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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평범한 서점이라고 하기엔 서점직원들이 평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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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작품등록일 :
2020.05.11 15:16
최근연재일 :
2020.06.02 21:25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4,241
추천수 :
285
글자수 :
177,761

작성
20.05.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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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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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전설의 시작(3)

DUMMY

아직 총기취급면허가 없는지 초보 헌터 박국산은 장검을 꺼냈다.

모자를 꾹 눌러쓴 여자는 기관단총 UGI를 꺼내들었다.

잠깐이지만 총기를 다루는 모습이 어설프지는 않았다.

총기를 잠깐 점검한 여자는 재빨리 모자와 가슴께에 액션캠을 장착했다.

인터넷에 올릴 동영상을 촬영하려는 모양인지 스마트폰을 보고 이것저것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무표정한 얼굴의 류신재는 징이 박힌 장갑을 착용했다.

이곳에서 류신재의 덩치만한 대검까지 꺼낼 필요는 없었다.

허유진은 반예준이 준비해준 단봉을 꺼냈다.


“오, 독종. 그거 못 보던 건데?”


제법 번듯한 허유진의 무기에 김범준이 호기심을 보였다.


“네······. 아는 사장님이 저.렴.하.게. 대여해줬어요.”


허유진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생각해보면 빚을 갚기 위해 시작한 아르바이트였는데 엉뚱하게 빚이 더 늘어가고 있었다.


“사장님? 어디 이상한 놈 아니지?”


김범준은 허유진이 괜히 나쁜 사람에게 엮였을까봐 슬그머니 물었다.


“아뇨, 이상한 놈 맞아요······. 그런데 그런 이상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게 뭔 말이야? 뭐, 나쁜 놈은 아니라는 거지?”

“예.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걱정은 무슨. 독종이 어련히 잘할 건데. 자, 이제 저놈들이 오네요. 지금부터 무기 사용을 허용합니다. 아시죠? 잡은 사람이 임자~”


모인 호각은 많은 수는 아니었다.

모두 9마리.

아까 부부의 남편을 놀렸던 김범준은 보호를 위해 두 부부가 있는 쪽으로 이동했고, 일행들은 각각 자신의 방향에 있는 호각을 마주했다.


타-당 타-당 타-당 타-당


연속된 사격이 이어졌고, 모자를 쓴 여자가 네 마리를 쓸어 담았다.

총기 소리에 움찔했지만, 박국산도 큰 어려움 없이 한 마리의 호각을 사냥했다.

두 여학생도 각각 두 마리씩 악의체를 처리했다.


"어이 독종 많이 늘었다. 옛날에 호각 한 마리랑 생사결하다가 결국 눈물 질질 짜면서 맨손으로 목 졸라 죽이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어디서 과외 받나?"


"대표님. 저 그때의 허유진 아니에요."


매일 같이 훈련하는 류신재에게 구박 받다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니 허유진의 텐션이 올랐다.


"그리고 초보 파티인데 초보가 아닌 분이 한 분 계시네."


김범준은 움직임이 남다른 류신재를 슬쩍 훑어보고 자신의 뒤에 있는 부부에게 이어서 물었다.


“어때요? 다니실만하겠어요?”

“이거 생각보다 많이 위험하군요.”


부인은 모자쓴 여자의 총기 소리에 더 긴장했다.


“예. 많이 대중화되다 보니 사람들이 잊고 있는데. 무척 위험한일이죠. 목숨을 내걸고 하는 일이니까.

“그러면 아들을 말려야 할까요?”


부인의 걱정이 느껴졌다.


“그건······.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인간은 이것들과도 싸우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무기를 들고 저것들과 싸웠어야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그런 일이 또 벌어지지 말라는 법 없죠.”


김범준은 과거를 회상하듯 천천히 말했다.


“설마요!”


부부는 깜짝 놀랐다.


“아, 당연히 그런 일은 없어야죠. 하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건 나쁘지 않죠.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각성은 꼭 필요 합니다. 그리고 요즘 시대엔 악의체보다 더한 쓰레기 각성자들도 있으니까요. 그럼 각성한다고 끝이냐?”

“또, 뭐가 필요하나요?”

“성장해야죠. 지금 아시다시피 최고 인기 직업이 뭡니까? 군인, 전투기업 용병, 헌터에요. 강해져. 돈도 많이 벌어. 인기도 있어. 고위 각성자는 청소년들의 워너비입니다. 그럼 저 같은 고위 각성자는 아무나 되는 겁니까? 아니죠! 기초가 중요해요.”

“아. 그렇군요.”


두 부부는 점차 김범준의 말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성장만 하면 됩니까? 더 중요한 게 있죠. 바로 안전. 이런 말하기 그렇지만 저 같은 고위 각성자가 같이 있다면 얼마나 안전하겠습니까. 아드님 저희업체에 맡기면 안전하고도 빠른 성장 약속드리겠습니다. 저기 저 여학생들 봤죠? 잘 싸우죠? 고등학교 2학년이에요. 그런데 저렇게 늠름합니다. 다 제가 공을 들인 거예요.”


