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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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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연재수 :
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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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6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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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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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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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22화

DUMMY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 있다.

단순히 눈을 마주쳤을 뿐인데 다리가 저려 오고 식은땀이 줄줄 나게 한다.

구성회 회장 박상만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화산 지역을 분위기 하나만으로 더욱 달구고 있었다.

이강재는 그를 바라보는 박상만 회장의 눈빛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박상만 회장은 잠깐 이강재를 바라보다 시선을 거뒀다.


“잠깐 나갔다 오는 사이에 손님이 왔나 보군.”

“예. 벌써 금액을 채우고 탈출방법을 찾았는지 상납금을 바치겠다고 왔습니다.”

“그래? 운이 좋은 놈들이구만.”


박상만은 한 손에 들고 있던 것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쳤다.

그것을 본 이강재 등 세 사람은 깜짝 놀랐다.


“저, 저건 덫둥이?”

“캘리 씨 분명 생존자는 몹을 죽일 수 없는 것 아니었습니까?”

“맞는데요.”

“근데 저건 뭡니까?”

“저, 저도 잘 모르겠네요.”


박상만 회장이 땅바닥에 던진 것은 분명 덫둥이다.

얼굴이 워낙 박살 나 있어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눈과 입에 보이는 실밥 자국에 덫둥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놀랍게도 생존자가 몹을 제압하고 움직이지 못한 상태로 만든 것이다.


“세상에. 눈과 입에 있던 실들을 죄다 뽑아 놨네.”

“저게 생존자가 가능한 일입니까?”

“역시 1시즌 두 번째 게임부터 살아남은 사람답네요.”


박상만 회장은 부하들에게 덫둥이의 처리를 맡기고 이강재에게 다가왔다.

그는 손을 내밀었다.


“자네가 이 무리의 대장인가?”

“예? 아, 아닙니다.”

“그래? 그럼 누군가?”

“전데요.”

“아, 전에 본 기억이 있구만. 그것도 꽤 많이.”


캘리도 몇 번의 게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라 박상만 회장의 기억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박상만 회장은 캘리에게 잠깐 눈길을 주다가 이강재를 보며 혀를 찼다.


“쯧쯧. 그래도 그렇지 사내자식이 이게 뭐야?”

“예?”

“사내가 계집의 밑에 있다는 게 말이 되나? 자고로 사내란 계집을 눌러야지 배 위에 오르게 해선 안 되는 법이야.”

“그거참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위험한 발언이시네요.”


항상 웃는 표정이던 캘리의 표정에 금이 갔다.

이강재는 혹시나 캘리가 열이 받은 나머지 실수를 할까 봐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그러자 박상만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야. 사내는 계집들을 휘어잡을 줄 알아야지.”

“뭐라고요? 이······.”

“하하, 회, 회장님. 일단 안에 들어가서 일 얘기부터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지.”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다.

빨리 볼 일만 마치고 화산 지역을 빠져나가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다.

이강재는 캘리의 입을 막고 천막 안을 가리켰다.

그렇게 박상만 회장과 세 사람은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


천막 안의 화려한 의자에 박상만 회장이 앉았다.

이강재와 두 사람은 마치 왕에게 읍소하는 신하처럼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그들은 박상만 회장에게 그동안 모은 것들을 보여줬다.


“이것이 저희가 찾은 물건들입니다.”

“겨우 일주일 사이에 꽤 많이 찾았군.”

“열심히 모았습니다.”

“장 상무. 확인해 봐.”

“예. 회장님.”


장 상무는 이강재와 캘리의 가방을 뒤집어 책상 위에 쏟았다.

그는 구하기 힘들다는 감정서를 꺼내 물건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타임캡슐과 학교에서 찾은 물건들이 장 상무의 손에서 감정되었다.


“어때?”

“나쁘지 않습니다. 회장님.”

“저놈들도 이 게임에서 얻는 게 있어야 하니까 적당히 빼.”

“예.”


장 상무가 책상 위의 물건들을 뺐다.

캘리가 타임캡슐에서 뽑은 곰인형과 각종 귀중품들 그리고 조각상까지 가져갔다.

결국 책상 위에 남은 것은 담배 한 갑과 잡동사니들이 다였다.


“이 정도만 주면 될 것 같습니다.”

“내가 조금은 남겨 주라고 했잖아.”

“그럼 그래픽카드도 남기겠습니다. 아마 밖에 나가 팔아도 족히 천은 건질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잘 했어 장 상무.”

“참, 혹시나 숨긴 것이 있을 수 있으니 몸수색도 해 보겠습니다.”


장 상무의 말에 이강재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고 보니 깜빡 잊고 단검을 올려놓지 않았다.

