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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평범한 서점이라고 하기엔 서점직원들이 평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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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작품등록일 :
2020.05.11 15:16
최근연재일 :
2020.06.0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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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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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열등감 그리고 근성(5)

DUMMY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참, 좋은 세상이야. 나 때는 말이야. 이런 것도 없었는데······.”


반예준은 자신의 손에 든 책을 보았다.

그리고 예전 평화롭게 아이들과 교실에서 시간을 보낼 때 유행했던 유머를 떠올리며 쓴 웃음을 지었다.


“예전에 들은 적이 있소. 도서관의 주인이 했던 말. 자신의 첫 세계에 아쉬움이 많았다고. 굳이 이쪽 세계의 분류에 따르면 당신은 면역자기에 스킬이 아닌 가호를 준비했소. 당신의 능력이면 따로 활성화 시킬 필요 없이 자연 습득 될 것이오.”


반예준은 책을 열었다. 상태창에 알림과 함께 책은 사라졌다.


[가호를 획득했습니다.]


- 공동저작자의 눈

- 작가의 눈


반예준은 두 개의 가호를 얻음과 동시에 이곳에서 말하는 0레벨 각성자가 되었다.


“흠, 뭐지. 이렇게 하면 되나?”


반예준은 잠시 본인의 상태창을 확인하면서 자신에게 생긴 능력을 시험했다.


【반예준】

- 종족: 인간

- 가호: 공동저작자의 눈, 작가의 눈

- 색인: 이방인, 공동저작자


※ 공동저작자의 눈

1. No.15의 설정에 대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간섭을 배제합니다.


※ 작가의 눈(특전)

1. 캐릭터시트(상태창)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2. 캐릭터시트(상태창)에 색인 항목이 추가됩니다.


[공동저작자의 눈]을 통해 자신의 가호에 대한 설명을 확인할 수 있었고, 상태창에는 색인이라는 항목이 추가되어 있었다.


“나에게는 별 필요 없는 선물이군.”


필요에 의한 설정이었지만 ‘상태창’에 함몰된 것 같은 이 세계의 분위기가 썩 달갑지 않은 반예준이었다. 이곳의 사람들은 상태창에 보이는 것을 매우 중시 여겼지만, 반예준이 의도한 상태창은 그런 용도가 아니었다.


“4스테이지를 클리어한 당신을 위해 만들어진 꽤 많은 품을 들인 선물이요. 도서관의 주인이 그렇게 전해 달라 했소.”

“나는 그자식의 그런 태도가 싫어. 마치 게임처럼, 소설처럼 세계를 가볍게 보는 태도.”


반예준은 텔레비전에서 재미있는 드라마 보듯 한 발 떨어져 내려다보는 제작자의 모습이 싫었다.


“이해하시오.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그렇게 가볍게 대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할 것이오.”


도서관장은 제작자를 두둔했다.


“그가 원망스럽지 않나?”

“그보다는 내가 더 원망스럽소. 내가 더 강했더라면 나도 당신처럼 그를 더 원망했을 것이오.”

“어찌됐건 가호를 얻는다는 건 색다른 느낌이로군. 스킬북도 이것과 비슷하겠지?”


반예준은 가호가 자연스럽게 체화되는 과정이 신기했다.


“그렇소. ‘책’ 이라는 것은 빨리 강해지기 위한 좋은 설정이오. 물론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공산품이라는 거지. 효율적으로 품질 좋은 생산품을 많이 찍어내는 것.”

“그렇소. 우리 세계에서도 ‘상태창’, ‘스킬북’이라는 형태가 익숙한 세계였소. 사람들은 좋은 스킬을 얻고, 레벨을 올리려고 혈안이 됐었소.”

“그래서 그들의 성취는 만족할만했던가?”

“아니오, 그러니 우리가 고향을 잃은 것이 아니겠소.”

“인간이 그렇게 단순하게 강해질 수 있다면 제작자는 신이겠지. 제작자는 선택을 한 거야.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고.”


요 며칠 위상에 대한 공부를 했던 반예준이었다.

