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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쟁투 님의 서재입니다.

데페라도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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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와캬퍄
작품등록일 :
2022.10.17 11:51
최근연재일 :
2023.01.02 20:00
연재수 :
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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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65
추천수 :
267
글자수 :
867,030

작성
22.10.20 20:00
조회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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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008화

DUMMY

서동 대학교의 지하는 복잡하게 얽힌 미로와 같았다.

구불구불하고 여러 갈래로 이어진 길이 어둠과 만나 더욱 헷갈리게 만들었다.

이강재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라진 길에서 멈춰 섰다.


“으윽, 놈이 왼쪽에 있나 보네. 오른쪽으로 꺾어 가야겠어.”


이강재는 예리한 감각 특성 덕분에 어디에 놈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심해지면 반대 방향으로 가는 식으로 놈을 피했다.

그렇게 도망치던 그는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여긴 뭐지?”


어두워서 문에 적힌 글이 보이진 않았으나 호기심이 들었다.

이강재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끼익!


역시나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은 곳인 듯 바닥을 긁는 소리와 함께 먼지가 풍겼다.


“여긴 어디지?”


이강재는 지도창을 열었다.

창은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그는 파란 점이 멈춰 선 곳에 적힌 글을 읽었다.


“전기실? 아, 여기가 전기실이었어?”


우연히도 이강재가 도착한 곳은 탈출방법에 적혀 있던 전기실이었다.

그의 눈에 길쭉한 레버가 보였다.

레버를 당겨보니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충 저쪽에 배터리를 연결해야 무슨 일이 일어나는 모양인데.”


이젠 탈출방법에 대해 완전히 이해했다.

남은 문제는 놈을 피해 배터리와 열쇠를 찾는 것뿐이었다.


“놈이 본관을 계속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어쩌지?”


어째서인지 놈은 경보음이 울리고 난 후에 계속해서 지하를 돌고 있었다.

일단 놈을 피해 위로 올라가야 한다.


“어떻게 이곳을 빠져나간다······.”


이강재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고민했다.

그는 연기를 내뿜으며 가진 것들을 확인했다.

가방 안에 든 물건들을 꺼내보고 특성창을 확인했다.

그러다 번뜩이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좋아. 이렇게 하면 되겠어.”


이강재는 마지막으로 깊게 한 모금 빨고 꽁초를 버렸다.

그는 공구상자를 바닥에 잘 두고 심호흡하며 긴장을 풀고 따끔거리는 곳을 향해 나아갔다.


***


이강재는 납작 엎드려서 손으로 바닥을 쓸며 움직였다.

그가 이렇게 네 발로 걷고 있는 까닭은 놈의 덫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은밀하게 설치한 덫인데 이 어둠 속에서는 더더욱 파악하기 힘들었다.

천천히 나아가던 그의 손에 딱딱한 것이 걸렸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악독한 놈. 대체 덫을 몇 개나 깔아 둔 거야?”


이강재는 조심스럽게 덫을 더듬었다.

놈이 설치하는 덫은 일명 곰덫이라 불리는 찰코.

중앙부분을 누르지만 않으면 작동되지 않는다.

이강재는 양끝의 기역자 모양의 스프링을 눌러 해체했다.


“으, 이 덫에 당한 것만 생각하면 아직도 오른발이 아프네.”


함정을 발견할수록 오른발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커졌다.

이강재는 잠깐 다친 발을 쓰다듬고는 질질 끌며 앞으로 나아갔다.


“온다.”


계속 움직이던 이강재는 몸에서 전해오는 신호에 멈춰 섰다.

이 떨림과 고통에 의하면 놈은 곧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강재는 벽에 찰싹 달라붙어 놈이 오길 기다렸다.


“그어어.”


잠시 후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강재는 숨을 참으며 놈을 바라봤다.


“그어? 그어어.”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잠깐 멈춰 섰던 놈은 다행히도 이강재를 발견하지 못하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이강재는 재빨리 몸을 낮춰 놈의 뒤에 바짝 붙어서 쫓아갔다.


‘역시 생각대로야. 놈이 뒤를 돌아보지 않는 한 날 발견할 수 없어.’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강재의 특성 고양이 발걸음 덕이었다.

고양이 발걸음은 움직이거나 장애물을 뛰어넘을 때 기척이 나지 않는 특성이다.

이강재는 이 특성을 사용하여 놈의 뒤를 따라가다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성공이다!”


완벽히 계획대로 되었다.

이강재는 축하의 한 모금을 빨고 다음 계획을 정리했다.