괜히 들켰다간 박상만 회장을 속인 죄로 죽을지도 몰랐다.

이강재가 황급히 품에서 단검을 꺼내려는 순간 박상만 회장이 고개를 저었다.


“됐어.”

“회장님?”

“딱 보니까 저년만 중고고 다른 년놈들은 신입이구만. 숨기는 것이 있더라도 이번엔 봐줘.”

“회장님, 저런 녀석들을 봐 주면 기강이······.”

“장 상무. 지금 내 말에 토를 다는 건가?”


박상만 회장의 몸에서 압도적인 기세가 뿜어져 나와 장 상무를 짓눌렀다.

장 상무는 급히 머리를 박으며 죄를 청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장 상무. 우린 지난 몇 년간 게임에 참가해온 베테랑 아닌가. 초보자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야지.”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리고 너희들도 명심해라. 혹시나 숨기는 것이 있다면 봐주는 것은 이번까지니까 다음에는 조심해.”

“예.”


박상만 회장에게 압도당한 이강재는 간신히 대답했다.

그는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물건들을 정리했다.


“저흰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

“그럼 만수무강하십쇼 회장님.”

“하핫, 그놈 참 웃긴 놈이네. 너도 무사히 탈출해라.”


박상만 회장의 허락을 받은 세 사람은 천막을 나왔다.

이제 그에게 상납금도 바쳤으니 남은 것은 탈출만이 남았다.

그들은 숲과 화산 지역의 경계에 있는 주유소를 찾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


주유소를 찾으러 가는 도중 캘리는 가방을 열었다.

처음과 달리 많이 가벼워진 가방에 그녀는 울상을 지었다.


“어떡해. 그동안 열심히 모았는데 다 빼앗겼네. 대체 얼마를 가져간 거야?”


박상만 회장은 귀중품이고 뭐고 비싼 물건들을 모두 가져갔다.

캘리와 달리 담은 것의 대부분이 치료템이었어서 상대적으로 덜 빼앗긴 이강재는 그녀를 위로했다.


“만약 안 줬으면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

“정말 매번 짜증 난다니까요.”

“어차피 학교에서 찾은 것들 아닙니까? 정 아쉬우면 탈출하기 전에 다른 곳을 들렀다 가든지요.”

“그래도 아까운 것은 어쩔 수 없죠. 다 목숨 걸고 얻은 것들인데.”


가치야 어떻든 그들이 모은 물건들은 모두 피와 땀이 서려 있다.

뒷산에선 몹에게 쫓겨 도망치기도 했고 학교에선 주대훈 무리를 만나 모든 것을 빼앗길 뻔했다.

그렇게 고생하고 노력해서 구하고 지킨 물건들인데 한순간에 박상만 회장에게 빼앗기니 억울했다.

캘리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저씨 말이 맞아요. 물건보다 목숨이 먼저죠.”

“아까워하지 마십세요. 금방 다시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뭐, 주유소도 들러야 하고 숲에는 묻혀 있는 타임캡슐도 많으니 이번에 잃은 손실은 금방 복구할 수 있겠죠.”

“그러고 보니 박상만 회장은 왜 상납급을 이런 식으로 받을까요?”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지금 박상만 회장이 상납금을 받는 방식에는 빈틈이 많았다.

만약 생존자가 한 달간 대충 수색을 한 후 아이템을 다른 곳에 숨기고 화산 지역에 온다면?

상납금을 내고 다시 주변을 수색했는데 나중에 보니 대단한 아이템이었다면?

박상만 회장은 크게 이득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캘리는 이강재의 의문을 풀어줬다.


“박상만 아저씨는 뭔가를 찾는 모양이에요. 그리고 상납금에는 기준치가 있어요. 자세한 금액은 모르지만.”

“그럼 기준에 못 미치면 어떻게 됩니까?”

“다 채울 때까지 못 나가는 거죠. 생존자의 위치를 알 수 있는 특성도 있으니까요.”


박상만의 부하 중에는 생존자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송진오가 있다.

그가 있으니 데페라도에서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현실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감히 박상만 회장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에이, 됐어요. 그만 생각하고 빨리 주유소나 찾아요.”

“예.”

“가는 동안 캡슐이나 뜯어보자고요.”


세 사람은 숲과 용암지구의 경계를 따라 걸었다.

그동안 이강재는 몹에 대한 느낌이 들 때마다 방향을 꺾어 몸을 숨겼다.

그렇게 며칠을 헤맨 결과 그들은 주유소를 찾을 수 있었다.


***


캘리는 참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게임에 참가한지 겨우 일 년 밖에 안 되었는데도 데페라도의 지형을 세세한 것까지 모두 꿰고 있었다.

