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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평범한 서점이라고 하기엔 서점직원들이 평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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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작품등록일 :
2020.05.11 15:16
최근연재일 :
2020.06.02 21:25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4,222
추천수 :
285
글자수 :
177,761

작성
20.05.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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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열등감 그리고 근성(6)

DUMMY

“이 새끼들아 길 막지 말고 꺼져. 지나가는데 방해되잖아.”


청아한 목소리랑은 다르게 거친 내용이었다.


“아, 씨 넌 뭐야!”

"아놔, 뭐야?"


넘어진 두 남학생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들을 밀어낸 여학생에게 밀어 붙일 듯 가까이 다가갔다.

키가 작아 내려다 볼 수 밖에 없는 그 여학생은 류신재였다.


“야, 조그만 게 어디서 설쳐.”

“이 새끼가 남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니 겁 대가리가 없네.”


두 남학생은 다른 학생들이 보고 있는데 우스꽝스럽게 넘어진 게 창피했다.


“혓바닥 겁나기네. 불만있으면 한 판 뜰까?”


짜증나는 표정의 류신재였다.

이 작은 편입생의 전투력은 이미 격투시간에 충분히 검증됐다.

난다 긴다 하던 2학년 학생들이 이미 상당수 제압당했다.

전투력으로 현재 1반의 김동건, 2반의 박하윤과 함께 2학년에서 세 손가락에 들 거라는 소문이 학생들 사이에서 파다하게 돌고 있었다.

김정훈과 박정우는 류신재의 거친 말투에 움찔했다.


“야, 너 학교에서 싸우면 벌점이 몇 점인데. 운 좋은 줄 알아.”

“그래. 우, 우리는 다음 수업 준비하러간다.”


류신재의 날카로운 눈빛에 두 남학생은 자리를 벗어났다.

그래도 그냥 나가기에는 자존심이 상하는지 싸우면 안되는 이유를 주변에 큰소리로 외치며 교실 밖을 나갔다.


교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두 남학생이 귀찮았던 허유진이나 두 남학생이 꼴 보기 싫었던 류신재나 이 일에 대해서 서로 별다른 말을 나누진 않았다.

수업을 마친 둘은 여전히 따로따로 하교했다.


반예준이 저녁식사를 위해 혼자 고급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를 먹고 와인을 마시고 있을 때, 여자 셋은 서점 문을 잠깐 닫아두고 2층에서 함께 밥을 비벼 먹기로 했다.


“오늘 학교에서 별일 없었어?”

“네.”

“응.”


늘어진 추리닝을 입고 밥을 다 비빈 류선경의 질문에 두 여학생은 간단히 대답하고 숟가락을 들었다.


“유진아, 신재 학교생활 적응 잘하니?”

“네, 뭐······.”


류신재는 항상 마이웨이였다. 학교가 류신재에게 적응해야할 판이었다.


“그리고 유진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 언니한테 말하고. 알았지?”


류선경은 지난번 교육과정 설명회에서 허유진을 신경쓰지 못했던 것에 대해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허유진은 항상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하려고 한다. 류선경은 그게 안쓰러웠다. 아직은 좀 더 어리광을 부려도 될 나이다.


“네, 감사해요. 그럴게요.”


허유진은 그런 류선경이 고마웠지만, 본인 성격상 그러지 못했다.

사실 지금도 알게 모르게 신세지고 있는 형편이어서 마음 한편에 미안함과 불편함이 있었다.


“류신재, 학교에서 사고치고 다니는 거 아니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류선경은 류신재의 성격을 잘 알았다.

본인과 반예준 앞에서만 성격을 죽이고 있을 것이다.

자기가 인정 못하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할지 불 보듯 뻔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개 수업 때 보니 선생님 앞에서는 사고 칠 생각은 없는 것 같아 보였다.

사회적 관계를 아예 무시하지는 않고 있다.


“안 그래, 얌전히 다니고 있어.”


오늘 두 남학생을 발로 날려버린 건 그새 깜빡한 류신재였다.


“아참, 오늘 사장님 나락 다녀왔어. 이제 각성함.”


류선경은 입 안 가득 밥을 넣고 이야기 했다.


“어떻게 됐어요?”


허유진이 물었고, 류신재도 귀가 쫑긋해졌다.

결과가 궁금했다.

남 각성한 이야기가 제일 재밌는 이야기 거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각성식을 마치고 나면 학교가 온통 시끄러워진다.

친구끼리 비밀을 공유하기도 하고, 여기저기 소문이 퍼지기도 하고, 대입 모의고사만 봐도 그 결과로 시끄러운데 각성이라 것은 더 큰 호기심과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와, 들어가자마자 나와서 놀랐어. 난 그래도 한 두 시간은 버틸 줄 알았는데.”