2위상 ‘건곤’에 대해 연구한 No.15 지구의 학자들은 신체를 강화하는 방법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건곤은 신체에 쌓아 둔 무형의 에너지를 통해 신체를 강하고 빠르게 이용하는 방법이 대중화된 세계였다.

지구의 사람들은 그 힘을 ‘무공’이라고 불렀다.


3위상 ‘루나’는 자연의 법칙을 비틀고 변형할 수 있는 세계였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마법’과 '이능'의 개념이 대중화된 세계.


그리고 그 세계들에는 특별한 물건들도 존재했다.

‘기물(奇物, Item, 아티팩트)’이라고 불리는.


건곤과 루나에서 인간들은 강력한 힘을 얻었지만 결국 그들도 종말을 넘지 못했다.

그것을 지켜본 제작자의 선택은 다시 과학이 지배하는 세계였다.

어떤 강력한 능력이라도 과학의 효율을 따라 올 수는 없는 법.

몇 주 훈련 받은 일반인들이 과학이 발전시킨 무기를 이용한다면 몇 십 년을 수련한 건곤과 루나의 사람들만큼의 파괴력을 낼 수 있다.


물론 과학은 효율적이지만 개인의 발달 한계가 명확하다.

그래서 무공과 마법, 기물(Item, 아티팩트)을 통해 개인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 제작자의 의도였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도서관’이라는 설정은 무공이나 마법을 오랜 수련 없이 익히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효율에 효율을 더해서 지금까지는 제작자가 원하는 성과가 나오는 것 같지만.

반예준도, 도서관장도, 제작자도 그 허점을 잘 알고 있다.

남이 안내해준 길을 간다면 딱 거기까지가 한계다.

그 길 넘어 새로운 곳을 가기 힘든 법.


“그래도 정말 효율적인 방법이긴 하군. 악의체에 규격외의 괴물들이 있다고 하지만 그건 인간도 마찬가지야. 인간들 중에도 규격외의 괴물들이 있어. 그들이라면 시스템의 껍질을 깨고 성장할 수 있겠지. 제작자는 그것을 바라는 것일 테고.”


반예준은 제작자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당신 같은 사람 말이오?”

“글쎄? 나는 그냥 살아남았을 뿐이야. 처절하게.”

“말투와는 다르게 겸손하시군.”

“뭐, 나에게 더 줄게 있나?”


반예준은 기껏 시간 냈는데 이정도로 돌아가기 아쉬웠다.


“의미 없소.”


도서관장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 직원들······.”

“자격 없소.”


도서관장은 반예준이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칼같이 잘랐다.


“쩝, 자주 들어올 것 같으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하고 불편한 일이 없었으면 하는데.”

“그건 알겠소. 이거 받으시오. 안 그래도 도서관의 주인께서 최대한 협조하라고 하셨소.”


도서관장은 금박이 박힌 명함을 손가락으로 날려 보냈다.


“있을 건 다 있구먼.”


반예준은 날아오는 명함을 손쉽게 잡았다. 명함은 화려했다.


“사서들에게 미리 말해둘 테니 필요할 때 보여주시오. 그럼 나가는 문 열어드리리다.”


도서관장이 손짓에 도서관을 나가는 파란물결의 통로가 열렸다.


“빨리도 내보내네. 그럼, 다음에 또 보자고.”

"알겠소. 그럽시다."


인사를 마친 반예준은 위상문을 통과했다.

위상문 밖에는 아직 류선경이 서있었다.


“헐, 사장님 빨리도 나오셨네요.”


왠지 실망한 표정의 류선경이었다.

설마하며 기다린 시간이 3분 남짓. 1위상에서 1시간 정도 버틴 것이다.

적어도 이틀 이상은 버틸 거라고 기대했었는데, 역시 자기 사장은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퀘스트를 너무 빨리 깼지? 보상도 구리더라고.”

“그러시겠죠······. 그 보상이 뭔가요?”


류선경은 사장의 비위를 맞춰주는 직원의 역할에 충실하며 반예준에게 물었다.


“가호만 딸랑 두개 주던데.”

“두개요? 특이하네. 등급은 없다는 말이네요?”

