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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로 각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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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은퇴생활
작품등록일 :
2022.11.29 18:49
최근연재일 :
2023.03.02 12: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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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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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21,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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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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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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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
20쪽

돈줄

DUMMY

“어허! 최선봉 자작님의 사자로 온 나를 죽인다면 바로 전쟁이야! 자작님이 보유하신 자주포가 몇 문인지는 알고 있나? 어디서 감히!”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는 알고 저런 말을 지껄이는지 정말로 의문이다.


적지에 맨몸으로 보냈다는 것은 가장 신뢰하는 부하이거나, 버려도 되는 패라는 말이다.


한 무리를 이끄는 리더라면 최소한의 판단력을 있을 것이기에, 절대 신뢰하는 부하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옆 동네 지배자의 첩과 간통을 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까?


‘저 아저씨를 신뢰하느니, 지나가던 고블린을 믿겠다.’


그렇다면 저 리 머시기 아저씨는 자신이 인간 편지의 역할 중이라는 것을 알고서 저러는 걸까?


편지 봉투를 뜯다가 잘 안 뜯어져서 짜증이 나면, 봉투를 전부 찢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나는, 바로 질문을 던져보았다.


“내가 아저씨를 죽이면 진짜로 전쟁이 일어날까? 자주포가 몇 문인지 궁금하지도 않지만, 진짜로 포탄 하나라도 여기로 날아오면 개풍군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 개풍군의 자작이라는 작자한테 아저씨 때문에 기분 더러워서 전쟁하자고 하면, 아저씨는 어떻게 될 것 같아?”


진짜 궁금해서 그냥 물어봤을 뿐이다.


“아하하하! 어이고 백작님! 어찌 그런 농담을.. 사실은 제가 상황을 다 깔아놨습니다. 저랑 같이 가셔서 개풍군에 발만 들여놓으신다면, 나머지는 제가 전부 알아서 하겠습니다. 하하하하!”


“거짓입니다.”


“너는 뭔데 끼어들어!”


샛별씨의 말에 지문이 이미 없어진 것 같은데도 계속해서 열심히 손을 비비며 말을 하던 리길성이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내가 거기 한 번 찾아가려고 하기는 했지. 시간과 장소를 정해주마. 시간은 일주일 뒤 정오, 장소는 이곳과 개풍군 중간 정도에서 보기로 하지. 빨리 가서 전해. 실수로 죽이기 전에.”


“커험! 알겠소. 내 그리 전하지. 그런데 일주일이면 너무 짧은 시간인데. 내가 개풍군까지 가서 보고하고, 자작님의 하명을 다시 전하려면 너무 촉박하오. 그냥 같이 가서 눈 한 번 딱 감고 알현하면 편할 것인데.”


[딱!]


리길성 아저씨의 이마에 마법진이 새겨졌다.


“아저씨가 말하고, 듣고,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 모두 전달될 거야. 걱정 말고 가서 보고해. 수작부리면 머리통을 날려주는 기능도 있으니까 조심하고.”


물론 진짜 그런 기능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변의 소리들만 나에게 전달하는 기능이 있을 뿐이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내 스파이 노릇을 하게 된 리길성 아저씨다.


“히익!!”


자신의 이마에 새겨진 마법진을 손바닥으로 열심히 비벼보지만,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두.. 두고 봐라! 자작님이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저리 비켜! 아이고!!”


황급히 뒤돌아 나가려다, 가만히 서 있던 마창 기사단원을 밀쳐냈다.


그러나 허약하기 짝이 없는 그의 몸으로는 초인에 살짝 발을 걸쳐가기 시작한 마창 기사단을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이 튕겨나가, 바닥에 볼썽사납게 나뒹굴었다.


“나 때렸어! 이건 선전 포고야! 여기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지금 너를 불바다로 만들어주랴?”


“히익!”


내 말에 화들짝 놀라, 황급히 달려 나갔다.


하루살이 엑스트라 같은 놈이 명줄이 길기도하다.


“아무래도 저 리길성이라는 작자가 이곳과 이사님에 대해서 전부 보고한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그래도 한 번 찾아가려고 했었는데, 잘 되었네요. 아이 농장과 허무의 종속에 대해서 물어봐야죠.”


지금은 마창 기사단의 수련 장소가 되어버린 던전을 키우던 던전 유일교의 전도사인 해골이 개풍군 출신으로 의심되었고, 아이 농장의 뒷배도 개풍군이었으니 한 번 찾아가려고 했었다.


