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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평범한 서점이라고 하기엔 서점직원들이 평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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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작품등록일 :
2020.05.11 15:16
최근연재일 :
2020.06.02 21:25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4,244
추천수 :
285
글자수 :
177,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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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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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오해와 의문(7)

DUMMY

대열이 바뀌었다.

부상당한 류신재가 제일 후미로 빠졌고, 류선경이 선두를 맡았다.

류신재의 부상으로 일행의 전력은 약했졌고, 적진으로 더 깊숙히 들어왔지만 상황은 오히려 처음보다 더 좋았다.

목표 건물로 향하는 길에는 상대하기 쉬운 적들 밖에 남지 않았다.

아마 폭격과 대규모 전투가 시작된 외곽으로 악의체와 좀비들이 많이 몰렸을 것이다.

하지만 좋아지는 상황과는 다르게 목적지가 다가올수록 류선경의 마음 속에는 불안감이 커졌다.

방금 상대한 적이 상급 악의체인 라플레시아였다.

그렇다면 목표 건물 안에서 조우할 적은 최소 동급에서 최악의 경우 다수의 최상급 악의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라플레시아만 해도 왠만한 각성자 혼자 상대하기 버거운 적이다.

어떤 괴물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과연, 이 남자의 힘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지?’


반예준이 불가해(不可解)의 괴물인 것을 알겠다.

하지만 그도 인간인 이상 한계는 있을 터.

류선경 자신은 명령에 따라야만 했지만, 본인들이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두 여학생까지 위험에 내몰 수는 없었다.

두 여학생을 안전하게 지키며, 고위급 악의체와의 전투를 해낼 자신이 없었다.

그런 류선경의 불안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행의 속도는 줄지 않았다.


“도착했다. 잘 들어.”


목표 건물 안에 들어가기 전 반예준이 일행을 멈춰 세웠다.


“예, 말씀하세요.”


걱정이 많은 류선경이 대답했다.

남은 두 여학생도 귀를 쫑긋 세웠다.


“방금 이곳까지 오면서 움직이는 시체들 봤지?”

“예, 악의체랑은 다른 것들 말하는거죠? 그것들 좀, 이상하던데.”


전위에서 적과 가장 밀접했던 류신재가 되물었다.

상대했을 때 분명 악의체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 그것들은 일반적으로 좀비라고 부른다. 악의체랑은 달리 인간들의 시체로 만들어지는거지. 부두교 전설에서 따온 이름이다. 익숙한 이름이지?"

"예, 좀비. 많이 들어봤어요. 영화에서도 많이 나오잖아요. 그리고 역사시간에 배웠어요."


허유진이 익숙한 이름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알아야 할 건 좀비가 있다는 것은 어딘가에 분명히 그것들을 다스리는 '강령술사'가 있다는 것이다.”

“역시, 맞군요. 강령술사······. 군주급 악의체, 네크로멘서.”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

그 강대한 적을 떠올린 류선경은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네크로멘서라고 한다면 대전쟁의 시기에 캐나다에 등장했다는 군주급 악의체다.

초동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좀비 때문에 북미가 초토화 될 뻔 했었지만,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 가입국들의 대규모 협력작전으로 간신히 막을 수 있었다.

그 좀비떼를 막지 못했다면 아메리카대륙은 아마 시체의 대륙이라고 이름을 바꾸게 됐을 것이다.

네크로멘서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캐나다와 미국에서 극비로 처리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내용들은 세간에도 많이 알려져 있었다. 그만큼 악명이 높았다.

물론 캐나다에 등장했던 그 네크로멘서와 이곳의 네크로멘서는 다른 개체지만, 같은 네크로멘서 계통이라면 이곳의 네크로멘서 역시 인간들에게 악몽일 것이다.


“이 건물안에 그 강령술사가 있다.”

“뭐라고요? 그러면, 지금 그 말은 그 말도 안 되는 괴물을 우리 네 명이서 상대하러 왔다는 거예요?”


반예준의 말에 깜짝 놀란 류선경은 적진 앞에서 고함을 지를 뻔 했다.

