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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로 각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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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은퇴생활
작품등록일 :
2022.11.29 18:49
최근연재일 :
2023.03.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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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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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21,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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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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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머슴(1)

DUMMY

혼자서 숲길을 걷고 있으니 오랜만에 정말 홀가분한 기분을 마음껏 느끼고 있다.


언제부터인가부터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었다.


그게 정말 좋지만, 어떤 때는 솔로잉 할 때가 그립기도 하다.


그때는 뭘 하든지 나 혼자만 책임지면 되었고, 사고를 치더라도 대형 사고는 칠 여건도 되지 않았다.


기껏해야 부천이나 서울 정도의 도시 하나를 날려버릴 사건 정도?


‘어쩌다가 딸린 식구들이 많아져가지고..’


사실 내 한 몸 건사하기에도 벅찬데, 딸린 식구들이 어마무시하게 많아져 버렸다.


예전에 비해서 머리가 좋아진 것은 확실하지만, 머리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추진한 정책들인데도 어쩌면 그리도 문제점이 잘 숨겨져 있는지 모르겠다.


분명히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인데, 그 정책 때문에 새로운 곳에서 문제들이 터져 나오게 되고, 다시 그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또 다른 문제가 그 해결책 때문에 터져 나오는 것이 반복되고 있었다.


복지를 위해서 정책 지원금을 올렸더니, 연금 지급 쪽에서 수익이 초과되어 복지 등급이 높아지게 되었고, 받아야 될 혜택이 사라지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진짜 무슨 도미도도 아니고, 정책 하나 사용하려면 뭘 그렇게 고려해야할게 많은 건지.. 하아..’


진짜 국가도 아니고 조그마한 자치령일 뿐인데도 이렇다.


통치 목표를 국가형태가 아니라 기업 형태로 잡았는데도 이러는 걸 보면, 확실히 나는 통치에 어울리는 인물은 아니다.


그렇다면 전문가를 이용하는 방법이 현명하다.


내가 못하면 잘 하는 사람을 시키면 되는 문제니까.


‘조만간에 경백이가 본사를 옮긴다고 했으니까. 조금만 참자.’


경이로운 매니지먼트는 전국구로 커진지가 오래라서 각 지역마다 지사들이 존재한다.


이번에 서울 본사도 대한민국 총괄 지사로 전환해서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경백이는 본사를 아사달로 옮길 계획이다.


경백이가 온다면 아사달의 책임총리로 임명해서 행정업무를 떠넘기고, 나는 군사력과 개척 업무만 하면 된다.


물론 경백이의 동의는 필요 없다.


책임총리라는 엄청난 자리에 임명하는 것인데, 무슨 동의씩이나 필요할까?


자리 값 안 받은 것만 해도 감사해야지.


‘이번에 각성하고 업무 효율이 어마무시하게 올랐다고 했지? 아사달의 업무 효율도 최고로 올려주라.’


남들은 각성하고 싶어서 별 짓을 다하는데, 내 피 같은 SP를 소모해서 각성시켜주었으니까 알뜰하게 이용해야 한다.


예전에 경매 직원들과 회식을 한 적이 있었는데, 각성을 하고 싶어서 무슨 짓까지 해봤는지 다들 말을 하는 분위기가 생겼었다.


실제로 각성자가 되는 별 해괴한 방법들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있다.


다들 너무나 오랜 시간동안 각성을 꿈꾸다보니, 최소한 한가지씩은 해봤다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던전 앞에서 108배를 하면 된다는 소리에 108배를 하다가 경비업체에 잡혀갔다는 이야기부터였다.


‘그런데 100배 째에서 잡혀가서 너무 억울했다고 했지? 경비업체도 너무했네. 8번만 기다려주지.’


그리고 각성자의 속옷을 입고 자면 각성 한다는 전통적인 유언비어에 인터넷 거래로 속옷을 구매하다가 여자 친구에게 걸려서 차였다는 슬픈 이야기까지.


