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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평범한 서점이라고 하기엔 서점직원들이 평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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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작품등록일 :
2020.05.11 15:16
최근연재일 :
2020.06.0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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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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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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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오해와 의문(8)

DUMMY

반예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널브러져있던 시체가 고개를 숙인 채 일어섰다.

마치 인형극의 인형처럼.

누군가 끈 달린 인형을 끌어올리는 듯이, 그렇게 천천히 십여 구의 시체가 전부 일어섰다.


“씨발. 너희들은 언제 봐도 역겹구나.”


척-


반예준의 익숙하다는 듯 한숨 섞인 도발에 그 곳에 있던 10여명의 인간 아니 십여 구의 시체가 갑자기 동시에 고개를 들어 일행을 바라봤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움직임이었다.

십여 구의 시체들은 눈의 깜빡임마저 동시에 이뤄졌다.


어서 오게. 어서 오게. 어서 오게. 어서 오게. 어서 오게. 어서 오게. 어서 오게. 어서 오게. 어서 오게. 어서 오게. 어서 오게. 어서 오게. 어서 오게. 어서 오게. 어서 오게. 어서 오게. 어서 오게. 어서 오게.


10여명의 성대에서 동시에 울린 목소리가 홀 안에 가득했다.

목소리마저 움직임과 마찬가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헉.”


그 기괴한 광경에 허유진이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런 미친.”

"윽, 더러워."


그 기묘함에 불쾌감과 혐오감을 느낀 것은 류선경과 류신재도 마찬가지였다.


“강령술사가 까다로운 점 중 하나. 저 18개의 시체 중에서 어떤 놈이 진짜 강령술사 일까? 어때 너희들 알 수 있겠나?”


반예준이 일행을 돌아보며 물었다.


“전혀, 모르겠습니다······.”


류선경도 홀에 진입하자마자 빠르게 적들의 강함을 어림해봤다.

그 강함이 짐작이 안된다는 것.

자신의 수준보다 높은 적들이 태반이었다.

숫자를 세어보니 반예준의 말대로 총 18개체.

이정도면 거의 죽음이 확정된 절망스러운 상황이었다.

최후의 수단을 꺼낸다고 하더라도 아이들까지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었다.

운이 좋아 최대한 빨리 네크로멘서를 제압할 수 있다면 가능 할 수도 있겠지만, 우선 군주급 악의체인 네크로멘서를 빨리 제압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됐다. 아니 할 수 있더라도 저 많은 시체 중에서 어떤 시체가 네크로멘서 인지 알 수 있을 것인가?


“싸워보면 알잖아?”


간단하지만 핵심을 꿰뚫은 류신재의 대답이었다.


“물론, 그 말은 정답이지. 저기 있는 시체 중에서 제일 강한 놈이 그놈일 테니. 그런데 본체와 동기화된 최소 최상급에서 대괴급 악의체 수준의 좀비 18구와 일일이 싸워서 찾는 방법은 너무 비효율적이잖아.”


“나도, 네가 말하는 그 방법이 궁금하군. 그런데 오랜만에 맡은 인간의 향기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아. 얼른 물어뜯고 싶어. 오래 못 참을 것 같으니. 빨리 말해줘. 끄그긑끼기긱"


가만히 일행을 지켜보던 18구의 시체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시체 한 구 한 구가 한 글자씩 끊어서 이야기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어색하거나 중복되는 경우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마지막 웃음소리만 개체마다 달랐다.

그 기묘함이 소름끼쳤다.


“궁금해? 그 말한 거 후회할 텐데. 그러면 당사자가 원하시니 먼저 시간 관계상 두 구만 추리자고.”


피식 웃은 반예준은 왼손바닥을 앞으로 죽 내밀어 폈다.

그 다음 고개를 돌려 허유진을 잠시 바라봤다.


“허유진 잘 봐. 이것 때문에 우리가 오늘 주말에 쉬지도 않고 여기까지 온 거니까.”


반예준이 내민 손바닥을 움켜쥐었다.


동시에.


파사삭.