류선경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러면 각성 등급은 받았데요?”


허유진이 바로 물었다.

일반적으로 1위상 첫 입장에 오래 머물수록 잠재 등급이 높은 편이다.


“사장님이 상태창을 보여주셨는데 다른 건 없고 가호만 두개 있더라고. 나는 처음 본 가호인데 작가랑 관련된 가호인가 봐.”


류선경의 입안에는 다시 밥이 한 가득 있었다.


“사장님도 저랑 같은 0레벨 각성자네요. 맨날 책만 보시더니 가호도 작가랑 관련된 건가요?”


허유진은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사장님? 지금 네 주제에 사장님이랑 비교하는 거야? 사장님은 너랑 달라. 특별해.”


류신재는 비빔밥이 잔뜩 들어간 입을 오물오물 거리며 독설과 함께 허유진의 말을 정정했다.

허유진은 자신의 이야기에 대꾸한 류신재를 보며 그 험한 내용은 일단 무시하고, 한 달 동안 과연 둘이서 몇 마디나 나눠봤을까 라고 잠시 딴 생각을 했다.


“뭐가 특별하다는 거야? 그런데 사장님 진짜 강한 거 맞아? 얼마나 강한 것 같아?”


류신재의 말에 류선경이 식탁에 바짝 붙었다.

류선경은 그게 가장 큰 의문이었다.

각성자도 아닌 일반인이 얼마나 강할 수 있을지.

류신재의 폭주 상태를 제압할 때의 움직임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너무 자연스럽게 류신재를 땅에 처박던.

허유진과 같이 식사하고 있는 자리라 동반자이야기를 꺼내진 않았지만 결속되어진 류신재는 반예준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알 것 같았다.


“언니 보단 확실히 강하죠.”

“그 정도야?”


류선경보다 강하다는 류신재의 말에 대답은 엉뚱하게 허유진에게서 나왔다.

허유진이 지금까지 직접 본 사람 중에 류선경 매니저는 두 번째로 강한 사람이었다.

직접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본적은 없지만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그런데 반예준이 강하다는 느낌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받아 본적이 없었다.


“애들도 참,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그렇게 드세 보여? 헐.”


두 여학생의 반응에 밥숟가락을 멈춘 류선경은 지들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 하는 말이지 하는 표정이었다.


“뭘 모르는체 해? 언니 좀 세잖아? 나, 밥 다 먹었어. 이제 내려갈게.”


오늘 야간 근무는 류신재였다.


"아니, 너희들이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류선경의 볼멘소리에 입안 가득 찬 비빔밥이 튀어 나왔다.


“아, 더러워요. 매니저님. 야, 오늘은 그냥 내가 나갈게. 사장님이 시킨일이 있어서. 수당은 네가 받고.”


허유진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아래층에 내려가려는 류신재를 붙잡았다.


“그래, 알았어.”


허유진을 잠시 쳐다본 류신재는 별다른 말없이 자기 방에 들어갔다.


딱히 오늘 학교에서 일이 고마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빚진 것 같은 기분에 허유진은 류신재의 야간 근무를 대신 섰다.


허유진은 아무도 없는 서점에 혼자 있는 것이 좋았다.

책 냄새에 파묻히면 복잡한 머리가 단순해졌다.

허유진은 먼저 반예준이 찾아놓으라고 했던 책들부터 찾았다.

나락에 대한 책을 한참 읽더니 이번에는 특이점과 게이트(Gate)에 관한 책들이었다.


대전쟁은 몇 십 년 전에 끝났지만, 악의체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2위상과 3위상에 연결된 게이트가 어디에서 열릴지 모른다.

물론 게이트가 바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특이점'이라는 에너지 집결현상이 먼저 발생하기에 사람들은 악의체를 상대할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특이점은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위상 통로화 되는데, 군이나 전투기업에서 위상 통로화 되기 전 미리 특이점을 파괴했다.


가끔 사람이 없는 곳에서 발견되지 않은 특이점이 위상 통로화 되는 경우가 있는데 마찬가지로 군과 전투기업에서 악의체를 잡고 특이점을 파괴한다.

사람들은 안전을 위해 싸우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지만, 악의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


죽은 악의체가 증발하면 가끔 에너지 결정이 생성됐다.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은 후 에너지 혁명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줬다.

약한 악의체는 증발이 빠르고 결정의 크기가 작은 반면 강한 악의체일수록 사체가 오래 남아있고, 얻을 수 있는 결정의 크기도 컸다.

그래서 에너지 결정을 얻기 위해 게이트 중앙의 특이점을 전략적으로 파괴하지 않고 ‘위상문’으로 남겨두고 통로로 사용하는 곳들도 있었다.