김범준은 천연덕스럽게 허유진과 류신재를 들먹였다.


“아~ 네, 그럼 내년에 저희 아들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범준의 혼신을 다한 호객 행위에 부부는 마음이 기울었다.


“예, 그럼 고1 올라가서 각성식 하면 연락주세요. 제가 완벽하게 케어 하겠습니다.”


법적으로 각성식을 마친 후에야 위상진입이 허용된다.

김번준은 부부에게 명함을 건넸다.


“네.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두 부부는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명함을 받았다.


"저 아저씨 장사 잘하네."

"그러게."


두 여학생은 김범준의 호객행위를 멀리서 지켜보며 속삭였다.


"그런데 몇 살이래?"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그동안 개인적인 이야기는 안해봐서."

"우리 사장님 보다 늙어 보이네. 한 사십대 후반? 오십대 초?"

"그래도 면도하고 머리손질하면 더 젊게 보일 것 같은데?"


김범준이 다가오자 두 여학생은 이야기를 멈췄다.


“자, 그럼 어디 보자. 최하급 에너지 결정이 두 개 나왔네요. 아시다시피 잡은 사람이 임자입니다. 처분을 원하시면 제가 위상에서 나가서 바로 현금 지급하겠습니다.”


하급악의체인 호각은 죽은 뒤 바로 시체가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을 결정화라 부른다.

결정화된 호각의 시체 중 모자를 쓴 여자와 류신재가 잡은 것에서 에너지 결정이 하나씩 발견됐다.

에너지 결정의 구분은 색깔로 한다. 최하급 에너지 결정은 흰색이다.


“돈으로 주세요.”

“저도요.”


두 여자의 의견이 일치했다.


“네, 알겠습니다.”


김범준은 바닥에 떨어진 결정체를 챙기며 계속해서 말했다.


“자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그리고 오늘 오신 분들 정말 운이 좋아요. 이쪽에서 제가 마을을 발견했거든요.”


마을이나 도시 탐색은 헌터들이 가장 기대하는 일이다.

어떤 대박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일행들은 중간 중간 등장하는 최하급, 하급 악의체를 잡으며, 김범준을 따라 길도 없는 숲을 이동했다.


한 시간 정도 이동하자 작은 마을의 흔적이 보였다.

흔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물이 없어서다.

큰 전투가 있었던 곳일 수도 있고 초대형 악의체가 쓸고 간 곳일 수도 있다.

당연히 후자 보다는 전자가 소득이 컸다.


이런 전투지역에서는 드물긴 하지만 전투 후 소멸한 악의체의 에너지 결정이나 전리품을 얻을 수가 있었다.

혹은 전사한 인간의 무기나 유류품등을 얻을 수도 있었다.

도시 전설로 떠도는 이야기 중에서 도서관 사서의 무기를 찾아 준 후 떡상한 헌터의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자,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까지 하겠습니다. 무기가 있는 분들은 자유롭게 마을 탐색하세요. 여기서 해떨어질 때 쯤 저녁 8시까지 활동하고 이동하겠습니다. 시간이 되면 여기로 다시 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을 밖으로는 절대 나가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혹시 위험할 때 바로 신호기로 신호주시고요. 다들 대박들 나시길.”


최초에 본인과 한량이 한 번 탐색했고 두 번째로 5명의 헌터 파티가 탐색했지만, 굳이 이번이 세 번째 탐색임을 말해줄 필요까지는 없었다.

앞의 수색에서 얻지 못한 대박을 이번에 운 좋게 얻을 수도 있는 법이니까.


김범준의 지시에 일행들은 조를 짜서 흩어졌다.

두 여학생이 한 조가 됐고, 부부는 김범준과 함께 움직였다.

모자를 쓴 여자는 당연히 말 많은 남자와 함께 움직였다.


“야, 저건 뭐하는 거야?”


움직이는 틈틈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혼잣말을 하는 여자를 물어보고 류신재가 물었다.


“영상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려나봐.”

“왜?”

“돈이 되니까? 인기도 얻고. 인터넷에서 유명한 헌터들이 있지.”

“진짜? 저게 돈이 된다고?”

“어, 유명한 사람들은 어마어마하게 벌걸. 그런데 힘들어. 이미 레드오션이니까.”

“레드오션이라······. 그래도 해볼 만할 것 같은데? 영상만 찍으면 되는 거잖아? 우리도 해볼까?”


돈 소리에 탐욕의 화신이 깨어났다.


“음, 말이야 쉽지. 싸우면서 영상 찍고, 나중에 편집하고. 그 귀찮은 걸 어떻게 해. 그리고 난 얼굴 팔리기 싫어.”

“찍을 만 한데서만 찍으면 되지. 네가 찍고 편집하고. 내가 나오고. 어때?”


역시 용족은 주목받는 걸 좋아한다.


“너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어.”

“흠, 어디보자.”


