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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평범한 서점이라고 하기엔 서점직원들이 평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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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작품등록일 :
2020.05.11 15:16
최근연재일 :
2020.06.02 21:25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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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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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글자수 :
177,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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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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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열등감 그리고 근성(2)

DUMMY

다음 야간 근무 날 학교를 마치고 계산대에 앉은 허유진은 멀리 카페에 앉아 있는 반예준을 잠시 쳐다봤다.

내부 인테리어 하랴, 책 정리하랴, 살림집 정리하랴 한창 바쁠 때는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 다 정리되고 나서야 돌아온 사람이다.


매니저 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특급호텔 스위트룸에 지내면서 비싼 음식만 먹고 다녔다고 한다.

허유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이다.


허유진이 2주 동안 서점을 정비하는 과정을 보면서 느낀 점은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많은 인부들이 밤 낮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그리고 서점에 들어오는 물건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호화스러웠다.


그 덕분에 자기 방의 시설도 엄청 좋았다.

지금까지 자기 방이라고 부를 만한 곳에 살아 본적이 없던 허유진의 입장에서는 눈치 보일 만큼 사치였다.


‘사장님은 얼마나 부자인거지?’


사실 반예준의 돈이 아니었지만,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허유진의 입장에서는 반예준의 부(富)가 부러울 뿐이었다.


빚과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이곳에서 일하는 것을 선택한 허유진이지만 이 서점과 본인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화려한 명품으로 도배된 건물.

자신은 부자의 유희에 끼어든 불청객 같았다.

게다가 이런 고급스런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이곳의 사람들.


치열하게 오늘만 살았던 허유진으로서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주눅이 들 수밖에.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자존심 하나로 버텼는데 고작 2주 만에 허유진은 이곳에서 완전히 무장해제 당했다.

자신의 밑천이 다 드러나 버린 것 같았다.


류신재.

허유진보다 어려보이지만 나이는 동갑인 소녀다.

류선경 매니저의 동생이라고 허유진은 소개 받았지만, 그날 처음 만났다는 사장님의 말을 들어봤을 때 친동생이 아님은 알 수 있었다.

2학년이 시작하고 편입생으로 같은 반으로 편성 됐을 때 허유진은 깜짝 놀랐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딱히 서로 아는 체는 하지 않았다.

사실 서점에서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같은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하지만 류신재는 달랐다.

뭐랄까 태생적으로 귀족인 사람 같았다. 무엇을 하든 거리낌이 없고, 당당했다.

게다가 영리하고 재능이 넘쳤다.

학교에서 그 누구보다도 반짝였다.

허유진이 질투를 느낄 정도로.

같은 반 학생들은 고작 며칠 만에 류신재를 인정했다.

그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녀석들이.

그 아이의 재능에 비한다면······.

허유진은 본인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류선경 매니저.

데면데면한 류신재와는 다르게 허유진에게 다정하게 다가왔다.

언니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허유진의 직감은 말했다.

저 웃음 뒤에는 무언가 도사리고 있다고.

그 무엇인가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은 알지만, 무서운 것에 움츠려 드는 건 사람의 본능이다.


그리고 2주간 서점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제일 돋보이던 사람이었다.

그 확실한 일 처리에 수많은 작업들이 꼬이지 않고 정확하게 톱니바퀴 물리듯이 진행됐다.

그래서 2주 만에 모든 게 다 해결됐으리라.


또 모르는 게 없었다.

공사현장의 자재부터 명품 옷까지.

그 모든 것을 본인이 직접 선정했다.

특급 의전대상이라면서.

허유진의 입장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한 상표의 물건들을 외국에서 직접 공수하면서 전화통화로 몇 개 국어를 하는 건지.

허유진의 그녀의 당당함을 닮고 싶었다.

류신재가 타고났다고 한다면, 류선경 매니저의 당당함은 그녀 자신의 능력에게서 나오는 것 같았다.


허유진 자신이 이곳에 어울리지 않은 사람이고, 류신재와 류선경 매니저가 이곳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면 반예준은 이곳에서 제일 이상한 사람이었다.

가끔 하는 질문들을 보면 어디 외국에서 살다 온 사람처럼 세상물정을 잘 몰랐다.

그래서 그런지 반예준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서점에 나와서 서점 문을 닫을 때 까지 책만 본다.


아니 책을 보는 게 맞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주로 보는 책은 역사, 인문, 과학과 관련된 책들인데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가 정말 빠르다.

진짜 제대로 보고 있는지 책을 뺐어서 앞의 내용을 물어보고 싶지만, 감히 서점 알바생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장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종업원들이야 그렇다 친다고 하지만 손님이 한명 도 없었는데, 사장인 반예준은 그것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역시 부자의 유희.

이상해서 부자가 된 건지, 부자라서 이상해 진건지.