네크로멘서는 자신이 짐작했던 예상가능범위를 훨씬 넘어선 적이었다.

최상급, 대괴급을 아득히 넘어선 군주급 악의체다.

대전쟁 당시에도 황제를 비롯한 극소수의 몇 명을 제외하고는 군주급과 단독으로 맞설수 있는 각성자는 없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반예준은 류선경의 질문에 바로 부정했다.


“휴, 그렇죠? 호호호. 우리 넷이서 군주급 악의체를 상대하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에요. 괜히 걱정했네.”


류선경은 겸연쩍게 웃으며 안도했다.


“너희 임무는 여기까지. 여기서 부터는 그냥 날 따라와. 강령술사는 나 혼자 상대한다.”


반예준의 대답은 이번에도 류선경의 상상을 아득히 넘어섰다.


“이런 미친. 죽으려면 혼자 죽어요. 저기요. 사장님. 제가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왔는데요. 지금 이 말도 안 돼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지 모르겠거든요. 야, 너희들. 이거 장난 아냐. 돌아가서 일단 미군에 합류해. 이 건물에 들어가지마. 상대는 군주급 악의체야!”


화가 난 류선경은 본인이야 반예준의 명령이니 들어가겠지만 두 여학생의 입장을 막아야했다.


“류매니저가 왜, 이 아이들의 앞길을 막지?”


반예준은 자신을 막아서는 류선경을 빤히 쳐다봤다.


“이제 고등학생인 애들을 데리고 죽으러 간다는 데 어떻게 안 말려요!”


류선경은 적진이라는 것도 잊고 거칠게 항의했다.


"죽으러 간다니? 내가 상대한다니까?"

"사장님이 강한걸 알겠는데요.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셔야죠."

"나는 충분히 객관적인데? 류매니저야 말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지."

"아, 미치겠네."

"류신재 너는 어떻게 할꺼야?”


류선경과의 이야기가 길어지자, 반예준은 고개를 돌려 류신재에게 물었다.


“들어가야죠.”


류신재의 대답은 거침없었다.


“허유진 너는? 내가 오늘 이곳에 오기로 한 이유가 너 때문인데.”

“······들어갈게요.”


류선경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잠시 쳐다본 류신재가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다잡은 후 대답했다.


“너희들 진짜. 어떻게 하려고 그래? 다 같이 미쳤어?”


두 여학생의 반응에 류선경이 성질을 버럭 냈다.


“애들은 이렇다는데? 류선경, 처음에 내린 명령대로 그냥 애들 지켜. 별일 없을 거니까. 자, 이제 이동한다.”


반예준이 아무렇지도 않게 앞장서서 Atlantis Casino 건물로 입장했다.

뒤따르는 류신재의 걸음도 반예준을 닮아 역시 거침없었다.

앞서가는 류신재를 본 허유진은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뒤 따랐다.

평온해보이려고 노력했했지만, 떨리는 다리는 어쩔 수 없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두 여학생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류선경은 여차하면 최후의 수단을 쓸 각오를 하고 뒤따랐다.

동생의 힘이라면 도망가는 건 가능할지도 몰랐다.


멀리서 들려오는 포격소리에 건물이 울리긴 했지만, 건물 안은 적막했다.

악의체도 좀비도 없었다.

오래돼서 많이 낡았지만, 비교적 깨끗한 상태였다.

반예준은 로비에 있는 건물의 구조도를 잠시 보더니 다시 앞장섰다.


“강령술사가 나타나면 일반적으로 초반에 공략하는 게 좋아. 시간을 주고 싸우면 싸울수록 강령술사의 병력이 늘어나니까. 악의체에 좀비까지 1+1세트지. 그런데 이곳의 강령술사는 세상을 멸망시킨 군주 중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좀비들의 수가 생각보다 적은 이유가 뭘까?"


앞장 선 반예준이 뒤따르던 일행에게 물었다.

물론 엄청나게 많은 수의 좀비가 이곳까지 오는 길을 방해했지만, 멸망한 세계의 좀비라고 하기에는 수가 적은 것도 사실이었다.