실제 많은 나라들이 2위상과 3위상의 통로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곳에 거점을 건설하고 2위상과 3위상을 공략하고 있다.

그곳에서 악의체를 잡아 에너지결정을 얻는다.


또한 사람들은 멸망한 세계의 흔적들에서 강해질 실마리를 찾는다.

아이템 혹은 스킬북 등을.

때로는 도서관 사서들이 원하는 물건들을 구해오기도 한다.

그들의 보상은 확실했다.

그들이 원하는 물건은 커피나 차 같은 기호품에서 부터 미술품 같은 문화재까지 그 종류가 다양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전문적으로 노리고 위상을 탐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헌터'라고 불렀다.


반예준이 읽을 책을 다 찾은 허유진은 손님 없는 서점 계산대에 앉아 공부를 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늦은 마감시간이 다 될 때쯤 반예준이 돌아왔다.


“사장님 오셨어요? 이제 정리하려고요.”

“그래.”


위층으로 올라가려던 반예준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가게를 정리하는 허유진을 잠시 바라봤다.


“허유진 진짜 강해지고 싶어?”


반예준은 평소와 다름없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아, 네.”


갑자기 무슨 소리 하느냐는 표정으로 허유진은 반예준을 마주봤다.


“어느 정도로?”

“정확하게 내가 직접 본 사람 중에 제일 강해지고 싶어요.”

“그건 힘들 텐데.”

“왜요?”

“나보다 강해지긴 어려워.”

“훗. 그럼 사장님 빼고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에 허유진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기 위해서 뭘 걸 수 있지?”

“제 전부요.”

“정말? 네 목숨도?”

“네.”


짧은 대답이었지만 허유진은 단호했다.


“그럼, 마감하고 내방으로 와.”

“네? 왜요?”

“모든 걸 걸고 강해지고 싶다며?”

“그렇긴 한데, 사장님 방에는 왜?”


허유진은 장난스런 눈빛으로 반예준을 바라보며 옷을 여몄다.


“조그만 게 까분다. 정말 네 말대로 모든 걸 걸 수 있으면 일끝내고 내 방으로 와. 시간 별로 없다.”


허유진의 그런 장난에 그래도 좀 친해졌나 싶은 반예준은 3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후 가게를 정리한 허유진은 반예준의 문 앞에 섰다.


‘들어가야 해? 말아야 해?’


아까 저녁식사 때의 이야기만으로는 반예준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사장님이 강하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특별하다는 것은 무슨 말이지?’


이제 막 각성한 0레벨 각성자가 강하면 얼마나 강할지.

본인이 강하다고 한들 나를 어떻게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인지.

도대체 감이 오지 않았다.

신재의 말도 있고, 이상해도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으니 일단 이야기는 들어보자는 생각에 허유진은 노크했다.


똑, 똑


“어, 들어와.”


조금 멀리서 들리는 것 같은 반예준의 목소리였다.


“예, 들어갈게요.”


허유진이 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뜨거운 바람이 허유진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문을 열자 나타난 것은 건물 정리할 때 들어가 봤었던 명품으로 도배된 반예준의 방이 아니었다.


뜨거운 햇볕에 눈이 부셔 눈뜨기도 힘든 모래사막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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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전설의 시작(3) +3 20.05.28 82 9 12쪽
27 전설의 시작(2) +7 20.05.26 89 10 12쪽
26 전설의 시작(1) +6 20.05.25 92 10 12쪽
25 오해와 의문(9) +3 20.05.24 108 5 12쪽
24 오해와 의문(8) +2 20.05.24 9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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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오해와 의문(6) +2 20.05.23 84 7 14쪽
21 오해와 의문(5) 20.05.22 93 4 15쪽
20 오해와 의문(4) +1 20.05.21 125 5 14쪽
19 오해와 의문(3) +1 20.05.21 107 4 14쪽
18 오해와 의문(2) +1 20.05.20 124 6 12쪽
17 오해와 의문(1) 20.05.20 86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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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열등감 그리고 근성(8) +2 20.05.19 104 9 12쪽
14 열등감 그리고 근성(7) +1 20.05.18 210 4 11쪽
» 열등감 그리고 근성(6) 20.05.18 87 5 12쪽
12 열등감 그리고 근성(5) 20.05.17 111 2 13쪽
11 열등감 그리고 근성(4) 20.05.17 110 6 13쪽
10 열등감 그리고 근성(3) 20.05.16 104 3 15쪽
9 열등감 그리고 근성(2) 20.05.15 98 5 13쪽
8 열등감 그리고 근성(1) 20.05.14 106 5 8쪽
7 설계 혹은 인연(4) 20.05.14 128 8 14쪽
6 설계 혹은 인연(3) 20.05.13 155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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