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연재수 :
151 회
조회수 :
26,066
추천수 :
267
글자수 :
867,030

작성
22.10.29 12:00
조회
198
추천
1
글자
12쪽

025화

DUMMY

데페라도의 도로는 한산하다.

신호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차선에 다른 차가 있긴 했지만 많지 않아 초보운전자라 해도 쉽게 운전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막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선영 씨, 앞에!”


도로 위에 바퀴가 모두 빠진 차가 서 있었다.

장선영이 운전하고 있는 버스의 속도가 빨라 부딪칠 것만 같았다.

그녀는 급하게 핸들을 꺾었다.


“우악! 선영 씨, 제발 좀 천천히 몰아요.”

“괘, 괜찮아요. 저 무사고 경력 일 년이라니까요.”

“그 기록이 오늘 끊길 것 같다고요!”


장선영은 마치 속도를 내지 않으면 죽는 사람처럼 액셀을 밟았다.

그녀의 운전 솜씨는 예술과 같았다.


“아저씨, 빨리 길이나 말해주세요.”

“쭉 직진하다가 사거리가 보이면 우회전이요.”

“직진이요? 알았어요. 밟을 게요.”

“그, 그게 왜 그렇게 되는······으악!”


장선영은 직선 도로가 나오자 속도를 올렸다.

버스는 방지턱이 나와도 속도를 유지하며 하늘을 날았다.

이강재는 잔뜩 겁에 질려 주변에 있는 것을 꽉 붙잡았다.


“캘리 씨, 좀 말려봐요.”

“······.”

“캘리 씨?”

“······.”

“미친. 기, 기절했어.”


이 지옥 버스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탈출 장소로 가는 것뿐이었다.

이강재는 지도창을 열어 최단거리로 가는 길을 찾았다.

그때 몸에서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크, 큰일이에요. 몹이 다가오고 있어요.”

“예? 정말이에요.”

“우리 앞쪽에서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떡하죠?”

“캘리 씨, 정신 좀 차려 봐요.”


이강재는 캘리의 옆으로 움직여 그녀를 깨웠다.

그는 캘리가 몸을 흔들어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뺨을 때렸다.

그녀는 한쪽 뺨이 호빵처럼 부풀어졌을 때가 되어서야 깨어났다.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몹이 우리 앞에서 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몹을 피해서 다른 길로 가면 되잖아요.”

“그게 다른 길이 전부 막혔어요.”


앞을 제외하면 탈출 지점으로 가는 길이 전부 막혔다.

왼쪽은 무너진 건물 잔해로 갈 수 없었고 오른쪽 또한 자동차들이 막고 있었다.

그렇다고 뒤로 돌아가자니 장선영의 운전 실력이 최악이라 할 수 없었다.


“차라리 버스를 버리고 뛰어갈까요?”

“이 버스를 버리면 탈출 지점에 가도 우린 탈출 못해요.”

“예?”

“탈출방법에 적힌 필요한 물품에 적혀 있잖아요.”


단순히 버스를 운전하게 되어서 지도에 탈출 지점이 표시되었다고 그곳에만 가면 된다는 것이 아니다.

탈출방법에는 분명히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즉 버스가 없다면 탈출지역에 가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버스가 고장 나거나 박살 난 경우에도 탈출할 수 없다.


“그러니까 버스를 지켜야 해요.”

“다른 방법이 없겠습니까?”

“차라리 저번처럼 몹을 유인하는 것은 어때요? 아저씨가 나가서······.”

“언니, 앞에 몹이!”


어느새 버스의 앞에 몹이 나타났다.

손대신 거대한 낫을 달고 있는 낫둥이는 두 팔을 활짝 펴고 그들을 맞이했다.

놈이 버스를 베기 위해 힘차게 도약했다.

그 순간 장선영이 외쳤다.


“다들 꽉 잡아요!”

“선영아, 뭘 어쩌게?”

“이 방법밖에 없어요. 갑니다!”


낫둥이를 보며 비장한 표정을 짓는 장선영.

그녀는 기어를 움직이고 힘차게 액셀을 밟았다.


