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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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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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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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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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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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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4화

DUMMY

폐쇄구역으로 지정된 숲은 어딘지 이상했다.

본래라면 녹색 빛이 가득했어야 할 이곳에 조금씩 회색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나무는 생기를 잃었고 풀은 힘없이 축 늘어졌다.

이강재가 아무 생각 없이 회색으로 변한 나무를 잡자 그대로 부스러졌다.


“캐, 캘리 씨. 나무가 모래처럼 으스러집니다.”

“아, 그거요? 별거 아니에요.”

“예?”

“숲이 폐쇄구역으로 지정되는 과정이니까 너무 놀라지 마세요.”


당황한 이강재와는 달리 캘리는 평온했다.

그저 평상시에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는 듯이 말이다.

이강재는 정확히 폐쇄구역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캘리 씨, 대체 폐쇄구역이 뭡니까?”

“말 그대로 폐쇄구역이요. 출입도 안에서의 생존도 모든 것이 금지된 구역.”


처음에는 모든 것이 회색으로 물드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 후에는 구역이 나뉘며 장막이 설치되고 출입이 막힌다.

만약 그때까지 탈출하지 못한 생존자가 있다면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상태로 공복 수치가 0이되어 죽고 만다.

물론 그 전에 구역을 가득 채운 독가스에 죽겠지만.

이것이 폐쇄구역이다.


“이 외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기는 페널티들이 있어요.”

“그게 뭔가요?”

“게임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나면 외곽 구역부터 독가스가 차올라요. 살인마도 그때는 머물던 구역을 떠나 다른 곳에 자리를 잡죠.”

“그거 말고는 없나요?”

“특별한 것은 없는데 독가스의 범위가 점점 좁아져요. 결국 그렇게 살인마와 만나게 되는 것이죠.”


최후의 순간 모든 독가스에 쫓긴 생존자들은 화산 지역으로 모이게 된다.

그리고 네 방향에 영역을 둔 살인마들도 그곳에 오게 된다.

결국 생존자들은 좁은 지역에서 다섯 명의 살인마와 몹들에게 쫓기게 되는 것이다.


“만약 그때까지 생존자가 단 한 명만 남는다면 비상구가 열린다고 하는데 그것까진 몰라요.”

“대체 캘리 씨는 그런 것을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제임스 오빠에게 물어봤죠.”

“그 제임스가 말해줬다고요?”

“저 제임스 오빠랑 친해요. 그 오빠도 시청률 올려준다고 얼마나 절 좋아하는데요.”


그동안 봐온 캘리는 다른 생존자들과 다르게 철저한 방송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희귀한 물건을 찾을 때면 항상 허공에 대고 시청자들과 대화했다.

이렇게 소통해 주는 캘리는 인기가 많은 것이 당연했다.

뉴플릭스의 제작자인 제임스는 그런 캘리를 많이 예뻐하는 모양이었다.

제임스에 대해 생각하던 이강재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캘리 씨, 오해하지 말고 들으세요.”

“예.”

“근데 왜 제임스는 오빠고 난 아저씨입니까?”

“예?”

“아니, 그냥 제임스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 난 아저씨고 그놈은 오빠인 것이 이상하잖아요.”


이강재의 나이는 서른세 살.

제임스를 털기 위해 오달소가 준 자료에 적힌 그의 나이는 서른다섯.

제임스가 이강재보다 무려 세 살이나 더 많았다.

그런데 캘리는 반대로 제임스에게 오빠라고 하고 있었다.

크게 신경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억울했다.

이강재의 투정에 캘리는 작게 웃었다.


“아저씨, 그게 그렇게 신경 쓰였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선영 씨와도 네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아저씨는 아니지 않나 합니다.”

“에이, 지금까지 별말 없었으면서 갑자기 왜 따지고 그래요?”

“따지는 게 아니라 그게 맞지 않나 하는 겁니다. 그리고 오해 마십쇼. 저 오빠 소리 못 들었다고 삐지는 소심한 사람 아닙니다.”


이강재는 내심 많이 신경 쓰였으나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는 첫 만남부터 호칭을 정리하지 않고 넘어간 것을 후회했다.

웃음을 참던 캘리와 장선영은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


“꺄하하. 알았어요. 다음 게임에서 만나면 그땐 오빠라고 부를게요.”

“저, 오해하지 말고 들으세요. 굳이 왜 다음 게임인지······.”

“지금까지 부른 게 있었는데 갑자기 바꾸기엔 민망하잖아요.”

“뭐, 알았습니다.”


웃겨서 죽으려는 두 여자 앞에서 쿨한 척하는 이강재.