“으- 아러을이ㅏ. 으을일이ㅏ리----.”

“끼-이ㄴ이링릳기.ㅣ아엉러ᅟᅡᆼㄹ ----.”


반예준의 손짓 한 번에 2구의 시체를 남기고 나머지 16구 시체의 머리를 포함한 상체가 동시에 사라졌다.

아니 지워졌다.


"허-억!"

"이거 뭐야!"


그 비현실적인 순간에 3명의 인간과 2구의 시체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 2구의 시체는 나머지 16구의 시체가 내지 못한 소리를 모아서 고함치듯, 괴성을 내며 바닥을 뒹굴고 거칠게 발광했다.


“······바, 방 방금, 뭐 하신 거죠?”


류선경은 어안이 벙벙했다.

각각 자신이 생사결을 해야 할 만 한 16구의 시체를 손짓 한 번에 처리해버렸다.

그것도 목적이 있는 두 구의 시체를 색적한 다음에.


투둥, 투둥, 텅, 투둥. 텅, 투둥 , 투둥······


잠시 후 16구의 시체의 하체가 도미노가 무너지듯 여기 저기 넘어지기 시작했다.


“우와, 미쳤다.”


류신재는 반예준의 압도적인 강함에 순순히 감탄했다.


“이, 이게······.”


허유진은 놀란 눈으로 반예준을 쳐다봤다.


“그래, 네가 가진 가호의 힘. 나는 악의체를 갈아버리고 싶은 생각밖에 없어서 이렇게 구현했지만. 허유진 너는 너만의 방법을 만들 수 있겠지. 어때 자극이 좀 됐나?”

“제가 이런 힘을 낼 수 있다는 거죠?”


허유진의 목소리에 기대가 가득 찼다.


“어 이론상은. 물론 구현해 내는 건 네 몫이지.”


목적지를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하고는 천지차이다.

방금 그 손짓은 허유진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됐다.

반예준은 허유진이 가지고 있을 생각의 한계를 깨고 싶었다.

군주급 악의체 정도라면 반예준의 의도를 보여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왜 저 두 구는 왜?”


이성을 차린 류선경이 질문했다.


“내가 강령술사를 구분하는 효율적인 방법을 알려준다고 했잖아. 어디서 돈주고도 못 배우는 강의지.”


고통으로 인해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두 구의 시체를 지켜보며, 흐릿하게 웃던 반예준이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나도 강령술사의 최초형태가 뭔지는 몰라. 하지만 강령술사의 마지막은 항상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지. 그만큼 인간의 신체에 집착한다는 것.”


한순간에 16여구와의 동기화가 풀린 2구의 시체는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간신히 일어섰다.

시체가 뒹굴던 주변의 바닥은 온통 손가락으로 긁혀있었다.

일어선 두 구의 모습은 그 성별만큼이나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남성체는 마치 콜라주처럼 여러 구의 시체를 짜깁기한 모습이었고, 여성체는 남성체와는 전혀 다르게 온전한 한 구의 시체였다.

아름다운 외모였지만, 굳은 얼굴과 차가운 피부는 시체 특유의 느낌 그대로였다.


“너는 뭐지?”

“너는 뭐지?”


시체는 두 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같은 방법으로 말을 했다.


“장의사.”


반예준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왼손 검지를 내밀었다.


“먼저, 이쪽부터.”


반예준이 앞으로 내민 오른손 검지를 허공에 가로방향으로 살짝 긋자, 이번에는 남성시체의 몸통부분이 지워졌다.

아까와 달리 남은 부분은 머리와 하체.


터 덩.


아까와 마찬가지로 어떤 소리도 내지 못하고 사라진 남성체의 남은 잔해가 바닥에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여성체는 다시 고통스러워했다.

반예준은 천천히 시체로 다가가 남성체의 머리를 가지고 왔다.

