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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평범한 서점이라고 하기엔 서점직원들이 평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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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작품등록일 :
2020.05.11 15:16
최근연재일 :
2020.06.02 21:25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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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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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7,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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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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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열등감 그리고 근성(9)

DUMMY

<자, 이제 3페이즈. 네가 원하는 대로 한번 해봐. 조심해.>


허유진의 목소리에는 아직 긴장감이 가득했다.


<좋아!>


류신재는 지금까지 자신의 힘을 시험할 수 있는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쓰러진 죽음추적자는 말 그대로 죽어있는 척 하고 있는 중이었다.

방심한 적을 한 번에 제압하기 위해.


하지만 류신재는 방심하고 있지 않았다.

류신재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죽음추적자에게 다가갔다.

류신재가 죽음추적자의 공격 범위에 들어온 순간, 죽음추적자 등쪽의 단단한 외피가 갑자기 폭발했다.

저 단단한 외피 파편에 직격한다면 [용인화]한 류신재라도 으스러질 것이다.

하지만 폭발을 미리 알고 있었던 류신재는 폭발하기 직전 바로 옆 모래언덕 뒤에 바짝 엎드렸다.

머리 위로 외피 파편들이 스쳐지나갔다.


크-어엉


폭발 후 외피가 사라진 죽음추적자가 괴성을 내며 빠르게 땅을 훑어 류신재에게 다가왔다.

등의 단단한 외피가 사라졌고, 복부에 큰 상처를 입고 있다고 하지만 둘의 체급차이는 여전히 컸다.

저 거대한 앞발이나 꼬리에 잘못 걸리면 한 방에 즉사다.

무거운 외피가 사라졌기 때문에 죽음추적자의 속도도 더 빨라졌다.

하지만 민첩한 움직임은 아직 류신재가 한 수 위였다.

류신재는 침착하게 죽음추적자의 공격을 피하며, 죽음추적자의 빈틈을 노렸다.


타-앙

타-앙


류신재가 근접전을 펼치는 사이 허유진의 대물저격총 저격이 시작 됐다. 외피가 없는 죽음추적자에 그 저격이 제대로 박혔다.

총알이 박힐 때 마다 죽음추적자는 고통에 몸을 움찔움찔 거렸다.

그 틈을 이용해 류신재는 죽음추적자의 측면을 파고들어 백린탄으로 인해 타들어가고 있는 복부 주변 옆구리에 타격을 박아 넣었다.


그어엉


고통이 큰지 죽음 추적자가 괴로워했다.

한 방, 한 방 목숨이 달려있는 공격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강렬한 전투의 쾌감이 류신재를 자극한다.

류신재의 눈은 이미 새빨갛게 변한지 오래다.

[전장의 폭군].

류신재의 지금 모습은 폭군이라고 해도 가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전장의 폭군은 갈수록 움직임이 느려지는 죽음추적자를 사정없이 몰아쳤다.

그리고 머지않아 죽음추적자가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수많은 초보여행자들의 모험을 봤었지만, 두 소녀의 활약은 정말 감동적이군요.”


보이지 않은 공간에서 두 알바생의 전투를 바라보던 16층의 사서 칠리 펌프킨의 감상이었다.


“음, 용족도 있고. 저 정도 무기를 지원했는데 못 잡는 게 이상한거지.”


인색한 평가의 말과 달리 반예준의 입고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전장을 처음 경험하는 소녀들이었습니다. 무기 사용도 마찬가지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이용하여 준비하여 공략하는 것. 그 모든 것들이 대단했습니다. 그것도 단 둘이서.”


칠리 펌프킨은 정말 감동한 표정이었다.


“뭐, 이번 기회에 죽음을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도서관의 손님이시여. 그건 아닙니다. 죽음은 제일 마지막에 맞이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 절대 죽음에 익숙해지면 안 됩니다.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도서관에서조차 죽어서는 안 됩니다.”

“아, 그렇군.”


칠리 펌프킨의 말에 반예준 본인도 지금까지 죽지 않았기에 여기 와 있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때때로 도서관에서의 죽음이 벽을 깨는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에 익숙해진 사람이 도서관 밖에서 정상적인 전투를 할 수 있을까요?”

“음, 내가 이곳을 가볍게 봤나보군. 내 실수야. 하나 배웠어.”

“당신이 강한 것 역시, 지금까지 살아남아 서지 않습니까? 악의체를 잡으면 인간은 강해집니다. 강한 악의체를 잡으면 더 강해지죠. 그것이 바로 악의체를 상대하기 위한 신의섭리. 그 악의체를 잡기 위해서는 우선 죽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 알았어···."

"제가 루나에 있을 때는 말입니다······."


반예준이 칠리 펌프킨의 말에 수긍했지만 그의 잔소리는 끝날줄 몰랐고 반예준은 점점 지쳐갔다.