그 자작이라는 작자의 정체가 허무의 종속이라면 처리하고, 아니라면 허무의 종속과의 연관성을 찾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내 마법의 문제점을 보완한 다음에 할 일들이었다.


‘몸은 고성능 스포츠카인데 운전자는 초보운전이니, 당연히 불안하지.’


선배님의 서클별로 달라지는 마법사의 신체에 대한 설명에도, 이런 몸은 금시초문이다.


6서클이 되면서 마나에 대한 친화력이 세포 단위로 달라진다고 했지만, 절대 이 정도는 아니다.


주변에 흐르는 마나를 자신의 의지대로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통로로서의 완성을 의미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나는 주변에 있는 마나들을 사용할 필요도 없는 상태다.


이미 내 몸 안에 거대한 댐이 있는데, 주변에 흐르는 시냇물을 사용할 이유가 없는 것과 같다.


‘생각해보면 너무 아프기는 했어.’


선배님 같은 연구원 체질도 결국에 견뎌낸 고통이라면, 나는 웃으면서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6서클로 올라설 때, 진짜 이대로 죽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팠고 그렇게 아픈 만큼 내 몸은 그만큼의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그런데 마법이 문제란 말이지.’


선배님의 마법이론으로 만든 마법은 시스템에 등록이 되지 않는다.


내 오리지널 마법은 등록이 되었는데, 이 마법들은 등록이 되지 않는 것을 보면 마법을 만들 때의 마법이론의 근간이 시스템인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마법들이 문제였다.


어느 정도 위력의 마법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거의 숨 쉬듯이 편안하게 제어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정 수치 이상의 마나를 사용하는 마법을 사용할 경우에는, 무너진 댐에서 흘러넘치는 물줄기 같이 변해 버린다.


마치 내 마법실력으로는 시냇물 정도의 마나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듯이.


‘빙설의 대지 마법이 폭주할지는 상상도 못했지.’


겨울 산악지대에서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샛별씨의 요청으로, 북동쪽 산을 겨울 환경으로 바꾸려고 선배님의 마법이론을 바탕으로 내가 만든 [빙설의 대지]라는 마법을 사용해 봤다.


시스템의 제약이 없는 마법이라서, 적용되는 범위와 그에 따라 소모되는 마나량도 내가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산 전체를 범위로 두려고 수식을 계산했는데, 계산은 완벽한 것 같았지만 투입되는 마나량에 문제가 발생했다.


마나가 제어되지 않아 마법이 폭주하였고, 그 결과로 지금 그곳은 아무것도 살 수가 없는 거대한 빙산(氷山)이 되어버렸다.


심지어는 나도 그곳에서 얼음상이 될 뻔 하다가 겨우 블링크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얼음 속성 마법이라서 그 정도였지, 폭발 형태나 불 속성이었다면 엄청난 피해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마법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마나제어의 실패다.


일정 수치를 넘어서는 마나량이 투입되다가 임계점을 넘는 순간, 엄청난 양의 마나가 강제로 마법에 주입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시스템에 등록된 마법은 이렇지 않은데.’


시스템에 등록된 마법들은 편리하고 안정적이지만, 그만큼 한계가 뚜렷하다.


정해진 마나 이상으로 마나를 무한정 넣을 수도 없고, 강제로 투입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마나는 마법에 사용되지 않고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다.


즉, 마법의 안정을 가장 최우선으로 두는 것이다.


‘어쩌면 시스템에 등록된 마법의 레벨은 내가 제어가 가능한 한계점 아닐까?’


물론 단순히 그런 것만이 아닐 것이지만, 내 실력을 평가해주는 지표이면서 내 마법의 안전장치가 되어 주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배님이 알려주신 마법 이론들로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해보려다, 마나가 폭주하는 현상을 겪은 것이다.


아직까지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5서클 마법도 전부 익히지 못했고, 남은 마법들을 익히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SP가 필요하다.


언제 SP를 모두 모을지 장담할 수가 없다.


‘그러니, 미리 준비를 해둬야지.’


나중에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상대를 만난다면, 한계가 정해진 마법으로는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단순히 내가 예민한 것일 수도 있지만, 문제점을 알면서도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헌터로서 실격이다.


어쨌든 지금은 내 한계를 인정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마법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너무 급격히 강해진 탓도 있을 거야.’


