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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로 각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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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은퇴생활
작품등록일 :
2022.11.29 18:49
최근연재일 :
2023.03.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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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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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오크 대 고블린(2)

DUMMY

시작은 오르크 부족의 칸 부터였다.


[콰앙!]


온몸을 드러낸 상태로 행하는 돌진은 평소라면 돌진하는 그 자신이 위험했을 것이다. 그러나 온몸에서 피워 올린 검붉은 오러와 함께하는 모습은 이미 하나의 무기 그 자체였다.


[터엉!]


그러나 그 붉은 폭탄 같던 돌진은 어느새 꺼내든 블린이의 카이트 방패에 간단하게 막혔다.


칸의 돌진을 방패를 이용해 막아내고 방패를 사선으로 틀며, 칸을 튕겨냈다. 어느새 태도 대신에 단창을 소환한 블린이가 칸의 등을 향해 힘껏 찔러 넣었다.


[사악!]


그러나 완벽해 보이던 그 찌르기가 칸의 몸에 박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칸은 왼발을 바닥에 박아 넣어 몸을 강제로 멈춰 세우고, 빠르게 회전시켰다. 회전하고 있는 칸의 몸을 블린이의 창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회전하는 힘을 이용한 칸의 대검 공격이 시작되려는 찰나, 칸의 공격은 제대로 시도조차도 못하고 끝이 났다.


[후웅! 파팍! 텅!]


창에 스친 칸의 몸이 엄청난 힘에 튕겨져 날아가, 바닥에 쳐 박혔다.


어느새 블린이의 오른손 손목이 비틀리며, 칸의 몸을 스쳐 지나가는 창에 맹렬한 회전이 발생되었기 때문이다.


[콰앙! 지이익!]


대검을 바닥에 꽂아 넣으며 바닥의 긴 상흔과 함께 겨우 몸을 멈춰 세웠지만, 블린이는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타타탓!]


대검을 바닥에 꽂아넣고서야 겨우 멈춰선 칸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커다란 방패였다. 그것을 본 칸이 본능적으로 선택한 공격은 앞발 지르기다.


바닥에 박혀있는 대검 대신에 황급히 내지른 칸의 오른발 앞발 지르기는, 그 와중에도 정확하게 블린이의 방패를 향해 날아갔다.


[휘릭! 콰앙!]


그러나 칸의 오른발이 방패를 타격하려던 그 짧은 순간에 블린이는 자신 쪽으로 방패를 잡아당기며, 오른발의 타점을 흐트러트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패링.


칸의 오른발이 힘없이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쉴틈없이 이어지는 오른손 단창 찌르기.


한쪽 다리가 들려있어 균형이 무너진 칸의 몸에 블린이의 창이 그대로 박혀 들어가기 직전이다.


[휘릭!]


그러나 칸의 전투 능력도 만만치 않았다.


튕겨져 나가는 오른발의 힘에 순응하며, 자신의 몸을 기묘한 각도로 튕겨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있던 자리를 지나가는 빛줄기의 마지막 끝부분을 잘라가는 회심의 왼손 대검.


칸은 상대의 오른팔을 잘라낼 것임을 확신했다.


[서걱!]


그 확신이 진실이 되었음을 상쾌한 절삭음이 확인을 시켜주었지만, 기쁨의 순간은 극히 짧았다.





‘뭐지? 뭘 하고 있었지?’


순간적으로 기절을 했었던 것 같다.


그것을 자각하는 순간, 자신이 마지막으로 보았던 장면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재생되었다.


놈의 오른팔을 자르는 절삭음은 승기를 잡았음을 알려주는 승전보였다. 잠깐의 기쁨과 그보다 더 짧은 방심.


그 결과는 카이트 쉴드의 날카로운 모서리였다.


[스아아악!]


얼굴에 부딪치기 직전, 황금빛이 번쩍이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그런데 지금은 밤인가?’


시간 감각이 엉망이라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정확히 가늠이 되지 않고 있었다.