류신재의 제의에 허유진은 고민을 시작했다.

류신재를 영상으로 찍는다?

허유진은 류신재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쓱 훑어봤다.

충분히 경쟁력 있는 모델이다.

실력이든 외모든.


“나 정도면 괜찮지? 안 그래?”


류신재는 벌써 머릿속에 행복회로를 그렸다.


“흠, 시도는 해볼 만하네. ”


여고생의 도전 콘셉트로 도서관을 공략하는 영상이면 컨덴츠는 충분히 나올 것 같았다.

도서관 공략 영상은 그 수요가 확실했다.

도서관의 입장 비용이 비싸다 보니, 공략을 위해 혹은 대리만족을 위해 시청하는 사람이 많았다.

두 여학생은 반예준 덕에 도서관의 출입이 자유로우니까.


“그러면 하는 거다?”

“음, 긍정적으로 검토해볼게. 대신 혹시나! 만에 하나! 잘되면 6:4”

“뭐? 내가 주인공인데 왜 네가 6이야? 내가 6이어야지.”


류신재가 발끈했다.


“그래? 그러면 안하면 되지. 난 아쉬운 게 없는데?”


허유진은 두 손바닥을 하늘이 보이게 살짝 들고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그래 알았어. 내가졌다. 네가 6 내가 4. 그럼 오늘 첫 편을 대강 찍어 볼까? 제목은 ‘전설의 시작’ 어때?”

“전설은 얼어 죽을.”


허유진은 코웃음을 치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일단 나따라다니며 잘 찍어봐.”

“네, 네.”


류신재는 앞장서서 마을 구석구석을 탐색했다.

허유진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고 신이 난 류신재의 뒤를 쫒았다.


하지만 마을은 말 그대로 텅텅 비어있었다.

하급 악의체도 처음 만났던 호각 무리를 제외하고는 볼 수 없었다.

말 그대로 꽝이었다.

오늘은 김범준 대표의 노하우도 별 위력을 발위하지 못한 것 같았다.


“자, 시간 됐습니다. 이제 돌아가야겠습니다.”


어느새 시간이 다 되었는지 마을의 중앙에서 김범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이, 완전 꽝이네. 야 뭐 찍을만한 것도 없었지?”


류신재는 입맛을 다셨다.


“이런 적 없었는데, 오늘 벌이가 너무 안 좋네. 일단 빨리 가자. 저 아저씨 시간에 민감해.”


허유진의 재촉과 함께 둘은 일행에 바로 합류했다.

두 여학생을 마지막으로 일행이 다 모이자 김범준은 다시 앞장서서 입장했던 게이트로 향했다.

한 시간쯤 걸어 일행이 다시 게이트에 도착했을 때, 게이트 앞에는 낯선 존재가 서있었다.

그 낯선 존재는 철갑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 음울한 분위기는 누가봐도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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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연재 주기, 제목 등) - 수정 20.05.16 136 0 -
32 전설의 시작(7) +5 20.06.02 78 8 12쪽
31 전설의 시작(6) +5 20.06.01 73 6 12쪽
30 전설의 시작(5) +3 20.05.30 97 7 12쪽
29 전설의 시작(4) +2 20.05.29 69 6 15쪽
» 전설의 시작(3) +3 20.05.28 83 9 12쪽
27 전설의 시작(2) +7 20.05.26 89 10 12쪽
26 전설의 시작(1) +6 20.05.25 93 10 12쪽
25 오해와 의문(9) +3 20.05.24 109 5 12쪽
24 오해와 의문(8) +2 20.05.24 94 4 13쪽
23 오해와 의문(7) 20.05.23 74 5 11쪽
22 오해와 의문(6) +2 20.05.23 85 7 14쪽
21 오해와 의문(5) 20.05.22 93 4 15쪽
20 오해와 의문(4) +1 20.05.21 126 5 14쪽
19 오해와 의문(3) +1 20.05.21 108 4 14쪽
18 오해와 의문(2) +1 20.05.20 125 6 12쪽
17 오해와 의문(1) 20.05.20 86 6 14쪽
16 열등감 그리고 근성(9) +1 20.05.19 105 12 12쪽
15 열등감 그리고 근성(8) +2 20.05.19 105 9 12쪽
14 열등감 그리고 근성(7) +1 20.05.18 211 4 11쪽
13 열등감 그리고 근성(6) 20.05.18 87 5 12쪽
12 열등감 그리고 근성(5) 20.05.17 111 2 13쪽
11 열등감 그리고 근성(4) 20.05.17 110 6 13쪽
10 열등감 그리고 근성(3) 20.05.16 105 3 15쪽
9 열등감 그리고 근성(2) 20.05.15 99 5 13쪽
8 열등감 그리고 근성(1) 20.05.14 107 5 8쪽
7 설계 혹은 인연(4) 20.05.14 128 8 14쪽
6 설계 혹은 인연(3) 20.05.13 156 9 11쪽
5 설계 혹은 인연(2) 20.05.12 181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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