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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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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연재수 :
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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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3
추천수 :
267
글자수 :
867,030

작성
22.10.2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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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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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9화

DUMMY

우연히 들어간 기계실에서 배터리를 찾다니.

하늘에 있는 신이 그를 불쌍하게 여겨 도운 것이 분명했다.

이강재는 탈출에 대한 희망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럴 때가 아니지. 빨리 이걸 전기실로 옮겨야 해.”


배터리는 생각보다 크기가 컸다.

양손으로 들어야 간신히 옮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훗차!”


단번에 힘을 줘 배터리를 들어 올린 이강재는 비명을 질렀다.

예상보다 배터리가 무거워 허리와 오른발에 무리가 간 것이다.

이강재는 다시 배터리를 내려놓았다.


“왜 이렇게 무거워? 이걸 전기실까지 어떻게 가져가라는 거야?”


이강재는 눈살을 찌푸리며 지도창을 열었다.

전기실로 향하는 길을 찾다가 주차장이 본관 지하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나가서 이렇게 가면 지하로 갈 수 있겠네.”


본관 지하로 가는 길은 됐고 남은 것은 배터리를 어떻게 들고 가느냐였다.

덫에 당해 다친 오른발 때문에 배터리를 옮기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주차장에는 놈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대로 나갔다간 얼마 가지 못하고 붙잡힐 것이다.


“고속 질주도 사용하지 못하는데 조심해야지. 일단 확실하게 놈이 떠난 것을 확인하고 가자.”


수레라도 있으면 모를까 배터리를 옮기려면 무리하는 수밖에 없다.

배터리를 들고 천천히 움직이면 시간은 걸려도 전기실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 문제는 밖을 돌아다니고 있는 괴물이다.

놈에게 잡히면 배터리를 써 보지도 못하고 죽게 된다.

그러나 그 또한 금방 해답을 찾았다.

그냥 여기서 가만히 기다리면 된다.

놈은 그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모른다.

때문에 그를 찾기 위해서라도 언젠가 주차장을 나갈 것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기다렸다가 나가면 된다.

그때 이강재는 현기증을 느꼈다.


“왜 이러지? 공복 수치는 괜찮을 텐데?”


상태창을 열어보니 역시 공복 수치는 노란색으로 안정적이었다.

다만 피로도 수치가 99로 새빨갰다.


“으음······.”


이강재의 눈이 저절로 감겼다.

그는 밀려오는 졸음에 저항하지 못하고 잠에 빠졌다.


***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강재는 피로가 사라져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그는 상태창을 열었다.


“피로도 수치는 이제 초록색이고 공복과 갈증도 괜찮고.”


상태창에 나타난 이강재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청결 수치와 오른발을 제외하면 빨갛게 물든 곳도 없었다.


“좋아. 그럼 진짜로 가 볼까?”


기계실에서 잠을 잔 것이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덕분에 꽤 시간이 지났고 놈도 주차장을 떠났을 것이다.

이강재는 본관 지하로 향하기 전 진통제를 먹으며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그는 양손으로 배터리를 들고 낑낑거리며 문을 열었다.


“간 거 맞겠지?”


문틈 사이로 목을 빼놓고 주위를 살폈다.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도 약해진 것이 놈과의 거리가 멀어진 게 분명했다.

이강재는 안심하며 기계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지도창을 보며 본관 지하로 향했다.


“아직 끝난 것 아니다. 방심하지 말자.”


이강재는 본관 지하에 가까워졌다.

이제 미로 같은 지하의 길을 따라 전기실로 가면 끝이다.

전기실까지 가는 길은 복잡했으나 괜찮다.

도둑질을 하며 길눈을 익힌 그에게 이 정도 복잡한 길은 문제없었다.

남은 변수는 놈이 사용하는 덫뿐이었다.


“조심해야 해. 잘못해서 덫을 밟았다간 놈에게 들키고 말 거야.”


언제나 놈은 이강재가 덫에 걸리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달려왔다.

그것을 봤을 때 놈은 덫을 통해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강재는 입에 문 손전등으로 바닥을 비추며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놈은 주차장에서 본관 지하까지 가는 길을 몰랐는지 덫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이강재에겐 다행인 일이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돼.”


이강재의 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진통제를 먹어가며 무리한 결과 결국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그는 이제 조금 남았다는 희망으로 몸에서 보내는 위험신호를 무시하고 걸었다.

그렇게 이강재는 전기실에 도착했다.