오랜 시간을 기절해 있었는지, 온 세상이 새까맣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완벽한 어둠이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방금 전까지 밝아오는 태양빛으로 온 세상이 그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자신이 오르크 부족의 칸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을 축복하는 것만 같았다.


자신의 부족이 새롭게 터전을 잡고 번영할 축복받은 땅이, 밝아오는 태양빛으로 자신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내 몸이 움직이고 있는 건가?’


두 다리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허전한 왼팔 대신에 오른팔 혼자서 검로를 그리고 있었다.


그 검로는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오르크 전사의 비기였다.


[쉬악! 타탓! 터엉!]


상대의 것으로 보이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방패 특유의 둔탁한 충격이 온몸을 강타했음을 느꼈다.


‘아직 내 몸은 싸우고 있구나!’


잠시 정신은 무너졌었지만, 자신의 몸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것을 자각하자마자, 몸의 통제권이 다시 되돌아오게 되었다.





“저거 정신 나간 것 같은데도 반격하네?”


블린이의 방패술을 죽을힘을 다해 피해내며, 하나 남은 오른팔로 반격까지 해내고 있는 놈의 움직임은 기계와 같았다.


블린이의 살기에, 엄청난 훈련을 통해 몸에 새겨 넣은 대응들이 반사적으로 튀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간혹, 고도로 숙련된 전사들이 죽음 직전에 겪는 현상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몬스터 주제에 저런 경지를 개척하다니 경외심까지 들게 만든다.


그러나 그런 경외심이 들 정도의 경지이지만, 사실 대처 방법은 간단하다.


정신이 되돌아오기를 기다리거나, 놈의 몸이 극심한 출혈에 스스로 무너지도록 물러서서 지켜만 보면 끝나는 문제다.


그런데 블린이는 칸이 무의식중에 자신의 살기에 반응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는, 하나 남은 왼팔로 무시무시한 방패술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흔히 방패는 방어를 위한 무구로만 생각한다.


그런데 방패라는 무기는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방어구만이 아니다.


넓은 면으로 상대의 무기와 몸을 쳐내는 공격은 어떤 둔기보다도 효과적이었고, 방패의 측면을 이용한 공격은 도끼날로 가격하는 것과 진배없다.


그리고 모서리로 찍어내는 공격은 여느 무기들과는 전혀 다른 공격 방식이라서, 처음 당한다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낭패를 당할 정도로 까다롭다.


거기에 다른 사람도 아닌, 방패술의 달인인 블린이가 마음먹고 방패를 사용하자, 무시무시했다.


발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간격의 혼란을 주고 있다. 방패를 든 손도 앞뒤좌우로 쉴 새 없이 움직이며, 그 혼란에 혼란을 더해주고 있었다.


블린이의 움직임은 철저하게 계산된 순서대로 진행하며, 상대의 반응을 강제하기 시작했다.


적절한 속도로 하단을 공격하며 상대의 방어를 이끌어냈다. 그런 다음 막아서는 대검을 향해 나아가던 방패를 빙글 돌려 상단을 공격하는 방식은 일견 간단해 보이는데도,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방패 공격을 받은 칸 또한 기계처럼 보법을 밟고 대검을 움직여 반격했다.


대검을 피하느라 블린이가 물러서는 틈을 통해 다시 자세를 회복하고, 공격을 대비하는 모습은 완벽한 검사의 모습이다.


“꺄하하하! 신난다!”


잘린 오른팔의 단면을 황금빛 오러를 이용해 출혈은 막아냈지만, 통증이 상당할 텐데도 연신 웃으면서 방패를 현란하게 휘두르는 블린이다.


그리고 이와는 달리, 잘려나간 왼쪽 팔에서 엄청난 출혈이 발생하고 있는 칸의 대결은 시간의 문제일 뿐, 이미 끝이 난 것과 진배없다.


거기에 한 쪽 팔이 없는 불균형을 완벽에 가깝게 통제하는 블린이와 자꾸만 자세가 틀어지는 칸의 대결은 누가 보아도 이미 끝이 보이는 대결이다.


