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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로 각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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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은퇴생활
작품등록일 :
2022.11.29 18:49
최근연재일 :
2023.03.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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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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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아이 농장(2)

DUMMY

“삼촌! 아이를 주워왔습니다!”


주변 정찰이라고 하면서, 산책하는 것이 취미가 된 블린이가 무언가를 등에 업어왔다.


아홉 살에서 열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는 온몸에 오물이 굳어 있어 지독한 악취에 머리가 아파 올 정도였지만, 그것보다는 아이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아보여서 응급 처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클린. 셀프 힐 마법진.”


그나마 클린 마법 덕분에 오물들이 떨어져 나가서 깨끗해졌지만, 여전히 아이의 상태는 너무나 심각해 보였다.


“지원 누님 불러와. 빨리!”


아이의 심장은 너무나 느리게 뛰고 있었고, 심할 정도로 말라 있었다.


내 셀프 힐 마법이 만능에 가까울 정도로 대단한 마법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몸에 남아있는 에너지가 있어야만 제대로 동작을 한다.


그런데 지금 이 아이의 몸에 남아있는 생명력은 꺼져가기 직전으로 보였다.


“무슨 일.. 어머! 우선은 이쪽으로 눕히시고, 수액부터 주입할게요. 누가 가서 내 장비들 좀 가져와요!”


아이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지원 누님의 연구실 겸 임시 병원으로 아이를 옮기기도 힘들어 보여서 장비들을 이쪽으로 옮기는 선택을 했다.


“어떻게 이런 상태까지..”


“아무래도 아이 농장에서 탈출한 아이 같아 보입니다.”


샛별씨의 말에 나는 문득 든 생각을 황급히 지우며, 생각했다.


‘설마.. 아이들 노동력을 착취하는 농장이겠지.’


그러나 이어지는 샛별씨의 말에 내 노력은 아무런 소용이 없어져 버렸다.


“아이 농장은 아이들을 가둬놓고 최소한의 영양분만 공급하며 키우는 곳입니다. 도축할 시기가 다가오면 몬스터 고기를 가득 먹이고, 살을 찌웁니다. 그리고 도축을 해서 먹습니다.”


“그게 무슨!”


경악을 금치 못하는 지원누님과 나는 상상도 못한 북한의 현실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뒤 충격이 조금 가시고 나자, 여러 의문들이 들었다.


“아이 하나를 먹는다고 하더라도 여러 명이 먹는다면 며칠 먹지 못할 텐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갇혀 있는 거죠? 숫자는 어떻게 늘리고요. 솔직히 인간은 식용으로 키우기에는 알맞지 않은 임신기간과 주기를 가지고 있잖아요.”


내 질문에 담담하지만,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샛별씨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주기적으로 주변 마을들을 습격하거나, 간혹 있는 유랑민들을 사냥합니다. 남자는 죽여서 먹고, 여자는 아이 생산용으로 가둬둡니다. 아이가 태어나 어느 정도 자라면, 여자 아이와 남자 아이를 분류합니다. 남자 아이는 식용으로, 여자 아이는 아이 생산용으로요. 간혹 주변 도시에서 아이들을 사오기도 합니다.”


“미친! 결국에 자신의 자식을 먹거나, 강간 한다는 말이잖습니까!”


“그들은 자신들의 자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누가 누구 자식인지 알 방법도 없고요. 우리 아이들 셋도 아이 농장에 잡혀갔습니다. 구해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남은 아이들 때문에..”


잠시 목이 메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샛별씨는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보통은 주변에 있는 귀족이나 군부에 세금과 고기를 제공하고 보호를 받습니다.”


너무나 끔찍한 샛별씨의 말이 전혀 현실 같지 않았다.


“아니! 그냥 돼지나 소를 키울 것이지! 왜 이런 짓을!”


내 분노의 외침에 대답을 한 것은 샛별씨가 아니라 지원누님이었다.


