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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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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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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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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8화

DUMMY

병실에 들어선 이강재는 보육원장을 일으켰다.

그가 물과 함께 무언가를 먹이려고 하자 옆에 있던 신미소가 막았다.


“오빠 뭐 하는 짓이야?”

“다 어머니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막지 마.”

“미쳤어? 곧 의사 선생님이 오실 거야. 괜히 이상한 짓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신미소는 이강재의 몸에 달라붙으며 필사적으로 말렸다.

그가 무엇을 먹이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괜히 보육원장에게 해가 될까 봐 막았다.

이강재는 팔을 휘둘러 그녀를 뿌리쳤다.


“막지 말라니까! 어머니 잘 못 되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오빠가 의사도 아니고 뭘 어쩌겠다고?”

“이 약을 드시면 돼. 그러면 더 이상 고통스러워하지 않으실 거야.”


이강재가 이렇게 난리 치는 이유가 있었다.

그에겐 데페라도에서 가져온 진통제가 있다.

그 약은 단번에 모든 고통을 없애 주며 체력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것이라면 고통스러워하는 보육원장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이강재가 계속해서 보육원장에게 약을 먹이려 하자 간호사까지 와서 그를 막았다.


“보호자분.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건 환자를 위험하게 하는 짓이에요.”

“아니 어머니께선 이걸 반드시 드셔야 한다니까요.”

“검증되지 않은 약을 의사의 처방도 없이 드시게 할 수 없습니다. 곧 선생님께서 오실 테니 저희를 믿어 주세요.”


간호사는 이강재와 같은 사람을 자주 봤다.

이것은 말기 암 환자의 보호자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분명 어디서 암에 좋다는 소리를 듣고 구해온 것이겠지.

절박한 심정은 알지만 그것을 방치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간호사들을 불렀다.


“다들 도와주세요. 막아야 해요!”


구성 병원의 남자 간호사까지 와서 이강재를 붙잡았다.

이강재는 하얗게 질려 괴로워하는 보육원장의 모습에 초인적인 괴력을 냈다.

그는 붙잡는 사람들의 팔을 뿌리치고 재빨리 보육원장의 입에 약을 넣었다.


“보호자님!”

“어머니, 어서 삼키세요. 어서요!”

“······.”


몸이 찢기는 것 같은 고통 속.

보육원장은 이강재의 눈을 바라봤다.

그의 간절한 마음을 느낀 것일까?

그녀는 힘겹게 약을 삼켰다.

간호사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미치겠네. 진짜 드셨어.”

“어떻게 할까요?”

“일단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무슨 약을 먹인 건지 알아야 하니까 검사 준비해요.”

“예.”

“보호자분도 뭘 드린 건지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그러나 이강재의 귀에는 간호사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는 보육원장의 손을 꼭 잡고 있을 뿐이었다.


“어머니, 이제 좀 괜찮으세요?”


진통제의 효과가 뛰어났던 것인지 보육원장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왔다.

그녀는 평온한 표정으로 깊은 잠에 빠졌다.

그제야 이강재는 한시름 덜 수 있었다.


***


잠깐의 소동이 끝나고.

이강재는 보육원장의 주치의에게 혼나고 있는 중이었다.


“다시는 오늘과 같은 일이 없도록 주의해 주십시오.”

“예. 죄송합니다.”

“그래도 환자분의 몸에 별 이상이 없고 검사 결과도 좋으니 다행입니다.”

“저희 어머니 좀 잘 부탁드립니다.”

“항상 저희 의료진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믿고 맡겨 주세요.”


의사와의 면담을 마친 이강재는 밖으로 나왔다.

그는 보육원장의 병실로 돌아갔다.


“오빠.”

“형.”


보육원장을 간호하던 신미소가 일어났다.

그 옆에는 언제 왔는지 서강수도 같이 있었다.

신미소는 이강재에게 눈을 흘겼다.


“오빠 다시는 그러지 마. 내가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

“하하, 미안하다.”

“형, 오랜만이야.”

“강수 너는 공부나 하지 뭐 하러 왔어? 이제 시험도 얼마 안 남았잖아.”

“어차피 1차 시험은 그냥 붙는 건데. 그리고 엄마가 입원해 있는데 나도 와 봐야지.”

“그래. 잠깐 나가서 얘기나 하자.”


보육원장의 병실은 육 인실로 대화를 나누기엔 적절하지 못했다.

