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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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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연재수 :
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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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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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글자수 :
867,030

작성
22.10.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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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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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3화

DUMMY

이른 새벽.

주유소에는 적막함이 가득했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쓰레기와 굴러다니는 주유기 노즐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삭막함을 더했다.

그리고 여기.

그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캘리 씨, 빨리 좀 가 봐요. 이러다 놈에게 걸리겠어요.”

“아저씨야말로 좀 조용히 하세요.”

“언니, 아저씨. 지금 싸울 때가 아니에요. 빨리 기름통부터 찾아야죠.”


지금 세 사람은 쪼그려 앉아 몸을 낮추고 천천히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그들이 이러고 있는 이유는 주유소 안의 몹 때문이었다.

밖에선 보이지 않았지만 이강재의 특성 예리한 감각이 저 안에 몹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때문에 놈을 피해 기름통을 찾아 경유를 가져가기 위해 이러고 있는 것이었다.


“숲을 빠져나와 학교로 돌아가려면 조금 더 서둘러야 합니다.”

“아는데 급하다고 조급하게 움직이면 안 돼요.”

“그럼 적어도 서서 걸어가죠. 지금보다 속도도 빠르고 조용히 갈 수 있어요.”

“안 돼요. 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봐서 번쩍둥이가 분명해요.”

“번쩍둥이는 뭡니까?”

“있어요. 순간이동하는 년.”


번쩍둥이는 데페라도 탈출기 두 번째 시즌에 등장한 몹이다.

놈의 외형은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과 앙상하게 마른 몸, 그리고 텅 빈 눈을 하고 있었다.

번쩍둥이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대신 시력이 없고 대신 청력과 후각이 뛰어나며 걸음이 느리다.

무기는 수술용 메스를 사용하며 간호사 복장을 하고 있다.


“녀석의 특징은 분명 있는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 거예요.”

“설마 투명화 능력도 있습니까?”

“그건 아닌데 항상 그랬어요. 놈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순간에 갑자기 나타나 생존자들을 죽여요.”

“뭐 그런 놈이 다 있답니까?”

“눈이 없는 대신 청력이 뛰어나서 조금만 소리를 내도 걸릴 거예요.”


번쩍둥이에 대한 설명을 들은 이강재는 입을 다물었다.

순간 이동을 하듯 거리를 좁히는 놈이라니.

걸음이 느리다곤 하지만 그런 능력이 있다면 벗어날 수 없다.

녀석에게 존재를 안 들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아저씨 근데 기름통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

“예? 그걸 어떻게 압니까?”

“보통 남자들은 그런 거 다 아는 거 아니에요?”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들은 일단 주유소를 한 바퀴 돌았다.

혹시라도 주유소 뒤편이나 구석에 기름통이 버려져 있진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수많은 쓰레기들 중에 기름통은커녕 페트병도 보이지 않았다.

기름통을 찾지 못한 세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쩌죠? 저 안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저 안에 몹이 있는데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인데······.”

“근데 캘리 씨. 그건 왜 꺼냅니까?”


대책을 고민하던 캘리는 가방에서 스프레이를 꺼냈다.

이강재는 그것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흠칫했다.


“그거 집어넣으세요.”

“스프레이 효과가 떨어질 때가 되어서 한 번 뿌려줘야 해요.”

“번쩍둥이가 후각이 예민하다면서요. 악취를 맡고 여기로 오면 어떡합니까?”

“번쩍둥이도 힘든데 다른 몹까지 불러들일 수는 없잖아요. 어서 이리 와요.”


캘리는 기습적으로 스프레이를 뿌렸다.

이강재와 장선영은 악취에 비명이 나오려는 것을 입에 주먹을 넣어 간신히 막았다.


“크윽. 이 냄새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계속 맡다 보면 금방 적응하실 거예요.”

“글쎄요······.”

“그보다 놈을 유인할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죠.”


기름통을 구하기 위해서는 주유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문제는 그곳에 번쩍둥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순간 이동 능력까지 보유한 놈이라 끌어내기도 애매했다.


“녀석은 청각에 예민해요. 누군가 소란을 일으키고 숨기만 한다면 가능성이 있어요.”


문제는 과연 누가 번쩍둥이의 시선을 끌고 도망치느냐였다.

이강재는 잠깐 고민하다 캘리에게 물었다.


“놈이 시각이 없고 청력만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예. 걔는 눈이 없거든요.”

“그럼 제가 녀석을 유인하겠습니다.”

