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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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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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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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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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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9화

DUMMY

경매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별다른 효능은 없지만 데페라도 산의 물건들부터 나왔으며 그런 것일지라도 사람들은 열광했다.

이강재의 물건들은 대부분 경매의 앞부분에 나와 만족할 만한 값을 받았다.


“영감님, 말이 돼요? 망치 하나가 어떻게 백만 원이 넘어요?”

“그것이 데페라도니까. 음음.”

“다 어디에 쓰려고 산 걸까요?”

“철이나 나무를 다루는 회사일 수도 있지. 데페라도의 망치는 단단한 철도 두부처럼 뭉개거든.”

"그건 안 좋은 거 아닌가?"

"시끄러 이놈아."


데페라도의 물건들은 모두 현실의 것보다 뛰어났다.

망치나 다른 공구들은 튼튼함과 강도가 뛰어나 다이아몬드도 깰 수 있다고 한다.

이강재가 보기에는 별로 쓸데없는 도구지만 그들에겐 다른 모양이었다.

그렇게 효능이 없는 물건들이 지나고 드디어 아이템이 나왔다.


“다음 물품은 ‘수호의 반지’입니다.”


사회자가 물건을 보여주자 순간 연회장이 조용해졌다.

이강재는 저게 무슨 물건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


“캘리 씨, 저게 뭔지 아십니까? 사람들 표정이 장난 아니네요.”

“저도 잘 몰라요. 워낙 아이템의 종류가 많거든요.”

“저놈들도 다 알고 그러는 것이 아니야. 그냥 아이템이니까 눈이 돈 거야.”

“어차피 사회자가 아이템에 대한 설명을 해 줄 테니까 기다려요.”


연회장에는 사람들이 아이템을 볼 수 있게 화면을 띄웠다.

사회자는 반지를 돌려가며 모습을 보여준 후 설명을 시작했다.


“이 아이템은 어떠한 공격이든 단 한 번 막아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연회장이 술렁거렸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죽을 위기에 처해도 한 번은 살 수 있을 것이다.

사회자는 모두가 볼 수 있게 제임스의 감정이 적힌 포스트잇을 보여줬다.

그러자 연회장 안의 사람들이 모두 눈을 빛냈다.


“처음부터 괜찮은 물건이 나왔네요.”

“강재야, 포기해라.”

“예?”

“보통 몸을 보호하는 물건은 생존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노리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


데페라도의 아이템들은 현실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인지 총기 사용이 가능한 지역에서 온 외국인들이 관심을 보였다.

이강재는 그래도 저 아이템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영감님, 제가 경매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도와주십쇼.”

“꼭 가져야겠냐?”

“예.”

“알았다. 내가 오 천까지는 도와주마.”

“영감님?”

“너와 나의 인연이 얼마인데. 그리고 네가 살아남아야 나도 팔 물건이 생기지.”


이강재는 이씨 영감의 호의에 울컥해지는 것을 느꼈다.

언제나 그를 도와주는 이씨 영감에게는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경매 시작합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무섭게 경매에 참여했다.

빠르게 가격이 올라가고.

이씨 영감은 마지막으로 팔천만 원을 부르고는 포기해 버렸다.


“강재야, 여기서 멈추자.”

“예?”

“저 반지가 앞 순서에 나왔다는 말은 뒤에 더 대단한 것이 있다는 말이야. 그것을 노리자.”

“알겠습니다.”


이강재가 포기한 후에도 가격은 올라갔다.

결국 수호의 반지는 일억이란 금액에 한 청년에게 돌아갔다.


“하핫, 아이템 얼마 안 하네. 정 비서, 그냥 우리가 다 사버리자고.”


실내임에도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있는 청년은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어깨를 으쓱했다.

캘리는 그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재수 없어.”

“쉿. 들으면 어쩌려고 그러냐?”

“들으라죠. 뭘 어쩌겠어요?”

“저놈이 바로 구성 그릅 이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밉보였다가 괜히 일 생길 수 있어.”

“얼굴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아세요?”

“저놈 옆에 있는 여자가 바로 이상회의 비서다.”


이씨 영감은 청년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는 바로 구성그룹의 차기 후계자라 불리는 구성제약 대표이자 회장의 셋째 아들 이상회였다.

캘리는 그의 정체를 듣고도 아무렇지 않아 했으나 이강재는 내심 긴장했다.

구성그룹이 구성회와 연관이 있다는 소문이 있는 만큼 괜히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다음 아이템을 기다려 보자.”


다음에 올라온 아이템은 귀걸이었다.