세 사람은 병원 안의 휴게실에 들어갔다.

조용한 곳에 오자 서강수는 이강재의 근황을 물었다.


“형은 요즘 뭐 하는데 연락이 안 돼?”

“어? 나야 뭐······.”

“강수 너 몰랐구나. 오빠 연예인 됐어.”

“뭐?”

“너는 공부만 해서 모르겠구나. 요즘 우리 오빠 뉴플릭스에 나오잖아.”


이강재는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신미소가 데페라도 탈출기를 본 모양이었다.

동생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얼굴이 화끈거렸다.


“강재 오빠 정말 장난 아니었다니까. 마지막에 박쥐가 나타났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탈출하는 장면은 최고였어.”

“그것까지 봤니?”

“응. 근데 오빠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

“연기도 배운 적 없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잘해?”

“뭐?”

“괴물들한테 도망치는 장면은 CG지?”


아니, 실제 상황이다.

동생들은 데페라도 탈출기가 영화에 가까운 판타지 예능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이강재는 동생들에게 대충 둘러댔다.


“뭐 그런 거지.”

“요즘 오빠 인터넷에서 난리도 아니라니까.”


계속되는 신미소의 데페라도 얘기에 이강재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 내가 바쁜 일이 있는데 깜빡했다.”

“벌써 가려고?”

“어머니 얼굴도 뵈었으니 됐어. 다음에 또 보자.”

“알았어. 조심히 들어가.”


휴게실을 나가려던 이강재는 다시 몸을 돌렸다.

그는 신미소에게 진통제를 쥐여주었다.


“미소야, 만약 오늘 같은 일이 있으면 어머니께 이 약을 드려.”

“이게 뭔데?”

“너도 아까 봤지? 약을 드시니까 어머니가 편해지신 거.”

“그래도 의사 선생님이 확인되지 않은 약은 사용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럼 어머니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그냥 볼 거야?”

“그건 아닌데······.”

“이거 내가 진짜 고생해서 얻은 약이야. 믿을 만한 곳에서 구했으니 걱정 마.”


이 진통제에는 이강재의 피와 땀이 들어있다.

이것을 구하기 위해 몹들로부터 도망치며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모른다.

마지막에는 박쥐에 물려 피까지 봤으니 진통제를 구하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이강재는 몇 번이고 신미소에게 신신당부한 후 병원을 떠났다.


***


“영감님, 저 왔습니다.”


병문안을 마친 이강재는 만물 전당포에 들렀다.

오늘이면 데페라도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처분하고 돈을 준다고 했으니 받으러 온 것이다.

구석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던 이씨 영감은 몸을 일으켰다.


“강재 왔냐?”

“거기서 뭐 하고 계세요?”

“너 줄 돈 만들라고 준비하고 있지.”


이씨 영감은 짐을 꾸리고 있었다.

그 안에는 이강재가 데페라도에서 가져온 물건들도 있었다.

이강재는 이씨 영감을 도우며 물었다.


“이것들은 다 뭐예요?”

“물건을 팔아야 돈을 벌지.”

“어디에 파시려고요?”

“경매. 너도 따라와라. 다른 생존자들도 볼 수 있을 거다.”

“경매도 있어요?”

“게임이 시작된 지 벌써 3년이 넘었어. 그 정도 시간이면 경매가 없는 것도 이상한 거야.”


데페라도에 관한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 있었다.

제임스가 굳이 비밀로 하지 않은 탓이 컸으며 수많은 생존자들이 있는데 숨길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데페라도에 대해 아는 부자들은 그곳의 물건을 구하길 원했고 생존자들은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벌길 원했다.

그들의 이해하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 데페라도 경매였다.


“보통 경매는 게임이 끝난 후에나 열리는데 어째서인지 오늘 열린다고 초대장이 왔다.”

“주최자도 있습니까?”

“당연하지. 아무튼 그래서 너에게 경매도 보여줄 겸 돈도 줄 겸 가려는 거다.”


이씨 영감은 남은 물건들을 정리했다.

양이 그리 많지 않아 박스 두 개에 모두 담을 수 있었다.

그들이 나갈 준비를 마쳤을 때 전당포의 문이 열렸다.


“아저씨?”

“캘리 씨? 선영 씨까지?”


전당포에 들어온 손님은 데페라도에서 함께 했던 캘리와 장선영이었다.

그녀들도 아이템을 처분하기 위해 전당포에 온 모양이었다.