‘블린이야 사지가 잘려나간 상태에서 싸워본 경험들이 많으니까 당연히 쉽게 극복이 가능하지만, 처음 잘려보면 넘어지지 않는 것만 해도 대단한 거지.’


나도 처음 팔이 잘렸을 때는 균형을 잃고 바닥에 넘어졌었다. 무의식중에 잘린 팔로 땅을 딛고 일어서려다가 다시 넘어져 코뼈도 부러졌었다.


그런데 칸은 정신이 날아간 상태에서도 짐승 같은 균형 감각을 유지하며, 반격까지 하고 있었다. 대검의 무게와 휘둘러대는 원심력을 이겨내는 균형감각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칸의 반격에도 블린이의 방패는 끊임없이 칸의 몸을 가격하고, 잘라내며, 찍어댔다.


방패의 모서리가 찔러 들어간다. 칸의 대검이 자연스럽게 방패의 모서리의 옆면을 쳐내며, 몸을 회전시키기 시작한다.


그러나 블린이의 손목이 기이하게 비틀리자, 대검에 튕겨나가던 모서리 대신에 반대쪽 모서리가 회전하며 칸의 턱을 강타했다.


[서걱!]


그 상황에서도 계속 몸을 회전시키며 공격을 하려하지만, 칸이 선택한 공격은 잘려나간 왼팔의 훅이었다.


결정적인 실수였다.


이미 없어진 왼팔의 공격은 큰 틈을 만들어냈고, 그 틈은 벼락같은 방패의 면 공격을 야기했다.


[사악!]


방패의 면에 눈부신 황금빛이 잠시 생겨났다가 사라졌고, 그 공격은 이미 짧아질 대로 짧아진 칸의 왼팔이 다시 희생하며, 전투의 끝을 잠시 더 연장했다.


“하악.. 하악.. 하악..”


큰 부상에도 호흡만은 안정되어 있던 칸이 점점 더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기계와 같이 움직이던 그의 몸도 드디어 삐걱 거리기 시작한다.


눈이 안 보이는 칸의 유일한 선택지인 반격도, 이제는 반응이 느려져 의미가 없어졌다.


신나게 움직이던 블린이가 뒤로 물러선 것은 블린이의 방패 차징에 기존과 다른 반응을 보인 칸이, 방패에 그대로 얻어맞고 그대로 땅에 쓰러진 이후였다.


쓰러져있던 칸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오른팔에 든 대검을 들어올렸다.


피로 낭자된 얼굴을 당당히 들어올리며, 대검의 끝을 들어 올린 그의 얼굴은 죽음을 각오한 전사의 모습이었다.


“위대한 전사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다! 그러나 내 부족한 실력 때문에 우리 오르크 부족의 전투술이 부족하다고 의심할까 두렵구나.”


“괜찮아. 재미있었어.”


“고맙다. 위대한 전사여. 이제 그만 끝을 내주게나. 다시 태어나서도 자네 같은 위대한 전사와 다시 칼을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힘들거야. 너 죽으면 우리 삼촌이 던전 리셋 시키실 거거든.”


“그래. 이런 행운은 평생에 한 번 오기도 힘이 드는 법이지. 좋다! 내 마지막 공격은 내가 가장 처음 배운 내려치기다. 받아 보거라!”


“응. 나는 너의 내려치기를 방패로 흘려내고, 방패의 면으로 너를 반으로 잘라낼 거야. 아프겠지만 잘 참아.”


블린이의 말에 칸은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그래도 무슨 공격으로 죽는지는 알고 가는구나. 너의 앞날에 무운이 가득하기를.”


그 말을 끝으로 칸은 하나 남은 오른손을 하늘 높이 치켜 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내려 그었다.


지금까지의 그 어떤 공격보다도 느렸다. 이미 빠질 대로 다 빠져버린 칸의 팔 힘은 안정된 선을 그리지도 못하고, 형편없는 검로를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검에는 그의 전사로서의 모든 인생과 노력들이 담겨있어, 너무나 무거워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는 방패를 두드려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켜주는 블린이가 서 있다.