“드디어······.”


탈출이라는 희망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러나 아직 기뻐하긴 이르다.

전기실에서 레버를 올린 후에도 벙커 입구까지 가야 한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강재는 수많은 집을 털면서 성공을 앞두고 갖는 조급함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다.

그는 끊임없이 마음을 다잡으며 들뜨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주차장에선 덫이 없었지만 분명 지하에는 있을 거야. 주의해야 해.”


본관 지하는 이미 놈이 왔던 곳이다.

당연하게도 그곳은 덫이 잔뜩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여기서 한 가지.

이강재는 의문이 들었다.


“놈이 날 알아차리는 조건이 뭐지? 덫을 해체해도 알 수 있으려나?”


덫에 걸리면 놈이 그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렇다면 함정을 해제했을 때는 어떨까?

덫에 걸리거나 해제할 때나 모두 입을 다물기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이때까지 경험으로는 해체해도 문제는 없어 보였으나 혹시 모른다.

지금은 작은 것 하나라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덫을 해제해 아니면 그냥 뛰어넘어?”


덫을 해제하자니 놈에게 신호가 갈까 봐 무서웠고 그냥 뛰어넘자니 다친 왼발이 걱정됐다.

무거운 배터리를 들고 있는데 여기서 뛰어올랐다간 골절을 입은 오른발은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이강재는 전기실로 가는 내내 고민했다.

그리고 그는 곧 선택을 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허참, 이걸 어쩐다.”


하필이면 놈의 덫이 전기실로 가는 유일한 길목을 막고 있었다.

전기실로 들어가려면 결단을 내려야 했다.

잠깐 고민하던 이강재는 자신의 머리를 때렸다.


“이런 멍청한. 그냥 들어서 옮기면 되잖아.”


덫이 땅에 박혀 있는 것도 아니고 조심하기만 하면 옮길 수 있다.

이강재는 깊이 생각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덫을 옮겼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이강재는 한번 손을 털어낸 후 다시 배터리를 들고 전기실에 들어갔다.


***


어두컴컴한 공간 속.

이강재는 손전등으로 주변을 비췄다.

그는 전기시설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지만 어디에 배터리를 놔야 할지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대충 배터리를 이 선에 연결하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이강재는 미리 놔둔 공구상자에서 연장을 꺼냈다.

그는 배터리를 연결했다.


“된건가?”


설명서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감으로 선을 만져 배터리를 연결한 이강재는 신에게 간절히 기도하며 레버를 내렸다.

그 순간 기계에서 심한 소음과 함께 전기실 내부 전등에 불이 들어왔다.


“됐다. 성공이야!”


드디어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어두웠던 지하가 밝은 빛으로 물들었다.

이강재는 기쁨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갑자기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표정이 굳어졌다.


“이 느낌은? 그래. 내가 이럴 줄 알았다. 네가 오지 않으면 섭섭하지.”


레버를 당기고 시끄러운 소음이 났을 때부터 놈이 올 것이란 것쯤은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강재는 침착함을 유지했다.

놈은 위층에 있고 그는 지하에 있다.

또한 벙커 입구의 위치는 여러 갈래로 나뉜 길을 잘만 이용하면 전기실에서 벙커 입구는 금방이었다.

고속 질주 특성도 있으니 그가 벙커 입구에 도착하는 것이 놈이 오는 것보다 먼저일 것이다.

이강재는 밝은 표정으로 전기실을 나왔다.

그가 무리하며 다친 다리를 억지로 끌고 벙커 입구로 향하던 순간 갑자기 천장이 무너지며 놈이 떨어졌다.


“그에에엑!”

“끼야악!”


이강재의 입에서 비명이 절로 튀어나왔다.

다른 것은 다 생각했는데 놈이 천장을 부수고 나타나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모든 것을 고려하려고 했는데 능력이 부족했다.

이강재는 놈과 대화를 시도했다.


“저, 저기. 날 그냥 보내줄 생각은 없지?”

“그에엑!”

“내, 내가 당연한 것을 물었네. 미안해. 근데······ 에잇! 받아라!”


놈이 얼굴을 내밀며 포효하는 순간 이강재는 숨겨뒀던 드라이버를 꺼내 비열한 일격을 사용했다.

기습적인 일격에 놈은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당해버렸다.


“끄에엑!”


이강재에게 다가오던 놈이 멈췄다.

놈이 경직에 걸리자 이강재는 즉시 고속 질주를 사용했다.


