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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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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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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6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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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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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7화

DUMMY

카페를 나온 이강재는 흠칫했다.

여신의 눈물 때문에 정작 물어봐야 할 것을 잊고 말았다.


“아,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봤어야 했는데.”


데페라도에서 탈출한 후 돌아온 곳은 이강재가 머물고 있던 모텔 방이었다.

또한 나오고 보니 대략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것으로 데페라도에 들어가기 전 있었던 장소가 탈출 후 나타나는 곳이며 현실과 시간이 똑같이 흐른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다만 이강재는 제임스에게서 확신을 얻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됐다. 영감님에게나 가자.”


돈도 갈 곳도 없는 이강재에게 남은 것은 데페라도에서 가져온 아이템뿐이었다.

비록 보육원장을 치료할 아이템은 없었지만 돈 될 만한 물건은 충분했다.

이강재는 버스를 기다리며 가방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아저씨, 여기 금연 구역이에요.”

“예. 죄송합니다.”


이강재는 황급히 담배를 주머니에 넣었다.

만약 불이라도 붙였으면 신고를 당했을 것이다.

정류장을 빠져나온 그는 흡연부스를 찾아다녔다.


“에이, 흡연자는 어떻게 살라고 이렇게 담배 피울 곳이 없냐?”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흡연부스에 투덜거릴 때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손을 넣어 꺼내 보니 누가 전화를 걸어왔다.


“여보세요?”

“오빠!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아, 미소구나. 전화했었어?”


슬쩍 부재중 전화를 확인해 보니 이백 통이 넘게 찍혀 있었다.

문자도 백 개가 넘는 것을 보니 그가 데페라도에 가 있는 동안 연락을 엄청 한 것 같았다.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실종 신고도 하려고 했어.”

“그냥 일 때문에 바빴어.”

“그래도 연락 좀 해. 3년 전처럼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고.”

“알았어. 근데 무슨 일이야?”

“엄마가 오빠 보고 싶다고 하셔. 항암치료를 받는데 많이 생각나시나 봐.”

“그래? 알았어. 내일 시간 내서 병원 가 볼게.”

“꼭이야.”


통화를 끊은 이강재는 담배를 물었다.

그가 서 있는 곳이 길바닥이든 금연구역이든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항암치료로 힘들어하고 있을 보육원장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말기 암이라 수술도 못하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을 텐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이강재는 한참을 가만히 서서 담배를 피우다 그 자리를 떠났다.


***


수원의 만물 전당포.

이씨 영감은 평소보다 일찍 문을 닫아걸고 특별한 고객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게 정물철강 박 사장 집에서 가져온 거라고?”

“예. 제가 온갖 보안을 뚫고 들어가서 간신히 건진 것입니다.”

“야 이 자식아. 겨우 이거 훔치려고 박 사장 집에 들어갔다 왔냐?”

“왜, 왜 이러십니까?”


이씨 영감은 눈앞에 있는 도둑놈의 머리를 쳤다.

정물철강은 우리나라에서도 열 손가락에 꼽히는 기업이다.

그런 곳의 사장 집을 털었다면서 가져온 것은 겨우 골동품 몇 점이 다였다.

그것도 가치가 거의 없는 애물단지들이었다.

이씨 영감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백 줄 테니까 가 봐.”

“예?”

“그럼 이딴 것을 가져와 놓고 더 받으려고?”

“에이, 그래도 큰 거 석 장은 주셔야죠.”

“됐어. 싫으면 도로 가지고 가.”

“아, 어르신!”


그때 전당포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왔다.

그를 본 이씨 영감은 가방에 돈을 더 넣어 도둑에게 쥐여줬다.


“야, 오백 더 넣었으니까 이거 가지고 가봐.”

“석 장은 주셔야 한다니까요.”

“내가 양보했는데도 이래? 너 일 그만두고 싶어?”


이씨 영감의 매서운 눈빛에 도둑은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장물아비들의 대부인 이씨 영감의 심기를 거슬렀다간 이 바닥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도둑이 가방을 챙기고 나가자 이씨 영감은 혀를 찼다.


“하여간 요즘 것들은. 왜 너만 한 놈이 안 나타나는 거냐?”

“저야 달중이 밑에서 얼마나 굴렀는데요.”

“아무튼 데페라도에선 탈출하고 나온 거냐?”

“예.”

“하긴 그러니까 살아서 돌아왔겠지. 어디 물건이나 보자.”


만물 전당포에 들어온 사람은 바로 이강재였다.

그는 데페라도에서 가져온 아이템을 처분하기 위해 전당포에 왔다.

책상 위에 가방에 든 물건들이 쏟아졌다.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영감님.”

