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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평범한 서점이라고 하기엔 서점직원들이 평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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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작품등록일 :
2020.05.11 15:16
최근연재일 :
2020.06.02 21:25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4,229
추천수 :
285
글자수 :
177,761

작성
20.05.14 22:25
조회
106
추천
5
글자
8쪽

열등감 그리고 근성(1)

DUMMY

반예준이 없는 이주 동안 서점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오픈한 서점 1층엔 책이 꽉 찼고, 한쪽에는 작은 카페가 만들어졌다.

2층에는 여자 세 명이서 각자 방 하나씩 차지했고, 3층에는 반예준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과 필요한 물건들이 준비됐다.


그 과정에서 류선경은 돈을 원 없이 썼다.

이미 반예준과 관련된 모든 일은 특급 의전으로 하라는 명령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황실의 예산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1층부터 3층까지 명품으로 도배했다.


다만 지금까지 서점에 손님은 단 한명도 없었다.

숲 주변의 높은 철조망은 사라졌지만, 애당초 접근금지였던 숲에 서점이 들어선 걸 사람들이 알 리가 없었다.

그리고 서점을 만들기로 한 사람은 자기가 책을 보려고 만든 거지 다른 사람의 독서까지 신경 쓸 사람이 아니었다.


첫 번째 직원은 어차피 황실에서 돈이 지급되니 장사걱정이 없었고, 오히려 손님 없는 것을 은근히 반겼다.

두 번째 직원은 원래 관심 없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하는 편이었다.

세 번째 직원은 서점 시설만 번지르르하지 급료가 나오지 않을까봐 걱정하는 눈치였다.


“학교 다녀왔어!”

“그래 신재야~!”


류선경은 품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는 류신재를 꼭 안아줬다.


“유진이는?”

“나야 모르죠.”


류선경은 그새 류신재를 학교까지 보냈다.

여의도 땅값이 비싼 이유는 ‘1위상 영구(永久) 위상문(位相文)’과 황궁이 위치하기 때문에 그렇지만 대한제국 최고의 각성자 교육기관이 모여 있다는 것도 무시 못 할 이유였다.


여의도에는 대한제국 재계 서열 1위 도원그룹과 재계 서열 2위 한림그룹이 교육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위의 두 교육재단보다도 더 인정받는 황실에서 운영하는 황립교육원까지 위치해있다.


일반적으로 대한제국은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는 각성자 교육과정이 따로 분리되어있지 않다.

고등학교에 가서야 각성자와 비각성자의 교육과정이 나뉘는데 위에 언급한 교육기관들은 대한제국에서 최고의 시설과 교육진을 포함한 교육기관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이곳에 자식들을 보내려고 한다.

학부모의 교육열은 대한민국이나 대한제국이나 다를 바 없었다.


류신재와 허유진은 황립교육원 소속 대한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허유진은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후 1학년 동안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해왔다.

류신재는 새 학년이 시작하기 전 2월초였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없이 편입할 수 있었다.

특수 편입 조건은 까다로웠지만 류신재에게는 특별한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문제는 류신재의 나이였는데, 류신재는 허유진보다 후배가 될 수 없다며 류선경에게 18살을 요구했고, 류선경은 그 용고집을 꺾지 못했다.

그래서 류신재는 꽤 어려보이는 외모를 가진 18살 청소년으로 대한제국의 제국민으로 신분을 등록 했다.


“사장님 오셨으니 인사해.”


류선경은 매장 내 카페를 가리켰다.


“와! 사장님 왔어요?”


류신재는 [가속] 스킬로 달려갔다.


“야! 류신재! 건물 내에서 스킬 쓰지 말라고 했지! 먼지 날리잖아!”


공공장소에서 각성자들이 함부로 능력을 쓰게 되면 법적처벌을 받지만 류신재에게 서점은 자기 레어였다.

고함치는 류선경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류신재는 책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 반예준 앞에 섰다.


“사장님, 그동안 뭐했어요?”

“쉬었지. 이것저것 보면서.”


반예준은 2주간 특급호텔에서 푹 쉬면서 이 세계에 대해서 적응했다.

특히 그동안 먹지 못했던 음식들은 꼭 챙겨먹었다.

중간 중간 고급식당에서 날아오는 카드결제 문자를 확인한 류선경이 못마땅해 했지만, 욕을 들어야하는 대상자는 듣지 못하고, 애꿎은 고등학생 둘만 대신 들었더랬다.


반예준은 호텔에서 주로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 전반적인 사회의 분위기를 살펴봤다.

정말 풍요로운 세계였다.

특히 빠르게 강한 각성자들을 배출한 이 나라는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었다.

강대국에 이리저리 치였던 ‘대한민국’의 슬픔이 ‘대한제국’에는 없었다.


다만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생존을 위해 만들었던 ‘상태창’이라는 설정이 사람을 나누는데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살던 세계의 인종차별처럼 공식적으로는 금기하고 있지만, 사회 전반에 그런 문화들이 널리 확산되어 있었다.

