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이강재는 황급히 숨을 곳을 찾았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마땅한 곳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떡하지? 어디에 숨어야 하지?”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커지자 놈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이강재는 주변을 더듬었다.


“차라리 수위실을 나갈까?”


아무리 만져봐도 숨을 만한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이강재는 겁에 질려 허둥거렸다.


쿵쿵!


놈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이곳을 향해 달려오는지 그 소리는 점점 커졌다.

이강재는 살이 칼에 베이는 듯한 고통에 참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는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의지로 벽을 짚고 일어났다.


텅!


텅 빈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어둠 속에서 이강재의 표정이 밝게 물들었다.

이 소리는 분명 빈 캐비닛 소리다.

하도 도둑질을 많이 하다 보니 익숙한 소리였다.

이강재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캐비닛의 문을 열었다.


“됐다. 살았어.”


캐비닛은 옷을 걸어 두는 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듯 안이 제법 넓었다.

이강재는 그 안에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문을 닫았다.


“······.”


놈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강재는 머리를 무릎 사이에 넣어 웅크린 상태로 놈이 빨리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그어어.”


잠시 후 밖이 조용해진 것 같자 이강재는 살짝 문을 열었다.

밖의 상황을 본 이강재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놈이 수위실을 나가지 않은 채 안을 수색하고 있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등불을 들고 주변을 비추며 이강재가 숨은 캐비닛으로 다가왔다.

이강재는 살며시 문을 꽉 닫고 기도했다.


‘제발. 하느님, 부처님. 저놈이 그냥 지나가게 해 주세요.’


간절한 이강재의 기도.

그러나 신은 죽었다.


쾅!


놈이 옆에 있던 캐비닛의 문을 닫았다.


“그륵. 우어억!”


놈이 옆으로 한 발자국 움직였다.

이번에도 역시 캐비닛을 열어 안을 확인한 후 거칠게 문을 닫았다.

이강재는 캐비닛 속에서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고 있음을 짐작하고 두려움에 떨었다.


‘내가 다 잘못했다. 제발 여긴 열지 마라.’


이강재는 옛날 깡패 두목의 집을 털다 걸려 구타당했을 때보다 더한 공포를 느꼈다.

무기라도 손에 쥐고 있다면 눈 딱 감고 찔렀을 텐데 지금 그에게는 나뭇가지가 전부였다.

그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에 빠진 사이 놈이 캐비닛 앞에 멈춰 섰다.


킁킁.


놈이 냄새를 맡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제 곧 놈이 이강재가 있는 캐비닛의 문을 열고 그의 머리를 부술 것이다.


“으아악!”


캐비닛 문이 열리고 이강재와 놈의 눈이 마주쳤다.

놈은 먹잇감을 발견하고 기쁨의 표호를 질렀다.


“그에에엑!”


실로 꿰매진 입이 벌어지며 괴상한 액체가 흘렀다.

그때 겁에 질린 이강재의 눈에 놈의 몸에 찍힌 붉은 점이 보였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특성을 떠올렸다.


‘맞다. 내 특성 중에 지금 쓸만한 것이 있었지.’


특성창의 네 번째 특성 비열한 일격.

약점을 찌르면 살인마는 경직된다.

저 붉은 점이 약점일 것이다.

이강재는 들고 있던 나뭇가지를 들어 점을 찔렀다.

놈은 그를 독 안에 든 쥐라고 생각하여 방심하고 있었고 덕분에 나뭇가지는 정확하게 점을 찌를 수 있었다.


“그엑?”


끝이 부러진 나뭇가지가 정확히 약점을 찌르자 이강재를 붙잡으려던 놈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이강재는 놈을 밀쳐버리고 입구를 향해 뛰었다.


철컥!


“끄아악! 씨발!”


아래를 내려다보니 곰덫이 이강재의 오른발을 깨물고 있었다.

이강재는 고통을 참으며 뛰었다.

비열한 일격으로 인한 경직 시간은 단 3초.

놈이 움직이기 전에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한다.


쿵쿵! 쿵쿵!


뒤를 돌아보니 정신을 차린 놈이 분노하여 그를 쫓아오고 있었다.


“끈질긴 놈.”


이강재와 놈 사이의 거리는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왼발을 다쳤고 놈은 멀쩡하다.

달리는 속도도 괴물이 더 빨라 어느새 놈의 손이 이강재의 옷깃을 잡을락 말락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이강재는 자신의 특성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가장 도움이 될 만한 특성을 생각해 냈다.


‘분명 내 특성 중에 쓸 만한 게 있었는데······.’


분명 특성창에는 일정 시간 동안 빠르게 달릴 수 있는 특성, 고속 질주란 특성이 있었다.

이것까지 생각해낸 이강재는 그 다음 단계에서 막혔다.

그 특성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워. 그어억.”


등에서 놈의 손가락이 등을 톡톡 건드렸다.

동시에 그의 귀에 묵직한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강재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소리쳤다.


“고속 질주!”


놈의 몽둥이가 휘둘러졌다.

빠르게 쏘아지는 몽둥이는 이강재의 머리를 부숴버릴 것 같았다.

놈은 드디어 쥐새끼 같은 이강재를 잡을 수 있다며 기뻐했다.

그런데.


“으헉?”

“그어?”


이강재와 놈의 입에서 당혹이 가득 담긴 소리가 새어 나왔다.

갑자기 이강재의 속도가 빨라져 순식간에 거리를 벌렸기 때문이다.

이강재는 이것이 고속 질주를 사용한 효과임을 깨달았다.


“하하, 살았다!”

“끼에엑!”

“이 새끼야. 내가 너에게 죽을 줄 알았냐?”


고속 질주의 효과는 놀라웠다.

이강재는 인간이 낼 수 있는 속도를 초월하여 놈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는 뒤를 돌아 놈을 바라보며 혀를 내밀어 약 올리고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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