레벨업의 귀걸이라는 이름의 아이템은 생존자의 특성을 한 단계 높여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캘리는 이강재에게 속삭였다.


“아저씨, 저건 꼭 사야 해요.”

“왜요?”

“아저씨의 특성 중 두 개가 제한 시간이나 지속시간이 있잖아요. 저게 있으면 그 시간이 늘어날 거예요.”


그게 사실이라면 이강재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만약 저 귀걸이가 있다면 고속 질주의 지속시간이나 비열한 일격의 경직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두 특성의 효과가 길어지면 앞으로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영감님, 저건 꼭 낙찰받아 주십시오.”

“더 좋은 것이 나올 수도 있는데?”

“그래도 상관없어요. 왠지 꼭 얻어야 할 것 같아서요.”

“알았다. 돈을 다 쓰더라도 낙찰받으마.”


경매가 시작되었다.

레벨업의 귀걸이의 시작가는 삼천만 원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앞서 나온 반지보다 입찰하려는 사람들이 적었다.


“다행이다. 생존자에게만 좋은 아이템이라 관심이 적어.”

“그럼 가능성이 있을까요?”

“두고 봐야지.”


다른 생존자들도 귀걸이에는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강재는 낙찰받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이씨 영감이 육천만 원을 부르자 사람들은 포기한 듯 말이 없었다.


“현재 육천만 원 최종 입찰. 육천만 원. 육천만 원. 낙찰입니다.”


사회자의 말과 동시에 망치가 떨어지고.

귀걸이는 이강재의 손에 들어갔다.


“영감님, 해냈어요.”

“일단 하나는 건졌으니 다음 것도 보자.”

“예. 영감님만 믿을게요.”


이강재는 경매에 관한 것은 전부 이씨 영감에게 맡겼다.

그라면 너무 과하지 않은 가격에 좋은 아이템을 낙찰받아 줄 것이다.


***


경매는 계속되었다.

이강재는 그래도 앞으로의 생존에 도움이 될 아이템을 하나 건졌다는 생각에 안심했다.

그 후로도 수많은 아이템이 올라왔고 이강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거의 대부분의 아이템이 한 사람의 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구성그룹이 진짜 돈이 많기는 한가 보네요.”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기업이니 당연하겠지.”

“근데 저 사람은 왜 쓰지도 못할 생존자용 아이템까지 낙찰받은 걸까요?”

“그걸 어찌 알겠어? 수집욕이라도 생겼나 보지.”


이상회의 경매는 참 독특했다.

그는 마치 데페라도의 참가자라도 되는 것처럼 생존자에게 유용한 아이템을 싹쓸이해갔다.

덕분에 캘리와 장선영은 울상이었다.


“이게 뭐야? 저놈 때문에 하나밖에 못 건졌잖아.”

“언니는 그나마 낫죠. 저는 하나도 구하지 못했는걸요.”


돈으로 찍어 누르는 이상회는 무서웠다.

그는 얼마가 되었든 끝까지 입찰을 포기하지 않았다.

거의 웬만한 중소기업의 일 년 매출을 사용했으면서도 그의 폭주는 계속되고 있었다.


“낙찰입니다.”

“예스. 그래야지.”

“대표님, 이제 그만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왜?”

“너무 많이 구매하셨습니다. 아마 다 가져가시지도 못할 겁니다.”

“그래? 우리 정 비서가 멈추라면 그래야지.”


이상회는 남은 물건이 다섯 개밖에 안 남았을 시점에 입찰을 멈췄다.

그럼에도 세 사람은 아이템을 낙찰받지 못했다.

이상회 때문에 하나도 못 건진 것을 만회하겠다는 듯 불이 붙어 버렸기 때문이다.

장선영은 혼자만 아무것도 얻지 못하자 고개를 떨궜다.


“선영아, 너무 실망하지 마.”

“그래도 언니와 아저씨는 하나씩 낙찰받았는데 저는······.”

“어차피 다 너와는 안 맞는 아이템이었어. 다음에 기회가 있을 거야.”


캘리가 장선영을 위로하는 사이 드디어 경매의 마지막 물건이 등장했다.

그것이 모습을 드러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에이, 저건 뭐야?”

“왜 저딴 것이 마지막 순서야? 짜증 나게.”


단상 위에 올라온 물건은 평범한 여섯 개의 돌이었다.

생긴 모양도 울퉁불퉁했고 색도 분홍색으로 기괴했다.

그것을 본 캘리는 이강재에게 물었다.


“아저씨, 혹시 다음 게임에도 저희와 같이 다닐래요?”

“예?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아저씨가 조금 비겁하고 의리 없긴 하지만 마지막에 박쥐에게 했던 것을 보면 용기도 있고 좋은 사람 같아서요.”