“아이템을 팔려고 오셨습니까?”

“예. 선영이에게 할아버지도 소개해 줄 겸 왔죠.”

“안녕하세요.”


캘리는 이씨 영감에게 장선영을 소개했다.

이씨 영감은 데페라도 탈출기의 생존자가 늘어 더 많은 물건을 구하게 됐다며 기뻐했다.


“덕분에 내가 부자 되겠어.”

“저희도 믿을 만한 분과 거래할 수 있어 이득이죠.”

“참, 잘 됐다. 너희도 같이 경매장에 가자.”

“예? 게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경매가 열려요?”

“오늘 퀵으로 초대장이 왔어. 아마 어떤 높은 양반이 급히 찾는 물건이 있는 모양이야.”


데페라도 탈출기에 참가한지 일 년이 넘는 캘리도 역시 경매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럴 줄 알았으면 돈을 챙겨 오는 것이었다며 아쉬워했다.


“살 물건이라도 있습니까?”

“참, 아저씨는 신입이라 모르시죠?”

“무슨 특별한 규칙이 있습니까?”

“우리가 데페라도에 들어갈 땐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마크가 붙은 아이템은 가져갈 수 있어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뭔가를 가지고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요.”


보통 데페라도에 들어가게 되면 옷 외에 다른 물건들은 사라진다.

첫 게임에서 이강재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는데 데페라도에선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아이템 중에는 시작부터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한다.


“아이템을 잘 보면 작게 엑스 자 모양의 마크가 그려진 것이 있는데 그건 데페라도에 가지고 갈 수 있어요.”

“그게 좋은 겁니까?”

“생각해 보세요. 만약 무기를 처음부터 들고 시작한다면? 몹이나 다른 생존자들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죠.”


생존자가 몹이나 살인마를 죽일 수는 없으나 저항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무기와 특성을 사용하면 잠깐이나마 놈들을 기절 시킨다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만약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무기를 들고 있다면 안전에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가는 셈이다.


“저번 게임에는 돈을 다 써버려서 못 구했는데 지금은 할아버지가 있으니 괜찮겠죠.”

“설마 돈 빌려 달라고?”

“에이, 왜 그러세요? 저도 이것들만 팔면 금방 벌어요.”

“알았다. 거기 처자도 마음에 드는 물건 있으면 말해. 그쪽 돈으로 사 줄 테니.”

“예. 감사합니다.”


모든 짐을 차에 싣고.

네 사람은 구성 호텔로 향했다.

한국 최고의 호텔 연회장이 바로 경매가 열리는 장소였다.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재계의 거물들도 있었고 국회의원들도 보였다.

심지어 외국의 유명인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젠장, 중국 놈들 또 왔네. 시끄럽게.”

“영감님, 원래 경매에 외국인들도 참가합니까?”

“그쪽 나라에서도 게임이 열리니까. 다 아는 사람들만 참가하는 거야.”

“외국에서도 데페라도 탈출기는 인기에요. 저희보다 생존자도 많고요.”

“뭔가 신기하네요.”


데페라도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은 몰랐다.

최대 천 명까지 수용 가능한 연회장이 가득 찼다.

주변에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도 있었으나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들은 엄숙한 분위기로 경매를 기다렸다.


“영감님, 언제 시작합니까?”

“5시라고 했으니 곧 시작할 거다.”

“제 물건들은 얼마 정도 받을 수 있을까요?”

“왜? 너도 사려고?”

“쓸 만한 것이 있으면 당연히 사야죠.”


이강재의 목표는 최후의 일인이 되는 것.

살인마와 몹들을 피해 그때까지 살아남으려면 쓸 만한 아이템이 필요했다.

돈이야 이번 경매로 벌 수 있으니 문제될 일은 없을 것이다.


“괜찮겠죠?”

“뭐, 잘 하면 서너 개는 살 수 있을 거다.”

“알겠습니다.”

“괜히 아무거나 막 사지 말고 캘리에게 물어보고 사. 그래도 일 년 넘게 생존한 아이니까.”

“예.”


잠시 후.

단상 위에 멀끔한 양복을 입은 남자가 올라왔다.

그는 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인사하며 경매의 시작을 알렸다.


“자, 지금부터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불이 꺼지고 단상 위에 한 물건이 올라왔다.

이강재는 호가를 외치는 사람들 속에서 눈을 빛냈다.

다음 게임에 가져갈,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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