반예준의 압도적인 모습에 남아 있는 여성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강령술사는 인간의 신체에 대한 강박과 집착이 있다. 자신이 써야하는 몸이니까 그 정도가 심하지. 그래서 십중팔구 자신이 쓸 신체를 만들 때 각성자의 시체에서 본인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기어붙이지. 이것처럼. 완성된 모습이 이렇게 엉망인데 말이야. 그걸 몰라요. 어떻게 보면 성형중독이랑 비슷해. 고치고, 고치고, 고치는 거지. 만족할 때 까지. 자신의 모습이 망가지는 것도 모르고. 그래서 제일 엉망인 시체가 강령술사인 확률이 높다.”


반예준은 강의를 하듯 일행 앞에서 남성시체의 머리를 들고 설명했다.


“너는 뭐냐니까······.”


여성시체는 두려움에 목소리가 떨렸다.


“다음 십 중 하나둘은 정상인 코스프레를 하지. 저기 저놈처럼. 자기가 쓸 몸이 아니라 자신의 부하중 가장 강한 부하의 몸을 저렇게 만들어 놓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지.”


미군은 남성체로 알고 있지만, 반예준이 마지막에 남겨 둔 여성시체가 바로 미군에 ‘시체애호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강령술사의 본체였다.


“당신은 뭐죠? 어떻게 그런 것들을 다 알고 있죠?”


강령술사와 질문의 내용은 같았지만 훨씬 공손했다.

이번 질문은 류선경이었다.


“나? 나는 비슷한 놈들을 몇 번 잡아봤으니까.”


반예준이 강령술사에게 다가갔다.

공포에 질린 시체애호가는 싸울 생각도 못하고 뒷걸음질 쳤다.


“이제, 여섯 번째가 되겠네.”

“다, 다가오지 마······.”


소멸에 대한 두려움에 가득 찬 강령술사는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했다.

악의체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저렇게 강하게 느끼다니.

인간의 몸으로 오래 살다보니 아마 많은 부분이 인간화된 것은 아닐까?

잠시 생각을 한 반예준은 기겁을 하는 강령술사의 머리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아까처럼 손짓만으로 지우기에는 강령술사가 가진힘이 컸다.

시체애호가가 이렇게 망가진 이유가 순식간에 동기화가 해제되는 바람에 과도한 충격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인간의 몸으로 오래있어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시체애호가가 본신의 힘으로 제대로 저항했다면 이정도로 쉽게 상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잠시 후 강령술사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사라졌다.

반예준이 일행을 향해 다시 돌아서 올 때는 그 자리에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야! 너는 저렇게 하지 마.”


군주급 악의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그 터무니없는 광경을 바라본 류신재가 허유진을 팔꿈치로 지르며 말했다.


“뭘?”

“군주급을 잡았는데 남는 게 없어. 아이템도, 에너지 결정도.”


반예준처럼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는 것은 물욕이 가득한 류신재의 관점에서는 손해 보는 일이었다.


“알았어. 나는 저렇게 안할게.”

“아이고, 못하겠다는 소리는 안하네. 어느 세월에? 풉.”


류신재의 김빠진 웃음이 이번 전투가 끝났음을 알렸다.


고락동과 한지인은 작전 투입 전 마지막으로 눈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대한제국에서 합류한 고락동 준장과 부하들은 도시 외곽전투에 투입되었다.

군주급 악의체와의 전투 경험은 흔치 않은 좋은 기회다.

미국입장에서는 자국의 각성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당연했다.

전투 후 필요한 정보는 공유하겠지만 전리품까지 공유할 생각은 없었다.

한지인의 현재 소속은 미국이었고 유능한 힐러였기에 당연히 타격대에 합류했다.

타격대의 인원은 총 80명 4팀.

미국의 2위상 사령부와 소환에 응한 전투기업의 최정예가 모였다.

외곽에서 시끄러운 공격이 시작되면 반대편에서 송곳처럼 목표물을 찌를 것이다.


퍼 - 엉, 콰 - 광


콰 - 광, 퍼 – 엉, 퍼 - 엉


<자, 전 팀 전속력으로 목표지역으로 이동>


타격대는 한동안 외부화력지원을 가만히 지켜봤다.