그리고 사실 이 서점에서 허유진을 아르바이트생으로 뽑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은 허유진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혹시나 빚을 핑계로 혹시 반예준이 본인에게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그런 건 전혀 아니었다. 이 서점의 매니저 언니는 자신보다 훨씬 예뻤다.


아니면 자신을 동정해서 뽑았나? 지금까지 살펴본 반예준은 그렇게 착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면 자신을 아르바이트생으로 뽑은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해 봐도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반예준은 이상한 사람이었다.


이상한 사장이긴 하지만 일하는데 까다롭지는 않았다.

따로 잔소리하거나 일하는 것 가지고 트집 잡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윗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랫사람은 불편한 법.

좋은 관리자는 자리에 없는 관리자다.

3층에서 책 보면 될 것을 굳이 1층 카페에서 책을 보는 반예준이 좋게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그 이상한 반예준이 독서 이외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하나 있다.

맛있는 음식. 류선경 매니저에게 시키는 심부름 중의 대부분이 유명 음식점 예약이다.

한번쯤은 직원들을 데리고 갈만한데 자기만 먹고 온다.


그렇게 잠시 허유진이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류신재가 심심했는지 2층에서 내려와서 반예준 옆에 앉아서 말을 걸었다.

간간히 웃음소리가 났다.

학교에서 류신재는 수업시간에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절대 웃지 않는다.

또 어찌나 쌀쌀 맞는지 친하게 지내보려고 하던 학생들이 두 손 들고 포기할 정도였다.

만약 같은 반 학생들이 서점에서의 류신재 모습을 보면 어떨까?

아마 자기 눈을 의심할 것이다.


류신재는 반예준과 함께 있을 때 자주 웃는 편이었다.

웃는 그녀는 정말 예뻤다.

오밀조밀한 입술과 커다란 눈망울은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좀 더 성장하면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아니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그 소녀 같은 외모에는 어울리지 않은 거친 말투지만 또 그것이 색다른 매력으로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반예준과 말하는 것이 닮은 것 같기도 했다.


‘처음에 만났을 때는 서로 한바탕 했다고 하던데.’


자기가 아는 류신재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반예준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왜 류신재같은 도도한 소녀가 반예준 앞에서는 바뀌는 건지 이유가 궁금했다.


류선경도 마찬가지다.

그 멋진 사람이 반예준 앞에서는 조금 추해진다.

그 쿨한 분위기의 류선경이 반예준만 만나면 이상하게 말려버린다.

말싸움 하는 것을 지켜보면 류선경이 이기는 것 같지만 실상 실리는 반예준이 다 챙긴다.


“허유진, 여기로.”


독서를 하던 반예준이 허유진을 불렀다.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은 대부분 말을 높였는데, 반예준은 언제나 말을 놓았다.

이상하게 허유진은 친절하지 않은 사람들이 친절한척 높임말을 쓰는 것 보다 이쪽이 더 편했다.


“네, 사장님.”


반예준이 아르바이트생을 부를 땐 주로 책 심부름을 시킬 때다.


“조선 후기와 대한 제국 수립 그 사이에 관한 책들 좀 가져다 줘. 대전쟁과 황제와 관련된 책들도.”


어제, 오늘 무기와 관련된 책을 읽더니 이번엔 역사에 흥미가 생겼는지 책의 주제가 바뀌었다.


“검색 해보고, 평가가 좋은 책으로 찾아놓겠습니다.”

“그래.”


말을 마친 반예준이 다시 고개를 숙여 책을 읽으려 할 때였다.


“사장님!”


큰 목소리와 함께 류선경이 2층에서 내려왔다.


“신재야, 유진아, 잠시 자리 좀 비켜줘. 밖에 좀 나가있고, 혹시 올 일 없겠지만 손님 오면 잠시 못 들어오게 하고.”

“네, 매니저님.”


류선경의 표정이 좋지 않다.

이럴 땐 말이 없어도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허유진은 멀뚱멀뚱 서있던 류신재를 데리고 얼른 가게 밖으로 나갔다.


“왜?”


반예준은 류선경을 쳐다보지도 않고 입만 열었다.


“사장님, 어디 전쟁가요?”

“왜?”


반예준의 시선은 여전히 책에 가있었다.


“제 책상에 있는 이거, 이거 뭐에요?”


류선경은 본인 책상에 놓여있던 A4용지 묶음을 들고 왔다.


“뭐긴, 업무지시지. 그렇게 준비해둬.”

“도대체 이게 서점 매니저에게 알맞은 업무지시인가요? 그리고 제 방에 왜 마음대로 들어온 거예요?”

“뭐가 기분 나쁜 거야? 서점 업무지시에 맞지 않은 일을 시킨 것 때문이야 아니면 자기 방에 들어온 것 때문에 그런 거야?”

“둘 다요!”