다들 너무나 절박했던 과거의 이야기였지만, 이제는 다들 헌터 일을 하다 보니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추억이 되었다.


그런데 가장 심한 한 가지는 다들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각성을 하고 싶어서 무슨 짓이든 할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도 경악했을 정도이니, 말 다했다.


실제로 해본 직원의 담담한 경험담에 회식자리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화장실로 달려가 토해내느라, 회식은 그 자리에서 끝이 나버렸다.


담담하게 맛에 대한 평가를 하던 그 직원의 별명은 똥물리에가 되었다.


“으.. 괜히 생각해서 속이 또 울렁거리네.”


아무튼 홀가분하게 혼자서 걷는 이 시간이 너무나 즐겁다.


“크어어어!!”


산새 대신에 들리는 괴성은 이 즐거운 산책을 더 기쁘게 해준다.


2등급 몬스터인 [낮 부엉이]가 나무위에서 뛰어내리며, 괴성과 함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음파를 뿜어냈다.


물론 나는 혹시라도 나를 습격하지 않고 도망갈까 봐서, 모르는 척 해주는 연기를 하고 있었지만.


“용돈이다!”


하늘을 날지 못하지만, 큰 눈과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놈의 얼굴이 부엉이를 닮았고, 낮에 활동을 해서 [낮 부엉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날개는 없고 사족 보행이지만, 나무를 굉장히 잘 탄다.


[덥석!]


“크어어... 컥.”


덮쳐오던 그대로 목을 잡힌 놈이 버둥거렸지만, 오랜만에 발견한 용돈을 그냥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혼자 왔니? 형이 요즘 연구비가 떨어져서 그러는데, 마석 좀 들고 있냐?”


“끄르르륵...”


없는 척 시치미를 떼는 놈에게 웃으며, 말을 했다.


“1등급 마석 하나에 주먹 열 대. 너는 2등급이니까 20대. 딱 대.”





“짜식이 마석이 없으면 없다고 하지. 그냥 맞고 있냐?”


신나는 마음으로 놈을 패 죽였는데, 마석이 없었다.


몬스터가 무조건 마석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던전 밖으로 나온 놈들은 마석을 품고 있을 확률이 상당히 높아서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 내 운은 항상 이렇다.


그런데 놈도 잘못이 있었는데, 마석도 없으면서 있는 척 그냥 맞고만 있었다는 것이다.


그 배신감에 치를 떨며, 그놈들의 친구들까지 불러내서 두둑하게 마석을 챙기고서야 놈들을 사냥하던 것을 멈췄다.


그러나 그건 내가 낮 부엉이들을 용서해서가 아니라, 이미 주변에 있던 놈들은 모조리 죽어 없어져버렸기 때문이다.


“한 푼이 아쉽다. 아쉬워.”


2등급 몬스터 나부랭이들의 뒤꽁무니까지 쫓아다니며 사냥해야 하는 내 신세가 처량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넓은 산속을 뛰어다녔더니 기분은 조금 나아졌다.


‘나중에 여기는 찜해놓고 찾아와야겠다. 짜식들이 마석을 좀 챙겨 다녀야지. 아직도 승질나네.’


귀한 노동력 낭비를 시킨 놈들의 응징을 다짐하며,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기가 그 마을인가보네.”


샛별씨의 전술 지도에서 본 그대로의 마을이 눈앞에 보이고 있다.


각성자가 있어서 던전을 클리어하고 있는지, 아니면 무슨 다른 방법을 이용하는지 궁금해서 직접 와보았다.


혹시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최소한 도망을 갈 수 있는 인원은 아사달에서 나뿐이라고 자부하기 때문에 자원을 한 것이다.


‘물론 일하기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우선은 좀 살펴보자. 동화. 굴절.’


주변의 기운들과 동화하며, 내 주변의 빛들을 굴절시켜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들고서 천천히 움직였다.





“휴식이 필요합니다. 제발 부탁드려요.”


마른 나뭇가지 같이 앙상한 남자가 50대 정도로 보이는 배가 나온 남성을 향해 애원하고 있었다.