“먹을 게 없어서 그러지 않았을 까요? 서로 잡아먹었다거나. 먹어야 에너지를 얻잖아요.”


허유진의 대답이었다.


“음, 그건 아니야. 악의체든 좀비든 인간을 먹는 다는 것은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그냥 인간에 대한 혐오와 적의일 뿐.”

“실제로 동물이나 식물에 대한 악의체의 공격은 개체에 따라 차이가 있어. 방금 상대한 라플레시아 같은 경우는 움직이는 물체라면 뭐든 공격하지만, 동물은 전혀 공격하지 않고 인간만 공격하는 개체도 있거든. 좀비의 경우에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악의체란 에너지 결정의 힘으로 생존을 유지한다고 밝혀졌어. 물론 에너지 결정의 에너지를 어떻게 생체 에너지로 전환하는지 그 메커니즘 알 수 없지만 말이야.”


반예준의 대답에 이 건물에 들어와버린 이상 어쩔수 없어 마음을 내려놓은 류선경이 말을 보탰다.


“음, 그렇다면 자기들끼리 싸워서 최고를 가렸을까? 누가 싸움을 잘하는지?”


이번에는 류선경의 대답이었다.


“정답은 아니지만 비슷한 개념이야. 그런데 좀비들 끼리 싸운 것은 아니고 강령술사가 선별했을 거야. 최고의 몸체를."

“네? 최고의 몸체라고요? 그건 무슨 말이죠?”


류선경의 입장에서는 반예준의 말하는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상부에 반드시 보고해야할 상급 정보들이다.

개인적인 호기심도 있고, 더 많은 내용을 알고 싶었다.


“그리고 강령술사는 자신의 근처에 마음에 드는 시체만 둔다. 그래서 주변에 다른 종의 대괴급이나 최상급 악의체가 적지.”


반예준은 강령술사에 대해 익숙한 듯 일행에게 자세하게 설명했다.


“자신의 주변에 시체만 둔다는 말은 무슨 말이에요?”


이번엔 허유진의 질문이었다.


“둘 다, 보면 알거야.”


끼------익


반예준은 류선경과 허유진의 질문에 따로 대답하지 않고, 3층에 있는 이 건물에서 가장 큰 홀의 문을 열었다.


"어? 아무것도 없는데요?"


뿌연 먼지뒤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뒤따라 들어온 류선경이 의아해 하며 질문했다.


"으흠, 여기가 아니군."


가장 넓은 홀에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반예준은 머쓱해했다.


"큭, 좀 김 빠졌다. 그치?"

"뭐야? 완전 분위기 잡고 전문가 처럼 말하더니. 사장님 믿어도 되는거 맞아요?"


긴장이 풀린 두 여학생의 반응을 뒤로하고, 반예준은 다시 앞장섰다.


이번엔 12층이었다.

이곳도 제법 큰 홀인듯 입구가 큼직했다.


끼------익


반예준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커다란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이 안을 밝혀주고 있었지만, 그늘진 곳이 많아서 내부를 온전히 확인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홀안에 널부러져 있는 시체들을 보기에는 충분했다.

그 넓은 홀 곳곳에는 꽤 많은 수의 인간의 시체가 있었다.

옷을 걸치고 있는 시체도 있었고, 벌거벗고 있는 시체도 있었다.

기워 붙인 듯 팔 다리의 색이 다르거나 신체 부위의 크기가 다른 경우도 있었지만. 부패하거나 손상 되어있는 좀비가 아니라 말 그대로 원형이 유지된 시체였다.


“저, 저, 저것들은 뭐죠?”


두려움에 질린 허유진이 물었다.


멸망한 세계의 인간이 이곳에 있었을 리는 만무했고, 그 인간의 시체들이 아직까지 온전히 남아있을리도 없었다.

분명 좀비의 한 종류일터.

건물 외곽에서 봤던 좀비와는 다르게 상태가 좋아 겉보기에는 보통의 인간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사장님 저게 그······"


류선경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그래 강령술사와 따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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