“돼지나 소 같은 대형 동물이 몬스터 고기를 먹고 난폭해지거나 신체 변형이 일어나면, 굉장한 위험요소니까요. 실제로 몬스터 사체 처리 업체에서 불법으로 사료를 만들어 팔았던 경우가 있었는데, 그 사료와 여물을 섞어 먹인 소들에게서 신체 변형이 일어나 다섯 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어요. 그때 몬스터의 고기와 혈액에 대한 연구와 그에 반응하는 물질들에 대한 연구가 있었죠. 범죄 조직에서 사용될까봐 관련 뉴스와 자료는 공개되지는 않았지만요.”


어쩐지 단 시간에 아이들의 상태에 대한 결론과 몬스터 혈액과 만났을 때 변형이 일어나는 성분들에 대해서 너무 잘 안다 싶었는데, 이미 연구를 진행한 자료들이 있었나보다.


“그것도 그렇지만, 군부나 귀족이라면 가축정도는 키울 여력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식용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미신 때문입니다.”


“미신이요?”


“인육을 먹으면 각성자가 될 수 있다는 미신이 있습니다. 각성자만 될 수 있다면, 귀족이 될 길도 열리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귀족들의 자식들이라고해서 각성자는 아니니, 미래를 걱정하는 귀족들이 인육을 원하는 것이죠.”


나와 지원 누님은 할말을 잃어버렸다.


무슨 저따위 미신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도 없었고, 그걸 믿고 아이들을 키우는 농장이 있다는 것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엄연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면, 그곳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할 것이다.


마음을 굳혔다.


“그 아이 농장이라는 곳에 대해서 알아보고, 아이들을 구출해야겠습니다.”


내 말에 지원누님은 아이의 상태를 알려주었다.


“정보를 얻으려면, 이 아이가 깨어나는 게 우선이겠네요. 지금은 극심한 영양실조가 문제예요. 다른 장기들도 조금씩 문제들이 있지만, 어느 정도 몸에 영양분이 공급되면 이현씨의 셀프 힐 마법으로 치료가 될 것 같아요. 이현씨의 마법은 현대 의학의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뛰어넘네요. 제 10년이 넘는 의학 공부가 허망하게 느껴져요.”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저 일부에 대해서 효율이 더 나은 것 뿐이죠. 절대 현대 의학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내 위로에도 조금은 허망한 듯 한 표정의 지원누님이셨다.


“뭐가 되었든지 간에 사람만 구할 수 있으면 좋은 거겠죠. 아무튼 수액을 다 맞고 나면 셀프 힐 팔찌를 채워놓을게요. 깨어나면 말씀 드릴 테니, 다들 일 보세요.”


내 연구실이었지만, 지금은 임시 병동이 되어버린 곳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이사님. 제가 블린님과 같이 아이를 발견한 곳 주변을 수색하도록 하겠습니다.”


“위치와 규모만 확인하고 오세요. 무리하지 마시고요.”


“알겠습니다.”


놈들의 위치와 규모를 알아야 계획을 세울 수 있으니, 먼저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우선이다.





저녁이 거의 되어서 블린이와 샛별씨가 거점으로 복귀 했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아이가 깨어났다는 소식이 우리에게 전해졌다.


“누님. 아이는 괜찮나요?”


“네. 몸에 큰 이상은 없는데, 아이가 말을 잘 못해요. 아마도 언어를 배운 적이 없어서 제대로 구사를 못 하는 것 같아요. 그마저도 아는 단어들이 거의 없어서인지, 굉장히 한정된 단어만 구사하더군요. 그리고 이름과 나이도 잘 모르네요. 아마 이름이 없었을지도...”


나는 불안에 떨며 지원누님의 손만 꼭 붙들고 있는 아이를 향해 자세를 낮추고, 눈높이를 맞추었다.


“이제 너는 안전하다. 네가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 말 좀 해주겠니?”


내 말에 불안한 표정의 아이는 지원누님에게 허락을 구하는 듯 한 표정으로 올려다봤다.


[끄덕.]


지원누님이 고개를 끄덕여주자, 그제야 아이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관리인 때린다. 형들 죽는다. 나 형 된다. 도망. 조금만 먹을게요. 때리지 마세요.”


다른 단어들은 어눌했지만, ‘조금만 먹을게요.’와 ‘때리지 마세요.’라는 말은 얼마나 많이 했는지, 다른 말들과 다르게 너무나 유창했다.