얼마나 말랐는지 뼈 위에 바로 가죽이 입혀져 있고, 근육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해골에 머리카락 조금만 나있는 듯 한 얼굴에서, 툭 튀어나와 있는 안구가 너무나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뭐? 네가 하지 않으면 우리들은 어떡하라고! 우리 전부 굶어죽이고 네놈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거냐?”


“인민반장님. 그게 아닙니다. 한 달.. 아니. 보름만 좀 쉬고 싶습니다. 이러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습니다. 몸이 회복될 시간이 필요해요. 지금 상태로는 무조건 죽는단 말입니다. 제발..”


그러나 그토록 간곡하게 부탁하는 남자의 말에도, 배가 튀어나온 남성은 오히려 더 크게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인민들! 나와 보시오! 이놈이 우리들은 굶어죽던지 말던지 상관없이 이제 그만 두겠다고 합니다!”


“아.. 아닙니다! 그만 둔다는 게 아니라, 몸이 회복될 시간이 필요해서 그런 겁니다. 몸이 회복되면, 더 열심히 일할게요. 제발.. 인민반장님..”


바짝 마른 남자가 황급히 배 나온 남자를 말려보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뭐? 내일 배천군으로 마석 가지고 가야되는데! 우리 딸래미 옷 사주기로 했단 말이야! 네놈이 오늘 쉬면 마석이 모자라! 이런 이기적인 새끼!”


얍삽하게 생긴 남자가 가장 먼저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저놈이 은혜도 모르고 또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오갈 데도 없는 놈을 키워줬더니, 은혜를 이렇게 갚아? 그리고 네놈은 죽어도 되살아나잖아!”


얍삽하게 생긴 남자와 같은 집에서 나온 또 다른 사람이 소리를 질렀다.


어울리지 않는 빨간 립스틱을 짙게 바른 중년 여성이 요리를 하다가 나왔는지, 기름기가 가득한 뒤집개를 휘두르며 분개하고 있다.


인민반장이라는 배 나온 남성의 외침에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어, 앙상하게 마른 남성을 향해 비난의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네놈이 배천군에 혼자 가서 마석을 팔수나 있는 줄 알아? 네놈은 배천군에 가는 순간! 눈 뜨고 코 베이는 거야! 알아? 우리니까 너 같은 바보 천치를 돌봐주면서 사는 거라고!”


“안 들어가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몸이 회복될 시간이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지금은 몸을 움직이기도...”


[퍼억!]


각성자였지만 너무나 말라, 근육 하나도 보이지 않는 몸 상태에서 얻어맞은 일반인의 주먹은 고 등급 몬스터의 공격 못지않았다.


“내일까지 마석 20개 다 채워놔! 그나마 등급이 높으니까 그 정도인줄 알아! 네놈 먹을 걸 사느라 이것도 부족하다는 거 알고나 있냐? 귀한 쌀죽은 이 동네에서 네놈만 먹고 있잖아! 염치가 있으면 죽을힘을 다해서 일하란 말이다!”


[퍽! 퍼억!]


삐쩍 마른 남자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져, 배 나온 인민반장이라는 사람의 발길질에 이리저리 흔들리고만 있었다.


“아빠. 그만하세요. 이러다가 죽겠어요.”


2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 배 나온 인민 부장의 팔을 살짝 잡고 차분하게 말을 했다.


목소리는 굉장히 무심하게 들리는데도 폭행을 말리는 것을 보면, 마음씨는 생긴 것과 다르게 착해 보였다.


“까악! 퉤! 힘들어 죽겠네. 저놈 죽어도 다시 살아나잖아! 그런데 뭐 어때서!”


“죽었다가 살아나면 더 말라서 움직이지도 못하겠어요. 조금만 참으세요.”


“저놈한테 너무 잘해줘서 문제야! 당분간은 저놈 먹을 건 몬스터 고기만 줘! 최씨! 내일 말고 이틀 뒤에 마석 들고 갔다 오게. 아무래도 오늘은 저놈 잘 먹이고 내일 던전 돌게 해야겠어.”