“끄아아아!”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달려가는 버스.

버스는 도로 위의 흉기가 되어 낫둥이를 덮쳤다.


쿠직!


버스가 덜컹거리며 무언가 밟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앞 유리에는 금이 가고 녹색 액체가 묻었다.

이강재는 도저히 뒤를 돌아볼 자신이 없었다.


“선영씨 지금 무슨 짓을······.”

“어쩔 수 없었어요. 이 방법밖에 없었다고요.”

“잘했어 선영아. 계속 밟아.”


사람을 친 것도 아니고 살기 위해 괴물을 죽인 것뿐이다.

장선영의 결단 덕에 그들은 살 수 있었다.

버스는 다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


낫둥이를 물리쳤음에도 세 사람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버스가 달리는 소리를 듣고 몹들이 달려온 까닭이다.

뒤편에는 수십 마리의 몹이 따라오고 있었다.

이강재는 몹들 때문에 느껴지는 따끔거림에 신경 쓰여 죽을 맛이었다.


“아저씨. 괜찮아요?”

“크으, 버틸만합니다.”

“이제 얼마나 더 가야 해요?”

“선영 씨의 운전 기술이 워낙 좋아 진짜 얼마 안 남았습니다.”


장선영이 운전하는 버스는 미친 듯이 달렸다.

얼마나 속도를 냈냐면 뒤에서 달려오고 있는 몹들조차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오직 번쩍둥이만이 능력을 발휘해 그들을 놓치지 않고 따라오고 있었다.


“세 블럭만 더 가면 탈출 지역이 나올 겁니다.”

“됐어요. 탈출 성공이에요.”

“기뻐하는 중에 미안한데요. 다들 꽉 잡아요!”


장선영의 경고가 들리자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주변에 있는 것을 꽉 붙잡았다.


퍽!


이번 희생자는 덫둥이였다.

그는 그렇게 가 버리고 말았다.

이강재는 조용히 눈을 감고 묵념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라.”


아마 그곳에 가면 먼저 온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도 많이 박아버려 버스 앞부분이 찌그러질 정도였으니.

그런데 그때 갑자기 버스가 심하게 흔들려다.


“선영 씨 왜 그래요?”

“모르겠어요. 뭔가를 밟은 것 같은데 도저히 제어가 안 돼요.”

“무슨 일이지?”


이강재는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확인했다.

버스의 오른쪽 앞 바퀴에 덫둥이의 덫이 물려 있었다.

바퀴는 공기가 빠져나가 주저앉았다.


“타이어가 터졌어요.”

“그럼 어쩌죠?”

“방법이 없어요. 그냥 계속 달려요!”


평범한 상황이라면 속도를 낮추거나 멈춰 서서 바퀴를 교체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시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뒤에서는 몹들이 쫓아오고 있었고 여분의 타이어도 없다.

괜히 속도를 줄였다간 몹에게 붙잡히고 말 것이다.

이제 온전히 장선영의 운전 실력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선영 씨, 계속 밟아요!”


이제 남은 거리는 대략 삼분.

고지가 눈앞에 보였다.

그때 깨진 앞 유리로 검은색 인형(人形)이 보였다.

그것은 날개를 접으며 세 사람을 보곤 미소 지었다.


“여기 제물들이 있었네. 다들 아이템은 많이 찾았어?”


날카로운 송곳니를 번뜩이며 웃는 여자.

그녀를 본 캘리는 사색이 되어 몸을 떨었다.


“어떻게······ 분명 박쥐는 움직이지 않을 텐데.”

“캘리 씨, 박쥐라고요?”

“예. 저 여자가 바로 데페라도 서쪽 지역의 살인마 박쥐에요.”


갑작스러운 살인마의 등장.

여자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세 사람은 굳어버리고 말았다.

박쥐는 매혹적인 눈빛을 보내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


데페라도에는 총 다섯 명의 살인마가 있다.

중앙 화산의 도마뱀, 동쪽의 거북이, 북쪽의 말, 남쪽의 펠리컨.

그리고 서쪽에는 박쥐가 있다.