“고속 질주! 지도창.”


놈이 경직에 걸리는 시간은 단 3초.

3초가 지나면 놈은 미친 듯이 그를 향해 돌진할 것이다.

이강재는 고속 질주를 이용해 빠르게 놈에게서 멀어졌다.


***


“이런 개 같은. 길이 꼬였잖아!”


고속 질주의 지속 시간이 끝났음에도 이강재는 멈추지 않았다.

달리기나 체력은 자신 있었다.

도둑질을 하다 경찰에게 쫓기며 운동 선수급으로 체력을 키웠다.

공포 속에서 달리는 것 또한 익숙하다.

잡히면 끝이라는 불안감 그리고 물어뜯기 위해 침을 흘리며 쫓아오는 개들.

그때마다 두려움이 전신을 지배했으나 이강재는 멈추지 않았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놈의 덫과 다친 다리였다.

벙커 입구 쪽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목마다 항상 덫이 있었다.

덫을 치우고 가자니 놈에게 붙잡힐까 걱정되어 우회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강재는 오른발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트렸으나 멈추지 않았다.


“난 죽어도 탈출할 거야. 이곳에서 절대 죽지 않아.”


이강재의 살고자 하는 욕구는 강렬했다.

그는 최대한 머리를 사용해 지도창과 길을 비교하며 벙커 입구로 향했다.


쿵쿵!


놈의 발자국 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린다.

이강재는 일부러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괜히 불안감만 커지고 뛰는 속도만 늦어질 뿐이다.

그렇게 달린 결과 그의 눈앞에 벙커 입구가 보였다.

이제 저 열린 문을 넘어 도어락에 카드키를 대면 벙커의 문이 열린다.


“으하하! 탈출이다!”


이곳을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이강재.

그는 끝까지 모든 것을 고려했어야 했다.


철컹!


“끄아악!”


방심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놓아버렸다.

너무나 일찍 방심해버린 대가는 컸다.

이강재의 왼발이 덫에 걸려 부러졌다.


“이, 이럴 수는 없어. 다 왔는데······.”


두 다리를 다친 이강재는 쓰러진 채로 바닥을 기었다.

도어락까지의 거리는 겨우 열 발자국.

이강재는 팔로 몸을 밀며 문을 향해 나아갔다.


“크윽······.”


그가 움직이니 덫에 물린 오른발의 부상이 더욱 심해진다.

진통제의 약효도 다했는지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몰려왔다.

이강재는 다리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고통을 삼키며 기었다.


“그륵. 극극극.”


어느새 나타난 놈이 이강재의 모습을 비웃었다.

놈은 산책이라도 하듯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웃기지 마. 내가 여기서 죽을 줄 알고? 반드시 나갈 거야.”


이강재의 삶에 대한 강한 집착.

그리고 다 잡은 사냥감이라 여긴 놈의 방심.

그것들이 합쳐져 기적을 낳았다.

이강재가 도어락에 카드를 대자 잠금장치가 풀렸다.


“열렸다!”

“그에에엑."


문이 열리자 놈은 성큼성큼 걸어와 이강재의 머리를 잡고 들어 올렸다.

이강재는 놈의 손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으나 소용없었다.

놈은 실로 꿰매진 입을 벌리며 기괴하게 웃었다.

마치 자신이 승리했다는 듯한 미소였다.

놈은 벙커 문을 열고 조롱하듯 이강재를 비웃어댔다.


“그히히힉.”

“네가 이겼다고 생각해?”

“그엑. 그에엑.”

“틀렸어 이 멍청아. 이긴 건 나야.”


괴물에게 붙잡힌 이강재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이강재는 중지가 튀어나온 형태의 밤주먹을 뻗으며 소리쳤다.


“비열한 일격!”


이강재의 주먹이 놈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

주에 맞은 놈은 몸이 굳어버려 이강재를 놓치고 말았다.


“멍청아,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란 말도 모르냐?”


이강재는 놈과 달랐다.

절대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이강재는 3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팔에 힘을 주어 기었다.

그의 몸이 벙커 입구를 통과하는 순간 안에서 강렬한 빛이 일어났다.


“뭐, 뭐야?”


갑작스러운 현상에 이강재는 당황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눈을 감으며 두 팔을 들었다.

잠시 후.

빛이 사라지고 남은 자리에는 이강재가 보이지 않았다.

괴물은 홀로 지하에 남에 손을 축 늘어트리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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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019화 22.10.26 22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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