“예? 아저씨가요?”


캘리와 장선영의 눈에 경악이 깃들었다.

그녀들의 눈빛은 마치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냐고 묻는 것만 같았다.

이강재는 그녀들의 반응에 민망해져서 얼굴을 붉혔다.


“다들 반응이 왜 그렇습니까?”

“아니, 그냥 신기해서요.”

“뭐가요?”

“맨날 저희를 버리고 도망치던 아저씨가 갑자기 위험을 자초한다는 게 이상하잖아요.”

“아니, 내가 언제 버리고 갔다고······.”

“선영아, 너도 이상하지?”


장선영은 캘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이강재의 전적으로 봤을 때 그는 전혀 남을 위해 희생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선뜻 번쩍둥이를 유인하겠다고 하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아저씨 혹시 죽을 병이라도 걸렸어요?”

“아니, 진짜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예요.”

“정말요?”

“그런 눈으로 보지 말고 지켜보기나 해요. 내가 어떻게 놈을 유인하는지.”


이강재는 마음먹었다.

이번 기회에 이 두 여자에게서 자신의 평가를 바꾸고 말겠다고.

그는 두 손을 불끈 쥐었다.


***


텅 빈 주유소 건물 문 앞.

비장한 표정의 이강재가 서 있었다.

그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으며 소리쳤다.


“야 이 괴물 새끼야! 나 잡아 봐라!”


이강재의 도발에도 여전히 조용한 주유소 안.

그러나 그는 저 안에 괴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몸에서 느껴지던 따끔거리는 느낌이 사라졌다.

동시에 이강재는 뒤로 몸을 던져 굴렀다.


휙!


“으헉!”


이강재가 서 있던 곳에 머리카락이 얼마 없는 여자가 나타나더니 메스를 휘둘렀다.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만약 느낌이 사라짐과 동시에 몸을 날리지 않았다면 목이 베였을 것이다.


“헉헉. 진짜 갑자기 나타나네?”


번쩍둥이의 능력을 직접 보니 이강재는 덜컥 겁이 났다.

그러나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황급히 몸을 일으켜 숲을 향해 달렸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 이 맨들 머리 새끼야!”


이강재의 도발은 성공적이었다.

분노한 번쩍둥이가 씩씩거린다.

번쩍둥이의 몸이 사라지자 이강재는 고속 질주를 사용했다.


“난 성공했습니다!”


순식간에 주유소에서 멀어지는 이강재.

그는 어딘가에 숨어있을 캘리와 장선영에게 외쳤다.

그런 그의 뒤로 번쩍둥이가 바짝 쫓아오고 있었다.


번쩍!


한 번 놈의 몸이 사라질 때마다 거리가 좁혀진다.

다행인 것은 한 번 점멸기를 사용하면 다음 사용하는 데엔 시간이 필요한지 잠시 멈춰 선다는 것이었다.

이강재는 고속 질주가 지속되는 일 분 안에 최대한 주유소에서 떨어지고자 노력했다.


“나 여기 있어! 빨리 잡아봐!”

“키에엑!”

“번쩍둥이야, 날 잡아야겠지? 근데 못 잡겠지? 멍청한 녀석.”

“키엑, 키에엑!”


이강재는 번쩍둥이가 자신만을 따라오게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도발했다.

번쩍둥이는 잡힐 듯 말 듯한 이강재를 보며 분노했다.

놈은 신경질적으로 메스를 휘둘렀다.

이강재는 뒤를 돌아보며 속으로 숫자를 셌다.


‘48, 49, 50. 이제 곧 순간 가속의 지속시간이 끝이나. 몸을 숨겨야 해.’


번쩍둥이를 충분할 정도로 주유소에서 떨어트린 것은 아니지만 이제 위험했다.

고속 질주가 끝난 이강재는 번쩍둥이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했던 도발을 멈추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주워 멀리 던진 후 근처 나무 뒤에 숨었다.

번쩍둥이는 나뭇가지가 이강재인 줄 알았는지 모습을 감췄다.

이강재는 놈이 사라진 후에도 한참을 나무 뒤에 숨어서 안전해진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


이강재는 천성이 소심하고 겁이 많다.

길을 걷다 골목길에서 모여 있는 고등학생들만 봐도 가슴이 철렁했고 모르는 사람이 빤히 쳐다만 봐도 덜덜 떨었다.

그런 그가 자진하여 번쩍둥이를 유인하겠다고 한 것은 믿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 발걸음 특성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


모든 기척과 발자국을 지워주는 고양이 발걸음.

