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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평범한 서점이라고 하기엔 서점직원들이 평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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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작품등록일 :
2020.05.11 15:16
최근연재일 :
2020.06.02 21:25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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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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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7,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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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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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오해와 의문(2)

DUMMY

“신고 받고 왔습니다. 와, 여기에 진짜 서점이 있네요? 저희 관할구역이지만 여기가 처음이라.”


두 경찰 중 나이가 더 많아 보이는 경찰이 입을 열었다.


“네, 여기 개업한지 얼마 안됐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이 앞에 있는 여자가 커피 값을 떼먹고 도망가려고 해서 제가 신고했습니다.”


반예준은 살갑게 경찰들을 맞이했다.

경찰들이 들어오자 한지인은 커다란 선글라스를 끼고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민망한지 고개를 숙였다.

이런 일로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는 건 사양이었다.

그렇게 신분을 숨기려다 보니 본인은 의식하지 못했지만 전형적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형색이 되버렸다.


“흠. 사장님, 상황 설명 좀 해주세요.”


눈앞의 수상한 여자를 잠시 훑어본 경찰이 물었다.


“예, 저 이상한 여자가 제가 마시는 커피향이 좋다면서 주문하더라고요. 그것도 두잔이나. 그러고 나가면서 계산하라고 하니 돈을 못 내겠다는 겁니다. 비싸다고.”


군인 생활을 오래한 반예준은 공권력을 존중하는 편이었다.

과부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군인이나 경찰이나 고위급 간부가 아니면 위에서 치이고 아래에서 치이는 신세임을 잘 알고 있었다.

반예준은 연민의 마음을 담아 원래의 성질을 죽이고 얌전히 설명했다.


"커피값이 비싸다고 돈을 주지 않았다. 어때요? 여기 사장님 말이 맞나요?"

“경관님. 제가 커피를 마신것 맞습니다. 그런데 가격 한번 물어보세요. 말도 안 돼는 가격이에요.”


불리하게 돌아가는 분위기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한지인이 바로 따져 물었다.


“얼만데요?”

“커피 두잔 이백만 원 입니다.”


경찰의 질문에 반예준이 순순히 대답했다.


“네? 커피 값이 이백만 원요? 허, 너무 비싼데요. 이 여자 분이 화낼 만도······.”

“아니오, 경관님 이 메뉴판 좀 보세요. 여기 100만원 쓰여 있죠? 원산지표시보세요. 제 3위상입니다.”


반예준은 경찰이 오해가 깊어지기 전에 말을 끊었다.


“네? 3위상요? 거기서도 커피가 나오나요?”


경찰은 반예준의 말에 깜짝 놀랐다.


“네 3위상. 게다가 고위 귀족 집에서나 소량 발견되는 ‘달의 향기’ 라는 커핍니다. 짝퉁으로 3위상의 야생커피를 파는 집도 있지만, 저희 가게에서 파는 건 보존마법으로 포장되어있는 오리지널입니다. 이거보세요."


반예준은 경찰들에게 미지의 언어로 쓰여진 작은 상자를 보여줬다.


"아, 이게 그건가요?"

"생긴게 신기하네?"

"네, 이거 구하는 거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100만원이라는 돈, 물론 작은 돈은 아닌 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커피의 가격으로는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닙니다.”


경찰에게 설명하는 반예준의 이야기를 들은 한지인은 뜨끔했다.

자신도 지금까지 마셔본 적은 없었지만 실제 저 정도 가치가 있는 커피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도서관의 사서 중에서도 저 커피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니.

하지만 동네 서점에 딸린 카페에 저런 커피를 메뉴로 팔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뭐, 제가 커피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그러는데, 저기 아가씨. 사장님이 이렇다는 데 어때요?”


경찰이 한지인에게 물었다.


“진, 진짜 그 커피가 맞으면 그 가격은 이해가 돼네요······.”


한지인의 목소리가 많이 줄었다.


"정말요? 그러면 일단 계산하세요. 그게 싫으시면 사기죄로 신고하셔서, 저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 하셔도 되고요. 그러면 저희가 정식으로 조사할게요."


경찰은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네. 아, 알겠습니다. 제가 계산할게요. 그만 가셔도 될 것 같아요.”


한지인은 패배를 인정했고 그녀의 목소리는 더 작아졌다.


“아, 네 그럼 사장님 잘 해결 된 것 같으니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해결했네요. 나중에 커피한잔 하러 오세요. 제가 시원한 냉커피 서비스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저희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대한 법률 대상자라서요. 마음만 받겠습니다."

"어이쿠, 제가 실수했네요. 알겠습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이곳에도 김영란 법과 같은 법이 있었다.

두 경찰은 반예준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서점을 떠났다.

