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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평범한 서점이라고 하기엔 서점직원들이 평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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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해달달
작품등록일 :
2020.05.11 15:16
최근연재일 :
2020.06.02 21:25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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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5
추천수 :
285
글자수 :
177,761

작성
20.05.2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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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설의 시작(2)

DUMMY

"사장님, 저희 이제 갈게요."

"사장님 굿 모닝~ 아니 굿 바이~!“


2위상에서의 전투 후 두 여학생은 밤만 되면 반예준의 방문을 두드렸다.

두 여학생은 23시에 도서관에 입장하고 오전 6시면 도서관에서 나온다.

현실시간으로는 7시간이지만, 도서관의 시간으로는 140시간.

거의 6일간의 시간을 훈련했다.

그런 생활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둘은 학교든, 서점이든, 도서관이든 항상 붙어있을 수 밖에 없었다.

오늘도 열심히 도서관을 공략한 두 여학생은 대충 인사하고 서둘러 반예준을 피해 3층을 벗어나려고 했다.


“어딜 그냥 가려고? 가기 전에 오늘 번 거 다 제출하고 가고.”

“다 냈는데요······.”

“정말?”

“네······.”


두 여학생은 자존심강한 본인들의 성격상 거짓말에 약했다.


“확인한다?”

“아니요······.”

"아, 하루는 모른 척 넘어가고 그래주는 센스가 없네."


탈 - 탈 - 탈

둘은 이번에도 대박이라고 할 건 없지만, 몰래 꼽쳐 놓은 것까지 고스란히 반예준 앞에 내려놓아야 했다.


“아, 너무해······.”

“진짜, 벼룩의 간을 빼먹지.”

"너무하긴, 너희가 얼마짜리 입장권을 얼마나 저렴하게 이용하는 건지 알고나 투덜거리는 거야? 그리고 너희가 가지고 다니는 그 주머니 대여료에 그 안에 들어있는 것까지 다 계산하면 내가 남는 게 어디 있어. 너희의 미래를 위해 내가 투자해주는 거잖아 안 그래?"


물론 반예준의 투자는 공짜는 아니었다.

아이돌을 키워서 뽕을 뽑으려는 3류 기획사 처럼.

반예준의 지시에 일 잘하기로 소문한 류선경이 아주 꼼꼼하게 두 여학생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투자금 명목의 빚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아, 누가 뭐래요? 알았다고요!”


반예준의 말이 사실이었기에 두 여학생은 거기에 대해 할 말이 없었다.

결국 두 여학생은 이번에도 빈손으로 반예준의 방을 나섰다.


"아, 진짜 짠돌이! 꼰대. 핵극혐!"


류신재는 분했는지 허공에 주먹을 몇 번 내질렀다.

용족다운 빠른 회복력으로 부러진 팔의 깁스는 치워버린 지 오래였다.

물론 아직 무리할 정도는 아니었다.


"사장님 말이 맞는 말이니 할 말이 없어······. 야, 잠깐! 너 어디가?"


허유진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는 류신재를 붙잡아 세웠다.


"어디가긴? 이제 쉬어야지."

"오늘, 나랑 같이 가기로 했잖아. 모르는 척 할래?"


저 똑똑한 류신재가 약속을 잊었을 리가 없다.

허유진도 류신재를 지켜본 시간이 이젠 적지 않았다.

가기 싫어서 모른 체 넘어가려는 류신재를 그냥 보내줄 생각은 없었다.


"야, 가기 귀찮은데 거기 꼭 가야해?"

"선불로 계약한 곳이란 말이야. 그냥 날리긴 아까워. 돈이 얼만데!"


확실히 같은 처지로 함께 고생 덕분인지 친하다고 하긴 어렵지만 둘 사이가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아, 가기 싫다."

"시끄럽고 그냥 따라와! 운 좋으면 돈도 꽤 벌 수 있단 말이야. 사장님한테 안 뜯기고."


계산이 철저한 반예준 덕분에 둘의 주머니 사정은 썩 좋지 않았다.

둘은 도서관과 서점에서 얻는 수익의 대부분을 반예준에게 상납(?)해야만 하는 처지였다.


"그래? 진짜야?"


허유진이 돈 이야기를 꺼내니 그때서야 류신재의 몸이 들썩였다.


"그래. 여기 대표님이 노하우가 좋아서 벌이가 꽤 괜찮아."

“아, 그래? 그러면 가야지.”


둘은 아침식사 대신 주방에 있는 식빵을 베어 물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비어있는 무한의 주머니를 채울 필요가 있었다.


아마 악독한 사장의 하수인인······.

그 찔러도 피한방울 나지 않을 마녀 매니저가 빠진 물건을 체크하고 악독한 사장에게 보고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악독한 사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운운하며, 두 여학생들을 빚쟁이 취급하면서 갈구겠지만······.

전투에 앞서 보급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배웠다.

주머니를 가득 채운 둘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지하철을 타러 갔다.


토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노량진역은 한산했다.