어찌 됐든 오빠 소리를 듣게 된 이강재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그렇게 잠깐의 소동이 끝나고.

세 사람은 하루가 지나기 전에 무사히 숲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


폐쇄구역이 완전히 지정되는 기간은 하루.

그 시간 안에 주유소를 들렀다 숲을 빠져나오기란 힘든 일이다.

게다가 번쩍둥이를 따돌려야 했으니 시간은 더더욱 부족했다.

그러나 세 사람에게는 이동 수단이 있었다.

학교에서 만난 주대훈 패거리가 가지고 온 자전거 덕에 그들은 무사히 숲을 빠져나가기 직전이었다.


“아저씨 조심해요!”


위를 올려다본 캘리가 소리쳤다.

하늘에서 회색 콘크리트 장벽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 속도가 빨라 잘못하면 장벽에 깔려 죽을 것 같았다.

세 사람은 다리에 힘을 주어 필사적으로 페달을 밟았다.

종아리가 터질 것 같이 팽팽해지고.

죽어라 달린 결과 그들은 숲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강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으아, 진짜 죽을 것 같아요. 더 이상 못 갑니다.”


너무나 무리한 일정이었을까?

각성제를 먹었음에도 피로도 수치가 위험했다.

조금만 더 움직였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쓰러졌을 것이다.

이런 사정은 다른 두 사람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나 이강재와 장선영은 기름통을 싣고 움직였기 때문에 더욱 기진맥진했다.

그래도 이런 곳에서 쉴 수는 없었다.


“아저씨 움직여야 해요. 청결 수치도 높은데 여긴 위험해요.”

“스프레이가 있잖습니까. 그걸 뿌리죠.”

“벌써 다 쓴 지 오래에요. 엄살 그만 피우고 따라오세요.”


공복 수치도 바닥이라 움직일 힘이 없었으나 이강재는 일어났다.

캘리의 말대로 안전한 곳으로 가야 한다.

이강재는 장선영의 부축을 받으며 캘리의 뒤를 쫓아갔다.


***


캘리가 가려는 곳은 학교 밑에 위치한 번화가 구역이었다.

그곳에 가면 몸을 씻을 수 있는 목욕탕과 음식을 구할 수 있는 편의점이나 식당이 있다.

다 죽어가던 이강재는 편의점이라는 말에 지도창을 열고 앞장서서 걸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절 따라오세요.”

“아저씨. 담배 때문에 그러죠?”

“예? 아, 아닙니다.”

“맞으면서.”

“그냥 배고파서 그런 겁니다. 어서 가죠.”


힘을 얻은 이강재가 페달을 밟으니 번화가까지도 순식간이었다.

그들은 우선 목욕탕에 들러 고여 있는 물로 씻은 후 편의점으로 향했다.


“아저씨, 그건 뭐예요?”

“목욕탕에서 찾았습니다.”

“우와, 그거 꽤 비싼 건데 축하해요.”


보통 여자가 남자보다 씻는데 오래 걸린다.

이강재는 두 여자들을 기다리는 사이 목욕탕을 돌아다니며 아이템을 찾았다.

운이 좋았는지 작은 건전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캘리가 말하길 데페라도의 건전지는 현실의 것보다 성능이 수백 배 이상으로 좋아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고 한다.


“저 혼자만 찾아서 어쩝니까?”

“괜찮아요. 저희도 학교에서 찾으면 되죠. 학교에는 타임캡슐도 있으니 분명 좋은 것이 있을 거예요.”

“그럼 편의점을 털어 볼까요.”

“예. 선영아, 안에 있는 것들 싹 다 가져오자.”


데페라도에서 생존한 시간이 꽤 오래되었기 때문인지 편의점에서 발견되는 음식의 질이 뛰어났다.

캘리와 장선영은 진열대에 놓인 음식을 보며 감탄했다.


“이거 봐. 초밥세트야.”

“언니 여기 커피도 있어요.”


두 여자가 고품질의 음식에 기뻐하고 있을 때 이강재도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계산대 뒤편에 있는 담배를 조심스럽게 만졌다.


“라종에 다스, 부헴시가까지. 최고야!”


세 사람은 각자 편의점의 물품들을 담았다.

가방에는 넣을 자리가 없었으나 비닐봉지를 주워 마지막 하나까지 철저히 챙겼다.

그들은 편의점 밖에 나와 주린 배를 채웠다.


“역시 사람은 밥심입니다. 먹으니 살 것 같네요.”

“저도요.”

“그럼 배도 채웠겠다 근처에 멀쩡한 방에 들어가서 한숨 잔 뒤 주변을 둘러볼까요? 아직 한 달이 안 지났으니까?”

“예. 그래요.”


