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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로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로리칼국수
작품등록일 :
2017.08.21 01:30
최근연재일 :
2021.02.13 09:16
연재수 :
1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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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43
추천수 :
182
글자수 :
530,484

작성
18.07.14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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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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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80화

DUMMY

“그렇다면 그런 짓을 할 녀석은 분명 인간은 아니겠군.”


“어쩌면 정말로 그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말하는 상민의 태도는 아까 전까지와는 완전히 달랐다. 봄이에게 보이는 그의 얼굴은 어딘가 사뭇 심각해 보였다. 상훈은 정자세로 앉아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가 싶더니 팔을 뻗어 상민의 어깨를 세게 툭 건드리며 말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런 게 어디 있냐면서 난리치던 녀석이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상훈이 자신있게 말하며 사이드 브레이크를 젖혔다. 가만히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던 상민도 벨트를 맬 준비를 했다. 차량 계기판을 이리저리 건드리던 상훈이 고개를 젖혀 뒷자석에 앉아있던 봄이에게 말했다.


“그리고 너, 왠만하면 안전벨트 매라. 아까는 운이 좋아서 그 정도였을지 몰라도 다음에는 정말 심하게 다칠 수도 있어.”


“언제부터 날 그렇게 신경쓰셨다고.”


봄이는 투덜대더니 좌석 상단에 달린 안전벨트를 신경질적으로 잡아당겨 몸에 고정시켰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상민이 봄이를 힐끗 돌아보고는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상훈에게 대고 말했다.


“도대체 어쩌다가 저런 꼬마를 데리고 다니게 된 거야?”


봄이는 자신을 은근히 깔보는 상민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참다 못한 봄이가 조수석 등받이를 거칠게 손바닥으로 내려치며 아니꼽다는 듯이 말했다.


“예전부터 궁금했었는데 당신 도대체 몇 살이죠?”


그에게 쏘아붙인 봄이는 뒤에 ‘나랑 나이차도 얼마 안 나 보이는 게’ 라고 덧붙이려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정말로 그렇게 말했다가는 화가 난 상민이 벌떡 일어나 자신의 멱살을 붙잡아 들어올릴 것만 같았다. 또 봄이는 무엇보다 상민의 성격을 아직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무작정 사람에게 공격적으로 대하는 것이 그렇게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갑작스런 봄이의 돌변에 놀란 두 남자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벙쪄 있었다.


“그러는 너는 몇 살이지?”


“묻는 말에 대답해요.”


봄이는 자기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지려는 것을 간신히 억눌렀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이나 서로 마주본 채로 눈싸움을 했다. 얼떨결에 두 사람 사이에 끼게 된 상훈은 둘을 말릴 생각조차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다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나이 같은 걸 신경쓰지 않고 살아온 지 얼마나 지났지?”


상훈이 그렇게 말하자 두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상민은 그에게 무엇인가 묻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를 바라보던 봄이가 다시 상민에게로 고개를 홱 돌리자 마지못해 그가 대답했다.


“열 여덟.....아니, 열 아홉이었나?”


봄이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콧방귀가 나오려는 것을 참기 어려웠다. 기껏해야 한두 살 더 먹은 정도로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던 그의 행동이 너무나도 당치도 않게 느껴졌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원하는 정보를 모두 얻은 봄이는 그대로 뒷자석으로 슬며시 물러났다. 상민이 잠깐 동안 그녀를 추궁하려 들었지만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굳게 입을 닫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뒷자석으로 고개를 돌린 채 뭐라고 중얼거리던 상민이 씩씩대는 것을 본 상훈이 말했다.


“그건 또 어디서 났어?”


상훈이 그가 든 초콜릿을 가리키자 상민이 말했다.


“이거 말이야? 녀석들이 가지고 있던 가방에서 찾았어. 이거 말고도 먹을 건 조금 더 있어. 기다려 봐.....”


상민이 그렇게 말하며 봄이의 눈치를 힐끗 살폈다. 그와 눈이 마주친 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로 상민의 눈동자를 보란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상민은 봄이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고 고개를 숙여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상민이 가방에서 나온 물건들을 하나하나 시트 위에 올려놓았다. 내용물이 반쯤 새어나온 물통과 먹다 남은 육포 조각, 물통에서 새어나온 내용물에 완전히 젖어버린 티슈 한 장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약 상자 한 통이 그것들이었다. 물건들을 꺼내놓은 상민은 얼어서 딱딱하게 굳은 초콜릿 조각을 입 속에 던져넣고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젠장, 안이 다 젖어 있잖아.”


봄이는 가방이 온통 차갑게 식어버린 피에 젖어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그런 봄이는 문득 핏자국이 묻은 초콜릿 조각은 과연 맛있을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그다지 먹음직스럽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상민이 불평을 늘어놓으며 가방에 있는 마지막 물건을 꺼내는 그 순간까지 봄이는 고개를 숙인 채로 손톱만 바라보고 있었다.