이것은 시력이 없는 번쩍둥이에게 특히나 효과적인 특성이었다.

만약 이 특성이 없었다면 이강재는 감히 번쩍둥이를 유인하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됐어. 이제 조금만 더 있다가 돌아가자.’


성공적으로 번쩍둥이를 주유소에서 떼어내고.

이강재는 계획의 완벽한 성공을 꿈꿨다.

그런데.


“키에에엑!”


어느새 번쩍둥이가 나타나 이강재의 목을 붙잡았다.

이강재는 목이 조여들고 숨이 막히자 버둥거렸다.


“어, 어떻게? 소리도 내지 않았고 네가 날 찾을 수는 없었을 텐데.”

“키익, 키히힉.”


번쩍둥이는 이강재를 놀리기라도 하는 듯 기괴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자신의 코를 가리켰다.

그러자 이강재는 집히는 것이 떠올랐다.


“설마 그 스프레이 때문에?”


이강재는 캘리가 말했던 번쩍둥이의 특징이 떠올랐다.

놈은 시력이 없는 대신에 다른 감각이 뛰어나다고 한다.

청각은 물론이고 후각까지.

지금 이강재의 몸에는 낮은 청결 수치 때문에 몹들을 쫓고자 악취가 나는 스프레이가 뿌려져 있었다.

그 냄새 때문에 번쩍둥이가 이강재를 찾아낸 것이다.

번쩍둥이의 길게 찢어진 입이 더욱 벌어졌다.

이강재는 놈과 눈을 마주치며 식은땀을 흘렸다.


“네가 다 이긴 것 같지?”

“키익?”

“아직 끝난 게 아니야.”

“키리릭. 키히힉.”


번쩍둥이는 이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는 이강재가 가소로웠다.

놈은 더욱 이강재를 농락하기 위해 보란 듯이 그를 놓아줬다.


“뭐 하는 짓이야?”

“키엑.”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라고?”

“키익.”


고개를 끄덕이는 번쩍둥이.

놈에게서 다 잡은 사냥감을 가지고 노는 포식자의 모습이 보였다.

번쩍둥이는 분노로 몸을 떠는 이강재를 비웃었다.


“너 실수한 거다.”

“키히힉.”

“이거나 먹어라!”


번쩍둥이가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무언가를 꺼낸 이강재.

그가 꺼낸 것은 악취 스프레이였다.


“키에에엑!”


이강재는 놈의 콧구멍에 대고 스프레이를 뿌렸다.

지독한 악취가 번쩍둥이의 콧속을 가득 채웠다.

번쩍둥이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사라졌다.


“후아, 이제 진짜 간 거겠지?”


사실 이강재는 번쩍둥이의 특징을 잊지 않았다.

도망치다 보면 냄새로 들킬 위험성이 있다는 것도 잘 알았다.

해서 만약을 대비해 캘리에게 스프레이를 받아 두었던 것이다.


“이제 돌아가자. 너무 시간을 오래 끌었어.”


번쩍둥이를 쫓아낸 이강재는 주유소로 돌아갔다.

이강재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캘리와 장선영이 그를 맞이했다.


“아저씨 무사했군요!”

“계획은 성공했습니까?”

“당연하죠. 스프레이로 멀리 쫓아버렸습니다.”

“예스!”


번쩍둥이를 처리했다는 말에 두 사람은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그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성공을 축하했다.


“그런데 기름통은 찾았습니까?”

“당연하죠. 네 개 정도면 충분히 버스에 연료를 채울 수 있을 거예요.”


캘리는 빨간 기름통을 흔들었다.

노즐도 있는 것이 버스에 경유를 채우기 딱 좋았다.

이강재는 주유소의 주유기를 작동시켰다.

다행히 주유기에 전원이 들어왔고 노즐을 통해 기름이 나왔다.


“와, 아저씨. 기름이 나와요!”

“감탄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얼른 통에 담아요.”

“예.”


세 사람이 움직이니 네 개의 기름통에 연료를 채우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비록 손은 더러워졌지만 탈출에 필요한 기름을 얻었다는 것에 밝게 미소 지었다.


“이제 됐어요. 빨리 학교로 돌아가요.”


곧 숲이 폐쇄구역으로 바뀌게 된다.

그전에 숲을 통과하여 학교로 돌아가려면 서둘러야 한다.

마지막 통까지 가득 채운 그들은 황급히 주유소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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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020화 22.10.26 22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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