아마도 살아남기 위해 아이가 가장 많이 한 말이자, 주변의 아이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가 하는 말을 귀로 듣고 있었지만, 그 말에 반응한 것은 내 가슴이었다.


그 절박하고 혼신을 다해 말을 하는 ‘때리지 마세요.’에 가슴속이 저려왔다.


“이제는 안전해. 많이 먹어도 돼. 때리지 않아.”


내 말에 지원누님의 손을 잡은 자신의 손을 더욱 강하게 다잡고는, 나를 향해 노래를 불러주었다.


아무래도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어서인 것 같다.


“우리 죽지 말자... 우리는 살 수 있어... 처음은 나이 많은 내가 먼저... 동생들아 꼭 살아라...”


아이의 입에서는 구슬픈 노래자락이 흘러나왔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며, 나를 향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그것을 통해 어떡해서든 내 마음에 들고자 하는 노력이 보여,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어느새 아이의 노래는 끝이 났지만, 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은 끝이 나지 않았다.


“크흠.. 누님. 아이 잘 부탁드립니다. 샛별 부장님. 마창 기사단 전원 소집해 주세요. 실전입니다.”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삼촌.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해요. 이게 체한 건가요?”


“그래. 이 감정은 지독하게도 소화가 되지 않네.”





“크윽.. 저기만 지나가면, 우리 농장입니다. 그러니 제발...”


“감시인원들을 피해가는 길.”


“그건.. 제가 굳이 피해가는 길을 알아둘 필요가 없어서..”


“거짓입니다.”


너무나 담담한 목소리의 샛별씨가 내 옆에서 말을 해주었다.


“왼팔? 오른팔?”


“아..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제발!!”


“샛별 부장님?”


“거짓입니다.”


“아니야! 아니라고!! 으아아아!!”


억울함에 미칠 것 같다는 표정으로 일그러진 놈의 얼굴을 무심하게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거짓이라고 말하라고, 샛별씨에게 미리 지시를 해 놨다.


어차피 놈들의 근거지도 알고 있었고, 놈들의 감시인원들의 위치도 내 탐색 마법에 잡혀있다.


내 탐색 마법과 샛별씨의 지휘 스킬에 딸려있는 전술 지도와 연동이 되어, 모두들의 시야에 적들의 위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굳이 놈에게서 더 얻어내야 할 정보도 없다.


대신 성실하게 답변을 한다면 살려주겠다고 말을 해주었더니, 저렇게 열정적으로 소리치는 것이다.


희망은 절망을 더 키우는 재료이니까.


“그러면 양손을 선택한 걸로 알겠다.”


[딱!]


“안 돼! 으아..”


“사일런스.”


내 핑거 스냅 소리를 들은 놈이 공포에 질린 비명을 다시 지르려는 순간, 나는 재빠르게 사일런스 마법을 펼쳐 조용히 시켜주었다.


놈이 내 핑거 스냅 소리에 저리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앞서 당한 자신의 동료들 때문이다.


그가 남은 마지막이었고, 그는 자신의 동료들이 당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보았다.


별 의미 없는 질문들을 하고 샛별씨가 거짓말이라고 판별해주면, 팔의 신경을 불 속성 마나로 태워 못 쓰게 만들었다.


다음은 두 눈의 신경을.


마지막은 두 다리의 신경을 태워주었다.


그리고 아무 곳에나 버려두고 지나왔다.


첫 번째로 버려진 놈은 괴성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그 소리에 몬스터가 오면 어떡할 거냐는 내 말에, 입술을 이빨로 깨물며 숨소리 하나라도 새어나오지 않도록 입을 앙다물었다.


아마도 자신의 인내심이 다할 때까지 살려달라는 비명을 참다가 인내심이 바닥나면 소리를 지를 것이고, 그 소리에 이끌려온 몬스터들에게 잡아먹힐 것이다.


샛별씨의 거짓 판별 능력을 초반에 보여주고, 샛별씨의 스킬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에 무조건 거짓이라고 말을 하게 하니, 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놈은 억울해서 미치려고 했다.


다른 동료들을 돌아보며 자신의 말이 맞지 않느냐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다.


