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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평범한 서점이라고 하기엔 서점직원들이 평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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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작품등록일 :
2020.05.11 15:16
최근연재일 :
2020.06.02 21:25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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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3
추천수 :
285
글자수 :
177,761

작성
20.05.2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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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설의 시작(1)

DUMMY

“하~암.”


점심으로 짜장면 곱배기를 먹고 졸렸는지 전투기업 ‘나찰(羅刹)’의 대표 김범준은 크게 하품을 하며 눈을 비볐다.

유난히 큰 하품을 했더니 맺힌 눈물도 많았다.

면도를 하지 않아 검은 수염이 삐죽삐죽 났고, 이발한 지 오래되어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한 김범준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상의 아저씨였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포털사이트에서 이것저것 뉴스를 검색하며 시간을 때우던 김범준은 저녁이 되자 어딘가에 전화를 한 후 사무실 밖을 나섰다.

김범준은 승합차를 운전해 노량진역 바로 앞에 있는 육교 아래에 도착했다.


“자, 다들 얼른들 타세요.”


김범준은 운전선 반대편 창문을 열고 모여 있던 사람에게 말했다.

각자 손에 커다란 짐을 들고 있는 세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차에 탔고 김범준은 다시 운전을 시작하였다.


“박헌터님은 오랜만이네요. 지난번에는 못오셨더만 이번엔 오셨네요? 이헌터님 지난번에 벌이가 짭짤했는데, 이번에도 득템 해야죠?”

“네, 대표님. 반갑습니다. 지난번에 갑자기 집안에 일이 생겨서요. 벌이가 좋았다고 자랑하더라고요. 저도 참석했어야 했는데. 크으.”

“하하하, 저번에 운 좋게 ‘보케론’ 무리를 찾아서. 아, 이번에도 그런애들 잡으면 좋겠는데.”


‘보케론’은 최하급‧소형 악의체다.

작고 약한 악의체지만 200개체 이상의 무리를 이뤄 다니는 특성상 제법 많은 에너지 결정을 얻을 수 있는 편이었다.

김범준은 그렇게 한참동안 운전하며 손님들과 수다를 떨었고, 승합차는 철원의 동송읍에 도착했다.


“자, 헌터님들 이제 거의 도착했습니다. 산길이 험하니 조심히 따라오세요.”


금학산 어귀에 차를 세운 김범준의 안내에 다섯 명의 손님들은 따라나섰다.

산을 탄다고 하기엔 빠른 속도였지만 모두 각성자인지라 특별히 뒤처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 쯤 산을 타던 일행은 작은 텐트 앞에 도착했다.


“어이, 한량. 나 왔다.”

“어. 알았어.”


텐트 안에 있는 여성은 나올 생각이 없는 지 귀찮아하는 목소리만 흘러 나왔다.


텐트 옆에 게이트를 가리고 있던 위장막을 걷으니 불투명한 붉은색게이트가 보였다.

붉은색은 3위상과 연결된 게이트다.

아이템이나 스킬을 통해 인위적으로 장소를 특정한 게이트들은 게이트 너머의 모습이 보이지만, 게이트 너머의 위치를 알 수 없는 일반적인 게이트들은 그 너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시간이 4월 28일 저녁 아홉시. 5월 4일 오전 9시가 데드라인이니까······. 5월 2일 토요일 22시까지는 꼭 나와 주세요. 입장 후에 신호기 켜시고요. 아시겠지만 공략 끝나고 신호기 제출하실 때 일정시간동안 신호기록이 없으면 바로 한방에 면허 취소되십니다.”


김범준은 다섯 명의 파티원들에게 담뱃갑보다 조금 큰 직육면체 모양의 신호기를 배급했다.

위상 내에 인공위성이 있을 리는 만무하고, 각 위상들이 지구와 같은 모향의 지형임을 바탕으로 만든 위치 확인 장치다.

위상 내에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신호기들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위상 내에서의 위치변화를 기록한다.

이제는 충분히 데이터가 쌓여, 몇 시간 쯤 활동하면 지구의 어느 위치인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음성 및 영상 저장 기능도 있어서 위상 입장자의 활동을 증명하는 장치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


“뭐, 저희가 초보도 아니고. 걱정 마세요. 지금까지 사고 없었잖아요.”


팀의 대표인 이헌터라고 불리던 사람의 대답이었다.

이런 상황에 익숙한 다섯 명의 남녀는 자신들의 짐에서 필요한 장비를 챙기고 게이트로 들어갔다.


전투기업의 운영면허(License)를 획득하는 것은 엄청나게 까다롭다.

웬만한 재정으로는 설립을 위한 서류를 내지도 못할 정도다.