육교 밑에는 김범준의 승합차가 두 여학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 늦었죠?"

"그래 독종, 오랜만이네. 옆엔 친구?"


차에 시동을 건 김범준은 룸미러로 눈인사를 전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개인 정보는 이미 다 확인했지만, 독종이 누군가와 함께 온 것이 신기해 인사 겸 질문했다.


"아, 뭐. 같은 학교 다녀요."


류신재는 운전석에 있는 김범준과 주변의 사람들을 잠시 살펴본 후 별로 흥미가 없는지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자, 이제 오늘 올 사람들 다 왔네요. 오늘 공략 인원은 저 포함 모두 7명입니다. 서로들 인사 나누세요."


애당초 6레벨 이상의 고위 각성자만 위상체험 프로그램 파티의 인솔자 자격이 있다.

그리고 인솔자의 레벨은 최소 동시 입장인원의 수만큼 되어야 한다는 규정상, 덥수룩한 김범준이 비록 볼품없는 아저씨행색이지만 최소 7레벨이상의 고위 각성자라는 말이다.

절대 어디 가서 무시당할 수준이 아니다.

이미 모든 관심을 끊은 류신재를 제외하고 남은 다섯 명은 간단히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부부에요. 둘 다 비각성자고 내년에 아들이 고등학교에 가는데 각성자를 희망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직접 경험해 보려고 왔습니다."


일행 중 나이가 제일 많이 먹어 보이는 두 남녀는 비각성자 부부였다.

각성과정에 대한 두려움 혹은 자연주의적 철학에 따라 각성을 시도하지 않는 비각성자들이 있었는데, 이 부부도 억지로 각성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각성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들은 각성을 희망하기 때문에 각성자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경험하고 싶어서 지원했다고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박국산이라고 하고요. 이제 막 시작한 헌터입니다. 시간 날 때마다 여기저기 다닙니다."


박국산이라는 남자는 초보 헌터였다.

물론 헌터라고 해서 거창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대박을 위해 위상을 다니는 사람들을 일반적으로 그냥 헌터라고 불렀다.


"관심 없어요."


모자를 꾹 눌러쓰고 검정 마스크를 쓴 여자였다.

류신재랑 같은 과인지 퉁명하게 말한 후 휴대전화를 만지기 시작했다.


"허유진입니다. 옆에는 류신재고요. 저희는 고등학생이고 오늘 안전하게 함께 했으면 합니다."

"오호! 고등학생! 좋을 때네. 학교는 어디야?"

"굳이, 여기서 그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박국산이라는 남자는 허유진에게 살갑게 말을 건넸다가 계면쩍게 머리만 긁어야 했다.

류신재 만큼은 아니지만 허유진도 상냥하게 소통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결국 박국산과 이야기 할 사람은 중년의 부부와 김범준 밖에 없었다.

일곱을 태운 승합차는 박국산의 입에서 나오는 끊이지 않는 목소리와 함께 목적지로 향했다.


“자, 여깁니다.”


일행은 정오가 다 돼서야 게이트에 도착했다.

아무래도 비각성자로서 게이트까지의 험한 산길이 힘들었는지 부부는 많이 지친기색을 보였다.

허유진은 그 동안의 훈련이 꽤 도움이 되었는지 크게 힘들어 하지는 않았다.


”자, 우선 신호기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됩니다. 그리고 기본 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은······"


신호기와 무전기를 지급한 다음 김범준의 안전교육과 규정에 대한 설명이 계속됐다.

참가자들은 몇 번씩 교육받은 내용이고, 김범준도 목 아프게 이야기 하고 싶진 않았지만 규정은 규정이었다.

그 지루한 설명이 끝나고 나서야 일행은 게이트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게이트가 처음인 부부가 머뭇거리긴 했지만, 별 무리 없이 전원 입장했다.


"자, 다들 저를 따라오세요. 덥죠? 신호기 분석으로 파악한 결과 미리 공지했던 데로 여기는 지구의 인도 북부지역입니다. 이미 이 근처파악은 다 됐고, 특이점 교란기 까지 설치된 터라 악의체가 접근할일은 없습니다."


게이트 근처엔 큰 배낭모양의 교란기가 설치되어있었다.

과학의 위력이다.

연구결과, 특이점의 등급이 높을 수록 상급 악의체와 많은 개체의 악의체가 모인다.

교란기는 특이점의 영향을 받아 모여드는 악의체를 막기 위한 장치다.

특이점의 영향력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우연히 지나가는 악의체가 있을 수는 있지만, 특이점의 영향력으로 모이는 악의체들은 이 교란기로 대부분 차단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사람들은 안전하게 게이트를 공략할 수 있었다.


2위상에 진입해서도 김범준의 입은 쉬지 않았다.

특히 일행에 생전 처음으로 위상에 진입한 부부가 있어서 설명할 내용이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그래서 김범준은 이 초보자 프로그램을 싫어한다.


“쉿! 저기 전방 30m 앞에 있는 작은 악의체 보이죠?”