오히려 왜 거짓을 말 하냐며, 열정적으로 욕을 했다.


그렇게 너무나 억울해하며, 두 팔과 두 눈, 두 다리의 신경이 끊어진 놈은 길거리에 버려졌다.


아마도 극심한 공포심을 느끼며, 자신의 죽음을 기다릴 것이다.


샛별씨에게 사람을 죽이는 것의 기준이 감정이 되면 안 된다고 했었는데, 전부 헛소리가 되어 버렸다.


나는 성인군자가 아니다.


법질서를 위해서 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그런 위인도 못 된다.


가능한 선에서는 가급적 그렇게 하겠지만, 지금의 내 들끓는 감정은 그 선을 분명하게 넘어갔다.


“이번에는 두 눈이다. 아이들을 죽인 적이 있나?”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는 놈을 보면서, 샛별씨의 선고를 기다렸다.


“거짓입니다.”


샛별씨를 향한 분노로 잔뜩 일그러진 놈의 두 눈을 태워버리자, 바닥을 구르며 들리지 않는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마지막 질문이다. 살고 싶나?”


그 커다란 고통의 순간에도 그는 너무나 간절하게 고개를 끄덕이다, 황급히 무릎을 꿇고 앉아 아무도 없는 방향을 향해 미친 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가 고개를 숙일 때마다 축 늘어진 양팔이 고장 난 인형의 팔처럼 힘없이 흔들렸다.


이번에는 샛별씨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내가 입을 열었다.


“거짓이다.”


무릎을 꿇고 엎드린 자세로 흐느껴 우는 그의 어깨가 들썩이다, 이내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어쩔 수없이 쓰러지는 방법밖에는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없었다.


“죽이지는 않는다. 잘 살아남아봐라.”


직접 죽이는 것과 별 차이도 없다.


오히려 죽음에 대한 공포가 더 길어지는 지독한 형벌일 것이다.


위선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반항하지 못하는 사람을 직접 죽이는 것에는 거부감이 심하게 들었다.


그래서 직접 죽이지는 못하고, 그냥 버려둔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이 조금은 더 편하고자 하는 일이니, 의미가 없는 일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내 자신의 감정이니까.





‘현 시각 13시 정각. 모두 시간 맞추도록. 작전대로 움직인다. 시작해.’


내 메시지 마법으로 전달한 지시에 교전 수칙에 따라 우렁찬 대답 대신, 의지가 가득한 끄덕임으로 의사를 표시한 마창 기사단이 조용히 사라졌다.


마창 기사단들도 자신들의 가족과도 같던 아이들을 아이 농장에 희생당한 경험들이 있다.


그들의 사적인 감정도 섞일 수밖에 없다.


마창 기사단은 주변과 동화를 할 수 있는 스티커를 몸에 부착하여 기척과 모습을 숨겼지만, 내 탐색 마법과 연결된 샛별씨의 전술 지도에는 기사단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것이 정확하게 표시되고 있었다.


의외로 놈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겨우 이정도 숫자로 수백이 넘는 인원들을 억압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런 모습을 보며 자랐다면, 어쩔 수 없었겠지. 중간에 잡혀온 아이들은 이 분위기에 주눅 들어 순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몇 시간 전에 농장에 도착해서 두 눈으로 확인한 아이 농장의 참상은 더 끔찍했다.


몇 개의 우리 안에 쓰러져 있는 아이들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움직일 기력도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모두의 눈은 초점 없이 멍하니 한 곳만 바라보고 있었고, 1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들이 모여 있는 우리에서 가끔 한 명씩 옆에 있는 움막 같은 곳으로 끌려 들어갔다가, 다시 우리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한다.


끌려간 여자들의 목에는 하나같이 나무로 대충 깎아 만든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가임기라는 표시로 보인다.


너무나 체계적인 관리에 분노가 가득 차올랐다.


그 옆쪽 우리에 있는 여성들은 모두 배가 불러있었다.


그 중에서는 너무나 어려보이는 아이까지도 커다란 배를 부여잡고, 우리 벽에 기대어 힘겹게 앉아 있었다.


가끔은 그렇게 임신한 여자들 중에서 한 명이 움막으로 끌려들어갔다.