“다른 건 안준다나봐.”

“도대체 내가 뭘 기대한 거야?”


0레벨 각성자에 대해 딱히 차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반예준의 언행을 봤을 때 실망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휴, 어떤 가호에요? 전문? 특수? 신체? 아니면 혹시 생활······.”


류선경은 이마에 손을 대고 한숨을 쉬며 물었다.

사실 반예준에게 가호는 큰 의미 없었다. 진로를 결정할 고등학생도 아니고 등급 없는 0레벨 각성자라는 것은 서점 사장이며 황실에서 생활을 책임지는 반예준의 삶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작가의 눈], [공동저작자의 눈].”


반예준은 자신의 상태창을 잠시 공개로 전환했고, 류선경은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들어본 적이 없는 가호네요.”

“그러겠지.”


반예준만의 특전이었다.


“책을 그렇게 열심히 보시더니 가호도 그렇게 나오셨나 보네요. 시간도 많으시던데 책 한편 써보세요. 그쪽에 재능이 있으신가 보니.”

“글쎄? 예전에 내가 쓴 글 재미있게 읽어 주던 사람이 있긴 있었는데······.”

“상태창도 그렇다고 하니, 우리 서점에 사장님 책 한 번 넣어봅시다! 베스트셀러 작가!”


가호의 명칭으로 류선경은 작가와 관련된 재능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혹시나 자기 사장이 적성자가 되지 못해 의기소침했을까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다독였다.


“그럴 시간이 있으려나 모르겠네.”


극한까지 자신을 몰아붙였던 시간에서 한 발 물러나 재충전하고 있는 반예준이었지만, 이 곳의 평화도 얼마 남지 않았다.


본인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이 세계에 충분한 도움을 줬다.

앞으로 벌어질 이 세계의 전쟁에 반예준이 전면에 나설 일은 단언컨데 없었다.

이 지구는 반예준의 세계가 아니다.

자기 것은 자기 스스로 지켜야 하는 법.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주변까지 방관할 생각은 아니다.

동료라고 부르긴 먼, 자신의 직원들이 강해질 수 있는 도움은 충분히 줄 수 있다.

그들이 그럴 의지가 있다면.

그렇게 해서 강한 동료가 생긴다면 그걸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래도 컨디션은 괜찮아 보이시네요. 죽기 전에 포기하신 것 같은데, 잘하셨어요. 10대도 아니고 굳이 힘든 경험 할 필요 없죠. 사회적 지위가 있으신데! 지금 하고 있는 일 잘하시면 됩니다. 자, 이제 서점에 갑시다!”


류선경은 힘차게 앞장섰다.


반예준과 류선경이 위상문에 있을 때 두 여학생은 당연히 학교에 있었다.


“어이, 지우개반장. 칠판 좀 지워주지?”


쉬는 시간 교실에서 다음시간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 허유진을 방해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허유진은 반응하지 않았다.


“아, 진짜 이럴 때 반장이 능력을 좀 보여줘야지.”


박정우와 김정훈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깔깔대며 허유진의 성질을 건드렸다.

허유진이 2학년이 되고 각성자 5반에서 새로 만난 같은 학급의 남자아이들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영재들이 모여 있는 대한 고등학교다.

어릴 적부터 최고 소리만 듣고 자란 학생들이 많다 보니까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녀석들이 많았는데, 간혹 이곳에서 만난 진짜 천재들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비뚤어지는 녀석들도 있었다.

자기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을 괴롭히는.


물론 인성을 중요시 여기는 학풍 때문에 학교에서 대놓고 문제를 일으키지는 못하지만, 티 나지 않게 이렇게 괴롭히는 일들은 종종 발생한다.

사실 허유진을 중학교 때 괴롭히던 녀석들에 비하면 나름 귀여운(?) 괴롭힘이었지만,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었다.


허유진은 잠시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다시 공부에 열중했다.

허유진이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은 박정우와 김정훈은 허유진에게 다가왔다.


“야, 반장. 친구 부탁인데 안 들어 줄 거야?”