한 서클에 그리 오래 머물지 않고, 급격하게 강해진 부작용일 수도 있다.


결국에 가장 완벽한 해결책은 시간과 노력이다.


모든 일이 다 그러듯이.





“오랜만입니다. 박미나 회장님.”


“회장은 아직 어색하니, 길드장으로 부탁드려요. 헌터님.”


“알겠습니다. 회장님. 이쪽으로 오시죠. 험한 길 오시느라 힘드셨죠? 우선 회의실로 가서 이야기 하시죠.”


“생각보다 멀지 않아서 괜찮았어요. 말로만 듣던 북한이 이렇게 가까운지 몰랐네요. 심리적인 거리가 물리적인 거리를 압도한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깨달았어요. 그리고 회장보다는 길드장으로 불러주세요. 헌터님.”


“저도 그랬는데, 지금은 이곳이 제 집 같습니다. 그나저나 회장님은 얼마나 투자를 하실 계획이십니까?”


가볍게 한숨을 내 쉰 박미나 승천 길드장 겸 승천그룹 신임 회장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했다.


“확실하게 말씀드리죠. 저는 승천그룹 회장이 아니라, 승천 길드 길드장으로서 방문한 겁니다. 투자도 승천 길드에서 할 것이고, 필요한 물자는 승천 그룹에 정식으로 발주를 해서 납품을 할 생각이니, 그렇게 알아주세요. 이현 헌터님.”


“저도 확실하게 말씀드리죠. 고작 승천 길드 정도로 이 판에 끼어드실 생각이시라면, 힘들게 짐 푸시지 마시고 뒤 돌아서 편안한 서울로 돌아가십시오. 박미나 길드장님.”


서로를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를 짓고 있지만, 정말 좋아서 웃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신임 회장으로서 아직은 그룹 임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정도 투자를 제 독단으로 결정할 수는 없어요. 우선은 승천 길드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보여준다면, 달라지겠죠?”


“살짝 발만 담그면서 위험은 최소화하고, 얻는 과실은 많이 가져가고 싶다는 말을 힘들게 돌려서 말씀하시네요. 저는 돌려서 말하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대놓고 말씀드리죠. 승천 회장의 역할이 벅차시면 바꿔드릴까요? 우리 수민이한테 전화 한 통화하면 될 것 같은데요.”


품안에서 꺼내든 위성 전화를 보는 박미나 회장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졌다.


예전에 보았을 때는 나이보다 훨씬 더 어려보이고 피부도 고았는데, 지금은 미간에 짓게 패여 있는 주름살이 화장으로도 완전히 가려지지 않고 있었다.


“하아.. 순진한 헌터님이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확실히 달라지셨네요. 알겠습니다. 대신 투자금액과 투자가 되는 시기들은 최대한 배려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때는 가진 힘이 없으니, 다른 선택지들이 없어서 그랬던 것뿐입니다. 힘이 있으니 좋더군요. 선택이라는 것도 할 수 있고, 제 선택을 상대에게 강요할 수도 있고요.”


“그러면 우선 이 도시의 소개를 부탁 드려도 될까요? 아사달의 지배자이신 이현 자치령지사님.”


결국 나에게 패배를 인정한 박미나 회장은 우리 지하도시의 소개를 부탁해왔다.


고조선의 수도였던 아사달(阿斯達)을 따와서 붙였다.


그리고 정식으로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자치령으로 인정을 받았고, 나는 자치령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치령지사가 되었다.


“편하게 불러주시죠.”


“그래 그럼. 가자 이현아.”


“너무 편한 거 아닌가요?”


“내가 한 살 더 많잖아? 그리고 강철 오빠랑 결혼하면 내가 형수 되는 거 아냐?”


“강철 길드장님과 저는 친형제도, 의형제도 아닙니다. 지극히 공적인 사이죠. 위성 전화가 어디 있더라.. 우리 수민이는 누나가 생기는 것을 좋아하려나?”


품안에서 위성 전화를 꺼내려는 나를 황급히 막아섰다.


“잠깐만요! 무슨 남자가 이렇게 조크도 모르고 그러는 거예요? 장난도 못 치겠네.”


“저도 장난이었습니다. 편하게 이현 이사님이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박미나 회장님.”


“네. 이현 이사님...”


은근슬쩍 사적인 친분을 만들려고 하는 수작을 사전에 차단했다.