재계서열 1위 ‘도원’의 ‘이백’이나 재계서열 2위 ‘한림’의 ‘죽림’ 같은 거대 전투기업의 수준까지 가지 않고 업계 평균적인 수준만 보더라도 천문학적인 숫자가 오가는 어마어마한 시장이었다.


그런 면에서 김범준을 포함해 직원이 세 명인 이 조그만 전투기업은 매우 예외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라이센스를 유지하려면 까다로운 조건과 함께 일정 수 이상의 위상문 공략이 필수인데, 이 작은 전투기업이 계속해서 라이센스를 유지하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전투기업 라이센스가 있다는 것은 이레귤러 게이트를 공략해야한다는 의무가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다른 말로는 게이트를 공략할 수 있다는 권리가 있다는 말도 된다.

그 권리는 특이점이나 게이트를 발견한 전투기업에 귀속되는데, 나찰에서는 악의체가 같이 일하고 있는 것처럼 특이점과 게이트를 귀신같이 찾아냈다.

본인들이 공략하기 어려운 규모의 특이점들은 다른 전투기업에 정보를 넘기면서(꽤 고가로) 공동공략으로 인정받고, 이번 금학산에서 발견한 최하급 게이트 같은 경우 이렇게 나찰에서 직접 처리했다.


김범준이 인력시장에서 사람모아다가 공사장에 일하러 가듯 후줄근하게 운영해서 그렇지, 게이트 안전화 후 다른 사람들에게 게이트를 공개하는 일은 불법이 아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게이트 데드라인 전까지 게이트 출입권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헌터, 연구하는 학자, 혹은 렙업을 위한 각성자, 각성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 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사설 위상체험 프로그램이다.


입장자 중에서 입장면허가 있는 사람들은 따로 보호 및 안내가 없어도 위상 내 활동이 가능했다.

그렇게 면허가 있는 사람끼리 위상들을 공략하는 파티들도 상당수 있었다.

다만 게이트의 위험도에 따라 레벨에 따라 입장이 제한되기도 한다.

또한 비각성자나 면역자가 입장할 경우에는 자격이 있는 동행자가 반드시 필요했다.


오늘 김범준이 안내한 팀은 입장면허가 있는 헌터 파티였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김범준이 인솔 및 동행 서비스를 할 필요가 없었다.

김범준은 입장면허가 있는 헌터들에게 게이트를 공개하는 것을 선호했다.

초보자들 데리고 가는 게 귀찮기도 하고, 사고가 난다거나 하면 전투기업 운영에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라이센스 유지를 위해서는 위상공략과 더불어 초보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필수적으로 운영해야한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 요즘 연락이 없네.’


사람들을 안내한 후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김범준은 두 달에 한 번씩은 자신을 귀찮게 하던 여학생이 떠올랐다.

면역자라 자기가 데리고 다녀야하는 귀찮음이 있긴 해도 진지하게 열중하는 모습에 데리고 다니는 재미가 있는 녀석이었다.


'아, 맞어. 오늘 관리국에서 공문 왔지. 알려줘야겠는데.'


<최하급 게이트 떴음. 생각 있음? 아직 선불 지급한 거 입장 두 번 남았음. 그리고 다음 주부터 한동안 초보자 프로그램 운영 정지한다는 공문옴.>


김범준은 독종이라고 저장되어있는 휴대전화번호에 메시지를 보냈다.


따르릉. 따르릉.


문자를 보내자마자 김범준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스마트폰은 최신식이지만 울리는 벨소리는 몇 십 년은 된 것 같은 옛날 전화기 소리였다.

김범준은 예전 전화기 벨 소리를 좋아했다.

문자를 확인한 독종에게서 바로 전화가 온줄 알았는데 화면에 뜬 이름을 보니 나찰의 유이한 직원인 이민현 과장의 전화였다.

사무실에 나오기 싫다면서 재택근무를 고집하는 직원이었다.


<어. 이 과장 말해.>

<예 대표님. 가평 특이점 경매 끝났습니다.>


얼마 전에 발견한 가평의 특이점을 매물로 올렸는데 바로 팔렸다는 보고였다.

특이점 경매는 그 특성상 경매 기간이 짧았다.

통로화 되기 전에 판매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구매자끼리 눈치를 보며 경매가를 주고받는 경우 보다는 즉시구매로 한방에 계약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어디?>

<오성에 낙찰됐습니다.>

<엥? 오성? 그 특이점 오성에서 처리하기엔 급이 좀 낮을 건데?>


특이점도 위험도에 따라 급이 나눠진다.