만약 서점직원들이 봤다면 깜짝 놀랄 정도의 저자세였다.

배웅이 끝난 반예준은 승자의 표정으로 한지인을 돌아봤다.


“사장님 무슨 일이래요? 갑자기 경찰이?”


경찰이 가니 류선경이 돌아왔다.


“아, 몰라 이상한 게 처음엔 막 화내더니. 그 다음엔 나보고 사기꾼이라네. 그리고 계산을 못하겠다는 거야, 그래서 신고했지.”


“네? 이상한 게?”


류선경은 어울리지 않은 호칭으로 불리고 있는 자기가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여자를 돌아봤다.

한지인은 류선경의 시선을 슬그머니 피했다.


“한지인씨 정말로 우리 사장님한테 정말 화냈어요? 막 사기꾼이라고 하고?”

“······네.”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한지인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와, 역시 저는 우리 사장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전장의 성녀, 엔젤 이라고 불리는 사람을 화내게 하다니. 역시 대단하다. 상태창에 ‘사람을 빡치게 하는 재주가 있음’ 이라고 쓰여 있어야 했는데······.”


류선경은 순수한 의미에서 진정으로 반예준에게 감탄했다.

이 서점 사장님은 사람을 화나게 하는 데는 진짜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것 같았다.


“뭐야? 매니저 누구 편드는 거야?”


반예준은 류선경의 말에서 적에 대한 동정심을 느꼈다.


“아이, 물론 전 사장님 편이죠~ 이제 제가 해결할 테니 들어가셔서 책 보세요.”


반예준은 한지인을 한번 노려보고 카페로 돌아갔다.

한지인은 반예준의 시선을 피했다.


“저기 제가 사과할게요. 죄송해요. 한지인씨를 속인 것은 아니지만, 제가 가격을 말씀 못 드려서 오해가 생겼나 보네요.”


사실 매상을 위해 숨길 의도가 있었지만, 류선경은 굳이 이곳에서 진실을 밝힐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괜찮아요. 제가 좀 성급했어요. 그런데 진짜 ‘달의 향기’ 맞나요?”


한지인은 지금까지도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일생 최대의 민망한 날이었다.

하지만 궁금한 것을 물어봐야 했다.

상자의 모습을 봤을 때 진품 같았지만, 속이려고 한다면 상자쯤은 그럴 듯 하게 만들 수 있는 법이다.


“예, 맞아요. 진품이에요.”

“아. 그렇군요.”


류선경의 말을 무조건 믿었기보다, 자신이 그 커피를 마셨을 때의 느낌을 함께 떠올렸다.


“비싸긴 하지만 좋은 커피긴 했죠?”

“네. 솔직히 말하면 반했어요. 제가 돈을 못버는 편은 아니지만, 앞으로 마시진 못하겠네요.”


평소에도 좋은 일 많이 하기로 유명한 한지인이다.

커피 한잔을 100만원에 마실 사치를 부리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무리한 일이기도 하고 본인 성격상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다른 커피도 좋은 게 많아요. 민망해 하지 말고 다음에도 오셔서 편하게 있다 가세요. 저희 사장님 걱정하진 마시고요. 가실 때 사과하면 금세 풀릴 거니까요. 독특해서 그렇지 뒤끝 있는 스타일은 아니니까요.”

“아 제가, 너무 민망하네요. 그래도 제가 잘못을 했으니 일단 사과는 제대로 해야겠어요.”


한지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 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 정도 사회적 인지도면 거만할 법도 한데, 전혀 그런 모습은 없었다.

한지인은 카페에 앉아있는 반예준에게 다가갔다.

류선경이 멀리서 지켜보니 한지인이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고, 반예준은 이제 됐다고 손짓을 했다.

한지인이 다시 계산대로 걸어왔다.


“저는 이제 갈게요. 이곳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에이, 또 오시면 되죠! ~ 우리 사장님이 너무 한 것도 있고, 제가 서비스도 많이 드릴게요.”


류선경은 하나뿐인 손님을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글쎄요. 아쉽긴 하지만 제 인생의 흑역사라 다시 못 올 것 같아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한지인은 아쉬워하며 서점을 떠났다.

다시 볼 일 없는 사람들이겠거니 하며.

그러나 한지인의 생각과는 다르게 머지않아 서점식구들의 완전체를 만나게 되었다.

그것도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한 장소에서.



###



<각 분대장 보고>


미국의 제 2위상 거점 본부인 링컨기지에서 특수 수색 임무를 수행 중인 델타포스 정예 팀 ‘이글’에 보고 명령을 내렸다.


<알파, 현재까지 이상 없음.>

<브라보, 이상 없음.>

<찰리, 이상 없음.>


제 2위상 건곤에서 가장 영향력을 많이 넓힌 곳은 미국이다.

