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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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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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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6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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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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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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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6화

DUMMY

강렬한 빛과 함께 따뜻하고 포근한 무언가가 몸을 감쌌다.

그 기분 좋은 느낌도 잠시.

이강재는 마치 번지점프를 하는 느낌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떴다.


“흐헉!”


주변을 둘러보니 그가 머물고 있었던 모텔의 방 안이었다.

갑자기 바뀐 풍경에 당황하여 벌떡 일어나자 등에서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아, 데페라도에서 가지고 있던 것들······.”


게임이 끝나면 보상으로 생존자가 가지고 있던 것들이 귀속된다.

탈출하기 직전 가지고 있던 가방이 이강재의 등에 매달려 있었다.

가방을 열어 확인하니 그가 찾았던 아이템들이 들어 있었다.

심지어 단검까지도.

이것이 바로 데페라도 탈출기를 무사히 탈출한 보상인 모양이었다.


“나 정말 돌아온 거야?”


이강재는 가만히 서서 자신의 몸이 멀쩡함을 확인했다.

담뱃재가 떨어져 입었던 화상도 박쥐에게 물렸던 목도 깔끔했다.

그제야 게임이 끝나고 무사히 살아 돌아왔음이 실감났다.

이강재는 두 팔을 하늘 위로 번쩍 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때 화장실 문이 열리며 낯선 여자가 나왔다.


“어?”

“누, 누구세요?”

“제가 물어볼 말인데요?”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이 객실에 묵고 있던 사람인데요?”

“무슨 소리예요? 이 방은 어젯밤부터 제가 있었는데.”

“예?”


이강재는 도저히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대체 저 여자는 누구인데 그의 방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직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는데 설상가상으로 모텔 방의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자기야!”

“미영아, 저 새끼는 누구야?”

“몰라. 화장실에서 씻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어왔어.”

“뭐? 이 새끼가!”


나타난 남자는 참 몸이 좋았다.

헬스를 무척 열심히 한 듯 팔뚝 굵기가 이강재의 허리와 비슷했다.

만약 저 사람의 주먹에 맞으면 천국으로 가는 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강재는 남자가 다가오자 뒷걸음질 쳤다.


“저기, 우리 말로 할까요?”

“너 누구냐고!”

“자기야, 도둑인가 봐.”

“아니,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시끄럽고 이리 와!”


남자가 이강재의 멱살을 잡고 침대 위에 던졌다.

그리고 그의 몸에 올라탔다.

이강재는 힘에 짓눌려 반항하지 못하고 소리만 질렀다.


“살려주세요!”


떨리는 이강재의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


“이름.”

“이강재입니다.”

“나이.”

“서른셋이요.”


지금 이강재는 경찰서에 잡혀와 조서를 쓰고 있었다.

그가 남자에게 맞고 있는 사이 여자가 경찰을 불렀고 붙잡히게 된 것이다.

데페라도에서 지내는 동안 현실에도 한 달이 흘렀고 그 사이 모텔 사장이 방을 뺀 줄 알고 손님을 받은 것이었다.

이강재는 남자에게 맞아 죽을 뻔한 것과 동시에 도둑으로 몰리게 될 위기에 처했다.


“그 방에는 왜 들어갔어요?”

“저도 잘 모릅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그러니까요.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눈을 뜨니까 그곳에 있었어요.”

“됐고. 전과가 있으시네요.”


형사는 이강재의 신상이 적힌 종이를 넘겼다.

그 안에는 그의 전과 기록이 적혀 있을 것이다.

이강재는 고개를 숙였다.


“상습 절도에 특수까지 붙었고. 그 외에도 자잘한 것이 많네요?”

“그게······.”

“3년 정도 살다 오셨네. 이번에도 도둑질하러 들어갔어요?”

“아닙니다. 저 손 씻었습니다.”


완전히 도둑질을 그만둔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소매치기가 고작이었던 이강재는 억울했다.

데페라도에서 탈출한 후 눈을 뜨니 모텔 방 안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는 이강재 또한 몰랐다.

경찰에게 데페라도에 갔다 왔더니 이렇게 됐다고 말할 수도 없어 답답했다.

형사는 책상 위에 가방을 올려놨다.


“여기에 든 게 많네요? 혹시 이것들도 훔친 것은 아니죠?”