“저야 캘리 씨와 함께하면 좋긴 하지만 그게 가능합니까?”


데페라도에 가는 순간 시작 지점은 무작위다.

어디에 떨어질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원한다고 해서 캘리와 함께할 수는 없었다.

캘리는 싱긋 웃으며 단상 위의 돌을 가리켰다.


“저것만 있으면 가능해요.”

“저게 뭔데요?”

“저 돌의 이름은 인연의 돌. 돌을 가진 사람들끼리 끌어당기는 효능이 있어요. 저것만 있으면 같은 시작점에 떨어질 수도 있죠.”

“그냥 특이한 돌로 보이는데 정말 그런 효능이 있습니까?”

“전에 몇 번 경매에 나온 적 있는 아이템이에요. 그래서 효능에 대해 잘 알죠. 이미 돌을 가졌던 생존자로부터 알려진 내용이에요.”


정말 저 돌이 있다면 반드시 낙찰받아야 한다.

이강재의 입장에서도 데페라도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가진 캘리와 함께하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장선영 또한 무력 면에서는 누구보다 믿을 만하니 할 수만 있다면 함께하고 싶었다.

이강재의 동의를 얻은 캘리는 입찰에 참여했다.


“삼천.”

“삼천오백.”

“사천.”


생존자들 중 몇몇이 인연의 돌이 가진 능력을 듣고 관심을 보였다.

다들 친구가 없는 줄 알았는데 데페라도에 같이 갈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캘리도 지지 않고 호가를 높였다.

그때.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에 흥미가 돌았는지 그가 나섰다.


“저 돌이 뭐라고 난리야?”

“생존자들에게 믿을 만한 동료는 탈출에 도움이 되는 법이니까요.”

“그래? 그럼 나도 참가할까? 정 비서, 여유 자금이 어떻게 돼?”

“오억입니다.”

“흠, 겨우 그것밖에 안 돼?”

“아마 충분할 겁니다.”

“좋아. 나도 참전한다.”


압도적인 자본을 가진 이상회가 다시 한번 경매에 참전했다.

입찰 가격은 빠르게 치솟아 올랐다.

캘리는 식은땀을 흘리며 따라갔으나 그녀의 돈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어쩌죠? 돈이 모자라요. 할아버지 어떻게 안 될까요?”

“안 돼. 나라고 돈이 넘쳐나는 것은 아니다.”

“하아, 정말 포기해야 하나.”

“돈이 모자라면 제가 보태겠습니다.”

“아저씨?”

“언니, 저도 보탤게요. 전 아이템을 사지 못해서 충분히 여유가 있어요.”


인연의 돌은 캘리만을 위한 아이템이 아니다.

이강재와 장선영 또한 다음 게임에 그녀와 함께하기 위해 힘을 더했다.

여유를 되찾은 캘리는 다시 한번 이상회에게 맞서 싸웠다.


“삼억.”

“삼억 오천.”

“사억.”


다른 생존자들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

캘리와 이상회만이 남아 치열한 싸움을 이어갔다.

점점 가진 금액의 한도에 가까워지자 캘리는 마지막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오억.”


일순간 연회장 안이 조용해졌다.

겨우 저런 쓸모없는 돌에 오억을 내지는 것에 놀란 것이다.

캘리는 초조한 마음으로 이상회를 바라봤다.

그는 정 비서와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 비서, 아까 여유자금이 얼마라고 했지?”

“오억입니다.”

“그럼 더 못 지르겠네? 그러지 말고 좀 더 쓰면 안 돼?”

“대표님, 이미 많이 쓰셨습니다. 게다가 저 돌은 대표님께 필요한 물건이 아닙니다.”

“그래도 포기하면 저것들에게 지는 것 같은데······.”

“대표님.”

“알았어. 포기하면 되잖아.”


이상회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연회장을 떠났다.

경쟁자가 사라지자 인연의 돌은 캘리의 품으로 돌아갔다.

사회자의 말을 끝으로 낙찰이 확정되었다.


“최종 입찰가 오억. 낙찰입니다.”

“우와! 아저씨, 선영아. 우리가 해냈어.”


경쟁에서 이겼다는 승리감에 세 사람을 휘감았다.

비록 얻은 것은 적었지만 만족할 만한 경매였다.

이강재는 특성을 한 단계 올려주는 아이템을 얻었고 캘리는 무기를 얻었다.

무엇보다 데페라도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인연의 돌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기분 좋은 결과에 세 사람은 경매에 얻은 것들을 모두 정산하고 구성호텔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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