배 나온 남자의 말에 얍삽하게 생긴 남자가 난처한 얼굴로 입을 뗐다.


“하아.. 그게 내일 딸래미한테 옷 사가지고 오겠다고 약속해서..”


“자네가 이해 좀 해주게. 저거 저대로 던전 들어가면 한 마리도 못 잡고 죽어나올 걸세. 어떡하겠나? 우리가 이해를 해줘야지. 대신에 달래미 신발도 사다줘도 되네.”


뜻밖의 횡재에 얼굴에 미소를 가득 품은 최씨라는 얍삽한 사내가, 얼굴만큼이나 간사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어이고. 알겠습니다. 인민반장님 말씀인데 당연히 따라야죠.”


일할 사람은 따로 있지만, 그들끼리 선심을 쓰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야! 됐지? 오늘 쉬고, 내일은 하루 종일 던전 돌아! 알겠어?”


“네... 감사... 합니다..”


오른쪽 팔꿈치로 바닥을 받치고서야 겨우 상체를 일으켜 세운 삐쩍 마른 남자가 감사의 인사를 겨우 내뱉었다.





“그러게 왜 아빠한테 씨알도 안 먹힐 이야기를 해서 얻어맞고 그래? 가만 있어봐. 내가 쌀죽하고 몬스터 고기 넉넉하게 챙겨올게.”


인민반장의 딸로 보이는 여성이 바닥에 쓰러져있는 남자에게 볼멘소리로 말을 했다.


“고맙다. 정희야.”


“부지런히 일해. 그래야 아버지한테 나 달라고 할 거 아냐. 나랑 혼인 안 할 거야?”


“해야지..”


“그러면 노력 좀 해. 이게 뭐야? 저깟 던전 하나 돌지도 못해서 이렇게 얻어맞고. 하아.. 쉬고 있어. 먹을 거 챙겨올게.”


“고.. 맙다..”


남자의 눈은 걸어가고 있는 정희라는 여성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는 영혼없이 텅 비어 보였다.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인거냐?’


분명히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남자는 각성자로 보였다.


죽어도 되살아 날 수 있는 스킬이면, 엄청난 스킬이다.


그런데 저렇게 앙상한 몸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의문이고, 일반인에 불과한 남자에게 얻어맞은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게 그 염전 노예 같은 건가?’


어렸을 때부터 강제로 감금하고 노동을 시키던 염전 노예와 비슷해 보였다.


‘온 동네가 저 남자 한 명한테 빨대 꽂아놓고 빨아먹는구나. 그런데 왜 당하고만 있지? 지적장애가 있나? 그렇게는 보이지 않는데..’


저렇게 당하느니, 마을을 떠나면 다 끝나는 일이다.


덤으로 마을을 전부 불 살라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마음에 걸린다면 몸만 떠나도 된다.


어차피 가만히 놔둬도 저 남자가 없으면, 몬스터들에게 몰살당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마을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자신들끼리 몬스터와 싸우다가 죽어나갈 것이다.


마을을 버리고 옮기더라도 이 남자가 있을 때보다는 훨씬 더 가난하고 힘든 생활을 해야 하는데, 복수로는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만족할 수 있는 엔딩일 것이다.


그런데 바닥에 앉아 멍하니 멀어져가는 여성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남자를 보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고구마 10개를 물도 없이 연속으로 먹은 기분이다.


‘무슨 사연인지부터 알아보자.’


남자가 바라보는 여성을 나도 같이 바라봤다.


‘어울리지 않게 탐정 노릇 좀 해야겠구나.’





“아이 씨! 다 타버렸네. 그놈은 요즘 들어서 왜 자꾸 저러는 거야?”


중국산 마석 레인지에 올려 진 프라이팬에는 이미 까맣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타버린 소고기는 버리고, 마석 냉장고에서 얼려두었던 돼지고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엄마! 돼지고기 말고, 소고기 먹고 싶다고 했잖아! 나 밥 안 먹어!”