“저 진짜로 출소 후에 도둑질한 적 없습니다.”

“근데 말입니다. 이 가방 안에서 대단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뭔데요?”

“칼을 소지하고 계셨네요.”

“예?”

“이러면 형량이 무거워집니다. 아시죠?”


형사가 비닐에 넣은 단검을 보여주자 이강재는 손으로 눈을 덮었다.

그것은 데페라도에서 얻은 단검이었다.

그동안 수차례 이강재의 목숨을 구해줬던 단검이 이젠 그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젠 정말로 빼도 박도 못하고 강도로 잡히게 생겼다.

그때 그를 신고한 모텔방의 남녀가 왔다.


“저기요.”

“아, 예.”

“죄송한데 저희가 착각했던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이분이 저희에게 뭘 좀 빌리려 하셨던 건데 오해했어요.”

“예?”

“이분은 죄가 없으니까 그냥 가도 되죠?”

“아니, 그래도 그건······.”


이강재를 취조하고 있던 형사는 황당했다.

처음 경찰서에 왔을 땐 도둑에 성폭행을 저지르려 했다며 엄벌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들이 오해했다고 하는 것이다.

벙쪄 있는 그에게 다른 형사가 말했다.


“오 형사. 그 사람 보내줘.”

“반장님?”

“신고자분들도 오해했다고 하시잖아. 그러니까 그냥 보내드려.”

“이놈 진짜 위험한 놈입니다. 칼까지 가지고 있다니까요.”

“어허! 무죄 추정 원칙 몰라? 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어떻게 죄가 돼?”

“반장님 그게 무슨 헛소리십니까? 헙!”

“뭐야?”


반장의 매서운 눈빛이 형사에게 향했다.

하도 기가 막혀서 말이 헛나왔다.

형사는 정신이 아득해져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다행히 반장은 그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만 돌아가셔도 됩니다.”

“정말입니까?”

“반장님!”

“참, 이것들도 모두 돌려 드리겠습니다. 간단하게 서류만 작성해 주시고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았다.

이강재는 반장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하고 가방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경찰서 밖에 나오니 그를 신고했던 남녀가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근데 정말 이 돈을 받아도 돼요?”

“약속했던 것이니까요.”

“하하, 그럼 조금 부족하기는 하지만 합의금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남자는 봉투를 받고 돌아가려다 이강재와 눈을 마주쳤다.

그는 모텔에서와는 달리 친절한 미소로 이강재를 보며 웃었다.


“하하, 형씨. 나왔나 보네?”

“아, 예.”

“운 좋은 줄 알아. 저 사람이 아니었으면 감옥에 처넣었을 거야.”

“예?”

“다음부턴 절대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오지 마. 그럼 난 간다.”


모텔 방의 남녀가 사라졌다.

이강재는 그를 도와줬다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모자를 눌러쓰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강재는 그의 손을 잡고 감사를 전했다.


“저기, 절 도와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게임의 참가자는 제가 잘 케어해야죠.”

“게임이요? 어? 다, 당신은?”


그제야 이강재는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는 뉴플릭스의 사장 제임스였다.


“오랜만입니다.”

“당신이 어떻게 여길?”

“그래도 우리 귀중한 출연자인데 제가 챙겨야죠.”

“아무튼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참, 우리 해야 할 것이 있는데 카페로 자리를 옮길까요?”


데페라도에서 탈출에 성공한 생존자들은 모두 제임스를 만나게 된다.

가장 중요한 아이템 감정을 위해서였다.

이강재는 제임스를 따라 근처 카페로 향했다.


***


진동벨이 울리고 제임스가 커피를 가져왔다.

그는 휘핑크림과 초코칩을 잔뜩 얹은 라떼를 이강재에게 주었다.


“마셔요.”

“이게 뭡니까?”

“금연하는 사람들은 단 게 당긴다고 하던데 아닌가요?”


제임스의 말을 들으니 갑자기 손이 떨렸다.

그러고 보니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담배를 피우지 못했다.

그동안 데페라도에서는 몹에게 쫓기느라 탈출 후에는 경찰서에 잡혀 오느라 잊고 있었다.

이강재는 담배를 배우고 난 후 이렇게까지 금연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카페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으니 제임스가 준 라떼로 욕구를 달랬다.