“오냐. 아이템은 몇 개나 건졌어?”

“세 개요.”

“아니 학교와 주유소를 갔다 왔으면서 겨우 그것밖에 못 건졌어?”

“예? 영감님이 그걸 어떻게 아세요?”

“뉴플릭스에 영상 올라온 거 봤지.”


데페라도 탈출기는 이강재에게는 현실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뉴플릭스 인기 프로그램이다.

생존자들이 데페라도에서 생활하고 탈출하기까지의 일들이 모두 영상으로 나온다는 말이다.

뉴플릭스에 들어가 보니 이미 10화까지의 영상이 올려져 있었다.


“네가 캘리와 만날 줄은 몰랐다.”

“하하, 어쩌다 보니 우연히 그렇게 됐네요.”

“그거 아냐?”

“뭐요?”

“너 요즘 약간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더라.”

“제가요?”

“튜토리얼 영상부터 최근 영상까지 히트 쳤어. 그리고 캘리에게 빨대 꽂은 것도 한목 했지.”


이강재는 데페라도 탈출기를 검색했다.

사이트에 나온 정보 중 출연진을 누르자 그의 사진이 나왔다.

그 사진을 누르면 영상이 실행되는데 이강재가 튜토리얼을 하는 모습이었다.


“이게 뭐예요?”

“데페라도 탈출기가 뉴플릭스의 유명 프로그램인 것 모르냐?”

“그건 아는데 그게 벌써 올라와요?”

“데페라도 탈출기는 거의 실시간이라고 보면 돼. 너 언제 탈출했냐?”

“오늘이요.”

“그럼 이틀 뒤에 네가 탈출하는 영상이 올라오겠네.”


데페라도 탈출기는 오직 생존자의 시점으로만 진행된다.

천 명의 생존자들 중 재미있는 사람들의 장면이 영상으로 편집된다.

이강재는 캘리와 함께 다닌 덕에 제법 많은 장면에 나왔다.

자연히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보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댓글을 보니 이강재를 욕하는 사람과 좋다고 하는 사람이 섞여 있었다.


“근데 너 정말 그 여자애들 버리려고 했냐?”

“그것까지 나와요?”

“그 장면이 너튜브 인기 동영상 1위였어.”


원치 않는 장면까지 나왔다는 말에 이강재는 얼굴을 붉혔다.

그런 것은 편집해서 없애주지.

이강재는 제임스를 원망했다.


“그건 그렇고. 돈은 내일 주마.”

“예? 왜요?”

“아무리 나라도 이렇게 큰돈을 어떻게 금방 모아? 내일까지 마련해서 줄 테니까 걱정 마.”

“그럼 오십만 원이라도 줘요.”

“야, 너 나 못 믿냐? 내일 준다니까.”

“믿는데 제가 잘 곳이 없어서 그래요. 모텔이라도 가게 돈 주세요.”


벌써 날이 어두워졌다.

아까 경찰서에 가는 등 쓸데없는 일로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길바닥에서 밤을 보내지 않으려면 근처 모텔이라도 가야 했다.


“그리고 저것들 다 팔면 전세금 정도는 될까요?”

“전세 보증금 정도는 충분하지.”

“진짜요? 허참. 목숨 걸 만하네.”


안양의 전세금은 못해도 일억 이상.

겨우 데페라도에 한번 다녀온 것치고는 많이 벌었다.


“근데 갑자기 집은 왜?”

“데페라도 때문에 필요할 것 같아서요.”


다음 게임에 들어갈 때 오늘 같은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제대로 된 거주지가 필요했다.

작은 집이라도 전세로 살면 이번처럼 탈출 후 도둑으로 몰려 경찰서에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씨 영감은 가방에 아이템을 담으며 말했다.


“내가 알아봐 줄 테니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고 가.”

“그래도 돼요?”

“늙은이 혼자 사는 집이라 방 많다. 괜히 귀찮게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자고 가라.”

“저야 땡큐죠. 감사합니다.”


이씨 영감은 서울과 경기를 꽉 잡고 있는 장물아비다.

장물 외에도 여러 사업을 하고 있는 그는 상당한 부자다.

그런 이씨 영감이 사는 집은 기업 회장들이 사는 집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결혼도 하지 않아 부인도 자식도 없으니 불편할 것도 없었다.

이강재는 이씨 영감을 도와 전당포를 정리하고 그의 집에서 하루를 보냈다.


***


삘릴리리! 삘릴리리!

이강재는 요란한 벨 소리에 눈을 떴다.

어떤 놈의 취향인지 벨 소리 한번 최악이었다.