“놈 때문에 탐색하지 못한 수위실부터 가 보자. 그곳에 가면 뭐라도 찾을 수 있을 거야.”


수위실은 많은 것을 찾을 수 있겠다고 예상되는 곳이다.

비록 이미 공구상자는 찾았지만 그것 외에도 벙커를 열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 순위 지역이었다.

이강재는 지도창을 열고 수위실로 빠르게 움직였다.


***


이강재에게 수위실은 보물 창고였다.

그곳에는 당장 필요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공복 수치를 채워줄 식량, 갈증을 풀어줄 물.

그리고 앞을 비춰줄 손전등까지.

이강재는 손전등을 키며 웃었다.


“잘 켜지네. 좋다.”


이제는 더 이상 어둠 속에서 벽을 더듬으며 가지 않아도 된다.

손전등의 불빛 덕에 앞이 훤히 보이니 속이 다 시원했다.


“그러나 진짜 소득은 이것들이 아니지.”


이강재는 손안에 든 물건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손에는 검은색 광택을 내는 카드키가 있었다.


“벙커 열쇠라고 이름까지 적혀 있다니. 아주 친절하고 좋아.”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수위실에는 대학 내에 잠긴 곳을 열 수 있는 열쇠 뭉치가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배터리뿐이다. 근데 그건 대체 어디에 있을까?”


속이 답답해진 이강재는 답배갑을 열었다.

그런데 답배갑 안이 텅 비어 있었다.

이강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젠장. 담배가 다 떨어졌잖아? 이제 어쩌지?”


갑자기 짜증이 몰려왔다.

배터리를 찾는 것도 열받아 죽겠는데 담배는 또 어디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그나마 제일 담배가 있을 것 같던 기숙사는 모두 털어버려 남은 후보가 없었다.

이강재는 또다시 강제로 금연을 해야 할 처지에 열이 올랐다.

그는 손톱을 깨물며 대책을 찾았다.


“잠깐만. 내가 굳이 이 학교에 머무를 필요가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굳이 괴물이 있는 이 대학교에 남아 있어야 하는가?

탈출법이 적혀 있는 종이를 봤을 때 이곳을 빠져나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차라리 괴물이 있는 학교에서 나가 다른 방법을 찾거나 배터리를 구하는 것이 더 나아 보였다.

그런 이강재의 계획은 시도해 보기도 전에 무산되고 말았다.


“빌어먹을 놈. 가지가지 하네 진짜.”


이강재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밖으로 통하는 정문이 철조망으로 막혀 있었고 수많은 덫이 설치되어 있던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후문도 마찬가지여서 이강재는 대학교 안에서 갇혀버리고 말았다.


“한번 해보자는 거지?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탈출하고 만다.”


집요한 놈의 훼방에 이강재는 오기가 생겼다.

반드시 이곳을 탈출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벙커의 문을 여는 순간 놈에게 엿을 먹여 주리라.

그때 먹이를 찾아 헤매는 쥐 한 마리가 나타났다.

쥐가 어느 지점을 지나치는 순간 숨겨져 있던 덫이 작동했다.


철컥!


“깜짝이야. 놀랐잖아.”


괴물은 참 대단한 놈이었다.

이런 구석에도 놓치지 않고 부지런히 덫을 깔아 두었다.

이강재는 신경질적으로 꼴도 보기 싫은 덫을 발로 찼다.


“내 오른발의 복수다. 개자식아.”


덫을 놈이라고 생각하며 사정없이 밟던 이강재.

그는 예리한 감각으로 인한 고통이 커지는 것을 느끼고 흠칫했다.

놈은 지금 이곳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어쩌지? 마땅히 숨을 곳도 없는데.”


놈은 그동안 번번이 이강재를 놓쳐 화가 잔뜩 났는지 빠르게 달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강재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그가 있는 서동 대학교 후문은 그저 넓은 공터라 몸을 숨길 장소가 없었다.

이강재가 당황하며 머뭇거리는 사이 저 멀리 놈의 얼굴이 보였다.

놈은 무식해 보이는 몽둥이를 치켜들고 전력 질주하여 오고 있었다.


“그어어억!”

“우아악! 고, 고속 질주!”


이강재의 몸이 날개를 단 듯 빨라졌다.

그는 바람의 저항을 느끼며 전력을 다해 달렸다.


“그륵, 그어억!”

“야! 넌 포기도 모르냐? 제발 쫓아오지 마!”

“그에엑!”


뒤를 돌아보니 놈은 꽤 거리가 벌어졌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대로 일분이 지나 고속 질주가 끝난다면 놈의 손에 붙잡혀 죽게 될 것이다.