모든 살인마가 그렇듯 박쥐 또한 데페라도의 탈출기 초기부터 참가했다.

알려진 바로는 그녀의 능력은 총 세 개인데 비행과 유혹, 그리고 흡혈이었다.


“박쥐는 유혹으로 몹을 조종하고 날개를 이용해 날아 추격하며 흡혈로 제압한다고 해요.”

“너 제법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구나?”

“분명 박쥐는 주로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몹을 이용해 생존자를 잡아갔었는데······.”


서쪽 지역이 다른 곳에 비해 안전하다고 하는 이유는 박쥐의 성격 때문이다.

그녀는 절대로 생존자들을 찾아 움직이지 않는다.

유혹으로 몹을 부하처럼 사용하고 능력을 이용해 생존자를 찾아오게 만든다.

절대 살인마 스스로 생존자를 찾아 나서는 일이 없기에 다른 지역보다 안전한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이번엔 그녀가 직접 생존자를 찾아 나섰다.


“어찌 된 일인지 근처에 생존자가 별로 없더라고. 나도 슬슬 위험해져서 직접 몸을 움직였지.”

“탈출이 코앞이었는데······.”

“어머, 자기들. 벌써 나가려고 한 거였어? 나랑 좀 더 놀다 가지.”


박쥐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이강재는 그 눈을 보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박쥐를 향해 걸어갔다.


“아저씨, 정신 차려요!”


캘리가 그런 이강재의 뺨을 쳤다.

뺨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감각에 이강재는 정신을 차렸다.


“어? 무슨 일 있었어요?”

“방금 박쥐의 유혹에 당했어요. 저 눈을 보게 되면 유혹에 걸리니 조심하세요.”

“호오, 진짜 많이 알고 있네. 언니는 누굴까?”


갑자기 박쥐의 모습이 사라졌다.

박쥐는 캘리의 뒤에 나타나 그녀의 목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언니 때문에 귀찮게 됐잖아. 그러니까 잠깐 자고 있자.”


캘리의 희고 가는 목에 박쥐의 송곳니가 박혔다.

박쥐의 목울대가 꿈틀거리며 피를 빨았다.

그녀가 목에서 입을 떼자 캘리는 끈 떨어진 연처럼 힘없이 쓰러졌다.


“아, 맛있다. 다음은 누굴 먹을까?”


요사스러운 박쥐의 눈빛이 이강재와 장선영을 훑었다.

이강재는 박쥐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저씨?”

“선영 씨, 어서 밟아요. 여긴 내가 막을 게요.”

“그래도 박쥐가······.”

“어차피 저 녀석은 우릴 못 죽여요. 그러니까 빨리!”


생존자와 달리 살인마는 얼마든지 남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생존자를 죽일 때는 한 가지 제약이 생긴다.

바로 제단을 이용해 처형해야 한다는 것.

만약 제단을 이용하지 않고 생존자를 죽인다면 살인마는 그들이 가진 아이템을 빼앗을 수 없으며 페널티를 받는다.

이강재는 캘리마저 당한 급박한 상황에서 규칙을 믿고 도박을 했다.


“이거 용감한 오빠네. 근데 날 막을 수 있겠어?”

“드, 들어와.”

“용기는 가상한데 그럴 능력이 될까나?”


박쥐가 검은 날개를 펼쳤다.

그녀는 캘리에게 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이강재의 뒤에 나타났다.


“오빠의 피는 어떤 맛일까? 궁금하네.”

“글쎄? 이것부터 맛봐야 할 것 같은데?”

“뭐?”

“받아라. 비열한 일격!”


박쥐가 달라붙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이강재는 고개를 돌리며 박쥐의 몸에 찍힌 점을 찔렀다.

비열한 일격에 맞은 박쥐의 몸이 굳어버렸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아직 끝나지 않았어!”


비열한 일격이 지속되는 시간은 단 3초.

그 사이에 박쥐를 제압해야 한다.

이강재는 단검을 꺼내 박쥐의 몸을 사정없이 찔렀다.