여성분들 중에서 가장 예쁜 얼굴이었다.


임신한 여자들이 모여 있는 우리에는 고기들이 탁자위에 아무렇게나 올려져있었다.


그러나 그 고기를 먹는 여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멍하니 앉아있는 모습이 간절하게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인 것만 같아서, 도저히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


작전을 실행해야 한다.


한시라도 더 빨리, 저 지옥을 끝내주고 싶다.





임신한 우리 안쪽에서 주변의 눈치를 보던 여자 한 명이 고기를 집어 들어, 남자아이들이 모여 있는 우리를 향해 던져주었다.


[철퍽.]


고기가 떨어진 곳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이가 힘없는 손을 들어, 고기를 입에 넣고 입을 오물거리다 꿀꺽 삼켰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몸을 구부리고, 모든 것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우웩.. 커억..”


모든 것을 전부 토해낼 것처럼 격렬한 움직임이었지만, 정작 나온 것이라고는 방금 전에 씹어 삼켰던 고기 덩어리와 위액 조금뿐이다.


갑작스러운 기름기를 받아들이지 못한 아이의 위장이 힘겨워하며, 모두 토해낸 것이다.


“뭐야! 이거 누가 준거야! 내가 만만해? 어!”


“조금만 먹을게요. 때리지 마세요.”


“이 새끼가! 조금만 먹기는 뭘 먹어!”


토해낸 고기를 손에 쥐고, 위액이 묻은 입으로 힘없이 말을 내뱉는 아이를 기어이 관리인은 멱살을 잡고 끌어내려고 했다.


“우리 죽지 말자... 우리는 살 수 있어... 처음은 나이 많은 내가 먼저... 동생들아 꼭 살아라...”


그 중에 가장 커 보이는 아이가 끌어내려는 관리인을 온몸으로 붙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 아이는 잘 먹어서인지, 약간 마른 정도로 보였다.


“내가 재수 없는 노래하지 말라고 했지! 말도 통하지 않는 짐승 놈들 같으니라고! 아우! 이걸 그냥 죽일 수도 없고! 너 다음 주가 도축 날이니까 참는 거다! 저리 꺼져!”


자신을 붙들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를 밀쳐내고, 멱살을 잡은 아이를 끌어내려던 관리인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컥.. 커억..”


목에 커다랗게 생겨난 구멍을 통해, 빛나는 창의 끝이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종간나 새끼! 지옥으로 꺼져버려.”


어느새 빠져나간 빛나는 창의 빈 공간을 넘쳐나는 핏물이 채워오다 급기야 몸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하자, 아이의 멱살을 잡았던 손까지 동원해서 양손으로 목을 붙들어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죽음을 직감하고서는 생의 마지막 기운을 모두 동원해, 겨우 눈동자를 돌려 자신의 목에 구멍을 내준 사람을 노려보았다.


귀신이 되어서라도 복수하겠다는 그의 독한 의지는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을 보고서는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순식간에 변질되었다.


자신의 영혼을 데려갈 천사님이 오셨다는 생각에 얼굴에 미소를 띠며, 자신의 죽음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아직 오지도 않은 겨울의 순결한 눈과 같이 하얀 피부에 황금보다 더 빛나는 머릿결을 휘날리는 여인은 상상속의 천사님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현 백작님을 모시는 마창 기사단이다. 우리들이 너희들을 구원하러 왔다. 이제 너희들의 지옥은 끝이다.”


“우리 죽지 말자...”


방금 전, 관리인을 온몸으로 막아서던 가장 큰 아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살 수 있어...”


고기를 먹다 토해낸 아이가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을 겨우 바로 세우고, 이어 불렀다.


““처음은 나이 많은 내가 먼저... 동생들아 꼭 살아라...””


멍하니 누워만 있던 아이들이 부들거리는 다리로 일어서며, 노래를 이어 불렀다.


그들의 지옥은 이 순간 끝이 났다.


작가의말

블린이는 자꾸 뭔가를 주워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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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개풍군(2) +6 23.02.16 1,809 43 17쪽
77 개풍군(1) +5 23.02.15 1,817 4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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