공복과 갈증, 청결 수치는 해결했으나 피로도가 문제였다.

그들은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각성제의 약효가 떨어지기 전에 안전한 곳에서 잠을 자야만 했다.

또한 아직 한 달이 지나지 않아 탈출할 수도 없었다.

세 사람은 편의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했다.


***


날이 밝았다.

어느덧 게임이 시작된 지도 한 달이 지나 탈출 가능한 시기가 되었다.

잠에서 깨어난 세 사람은 지체하지 않고 학교로 향했다.

옮겨야 할 짐이 있는 상황에서 자전거는 유용했다.

이강재는 학교 정문을 보며 속으로 그가 칼로 찔렀던 주대훈에게 감사함과 동시에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제 정말 거의 다 끝났어요. 열쇠와 통학버스만 찾으면 나갈 수 있어요.”

“그럼 빨리 들어가죠.”

“그전에 잠깐. 혹시 느껴지는 것 없어요?”

“다행히도 없습니다. 전에 우리가 도망친 후로 몹들이 돌아오지 않았나 봐요.”


데페라도 탈출기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

학교에 세 마리의 몹이 등장했었다.

그땐 놈들을 피해 도망쳤었지만 지금은 다행히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붙어 다녀요.”

“알겠습니다.”

“우선 타임캡슐부터 열어 볼까요?”


학교 안에 있는 타임캡슐은 모두 세 개였다.

그것들의 위치는 각기 운동장과 화단, 뒤뜰로 캘리는 빠르게 찾아냈다.

이강재가 그 안에서 뽑은 것은 치료템 하나와 공구 두 개였다.

이것들 또한 비싸게 팔린다고 하니 나쁘지 않았다.

다른 두 사람 또한 만족할 만한 아이템을 나눠 가졌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통학버스와 그것의 키였다.


“열쇠는 찾기 쉬울 거예요. 통학버스에 꽂혀 있거나 그 주변에 있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그럼 우선 통학버스를 찾아야겠네요.”

“일단 학교 주차장에 가 봐요.”


세 사람은 학교를 돌아다녔다.

중학교와 초등학교가 붙어 있어서 그런지 제법 넓었다.

그들은 도진중학교 주차장에서 통학버스를 발견했다.

그리고 캘리의 예상대로 키는 버스 안에 꽂혀 있었다.


“됐다. 이제 나갈 수 있어요.”

“캘리 씨 잠깐 비켜 보세요.”


버스의 문은 단단히 잠겨 있었다.

그 문을 열기 위해서는 키가 필요했다.

그러나 통학버스의 키는 안에 꽂혀 있는 상태.

이강재는 버스에 타기 위해 단검으로 문의 유리를 찍었다.

힘을 주어 계속 찍으니 강화유리에 금이 가고 결국 깨져 버렸다.


“자, 이제 올라가 볼까요?”

“그전에 기름부터 넣고요.”

“아차차, 제가 그걸 잊었네요. 그럼 두 분은 들어가 계세요. 금방 넣고 올게요.”


이강재는 주유구를 열고 기름통의 노즐을 꽂았다.

이십 리터짜리 네 통을 가져왔는데 다 쏟아부어도 모자랐다.

다시 주유소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지라 이강재는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불안하면서도 애써 넘겼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장선영은 그를 보자 물었다.


“아저씨, 연료가 가득 차지 않았는데 괜찮을까요?”

“그리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 것 같으니 괜찮을 겁니다.”

“알겠어요. 그럼 출발할게요.”

“예. 우선 직진하세요.”


이강재는 탈출구가 적힌 지도를 가지고 있었으나 운전을 못한다.

캘리는 초보운전이었고 제대로 운전대를 잡아본 사람은 장선영밖에 없기에 운전은 그녀에게 맡겼다.

장선영은 이강재가 불러주는 길을 따라 거칠고 빠르게 운전했다.


“우악! 선영 씨, 너무 빠른 것 같은데요?”

“괜찮아요.”

“제가 안 괜찮아서 그래요.”

“이래뵈도 무사고 일 년이에요.”

“면허 딴지는 얼마나 됐는데요?”

“일 년이요. 그것도 장롱.”

“예? 그럼 선영 씨도 초보운전 아니에요?”

“걱정 말라니까요. 꽉 잡아요. 속도 좀 높일게요.”


장선영은 스틱을 조정하고 액셀을 밟았다.

버스가 굉음을 내며 미친 듯이 속도를 올렸다.

이강재는 그런 장선영의 폭주를 막을 수 없었다.

이제 그의 목숨은 그녀에게 달려있으며 부디 사고가 나지 않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강재와 캘리는 조용히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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