“흠. 제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군요. 마지막으로 도서관에 자주 들어오는 어떤 사람들은 도서관을 마치 게임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죽고 스킬을 얻고, 도서관에서 죽고 기물을 얻고. 도서관에서 죽고 레벨을 올리고. 형편없는 놈들이죠. 죽음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사람들은 강해질 자격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칠리 펌프킨의 얼굴에는 불쾌함이 묻어났다.


“그런 놈들도 있나보군."

“네. 도서관을 망치는 자들이죠. 그러면 저는 보상을 주러 가보겠습니다. 이제 안내를 해도 되겠죠?”

“그래.”


그가 자신의 곁을 떠난 다는 말에 이야기 듣는 것에 지친 반예준이 반색했다.


반예준은 첫날, 도서관인 것을 숨기기 위해 칠리 펌프킨에게 시작 알림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었다. 칠리 펌프킨은 허공에 우아한 손짓을 했다.


[공략을 완료하셨습니다.]


공략 완료 메시지가 사막하늘에 떴고.


“수고하셨습니다. 누구보다 용맹한 소녀들이여.”


칠리 펌프킨은 두 알바생 앞에 섰다.


“와, 사서신가요?”


허유진은 깜짝 놀랐다. 도서관을 공략할 때 가끔 사서들이 나타날 때가 있다고 했다. 그럴 경우 더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누구야?”


도서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류신재가 물었다.


“도서관의 사서님. 열람실을 담당하는 관리자라고 생각하면 돼.”


허유진은 혹시 류신재가 무례하게 대할까봐 얼른 이야기 해줬다.


“맞습니다. 소녀여. 저는 이곳의 사서 칠리 펌프킨입니다. 5일간 보여준 그대들의 용기에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제가 있던 곳에서도 당신들 만큼 용감한 사람들을 드물었습니다. 용감한 두 소녀에게 걸맞은 보상을 드리겠습니다.”


칠리 펌프킨의 손에는 작은 주먹만 한 주머니 2개가 들려있었다.


“와, 이거! 무한의 주머니죠?”


주머니를 보자마자 허유진이 외쳤다.


“하하하. 그렇습니다. 무한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거창하게 그렇게 이름을 붙이더군요. 이런 보상 아무에게나 주지 않습니다.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만 주지요. 그 자격이 있는 사람을 어떻게 판단하냐? 바로 저의 안목입니다. 저로 말할것 같으면······”


보상을 보고 좋아하는 허유진의 보고 칠리 펌프킨도 함께 웃으며, 좋은 보상을 준비한 자신에 대한 공치사를 시작했다.

허유진과 류신재는 그렇게 한참 동안 관심없는 사서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있어야 했다.


“아, 사서님 말 많으시네. 야, 그런데 무한의 주머니? 정말 좋은 거야?”


이 조그만 주머니가 저렇게 생색낼 만큼 대단한 건가 의아했던 류신재가 속삭였다.


“당연하지! 이번 열람실처럼 보급이 좋은 전장이 얼마나 될 것 같아? 이 주머니 하나면 필요한 물건들 꽤 챙길 수 있을 걸.”


무한의 주머니라는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실제 담을 수 있는 용적량은 2m³의 부피에 500kg정도로 제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개인이 그 정도의 짐을 이 작은 주머니에 담아 휴대할 수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장점이었다.


“뭐, 싸움에 직접적인 도움은 안되네?”


이번 전투로 강력한 타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류신재는 실망한 듯 했다.


“팔면 20억 이상.”


칠리 펌프킨의 눈치를 살핀 허유진이 살짝 속삭여줬다.


“헉, 이 조그만 게?”


류신재의 눈이 커졌다.

태어난 지 겨우 두 달 된 용족도 돈의 중요성을 안다.

그 정도 돈이면 원하는 류신재가 원하는 것을 얻기에 충분할 것이었다.


“오랜만에 자격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이어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마음같아선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지만, 이젠 작별할 시간이 왔습니다.그대들의 모험에 저의 선물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제 떠나십시오.”

“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혹시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간 이야기가 또 길어질까봐 허유진은 바로 대답했다.


칠리 펌프킨의 우아한 손짓에 게이트가 열렸다.


“와 진짜 끝이야! 아~싸!”


두 소녀는 행복한 얼굴로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다만 끝났다는 생각에 미처 챙기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


게이트 밖은 반예준의 방 문 앞이었다.

게이트를 통과한 두 알바생의 몸은 들어가기 전과 똑같은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부러진 손가락도 심하게 파인 얼굴의 상처도 없었다.

사막의 뜨거운 햇빛에 빨갛게 탄 피부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와, 대박.”


류신재가 자신의 오른손을 접었다 폈다 하며 도서관의 신비에 놀라워했다.


“다행이다.”


허유진은 깊게 파였었던 얼굴의 만져봤다.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제대로 체험한 건 처음이다.


“갔다 왔으니 보고해야지?”


똑 똑


허유진이 반예준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허유진은 문을 열었다.

문 안은 사막이 아니었다.

반예준은 거실 쇼파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저희 살아서 왔어요.”

“나, 왔어!”


허유진과 류신재의 얼굴에 뿌듯함이 묻어나왔다.


“어때, 좀 강해진 것 같아?”