악의체를 발견한 김범준이 사람들을 조용히 시켰지만, 악의체는 사람들의 인기척을 금방 파악했다.

일행을 본 악의체는 목을 길게 뽑아 상모 돌리듯 머리를 회전시켰다.


“이런, 친구들을 부르네요. 쟤는 ‘호각(號角)’이라고 불리는 하급‧소형 악의체입니다. 목이 길어서 ‘작은 기린’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귀에는 안 들리지만 저렇게 머리를 회전시켜 동료들을 부르는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잠시 후 보면 알겠지만 머리에 구멍이 있거든요. 그리고 회전하는 머리의 원심력을 통해 소리를 내죠. 꽤 멀리까지 고주파를 전달합니다. 그럼 잠시~.”


푸득 푸드득


말을 마친 김범준은 별 어려움 없이 긴 목의 소형 악의체를 잡아왔다.

목을 잡힌 호각은 저항했지만 김번준의 꿀밤 한방에 축 늘어졌다.

가까이서 보니 김범준의 말대로 머리엔 움푹 파인 구멍이 있었다.


“자, 저기 남편 분 와보셔서 이거 죽여보세요.”

“네? 제가요?”

“네, 다른 분들은 다 경험자인데 두 분만 초행이라 서요.”


김범준은 허벅지 쪽에 꽂혀있는 칼을 뽑아 남편에게 줬다.

칼을 받은 남편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악의체는 동물이 아니다.

오로지 인간을 멸하기 위해 존재하는 악.

하지만 살아있는 악의체를 죽인다는 것은 평화롭게 사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일이 아니었다.


“악의체는 인간의 적입니다. 지금까지 악의체에 죽은 사람이 몇 명 인줄 아세요? 악의체는 야수도 아니에요. 없다고 해서 생태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죽이기 힘드시겠어요?”

“네, 이게 쉽지는 않네요.”


몇 번 칼을 찌르려던 남편은 결국 찌르지 못했고 뒤이어 칼을 넘겨받은 부인도 실패했다.


“네, 보다시피 이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하지만 인간은 상황이 만드는 법이죠. 만약 본인의 가족이 이런 놈에게 위협을 당한다면 어떻겠어요?”

“그렇다면 어떻게든 그놈을 없앴겠죠.”


남편의 단호한 목소리였다.


“진짜요? 자, 그러면 그 말이 진짜인지. 어디 한번 봅시다.”


의뭉스럽게 웃은 김범준이 이야기를 마칠 때쯤 인근의 다른 호각 들이 일행들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네? 저 저······!”


놀란 남편은 얼른 자신의 부인에게 다가갔고, 악의체를 본 일행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작가의말

이번 주 부터는 공지된 연재 주기대로 연재합니다~!

초반 부스터는 쓸만큼 썼구~! 

더이상의 부스터는 의미가 없을 것 같구요 ㅎㅎ

페이스 유지하면서 가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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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연재 주기, 제목 등) - 수정 20.05.16 136 0 -
32 전설의 시작(7) +5 20.06.02 78 8 12쪽
31 전설의 시작(6) +5 20.06.01 73 6 12쪽
30 전설의 시작(5) +3 20.05.30 97 7 12쪽
29 전설의 시작(4) +2 20.05.29 69 6 15쪽
28 전설의 시작(3) +3 20.05.28 83 9 12쪽
» 전설의 시작(2) +7 20.05.26 90 10 12쪽
26 전설의 시작(1) +6 20.05.25 93 10 12쪽
25 오해와 의문(9) +3 20.05.24 109 5 12쪽
24 오해와 의문(8) +2 20.05.24 95 4 13쪽
23 오해와 의문(7) 20.05.23 75 5 11쪽
22 오해와 의문(6) +2 20.05.23 85 7 14쪽
21 오해와 의문(5) 20.05.22 93 4 15쪽
20 오해와 의문(4) +1 20.05.21 126 5 14쪽
19 오해와 의문(3) +1 20.05.21 108 4 14쪽
18 오해와 의문(2) +1 20.05.20 125 6 12쪽
17 오해와 의문(1) 20.05.20 86 6 14쪽
16 열등감 그리고 근성(9) +1 20.05.19 105 12 12쪽
15 열등감 그리고 근성(8) +2 20.05.19 105 9 12쪽
14 열등감 그리고 근성(7) +1 20.05.18 211 4 11쪽
13 열등감 그리고 근성(6) 20.05.18 87 5 12쪽
12 열등감 그리고 근성(5) 20.05.17 112 2 13쪽
11 열등감 그리고 근성(4) 20.05.17 110 6 13쪽
10 열등감 그리고 근성(3) 20.05.16 105 3 15쪽
9 열등감 그리고 근성(2) 20.05.15 99 5 13쪽
8 열등감 그리고 근성(1) 20.05.14 107 5 8쪽
7 설계 혹은 인연(4) 20.05.14 128 8 14쪽
6 설계 혹은 인연(3) 20.05.13 156 9 11쪽
5 설계 혹은 인연(2) 20.05.12 181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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