“이참에 진짜로 금연하는 것은 어때요?”

“나에게 담배는 약입니다. 정신과 약.”

“하하,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텐데 체력 관리하셔야죠.”

“우리가 서로 걱정해 줄 만큼 좋은 사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할 것만 하고 헤어지죠.”

“뭐, 그러죠.”


이강재는 테이블 위에 가방을 올려놨다.

제임스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감정했다.

가방의 마지막 아이템까지 감정을 마친 그는 포스트잇을 꺼내 무언가를 적어 붙였다.


“감정은 끝났습니다. 대부분이 담배라 빨리 끝났어요.”

“좋은 것 좀 있습니까?”

“아쉽게도 특별한 것은 없네요.”

“그래도 열심히 찾았는데 진짜 없습니까?”

“너무 빨리 나오셨어요. 그나마 효능이 있는 것은 이것 세 개뿐입니다.”


이강재가 찾은 아이템 중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들은 단 세 개.

금목걸이, 진통제 그리고 곰 조각상이었다.

우선 금목걸이에는 병균을 막아주는 힘이 있다.

마치 시장에서 파는 건강 팔찌와 같은 느낌이지만 효능은 확실하다.

진통제에는 모든 고통을 없애주고 약간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효능이 있다.

팔이 잘려도 진통제를 먹으면 고통을 느끼지 않으며 살이 아문다.

마지막으로 곰 조각상은 캘리가 찾았던 것과 같은 능력으로 잠자리에 놔두기만 해도 불면증이 치료된다.

아쉽게도 기대했던 단검에는 아무 효능이 없었다.

그래도 이것들을 가지고 이씨 영감에게 가면 높은 값을 쳐 줄 것이다.


“마음에 드십니까?”

“나쁘지 않네요.”

“그래도 아쉽겠습니다. 찾으시는 것들은 없어서요.”

“예?”

“지배자의 왕관과 여신의 눈물을 찾고 있잖아요.”

“그게 뭡니까?”

“지배자의 왕관은 일곱 개의 보석이 박힌 아이템이고 여신의 눈물은 모든 병을 치료해 주는 아이템입니다.”


하나는 오달소가 찾으라고 시킨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육원장을 살릴 수 있는 약이다.

이강재는 진짜 그런 아이템이 데페라도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 물었다.


“정말 그런 아이템이 있습니까?”

“물론이죠.”

“어, 어떻게 하면 여신의 눈물이라는 것을 찾을 수 있습니까?”


이강재는 간절했다.

암이란 완치가 불확실한 병이다.

의학기술이 발전해 말기 암이라 해도 완치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불안했다.

독한 항암치료제를 달고 살아야 할 것이고 제대로 된 음식도 먹지 못할 것이다.

또한 치료를 위해 수십 번의 수술을 받아야 하겠지.

발견 시기가 너무 늦어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고령의 보육원장이 이 모든 것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런데 아무 부작용도 없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며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있다니.

보육원장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구해야만 했다.

이강재는 제임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제발 알려 주십쇼. 부탁드립니다.”

“참 어머니 같은 보육원장님에 대한 마음이 갸륵하네요. 근데 제 대답은 같아요.”

“어머니에 대한 것은 또 어떻게 안 겁니까?”

“그게 중요한가요?”

“아니요. 제발 그 아이템을 찾는 방법을 말해 주세요.”

“데페라도에서 오랫동안 생존하여 찾으세요. 최후의 일인이 된다면 무조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데페라도의 법칙.

위험이 커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것도 커진다.

특별한 아이템을 얻고 싶다면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여신의 눈물을 구할 수 있다.


“정말로 마지막까지 남으면 구할 수 있습니까?”

“이제야 게임에 진심이 된 모양이네요. 마음에 듭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자리를 떠나는 이강재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제작자인 제임스에게 진짜로 그런 아이템이 있다는 말을 들으니 희망이 생겼다.

데페라도가 정말 두렵고 끔찍하지만 이제는 진심으로 임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보육원장을 치료할 여신의 눈물을 찾고 말겠다는.

그는 너무 빨리 탈출했다는 후회와 함께 다음 게임이 빨리 시작되길 바랐다.

그렇게 이강재는 타의가 아닌 스스로 데페라도에 참가하겠다는 결심을 다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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