상훈이 드디어 차량을 움직일 기미를 보였다. 그는 천천히 엑셀을 밟으며 조심스럽게 가엾은 주검들을 비켜가려 했다. 주검 뒤편에 있던 허물어진 시멘트 벽은 차로 들이받으면 뚫고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벽을 들이받고 나아가려면 주검들 위로 지나가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눈 앞에 좀 더 빠른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훈은 차를 돌렸다.


“완전히 미로가 따로 없군.”


상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투로 말했다. 지금껏 잊고 있었으나 상훈의 눈가에 드리우고 있던 피로가 한층 더 깊어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한 마디 불평도 하지 않고 묵묵히 손에서 운전대를 놓지 않았다.


그런 상훈을 우연히 본 봄이조차 그가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가방 뒤지기에 열중하고 있던 상민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상훈은 같은 장소를 계속해서 돌면서 빠져나갈 길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 광경을 보다 못한 봄이가 상훈에게 걱정스레 한 마디 던졌다.


“아저씨, 돌아가면 조금 쉬는 게 좋겠어요.”


지금껏 운전대에서 눈을 뗀 적이 없던 상훈이 그녀를 힐끔 돌아보더니 다시 시선을 앞으로 고정시켰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는 피로가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상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상민이 끼어들었다.


“잠깐, 지금 돌아간다고 했어? 무슨 뜻이야?”


두 사람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상민이 그럴 리 없다는 어투로 물었다.


“설마 이 애를 우리 집으로 데려가려는 건 아니겠지?”


봄이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상훈은 잠시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두 사람의 반응을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상민은 대강 짐작했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상훈이 다시 엑셀을 밟기 시작하자 상민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말도 안 돼. 난 동의할 수 없어. 이 애가 대체 누군 줄 알고 우리 집에 데려가? 우리 규칙을 잊었어? 우리 집에는 우리 세 사람 이외에는 절대 출입 금지라는 거 몰라?”


봄이는 또 다시 그와 논쟁하기 싫었다. 그래서인지 봄이는 상훈이 어서 빨리 그의 주장에 반박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만약 상훈이 봄이를 감싸주지 않는다면 그녀에게는 이제 더 이상 아무런 희망도 없었다. 봄이는 또다시 혼자 떨어지는 게 싫었지만 자신이 지금 하려는 행동이 너무나도 염치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상민의 말을 맞받아치지는 못했다.


상훈이 대답하지 않자 상민이 다시 덧붙였다.


“그래, 좋아. 일단 저 애를 데려간다고 치자. 만약 그러면 어머니가 가만히 있을까? 어디서 굴러먹다가 들어왔는지도 모를 생판 모르는 여자애를 데리고 돌아가면 어머니가 과연 좋아할까? 분명히 형이 저 애를 데려가든 안 데려가든 저 녀석은 우리 집에 들어올 수 없을걸. 우리는 인원이 부족한 게 아니야. 물자가 부족한 거지. 식량도 거의 다 떨어졌다고 내가 말했잖아. 그렇다고 저 녀석을 들여서 사정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아. 우리가 지금 해야 하는 건 생존자 구출 같은 게 아니야.”


상민의 말에 봄이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아까 전과 같은 반발심리는 무슨 이유에선지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봄이의 자신감은 자꾸만 그녀의 등 뒤로 숨어버렸다. 얼마 남아있지 않은 한 줌의 양심마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런 봄이가 어쩔 줄 몰라하자 상훈이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너는 죽어도 이 녀석과 함께 갈 수는 없다는 말이지?”


“저 녀석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지만, 아무튼 동의할 수 없어.”


상민이 대답하자 상훈이 운전대를 다른 손으로 고쳐 잡고는 말했다.


“그렇게 저 녀석이 마음에 안 들면 네 손으로 직접 쫓아내 버려.”


상훈의 말에 상민이 벌컥 신경질을 냈다.


“형, 내가 지금 장난치는 걸로 보여?”


그 말을 들은 상훈이 운전을 멈추고 상민에게 얼굴을 들이민 채 말했다.


“농담하는 것 같아? 저 녀석이 마음에 안 든다면서?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테니 어디 저 불쌍한 녀석을 쫓아내든 두고 내리든 네 마음대로 해 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주지. 시간은 많으니까. 어떡할래?”


상민은 이도저도 못하는 난처한 얼굴로 봄이와 상훈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봄이와 눈이 마주치자 한참 동안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던 상민은 마침내 마지못해 그녀에게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어머니가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거야.”


그의 말을 듣고 난 상훈이 다시 차량을 몰기 시작했다. 봄이는 여전히 가슴이 답답하기는 했지만 잠시 동안 걱정을 떨쳐낼 수는 있었다.


이윽고 그들이 탄 차량의 눈 앞에 조그만 집 한 채가 모습을 드러냈다.




< 7. 착한 아이 > 마침.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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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1화 20.12.16 6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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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95화 20.11.28 3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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