높은 등급과 좋은 스킬을 가진 사람들의 우월감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좌절감.

부(富)와 권력으로 인해 생성된 대한민국의 계층처럼 이곳에는 부(富), 권력과 함께 상태창이라는 계층이 하나 더 있었다.


“사장님, 돈 많죠? 나 VR게임기 좀 사줘요. 그리고 용돈도 좀 주고. 가지고 싶은 게 많아.”


반예준을 보고 반갑게 달려가더니 목적이 따로 있었다.

용족 아니랄까봐 물욕도 확실했다.


“내가 왜? 네가 번 돈으로 사.”

“와, 진짜 너무해 내 보호자잖아요!”

“보호자의 역할은 사달라는 것을 사주는 게 아니고, 지켜봐주는 거야.”


반예준은 단단하게 가드했다.


“아! 너무해. 그러면 사장님 이번 주 금요일에 학교와요.”


류신재는 짠돌이 사장님의 태도에 심술이 났다.


“왜?”

“학교에 교육과정설명회가 있어. 보호자들이 학교 오는 거야.”

“그래서?”


류신재를 학교에 보냈다는 이야기는 벌써 보고를 받았었다.


“법률상 내 보호자잖아요! 보호자는 지켜보는 거라며.”


학교에 별 관심 없는 류신재였지만 남들은 다 오는 보호자가 오지 않는다면 그것 나름대로 싫을 것 같았다.


“음······. 내가? 그래야 하나?”


반예준은 고민했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하셨으니까 다녀오시죠, 좀!”


커피를 내리러 온 류선경도 거들었지만 말하는 류선경 본인도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 한번 가보자.”


그때 반예준의 입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대답이 나왔다.


“헐! 정말요?”


사실 말을 꺼낸 류신재도 뭔가를 바라고 한 말이 아니었다.


“정말요? 가신다고요?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이미 자기가 가야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류선경은 반예준의 의외의 대답에 놀랐다.


“좀, 궁금해서.”


서점 직원들은 몰랐지만 평화롭던 시기의 대한민국에서 반예준은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었다.

그는 다른 세계의 학교가 어떤지 궁금했다.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셋이서 티격태격 하는 도중에 허유진이 하교했다.


“사장님 오셨어요.”


허유진은 자연스럽게 서점 정리를 시작했다.

2주가 흘렀지만 그새 친해진 류씨 자매와는 달리 허유진은 여전히 다른 직원들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예의 그 예의바른 모습으로.


오늘은 허유진이 야간근무라면서 두 여자는 2층에 올라갔다.

잠깐 저녁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22시까지 허유진은 손님 없는 계산대에서 공부를 했고, 반예준은 카페에서 책을 읽었다.


“사장님, 이제 시간이 되서 마감할게요.”

“그래, 올라간다.”

“저기, 사장님······.”


허유진은 계단을 올라가려는 반예준을 불렀다.


“왜?”


“······아니에요. 들어가세요.”


허유진은 할 말이 있는 표정이었지만, 차마 말하진 못했다.


작가의말

짧아서 한편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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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전설의 시작(4) +2 20.05.29 68 6 15쪽
28 전설의 시작(3) +3 20.05.28 82 9 12쪽
27 전설의 시작(2) +7 20.05.26 89 10 12쪽
26 전설의 시작(1) +6 20.05.25 93 10 12쪽
25 오해와 의문(9) +3 20.05.24 108 5 12쪽
24 오해와 의문(8) +2 20.05.24 94 4 13쪽
23 오해와 의문(7) 20.05.23 74 5 11쪽
22 오해와 의문(6) +2 20.05.23 84 7 14쪽
21 오해와 의문(5) 20.05.22 93 4 15쪽
20 오해와 의문(4) +1 20.05.21 126 5 14쪽
19 오해와 의문(3) +1 20.05.21 107 4 14쪽
18 오해와 의문(2) +1 20.05.20 124 6 12쪽
17 오해와 의문(1) 20.05.20 86 6 14쪽
16 열등감 그리고 근성(9) +1 20.05.19 104 12 12쪽
15 열등감 그리고 근성(8) +2 20.05.19 104 9 12쪽
14 열등감 그리고 근성(7) +1 20.05.18 211 4 11쪽
13 열등감 그리고 근성(6) 20.05.18 87 5 12쪽
12 열등감 그리고 근성(5) 20.05.17 111 2 13쪽
11 열등감 그리고 근성(4) 20.05.17 110 6 13쪽
10 열등감 그리고 근성(3) 20.05.16 104 3 15쪽
9 열등감 그리고 근성(2) 20.05.15 98 5 13쪽
» 열등감 그리고 근성(1) 20.05.14 107 5 8쪽
7 설계 혹은 인연(4) 20.05.14 128 8 14쪽
6 설계 혹은 인연(3) 20.05.13 156 9 11쪽
5 설계 혹은 인연(2) 20.05.12 181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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