이강재는 달리면서 속으로 숫자를 셌다.


’37, 38······ 곧 일 분이다. 그전에 놈을 따돌릴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해.’


일단 놈의 눈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

그러기만 하면 고양이 발걸음 특성으로 기척을 없애고 숨을 수 있다.

이강재는 점점 특성 지속시간이 끝나감을 느끼며 초조하게 눈동자를 굴렸다.


‘저기다!’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 모양이다.

저기 눈앞에 지하주차장 입구가 보였다.

저곳이라면 놈을 따돌릴 수 있다.

이강재는 남은 시간을 활용해 주차장 안으로 들어갔다.


***


“그륵. 그르륵.”


놈이 등불을 이용해 주차장 안을 비췄다.

이강재는 기둥 뒤에 숨어 눈을 감고 입을 막았다.

놈이 계속 주차장 안을 수색하고 있어 한 자리에만 있다 보면 결국 걸릴 것이다.

고양이 발걸음 특성을 믿은 이강재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였다.


“으윽. 젠장, 뛰지는 못하겠다.”


골절을 입은 오른발이 움직일 때마다 불편했다.

진통제를 먹었음에도 시간이 지나 아픔이 느껴지며 상당히 거슬렸다.

이강재는 거의 오른다리를 끌다시피 하며 움직였다.


“여긴 또 어디야? 기계실?”


이강재의 눈앞에 철문이 나타났다.

안에 들어가고자 문고리를 돌리니 잠겨 있어 열리지 않았다.

그는 수위실에서 찾은 열쇠 뭉치를 꺼냈다.


“이건 아니고 이것도 아니잖아. 다음은······.”


수십 개나 되는 열쇠 중 아무거나 잡아 문고리에 집어넣으며 맞는 것을 찾았다.

이강재는 전기실에 두고 온 공구상자를 떠올리며 아쉬워했다.


“도구만 있었으면 이딴 문쯤은 식은 죽 먹기인데.”


공구상자는 너무 무거워 가지고 다니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강재는 학교 지하를 빠져나오기 전 지하실에 그것을 두고왔다.

그때 따끔거리는 고통이 조금 커졌다.

이 느낌은 놈이 그가 있는 방향으로 오고 있다는 신호였다.

열쇠를 찾는 이강재의 손이 바빠졌다.


쿵쿵!


미약한 불빛이 한 바퀴 돌았다.

다행히 놈에게 발각되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서둘러야 한다.


“빨리. 빨리!”


어느새 불빛이 그가 있는 곳에 고정되었다.

놈은 이강재의 실루엣을 보았는지 천천히 다가왔다.

그와 놈의 거리는 좁혀지고 있는데 맞는 열쇠는 나올 생각이 없었다.


“지금 장난할 때가 아니야. 착하지. 빨리 나와라.”


긴장감 때문에 손이 떨려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강재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열쇠를 넣고 돌렸다.


철컥!


“됐다.”


열쇠가 부드럽게 돌아가고 드디어 잠긴 문이 열렸다.

이강재는 재빨리 문을 열고 들어간 후 다시 잠갔다.


“아무리 놈이 힘이 세도 이 문은 부술 수 없을 거야.”


이강재는 강철로 만든 방화문을 믿었다.

놈의 몽둥이가 크고 단단하더라도 이 문을 부술 수는 없다.

그는 안전해졌다는 생각이 들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 고생을 하는 거야? 이게 다 오달중과 오달소 때문이야.”


형은 자신을 도둑질의 세계로 이끌더니 동생은 아예 인생을 망쳐버렸다.

오달소만 아니었다면 그는 제임스와 엮일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와서 한탄해 봤자 바뀌는 것은 없다.


“에이, 생각해서 뭐 하겠어. 근데 왜 이렇게 어두워?”


어둠 속에 주저앉아 있자 왠지 주변이 싸늘한 것이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

주변에 사람이라도 있다면 좀 나았을 텐데 혼자라는 생각 때문에 겁이 몰려왔다.

이강재는 손전등을 켰다.

환한 빛이 안을 비췄다.


“이제 좀 났네. 어? 근데 저건 뭐지?”


이강재의 눈에 수많은 기계들 중 홀로 동떨어져 있는 네모난 물체가 보였다.

그는 가까이 다가가 살폈다.


“이, 이것은······.”


검고 길쭉한 상자.

이것은 바로 그토록 찾아다녔던 산업용 배터리였다.

이강재는 배터리를 안고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이곳을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조각.

산업용 배터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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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020화 22.10.26 22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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