반예준은 별다른 표정변화 없이 허유진에게 물었다.


“네. 일단 무기에 좀 익숙해졌어요.”

“사격장 완성되면 무기는 앞으로도 꾸준히 연습해. 류매니저한테 물어보면 될 거야. 류신재 너는?”


이번엔 류신재를 바라봤다.


“경험치가 삼분의 일 이상 찼어요.”

“제법 올랐네.”


상태창의 경험치에 대한 설정은 이미 [작가의 눈]으로 확인했다.

자신이 구상했던 상태창 설정과 큰 차이가 없었다.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어떻게 쌓이는 지는 사람들 모두 다 알고 있다.

다만 그 경험치가 정량적으로 얼마인지 명확하지 않다.


공부를 해도, 운동을 해도, 싸움을 해도, 사냥을 해도, 도서관에서 퀘스트를 해도 경험치는 오른다.

다만 같은 일을 해도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오르는 경험치가 달랐다.

그리고 그 수치를 명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눈금이 올라가는 게 미세해서 그 변화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꽤 오랜시간 보지 않고 있다가 확인해야 그 변화가 조금 느껴질 정도였다.

다만 특별한 경험이 있을 경우에는 경험치 바가 많이 차오르기도 한다.

류신재는 도서관에서 5일 동안 4레벨 경험치의 삼분의 일을 넘겼다.


“보상은?”


반예준이 중요한 것을 이어 물었다.


“둘 다 그냥 조그만 주머니 받았어요.”


20억으로 뭘 할지 행복한 상상을 하던 허유진은 본능적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어 보상을 얼버무렸다.


“그래? 둘 다 그 '그냥 조그만 주머니' 내놔.”


하지만 반예준에겐 어림도 없었다.


“아, 왜요! 저희가 받은 거잖아요!”


이미 허유진처럼 마음속으로는 20억원을 손에 쥐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류신재가 격렬히 따졌다.


“잊었어? 내가 지원한 무기. 얼만지 알아? 그리고 남은 무기랑 보급품들 열람실 완료하고 그냥 고스란히 두고 나왔지?”

“네······.”

“아······.”


반예준의 말에 두 알바생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고, 얌전히 반예준의 손에 두개의 주머니를 올려놨다.


“보급이 없으면 전투도 없다. 수업료라고 생각해라.”


수많은 전투에서 보급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반예준의 말이었다.


“그리고 이거 두개 팔아도 부족해. 다음 전투도 마찬가지. 앞으로도 나의 지원은 공짜가 아니다. 이제 나가.”


두 알바생은 문밖으로 떠밀려 나오듯이 쫓겨났다. 반예준은 가차 없었다.


“아, 씨발!”

“아, 너무해.”


두 알바생의 얼굴에서 반예준의 방에 들어올 때의 밝은 표정은 어느새 사라졌다.

둘은 힘없는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2층으로 내려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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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연재 주기, 제목 등) - 수정 20.05.16 136 0 -
32 전설의 시작(7) +5 20.06.02 78 8 12쪽
31 전설의 시작(6) +5 20.06.01 72 6 12쪽
30 전설의 시작(5) +3 20.05.30 97 7 12쪽
29 전설의 시작(4) +2 20.05.29 68 6 15쪽
28 전설의 시작(3) +3 20.05.28 82 9 12쪽
27 전설의 시작(2) +7 20.05.26 89 10 12쪽
26 전설의 시작(1) +6 20.05.25 93 10 12쪽
25 오해와 의문(9) +3 20.05.24 108 5 12쪽
24 오해와 의문(8) +2 20.05.24 94 4 13쪽
23 오해와 의문(7) 20.05.23 74 5 11쪽
22 오해와 의문(6) +2 20.05.23 84 7 14쪽
21 오해와 의문(5) 20.05.22 93 4 15쪽
20 오해와 의문(4) +1 20.05.21 126 5 14쪽
19 오해와 의문(3) +1 20.05.21 107 4 14쪽
18 오해와 의문(2) +1 20.05.20 124 6 12쪽
17 오해와 의문(1) 20.05.20 86 6 14쪽
» 열등감 그리고 근성(9) +1 20.05.19 105 12 12쪽
15 열등감 그리고 근성(8) +2 20.05.19 104 9 12쪽
14 열등감 그리고 근성(7) +1 20.05.18 211 4 11쪽
13 열등감 그리고 근성(6) 20.05.18 87 5 12쪽
12 열등감 그리고 근성(5) 20.05.17 111 2 13쪽
11 열등감 그리고 근성(4) 20.05.17 110 6 13쪽
10 열등감 그리고 근성(3) 20.05.16 104 3 15쪽
9 열등감 그리고 근성(2) 20.05.15 98 5 13쪽
8 열등감 그리고 근성(1) 20.05.14 107 5 8쪽
7 설계 혹은 인연(4) 20.05.14 128 8 14쪽
6 설계 혹은 인연(3) 20.05.13 156 9 11쪽
5 설계 혹은 인연(2) 20.05.12 181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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