그림을 그리다가 배가 고팠는지, 부엌에 방문한 딸내미가 얼린 고기를 보고서는 소리를 질렀다.


“오늘만 참자. 머슴이가 오늘은 아프다고 쉬어서 그래. 내일.. 아니. 모레 아빠가 배천군에서 소고기 사가지고 오실거야.”


“머슴이면 일을 해야지! 가만 있어봐. 내가 막대기로 혼 좀 내줘야겠어!”


“적당히 하고 들어와. 밥 먹을 시간이니까!”


“알아서 할 거야!”


씩씩거리며 집을 나서는 꼬마 여자아이의 손에는 평소에도 자주 사용했는지 손잡이가 번들거리는 기다란 막대기가 쥐여져 있었다.


“어? 너도 나왔어?”


“당연하지! 머슴이 일을 안 하는데 그냥 두고 봐?”


길에는 꼬마 여자아이뿐만 아니라, 동네 꼬마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한 결 같이 모두의 손에는 막대기가 들려있었다.


“가자!”


“머슴이 혼을 내주자!”


그렇게 몰려간 동네 꼬마 아이들은 머슴이를 찾을 수 없었다.


한참을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머슴이가 있을만한 곳을 찾아 헤맸지만 찾지 못하고, 엄마의 외침에 하나 둘 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가만 두나 봐!”


그러나 생긴 것처럼 집요한 성격의 꼬마 여자아이 하나는 엄마의 당부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을 사용했다.


‘찾아내면 가만 안 둬!’





“야! 언제까지 이렇게 몰래 만나야 되냐?”


정희라는 여성과 젊은 남성이 침대에 누워서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젊은 남성은 뭐가 그리도 불만인지 쉴 새 없이 불만 섞인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면 어떡해? 저 머슴 놈이 우리 사이를 알면 도망갈 수도 있는데! 그러면 네가 던전 돌 거야? 어?”


그러나 정희라는 여성도 남자의 말을 그냥 넘기지 않고 곧바로 받아쳤다.


“너 솔직히 말해! 저놈이랑도 잤지? 안 그랬으면 저놈이 왜 너한테 저렇게까지 목을 매는 거냐고!”


“미쳤어? 내가 저런 머슴 놈하고? 같이 있다가 폭발해서 다 죽어버리면? 그리고 저놈이 나를 좋아하는 게 내 잘못이야? 그냥 어렸을 때 먹을 거 몇 번 준 게 다야! 너도 알잖아!”


“그렇기는 하지. 네가 너무 예쁜 게 문제기는 하다. 이리 와봐!”


“오늘은 그만 해. 아까 사용한 게 마지막이란 말이야. 모레나 되어야 사올 수 있다고.”


“그러면 그냥 하면 안 되냐?”


“미쳤어? 그러다가 임신이라도 하면! 머슴 놈 감당할 자신 있어?”


“하아.. 언제까지 이래야 하냐? 말숙이가 나 좋아하는 거 알지? 너 자꾸 이렇게 나오면... 알지?”


“하! 그러기만 해봐! 내가 어떻게 하나! 머슴 놈이 내 말이면 껌뻑 죽는 거 알지? 잘 처신해.”


“야! 무슨 말을 그렇게 살벌...”


둘의 대화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꼬마 여자아이의 외침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역시! 여기 있었구나! 내가 못 찾을 줄 알았어? 머슴 놈이 일은 안하고 놀고만 있으니까 소고기가 없잖아! 일 안해?”


황급히 남자는 몸을 숨기고, 정희라는 여자는 창문을 열어 젖혔다.


“야! 대답 안 해? 어? 어딜 그냥 가? 야! 머슴!”


정희의 눈에는 비척거리며 걸어가는 삐쩍 마른 남자의 뒷모습과 그 남자를 쫓아가며 손에 든 막대기를 휘두르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작가의말

스토커에 특화된 이현.


범죄 신고는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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