적이 도시 밖으로 향하길 기다렸다.

얼마 후 타격대의 지휘를 맡은 미군 2위상 사령부의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올리버 대령이 지시를 내렸다.

명령을 받은 타격대는 빠르게 적들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1팀과 2팀은 미국의 2위상 사령부소속.

3팀과 4팀은 미국 전투기업 소속의 최정예들이었다.


<전방에 치프 ‘리플리’ 출현>


첨병에서 대괴급 악의체 리플리의 출현을 빠르게 알려왔다.


<3팀에서 마크, 빠르게 처리하고 합류하도록.>

<체크>


올리버 대령의 명령에 전투기업 콘돌의 대표 라이언이 빠르게 대답했다.

[분열의 권능]이 있는 리플리를 상대하기 위해서 강력한 화염공격이 가능해서 ‘피닉스’라고 불리는 라이언에게 맡긴 것이다.


<나머지 팀은 계속 진행. 특이사항 있으면 바로 보고할 수 있도록>

<전방에 라플레시아 3개체>

<상대할 필요 없어. 포병에 좌표 찍어주고 1팀, 4팀 우측. 2팀 좌측으로 우회 기동.>


첨병의 보고에 올리버 대령의 판단은 빨랐다.


<2팀 치프 소드맨과 조우>


좌측으로 회피한 2팀이 여섯 개의 팔로 검을 휘두르는 대괴급 악의체 소드맨과 조우했다.

상대하기 까다롭지만 전리품이 좋기로 유명한 악의체였다.


<와우, 검 잘 챙기고, 제압 후 빠르게 합류하도록.>

<알겠다.>


까다로운 상대지만, 20명의 정예 각성자들이면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는다.

물론 희생자는 있겠지만.


<1팀! 4팀 전방에 라플레시아 사체 발견, 여기에 우리 말고 다른 팀이 있는 것 같다. 와서 확인 바란다.>


<뭐라고? 다른 팀?>


4팀의 보고에 올리버 대령의 1팀은 속도를 높혀 4팀과 합류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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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전설의 시작(6) +5 20.06.01 73 6 12쪽
30 전설의 시작(5) +3 20.05.30 97 7 12쪽
29 전설의 시작(4) +2 20.05.29 69 6 15쪽
28 전설의 시작(3) +3 20.05.28 83 9 12쪽
27 전설의 시작(2) +7 20.05.26 89 10 12쪽
26 전설의 시작(1) +6 20.05.25 93 10 12쪽
25 오해와 의문(9) +3 20.05.24 109 5 12쪽
» 오해와 의문(8) +2 20.05.24 95 4 13쪽
23 오해와 의문(7) 20.05.23 74 5 11쪽
22 오해와 의문(6) +2 20.05.23 85 7 14쪽
21 오해와 의문(5) 20.05.22 93 4 15쪽
20 오해와 의문(4) +1 20.05.21 126 5 14쪽
19 오해와 의문(3) +1 20.05.21 108 4 14쪽
18 오해와 의문(2) +1 20.05.20 125 6 12쪽
17 오해와 의문(1) 20.05.20 86 6 14쪽
16 열등감 그리고 근성(9) +1 20.05.19 105 12 12쪽
15 열등감 그리고 근성(8) +2 20.05.19 105 9 12쪽
14 열등감 그리고 근성(7) +1 20.05.18 211 4 11쪽
13 열등감 그리고 근성(6) 20.05.18 87 5 12쪽
12 열등감 그리고 근성(5) 20.05.17 111 2 13쪽
11 열등감 그리고 근성(4) 20.05.17 110 6 13쪽
10 열등감 그리고 근성(3) 20.05.16 105 3 15쪽
9 열등감 그리고 근성(2) 20.05.15 99 5 13쪽
8 열등감 그리고 근성(1) 20.05.14 107 5 8쪽
7 설계 혹은 인연(4) 20.05.14 128 8 14쪽
6 설계 혹은 인연(3) 20.05.13 156 9 11쪽
5 설계 혹은 인연(2) 20.05.12 181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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