데페라도의 크기가 서울과 경기도를 합친 면적임을 생각해 보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캘리는 나무 밑에 쪼그려 앉아 땅을 팠다.


“역시 여기에 있을 줄 알았다니까. 다들 와 봐요.”


캘리가 가리킨 곳에는 타임캡슐이 묻혀 있었다.

이강재와 장선영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다.

그동안 캡슐에서 나온 아이템은 박상만 회장에게 빼앗긴 손실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언니, 여기에선 뭐가 나올까요?”

“일주일이 넘었으니 좋은 아이템이 뜰 확률도 올라갔을 거야. 기대해도 좋아.”

“저기, 캘리 씨. 다 좋은데 여길 빠져나가려면 주유소부터 찾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걱정 마세요. 이곳에 들어서고 완벽히 기억해 냈어요. 금방 찾을 수 있어요.”


다른 곳과는 달리 숲길이 워낙 복잡해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이대로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큰길이 나오고 그 길을 따라 걸으면 주유소가 나온다.

그 후 학교까지는 이강재의 지도를 보고 가면 된다.

그때 그들의 눈앞에 불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공지]

게임이 시작된 지 14일이 지났습니다. 위험도와 보상이 증가합니다.

또한 새로운 폐쇄구역이 지정됩니다. 24시간 후 지정된 구역이 폐쇄됩니다.


이강재는 황급히 지도창을 열었다.

그는 지도에 녹색으로 표시된 지역을 찾았다.

데페라도 북쪽 지역에 셋, 동쪽에 둘, 남쪽에 둘.

그리고 그들이 있는 서쪽 지역에는 폐쇄구역이 단 한 곳이었는데 바로 숲이었다.


“크, 큰일이에요. 숲이 폐쇄구역으로 지정되었어요.”

“예? 이런.”


세 사람에게 숲은 중요한 지역이다.

탈출에 필요한 기름을 구하기 위해 가야 하는 주유소와 길이 이어져 있고 학교로 되돌아가려면 반드시 숲을 거쳐야 한다.

숲이 폐쇄구역으로 지정되었다는 말에 캘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숲은 정말 안 되는데······.”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캘리 씨, 선영 씨. 서둘러야 해요.”

“예. 그래요.”


폐쇄구역으로 지정되는 시기는 공지가 뜬 후 다음날.

아직 시간이 있었다.

그 하루 안에 주유소에 들러 경유를 가지고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떠나기 앞서 캘리는 상태창을 살폈다.


“다들 상태장의 수치는 어때요?”

“아직 괜찮긴 한데 피로도와 청결 수치가 조금 위험합니다.”

“후, 대충이라도 씻었어야 했는데. 아저씨, 혹시 각성제 남은 것 있어요?”

“예. 충분합니다.”

“피로도는 됐고.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예?”

“다들 이리 와요. 뿌리게.”


청결이 낮아지면 살인마와 몹이 생존자를 발견하기 쉬워진다.

그러나 지금은 청결 수치를 높이기 위해 몸을 씻을 수 없는 상황.

캘리는 그에 대한 대안으로 일전의 스프레이를 꺼냈다.

그 무시무시한 악취로 몹마저 쫓아내는 그놈을.


“이걸 몸에 뿌리고 다닐 거예요. 그럼 몹과 마주치지 않겠죠.”

“저, 캘리 씨. 안 뿌리면 안 될까요?”

“몹과 만나서 죽고 싶어요? 저도 뿌리고 싶진 않은데 어쩔 수 없어서 이러는 거예요.”

“아, 알았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는 이상 이강재는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항상 캘리의 말에 반대하지 않고 따르던 장선영조차 머뭇거렸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스프레이가 뿌려지고 몸에서 나는 악취에 이강재는 정신을 잃을 뻔했다.


“이제 스프레이도 뿌렸겠다 얼른 주유소로 가요.”


세 사람은 무작정 길을 따라 달렸다.

전력을 다해 달리니 몸에서 나는 냄새가 어느정도 희미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린 그들은 주유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이 주유소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이강재가 두 사람을 막았다.


“왜요?”

“저 안에 몹이 있습니다.”


그동안 냄새 때문에 몰랐는데 온몸에 따끔거리는 고통이 느껴졌다.

주유소 안에 적어도 한 마리의 몹이 숨어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도망칠 수는 없다.

탈출을 위한 기름을 구하려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그들은 몹에게 들키지 않게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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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화 22.10.27 20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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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020화 22.10.26 224 2 13쪽
20 019화 22.10.26 226 2 12쪽
19 018화 22.10.25 225 2 12쪽
18 017화 22.10.25 22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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