에너지결정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그 잠재력이 확인되자 1960년 대 부터 2위상에 가장 많은 위상문을 확보하고 거점을 확보한 나라가 미국이었다.


과학적으로 정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2위상과 3위상 모두 지구와 생태환경은 거의 같았다.

악의체만 없다면 인간이 살아가는 것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밤하늘의 별의 위치까지도 똑같아서 지구, 건곤, 루나 모두 같은 행성이 아닐까 하는 과학자들의 연구도 있었다.

실제 현재까지의 조사로는 지형의 차이가 미세하게 있지만 행성의 크기와 모양, 우주에서의 위치 까지 동일하다고 밝혀졌다.


지구의 지형과 비교한다면 북부 로키산맥의 위치라고 할 수 있는 건곤의 지역에 거대한 공동(空洞)이 발견됐다.

그 공동의 조사를 위해 미국은 델타포스의 정예 각성자 팀인 이글을 파견했다.


<카메라가 어둡다. 조명 더 밝게.>

<OK.>


본부의 지시에 각 분대장들은 조명을 더 밝게 했다.

현재 작전은 실시간으로 본부에서 확인 중이었다.

물론 밝은 빛 때문에 악의체에 더 노출 될 수 도 있지만, 현재까지 이 공동에는 악의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곳의 수색 작전은 이곳을 서부공략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해서 였다. 이곳을 활용할 수 있다면 서부 공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링컨, 여기는 알파. 모든 분대 거점1에 도착했다.>


이미 거점1까지는 드론으로도 안전을 확인했었다.

다만 이 이상은 전파가 불안전해 드론 조작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미군은 완전한 수색을 위해 특수부대를 파견한 것이다.


<링컨, 여기서 부터는 녹화로 전환하겠다. 실시간 영상 전송이 불가능하다.>

<알겠다. 일단 연결이 되던, 안 되던 통신채널은 최대한 열어두길 바란다.>

<확인완료. 알파, 브라보, 찰리 모두 이제부터 탐색 시작하겠다.>

<수고.>


본부의 오퍼레이터는 굳이 조금 후에 보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 직종에 일하는 사람들의 일종의 미신 같은 거였다.


<찌직>


<찌직>


꽤 오랜 시간동안 통신기에는 짧은 잡음만 들렸다.

본부에서 작전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모두 긴장하며 이글의 연락을 기다렸다.


<찌직-찌직>


<찌직-찌직>


잡음의 빈도가 높아 졌다.


<찌직-찌직-본부-찌직>


본부를 찾는 목소리가 잡음 속에 섞여 들렸다.


<본부-찌직-지옥-찌직>


<찌직-지옥-찌직-군주>


그 이후 잡음 속에서 목소리가 섞여 들리는 일은 없었다.

본부 오퍼레이션의 미신도 그들을 복귀 시키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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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전설의 시작(7) +5 20.06.02 78 8 12쪽
31 전설의 시작(6) +5 20.06.01 72 6 12쪽
30 전설의 시작(5) +3 20.05.30 97 7 12쪽
29 전설의 시작(4) +2 20.05.29 69 6 15쪽
28 전설의 시작(3) +3 20.05.28 82 9 12쪽
27 전설의 시작(2) +7 20.05.26 89 10 12쪽
26 전설의 시작(1) +6 20.05.25 93 10 12쪽
25 오해와 의문(9) +3 20.05.24 108 5 12쪽
24 오해와 의문(8) +2 20.05.24 94 4 13쪽
23 오해와 의문(7) 20.05.23 74 5 11쪽
22 오해와 의문(6) +2 20.05.23 84 7 14쪽
21 오해와 의문(5) 20.05.22 93 4 15쪽
20 오해와 의문(4) +1 20.05.21 126 5 14쪽
19 오해와 의문(3) +1 20.05.21 108 4 14쪽
» 오해와 의문(2) +1 20.05.20 125 6 12쪽
17 오해와 의문(1) 20.05.20 86 6 14쪽
16 열등감 그리고 근성(9) +1 20.05.19 105 12 12쪽
15 열등감 그리고 근성(8) +2 20.05.19 104 9 12쪽
14 열등감 그리고 근성(7) +1 20.05.18 211 4 11쪽
13 열등감 그리고 근성(6) 20.05.18 87 5 12쪽
12 열등감 그리고 근성(5) 20.05.17 111 2 13쪽
11 열등감 그리고 근성(4) 20.05.17 110 6 13쪽
10 열등감 그리고 근성(3) 20.05.16 104 3 15쪽
9 열등감 그리고 근성(2) 20.05.15 99 5 13쪽
8 열등감 그리고 근성(1) 20.05.14 107 5 8쪽
7 설계 혹은 인연(4) 20.05.14 128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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