박정우가 허유진의 가호를 알게 된 것은 허유진이 박정우의 집에서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많지 않았다.

박정우의 집에서 운영하는 고깃집은 영등포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한우 매장이었다.

허유진은 자신의 가호를 이용해 그 고깃집에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소거] 라는 가호를 이용하면 불판을 쉽게 청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운이 없었던 것은 그 집 아들이 박정우였다는 것이다.

집에 들린 박정우가 허유진을 알아봤다.

그리고 둘은 같은 반이 되었다.

0레벨 각성자임에도 불구하고 각성반 반장을 맡고 있는 허유진이 고까웠던 박정우는 허유진의 가호를 놀리며 시비를 종종 걸었다.


“반장, 너무 하네~”


박정우와 함께 다니는 김정훈 역시 허유진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박정우와 마찬가지로 등급도 없으면서 반장이라고 도도하게 잘난척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둘 다 허유진에 대한 자격지심이었지만 냉철하게 자신을 판단할 수 있을 역량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천성이 그렇게 악한 아이들도 아니었다.

딱 그 나이 또래의 못난이들이었다.

그래서 허유진은 특별히 문제 삼지 않고, 그냥 모르쇠로 일관했다.


중학교 때 겪었던 그 막장 아이들에 비하면 여기 아이들은 그래도 학교의 눈치를 본다.

그 정도로 학교의 위상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중학교 때 허유진을 괴롭히던 아이들은 허유진이 이렇게 반응하면 주먹부터 날아왔었다.

물론 허유진이라고 가만히 맞고 있지만 않았기에 의자도 몇 번 들었더랬다.

여기서 의자를 들고 액션 씬 찍을 생각이 없는 허유진은 마음속으로 참을 인자를 그렸다.

그런데 그 상황을 기분 나빠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뻑! 뻑!


김정훈과 박정우가 새하얗고 가는 다리에 나가 떨어졌다.


작가의말

‘김정훈과 박정우가 새하얗고 가는 다리에 나가 떨어졌다.’ 


이게 시작한다던 액션씬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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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연재 주기, 제목 등) - 수정 20.05.16 136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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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전설의 시작(6) +5 20.06.01 73 6 12쪽
30 전설의 시작(5) +3 20.05.30 97 7 12쪽
29 전설의 시작(4) +2 20.05.29 69 6 15쪽
28 전설의 시작(3) +3 20.05.28 83 9 12쪽
27 전설의 시작(2) +7 20.05.26 89 10 12쪽
26 전설의 시작(1) +6 20.05.25 93 10 12쪽
25 오해와 의문(9) +3 20.05.24 109 5 12쪽
24 오해와 의문(8) +2 20.05.24 95 4 13쪽
23 오해와 의문(7) 20.05.23 74 5 11쪽
22 오해와 의문(6) +2 20.05.23 85 7 14쪽
21 오해와 의문(5) 20.05.22 93 4 15쪽
20 오해와 의문(4) +1 20.05.21 126 5 14쪽
19 오해와 의문(3) +1 20.05.21 108 4 14쪽
18 오해와 의문(2) +1 20.05.20 125 6 12쪽
17 오해와 의문(1) 20.05.20 86 6 14쪽
16 열등감 그리고 근성(9) +1 20.05.19 105 12 12쪽
15 열등감 그리고 근성(8) +2 20.05.19 105 9 12쪽
14 열등감 그리고 근성(7) +1 20.05.18 211 4 11쪽
13 열등감 그리고 근성(6) 20.05.18 87 5 12쪽
» 열등감 그리고 근성(5) 20.05.17 112 2 13쪽
11 열등감 그리고 근성(4) 20.05.17 110 6 13쪽
10 열등감 그리고 근성(3) 20.05.16 105 3 15쪽
9 열등감 그리고 근성(2) 20.05.15 99 5 13쪽
8 열등감 그리고 근성(1) 20.05.14 107 5 8쪽
7 설계 혹은 인연(4) 20.05.14 128 8 14쪽
6 설계 혹은 인연(3) 20.05.13 156 9 11쪽
5 설계 혹은 인연(2) 20.05.12 181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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