두 눈을 찔렀고 입을 찢었으며 쇄골을 부수고 심장을 뚫었다.

박쥐가 경직된 순간은 3초에 불과했으나 기습을 당한 그녀는 당황하여 공격을 허용했다.


“죽어, 죽어!”


이강재는 눈이 뒤집혀 계속 단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발악은 오래가지 못했다.

살인마 특유의 엄청난 회복력으로 정신을 차린 박쥐는 칼이 몸을 헤집는 고통에도 이강재의 목을 물었다.


“생존자 주제에 살인마를 이기려 들어? 네게 끝없는 고통을 선사해 주지.”


분노한 박쥐는 천천히 이강재의 피를 빨았다.

그녀에게 흡혈을 당한 이강재는 점점 몸에서 힘이 빠짐과 동시에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그의 비명이 버스 안을 가득 채웠다.


“끄아악!”

“아저씨!”

“후후, 이놈 다음은 너야. 기다리고 있어.”

“선영 씨, 난 괜찮으니까 걱정 말고 집중해요!”

“이놈이!”


목에서 느껴지는 흡입력이 증가했다.

그에 따라 고통도 심해졌다.

이강재는 필사적으로 반항하려 했으나 박쥐는 더 이상 방심하지 않았다.

그에게 남은 기회는 없었다.


“제발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길 바라.”

“웃기지 마. 네게 빼앗길 것은 없어.”

“어머, 오빠 정말 매력 있다. 아직도 꺾이지 않았어? 난 이런 사람이 좋더라.”

“미안한데. 나중이면 몰라도 지금은 헤어져야 할 것 같은데?”

“뭐?”

“선영 씨, 잘 했어요. 도착했어요.”


장선영은 캘리가 쓰러질 때도 이강재가 박쥐에게 당할 때에도 액셀에서 발을 떼지 않았다.

그렇게 미친 속도로 운전한 결과 드디어 탈출 지역에 도착한 것이다.

버스가 탈출 지역에 들어서자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럼 우린 간다. 미친년아.”

“너!”

“나중에라도 보지 말자고.”


빛은 이강재와 장선영 그리고 캘리를 집어삼켰다.

그 빛이 사라진 후에 버스 안에는 박쥐 혼자만 남아 있었다.


“키악! 날 농락하다니. 반드시 죽여버리고 말 거야!”


분노에 가득 찬 박쥐가 소리쳤다.

그녀가 휘두른 손톱에 의해 버스는 찢겨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이미 탈출에 성공한 세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박쥐는 붉은 안광을 터트리며 복수를 다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데페라도 탈출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031화 22.11.01 195 1 13쪽
31 030화 22.10.31 197 1 12쪽
30 029화 22.10.31 198 2 12쪽
29 028화 +1 22.10.30 194 2 12쪽
28 027화 22.10.30 196 1 12쪽
27 026화 22.10.29 194 2 12쪽
» 025화 22.10.29 199 1 12쪽
25 024화 22.10.28 207 2 12쪽
24 023화 22.10.28 207 2 12쪽
23 022화 22.10.27 209 1 13쪽
22 021화 22.10.27 213 1 13쪽
21 020화 22.10.26 224 2 13쪽
20 019화 22.10.26 226 2 12쪽
19 018화 22.10.25 226 2 12쪽
18 017화 22.10.25 226 2 13쪽
17 016화 22.10.24 229 3 12쪽
16 015화 22.10.24 245 3 15쪽
15 014화 22.10.23 249 2 13쪽
14 013화 22.10.23 268 3 12쪽
13 012화 +1 22.10.22 273 3 13쪽
12 011화 +1 22.10.22 289 2 12쪽
11 010화 22.10.21 294 1 13쪽
10 009화 22.10.21 295 2 12쪽
9 008화 22.10.20 300 2 12쪽
8 007화 22.10.20 306 2 12쪽
7 006화 22.10.19 326 1 12쪽
6 005화 22.10.19 359 4 13쪽
5 004화 22.10.18 391 3 14쪽
4 003화 22.10.18 406 4 13쪽
3 002화 22.10.17 481 4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