이 휴대폰은 제임스가 준 것이니 아마 그의 취향일 것이다.

이강재는 속으로 제임스를 욕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야, 이 개 같은 새끼야!”


휴대폰 너머로 귀청 떨어질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이강재는 귀를 후비며 말했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전화 잘 못 거셨어요.”

“새끼가 미쳤나? 너 내 목소리도 모르냐?”

“누구신데······.”


잠결에 짜증을 내려던 이강재는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눈치채고서는 흠칫했다.

이 경박하면서도 날카로운 소리에 험한 말투.

목소리의 주인은 오달소가 분명했다.

이강재는 최대한 불쌍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 달소야. 내가 몸이 안 좋아서 그러는데 나중에 통화하면 안 될까?”

“되겠냐?”

“안 되지. 그래 안 되는 게 맞아.”


이강재는 오달소가 구성회 오성 행동대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 그를 대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

전에는 친구의 무서운 동생이었다면 지금은 완전한 깡패였다.


“달소야, 왜 전화했어?”

“데페라도에서 나왔으면 가장 먼저 보고를 해야 할 것 아니야!”

“그걸 네가 어떻게······.”

“조금 전에 영상 올라왔다. 아주 계집 둘을 끼고 즐기다가 대충 찾고 나왔더만.”


이강재는 자신의 이마를 쳤다.

뉴플릭스에 데페라도 탈출기가 올라온 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오달소는 이강재가 데페라도에서 탈출했으면서도 연락을 하지 않은 것에 분노했다.


“앞으로 데페라도에서 나오면 바로 전화해. 알았어?”

“아, 알았어.”

“그리고 새끼야. 너 왕관 못 찾았지?”

“응.”

“썅, 겨우 한 달 있었던 놈이 그걸 어떻게 찾냐? 그마저도 대충 뒤졌고 말이야.”


이번 영상에도 그의 분량이 많은 모양이다.

오달소는 생각보다 많은 내용을 알고 있었다.

이강재는 진땀을 흘리며 변명해야 했다.


“내가 이번이 첫 번째 참가라 어쩔 수 없었어. 다음에는 잘 할 게.”

“잊지 마라. 네가 왕관을 못 찾아오면 네 동생들은 해외에서 새 삶을 살게 될 거라는걸.”

“아, 알고 있어.”

“그리고 다음부터 이번처럼 일찍 탈출하면 죽여버릴 줄 알아.”


오달소는 협박을 날리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가 끊어지자 이강재는 한동안 휴대폰을 놓지 못했다.

놈과의 통화 때문에 불쾌한 현실이 실감됐다.


“에휴, 내 인생. 친구 동생에게 잡혀서 이게 뭔 꼴이냐?”


괜히 오달소에게 약점이 잡혀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다.

한 가지 걱정인 것은 과연 오달소의 인내심이 어느 정도냐는 것이다.

그가 찾는 아이템인 지배의 왕관은 여신의 눈물과 같이 최상급의 아이템이 분명했다.

그 말은 발견할 확률이 낮다는 말인데 과연 그가 찾아낼 때까지 오달소가 봐줄지 걱정이었다.


“다음 게임에는 무조건 최후의 일인을 노린다. 어머니와 동생들을 위해.”


신미소와 서강수를 오달소의 마수에서 구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 안에 왕관을 구해야 한다.

마침 제임스가 보육원장의 약을 구하고 싶다면 최후의 일인이 되라고 했으니 잘 됐다.

이강재는 다음 게임의 목표를 마지막까지 생존으로 정했다.


“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시겠다. 서두르자.”


오늘은 보육원장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이강재는 구성 병원에 가기 전 인터넷에 검색해 입원한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을 찾았다.

담요나 물병 등 보육원장에게 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산 이강재는 택시를 타고 구성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 앞에서 그는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매만졌다.


“오랜만에 뵙는 건데 제대로 하고 가야지.”


보육원장을 만나기 위해 이씨 영감에게 비싼 양복도 빌렸다.

왁스로 머리를 만진 그는 누가 봐도 성공한 사업가였다.

이강재는 심호흡을 하며 병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흐읍! 으아아악!”

“엄마, 괜찮아요? 당장 의사 부를게요.”


어찌 된 일인지 보육원장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신미소는 당황하여 허둥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이강재는 덜컥 겁이 났다.

설마 보육원장이 잘못되는 것은 아닐까?

새하얘진 그의 머리에 한 가지 불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다 문득 번쩍이는 생각이 들었다.


“아, 맞아. 이게 있었지. 어머니!”


이강재는 혹시 몰라 챙겨온 것을 꺼냈다.

그는 보육원장에게 달려가 그것을 먹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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