자신이 인정한 위대한 전사에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공격이라 할 만하다.


자신을 향해 정확하게 내려쳐지는 대검을 지켜보던 블린이의 방패가 일순간 벼락처럼 올려쳐졌다.


대검과 방패가 만나는 극히 짧은 순간, 방패가 반 바퀴를 회전하며 황금색 실선을 그려냈다. 자신이 예고한 그대로의 공격이다. 그러나 너무나 빠르고 정교한 공격은 알고서도 막아낼 수 없는 공격이었다.


비기라고 할 만했다.


황금색 실선은 칸의 몸 정 중앙에 아로 새겨졌고, 황금색 실선은 이내 붉은 색의 액체를 울컥 토해냈다.


싸움의 끝이 결정되었다.





[우웅..]


반으로 갈라지던 칸의 몸을 마나의 힘으로 붙들었다.


[드드드...]


땅을 갈라내고, 그 갈라진 틈에 칸의 몸을 조심히 내려놓았다. 갈라진 땅은 다시 아물었고, 남은 것이라고는 살짝 튀어 올라온 봉분과 그 앞에 날아와 꽂힌 검붉은 대검뿐이다.


[지이잉..]


묘비를 대신하는 대검의 옆면에 글씨를 새겨주었다.


- 오르크 부족의 위대한 전사 칸. 고블린 대전사 블린이와의 대결 끝에 전사하다.


“감사합니다. 삼촌.”


블린이가 밝은 얼굴로 감사의 말을 건넨다.


“그래. 고생했으니까 팔 빨리 재생하고, 밥 먹자. 배고프다.”


일부러 내 셀프 힐 마법진의 힘을 억누르고 있던 오러의 기운을 풀어내자, 급속도로 블린이의 오른팔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배포한 셀프 힐 마법진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효과다. 어느새 완벽하게 재생한 손을 흔들며 블린이는 나에게 다가왔다.


“잘 놀았습니다!”





그가 걸어오는 모습이 슬모우 모션으로 보이고 있었다.


‘아.. 얼마나 자유로운 움직임인가..’


자신이 훔쳐 배운 오크들의 대검술을 손쉽게 박살낸 태도술이나 방패술이 아닌, 그의 움직임과 생각들이 너무나 자유로워 보였다.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무언가가 그에게는 있었다. 자신의 꿈에서 새가 되어 하늘을 날아갈 때, 잠깐씩 느끼던 그것이다.


‘배우고 싶다. 저분처럼 자유롭고 싶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기이한 열망이 자신의 마음속에서 급격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 강력한 목마름에 침을 삼켜보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름이 머슴은 아닐 텐데, 본래 이름은 뭡니까?”


나는 무언가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머슴이라는 사내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 머슴이는 이름이 머슴이야! 아저씨는 그것도 몰라?”


그러나 대답은 도시락을 열 개째 먹고 있는 블린이를 홀린 듯이 보고만 있는 머슴이라는 남자가 아니라, 그 옆에 서 있는 꼬마 여자 아이에게서 흘러나왔다.


“이름이 뭐니?”


“혜주. 최혜주!”


“그것 보렴. 너는 꼬마이지만, 이름이 꼬마는 아니잖니? 어떤 부모도 자식의 이름을 머슴이라고 짓지는 않는단다.”


“나는 꼬마 아냐!”


내 말에 빨끈하는 꼬마 여자아이는 참으로 버릇없이 잘 큰 것 같다.


“그래. 저 남자도 머슴이 아니다.”


내 말에 혼잣말로 ‘머슴 맞는데..’라는 말을 하고 있는 혜주라는 아이의 머리를 조금 강하게 쓰다듬어주었다.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을 돌아보았다.


칸의 친위대는 내 마법에 죽는 줄도 모르고 죽어버렸고, 신음소리를 내며 괴로워하던 오르크 전사들도 자비를 베풀어 고통 없이 보내주었다.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본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끼리 뭐라고 말을 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자연재해와도 같던 내 회오리 마법의 여파에, 남은 것이라고는 머슴을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선 아이들과 마지막까지 망설이고 있는 마을 사람들뿐이다.