류선경은 버럭 화를 냈다.


“그러면 화낼 필요 없겠네. 업무 지시는 다 서점을 위한 일이고, 자네 방에 들어간 건 내가 아니니까. 아까 신재 시켰어.”


반예준은 얄밉게 말했다.


“휴, 젠장! 식료품은 그렇다 쳐. 이 무기들은 뭐에요? 총기류, 도검류, 폭탄류 아주 골고루 적으셨네. 그리고 사격장까지.”


얄미운 반예준의 모습에 류선경은 마치 만화에서처럼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아, 내가 어제 오늘 공부 좀 했거든. 다 준비할 수 있는 거지?”

“구하려고 하면 구할 수는 있는데, 이렇게 위험한 무기들을 도대체 뭐하게요? 이유를 알아야 준비하죠. 진짜 전쟁 준비하는 거예요? 아니면 혹시 테러?”


도대체 자신의 할아버지는 이런 사람을 왜 맡긴 건지 갑자기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워졌다.


“음, 굳이 말하자면 테러보단 전쟁 준비라는 표현이 맞는 거 같군. 사고 치려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말고. 그리고 황실에서 꼽쳐 놓은 좋은 방어구랑 무기있나? 신재가 쓸 만한 거. 하이브리드 탱커용으로. 무기는 대검. 신재만한 놈으로.”

“신재 장비는 제가 황실에 문의해볼게요. 그런데 정말 이대로 준비해요? 도대체 서점에서 전쟁준비가 웬 말인가!”


어쨌든 할아버지의 명령대로 반예준이 말하는 건 다 들어줘야할 판이었다.

류선경은 머리를 움켜잡았다.


“아, 한 벌 더”

“그건 왜요? 혹시?”


류선경은 창밖에 있는 허유진을 쳐다봤다.


“그래. 혹시나 해서.”

“전투관련 재능은 아니던데······. 뭐로 준비할까요?”

“후위 딜러 포지션. 방어구는 경장비. 무기는 익숙하지 않을 테니 날을 숨길 수 있는 가벼운 단봉으로.”


허유진이 전위에 서기엔 무리가 있다.


“네, 알겠어요.”

“이 기회에 본인 장비도 업그레이드 하고 싶으면 내 핑계되고 업그레이드하고.”

“됐거든요. 저는 이미 명품으로 도배해서 말이죠. 준비하라고 한건 건물 옆에 따로 창고하나 지어서 보관하겠습니다. 지하실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요. 사격장도 창고 옆에 지을게요.”

“오케이, 그러면 나는 계속 독서해도 되지?”

“네. 그럼 준비하러 갈게요. 저만 또 바쁘겠군요.”


류선경은 씩씩 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유진아 들어가.”


밖에는 허유진만 있었다.

허유진과 둘이서 어색하게 있기 싫었는지 류신재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졌다.


“네, 매니저님. 그런데 사장님이 또 사고 치셨어요?”

“그래, 내가 미치겠다. 또 며칠 바쁘겠네. 가게 좀 신경써줘. 내가 신재한테 맡기겠니? 사장님한테 맡기겠니? 휴······.”

“네, 매니저님. 제가 더 신경 쓸게요.”


어깨가 축 처진 류선경은 자신의 차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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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전설의 시작(5) +3 20.05.30 97 7 12쪽
29 전설의 시작(4) +2 20.05.29 69 6 15쪽
28 전설의 시작(3) +3 20.05.28 82 9 12쪽
27 전설의 시작(2) +7 20.05.26 89 10 12쪽
26 전설의 시작(1) +6 20.05.25 93 10 12쪽
25 오해와 의문(9) +3 20.05.24 108 5 12쪽
24 오해와 의문(8) +2 20.05.24 94 4 13쪽
23 오해와 의문(7) 20.05.23 74 5 11쪽
22 오해와 의문(6) +2 20.05.23 84 7 14쪽
21 오해와 의문(5) 20.05.22 93 4 15쪽
20 오해와 의문(4) +1 20.05.21 126 5 14쪽
19 오해와 의문(3) +1 20.05.21 108 4 14쪽
18 오해와 의문(2) +1 20.05.20 124 6 12쪽
17 오해와 의문(1) 20.05.20 86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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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열등감 그리고 근성(8) +2 20.05.19 104 9 12쪽
14 열등감 그리고 근성(7) +1 20.05.18 211 4 11쪽
13 열등감 그리고 근성(6) 20.05.18 87 5 12쪽
12 열등감 그리고 근성(5) 20.05.17 111 2 13쪽
11 열등감 그리고 근성(4) 20.05.17 110 6 13쪽
10 열등감 그리고 근성(3) 20.05.16 104 3 15쪽
» 열등감 그리고 근성(2) 20.05.15 99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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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설계 혹은 인연(4) 20.05.14 128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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