<뭐, 그 이유야 어쨌든 우리는 그 덕에 제법 땅겼습니다. 하하하.>

<뭐, 오성이 뻣뻣하긴 해도 돈 쓸 때는 확실히 쓰지. 알겠어.>


오성은 대한제국에서 손에 꼽히는 재벌이다.

원래 존재하던 전투기업과 계약한 도원과 한림과는 달리 오성은 자체적으로 전투기업을 육성했다.

그래서 도원의 이백이나 한림의 죽림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전투기업과는 달리 전투기업 오성은 일반 회사 같은 딱딱한 분위기가 있었다.

회사에서 상당부분 관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작해야 직원이 셋인 기형적인 전투기업 나찰은 그 규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위에서 언급한 전투기업 만큼 유명한 곳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도 했다.

유명하지만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어울리지 않은 두 표현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그 아이러니함이 나찰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실제 나찰은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전투기업이었다.

왜냐하면 나찰은 국가로부터 악의체를 사냥할 수 있는 권리를 위임 받은 전 세계 역사상 최초의 ‘전투기업’ 이기 때문이다.

현대 전투기업들의 모태가 되는 셈이다.


또한 대전쟁 당시 나찰은 대한제국 황실과 계약을 맺고 악의체를 사냥했다.

그 막강한 대한제국의 황실과 계약을 맺은 유일무이한 전투기업도 바로 나찰이었다.

하지만 보다시피 그때의 황금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아직도 그 유명한 나찰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지금의 나찰을 알고 이용하는 사람들조차도 이곳이 교과서에 나와 있는 그 유명한 전투기업인지 알지 못했다.

그냥 유명한 이름을 운 좋게 낙찰 받은 영세 전투기업인 것으로만 알았다.


그 유명한 전투기업의 2대 대표인 김범준은 다시 차를 몰아 밤길을 달려 서울로 돌아왔다.

자정이 다 돼, 사무실에 돌아온 김범준의 휴대폰에 아까 보낸 문자의 답장이 와있었다.


<환불 안 되나요?>

<장난 ㄴ ㄴ, 환불 안 됨>

<저 단골이잖아요. 환불 해주세요.>


아직 자지 않고 있었는지 독종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에이, 우리 사이에 왜 이래? 계산은 확실해야지. 단골이니까 행사금액으로 선불 받아 준거잖아.>

<아······ 아깝네. 그러면 저 다른 사람 한 명 더 데리고 가도 되나요? 두 번 남은 거 한 번에 몰아 쓸게요.>

<오케이. 음, 그런데 뭐야? 독종 어디 다른 곳이랑 계약 한 거야? 여기 보다 싸게 해주는 곳 없을 텐데?>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토요일에 두 명 갈게요.>

<그래, 관리국 공식 입장 사이트에 등록하고 6시에 노량진으로 와.>


문자를 마친 김범준은 대한제국 위상관리국에서 운영하는 전투기업 위상체험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초보자들 프로그램은 귀찮긴 해도 돈벌이는 쏠쏠한 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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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전설의 시작(6) +5 20.06.01 72 6 12쪽
30 전설의 시작(5) +3 20.05.30 96 7 12쪽
29 전설의 시작(4) +2 20.05.29 68 6 15쪽
28 전설의 시작(3) +3 20.05.28 82 9 12쪽
27 전설의 시작(2) +7 20.05.26 89 10 12쪽
» 전설의 시작(1) +6 20.05.25 93 10 12쪽
25 오해와 의문(9) +3 20.05.24 108 5 12쪽
24 오해와 의문(8) +2 20.05.24 94 4 13쪽
23 오해와 의문(7) 20.05.23 74 5 11쪽
22 오해와 의문(6) +2 20.05.23 84 7 14쪽
21 오해와 의문(5) 20.05.22 93 4 15쪽
20 오해와 의문(4) +1 20.05.21 125 5 14쪽
19 오해와 의문(3) +1 20.05.21 107 4 14쪽
18 오해와 의문(2) +1 20.05.20 124 6 12쪽
17 오해와 의문(1) 20.05.20 86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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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열등감 그리고 근성(8) +2 20.05.19 104 9 12쪽
14 열등감 그리고 근성(7) +1 20.05.18 210 4 11쪽
13 열등감 그리고 근성(6) 20.05.18 87 5 12쪽
12 열등감 그리고 근성(5) 20.05.17 111 2 13쪽
11 열등감 그리고 근성(4) 20.05.17 110 6 13쪽
10 열등감 그리고 근성(3) 20.05.16 104 3 15쪽
9 열등감 그리고 근성(2) 20.05.15 98 5 13쪽
8 열등감 그리고 근성(1) 20.05.14 106 5 8쪽
7 설계 혹은 인연(4) 20.05.14 128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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