‘아이들은 이미 선택했다. 너희들은 어쩔 셈이지?’


마을 사람들은 뇌가 정상으로 회복되고 나서, 잃어버렸던 감정들이 되살아났을 것이다.


자신들의 행동에 수치심이 들었을 것이고, 무시무시한 적들에게 공포심 또한 들었을 것이다.


자신들이 나서봤자 아무런 도움도 안 될 것이라는 그럴듯한 변명도 들었을 것이고, 가진 것이 많아지면서 그에 비례해서 삶에 대한 미련도 많아졌을 것이다.


편안한 집과 그 집을 더 편하게 만들어주던 최신식 가전제품들. 삶을 살아가는데 하등 필요가 없지만,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싶어지는 사치품들.


그런 것들을 모두 두고, 목숨을 걸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해한다.


정작 지켜야 할 것들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지만, 그들에게는 이미 그것들이 그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족쇄가 되어 있었다.


인간이란 그런 것이니까.


그래서 선택하기 편하게 모조리 날려버렸다.


그렇게 날려버리고 남은 것이라고는 그 자신들의 몸뚱이와 자신들의 아이들, 그리고 그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머슴뿐이다.


그러니 이제는 그들이 선택을 할 시간이다.





“저... 저기.. 귀족님이신지..”


그래도 마을의 이장격인 인민반장이라는 배 나온 남자가 용기를 내서 나섰다.


“나에 대한 것은 나중에 말을 하고 저기 머슴하고 이야기부터 나누거라.”


“네? 아. 네!”


아직은 그들에 대한 내 대응이 결정되지 않아, 내 [아수라 백작]스킬이 작동을 하고 있지 않았다.


아마 내 스킬이 작동을 했다면 바닥에 엎드려 벌벌 떨고 있거나, 황홀한 표정으로 나를 숭배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 등급 각성자, 특히나 나 정도 되는 마나를 몸에 품고 있는 각성자는 주변 마나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내 대답과 함께 불편한 심기에 반응한 마나들이 배 나온 인민반장을 압박하자, 황급히 고개를 조아리고 벌벌 떨었다.


그런 그가 머슴이라는 남성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자리를 피해주었다.





“크흠.. 거 머슴아. 수고했다. 그런데.. 마을이 이렇게 되었으니까 다시 마을을 지어야 하지 않겠니? 네 집도 원래보다 더 크게 지어주마. 그래서 말인데.. 언제쯤이면 사냥이 가능하겠니?”


말을 하는 자신도 염치가 없는지, 손에서 배어나오는 땀을 튀어나온 배에 연신 닦아내고 있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멍한 눈빛의 남자는 이미 자신들의 머슴이 아니라는 것을 인민반장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미안하고 염치없는 감정을 이긴 것은 그동안 머슴을 대하던 관성적인 태도와 이기적인 욕심이었다.


“아! 우선은 사과부터 해야겠구나. 미안하다. 이제부터는 네가 원하는 휴식은 꼭 보장하고, 식사도 네가 원하는 걸로 전부 다 차려주마. 그리고 우리 딸하고 혼인도 시켜주마. 어떠냐? 이정도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전부 다 해주는 건데..”


진심어린 사과를 해본 것이 언제쯤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인민반장의 사과는, 사과의 탈을 쓴 보상 제시였다.


그러나 그런 보상 또한 새롭게 태어난 남자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들이다.


한 곳만 집요하게 바라보고 있던 그가 드디어 인민반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제 이름은 머슴이 아니라, 참살이입니다. ‘참’과 ‘살이’의 순 우리말이지요. 행복하게 잘 살라고 아버지가 지어주셨다고 첫 만남에서 제가 분명하게 말씀드렸었습니다.”


그저 머슴으로 불려도 만족하며 살던 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로 마음먹었다.


작가의말

초록색 피부의 최강자는 블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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