분명히 친해지면 사적인 부탁이라며, 공적인 일들을 부탁해올게 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사람을 굉장히 싫어한다.


‘강철 형님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자꾸만 이용한단 말이야. 얼굴도 샛별씨보다 안 이쁘지. 몸매도 샛별씨보다 빠지지. 성격도 샛별 씨보다 못하지. 강철 형님은 도대체 뭘 보고 저런 여자한테 반한거야?’


모든 것이 의문이다.


“콜록!”


“응? 샛별 부장님. 감기인가요? 각성자가 감기도 걸리나?”


각성자는 면역력이 일반인과 차원이 다른 수준이라서, 웬만한 질병은 걸리지 않는다.


특히나 바이러스성 병원균이 원인인 감기는 걸렸다는 사례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 아닙니다! 갑자기 사레가 들려서요.”


“혼자 맛있는 거 먹을 생각 하셨나 보네요. 서운합니다.”


“네? 어.. 그..”


“힘드시면 쉬셔도 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부장님이 제 호위 업무를 자처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계약서에는 호위 업무에 대한 부분은 없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하셔도 추가 수당은 안 줄 건데, 너무 열심히 하신다.


내 호위 업무가 정식 업무가 아니니 추가 수당을 지급하려면 내 개인 자금에서 드려야 할 것 같은데, 나도 돈이 부족하다.


박봉으로 연구비를 충당하다보니, 나도 빠듯하게 생활하고 있다.


‘절대 샛별씨의 수작에 넘어가지 않는다!’


“됐습니다! 어서 가시기나 하시죠!”


역시나 추가 수당을 기대하고 있다가 내가 넘어가지 않자, 화를 낸다.


‘역시 엄마 말이 맞았어. 얼굴이 예쁘면 예쁜 값을 한다고 했어. 휴.. 하마터면 피 같은 돈 뜯길 뻔 했네.’


역시나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법이다.





“아.. 그러니까 이 아이들과 저 여성분들이 아이 농장이라는 곳에서 구출 되었다는 말씀이신거죠?”


“네. 다행히 육체는 회복했는데, 정신적으로는 회복이 어렵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정신적인 부분은 회복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냥 모든 것을 새로이 쌓아가야만 한다.


원래부터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간혹 부모에게 팔려오거나, 납치되어 오는 아이들 덕분에 몇 단어들은 사용을 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은 정확한 의미를 가지고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했을 때나 두려울 때, 미안할 때 등의 상황에서는 ‘때리지 마세요.’ 나 ‘밥 적게 먹을게요.’를 사용한다.


그리고 서로를 위로해 줄때는 그 애달프고 구슬픈 노래를 불러준다.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이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시급합니다. 보시다시피 언어부터, 인간 사회에 대한 상식까지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시키지도 않았지만, 마창 기사단 아이들이 훈련이 끝나면 시간을 내서 말을 가르치고 있었다.


마창 기사단 아이들과 지원 누님이 아닌, 다른 사람이 다가가면 움츠러들고 구석에서 벌벌 떨어 대기 때문에 다른 대안도 없다.


그리고 의외로 마창 기사단 아이들도 싫어하지 않고 열심히 아이들에게 말을 가르치며, 같이 놀아주기도 한다.


나는 아이들이 한 가지 언어라도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이곳에서는 통역 마법이 통하지 않게 만들어놓았다.


“알겠습니다. 역시 비서실장님 말을 들을 걸 그랬네요.”


뜬금없이 박미나 회장이 자책의 말을 내뱉었다.


“네?”


“오너는 문서상으로만 모든 상황을 걸러서 확인해야 한다고 했거든요. 감정은 최대한 배제하고 정제된 정보로만 파악해야 한다고. 그런데 왜 그런지 알겠네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관련 예산 책정해서 필요한 물품들과 인력을 지원하겠습니다.”


“그래 주신다면 다음번에 수복되는 도시는 승천 그룹의 자치령이 될 겁니다.”


“최선을 다하죠.”


든든한 돈줄이 생겼다.





“이사님. 정말 그들이 올까요? 함정이 분명합니다.”


그 쓰레기 같은 리길성의 속마음에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함정이라는 것만큼은 정확하게 보였다.


물론 그 함정이 무엇인지는 리길성도 몰라서 떠오르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게 중요한 정보를 그런 쓰레기에게 알려주었다가 전부 불어버린다면,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함정이겠죠. 그러나 약속을 했으니, 그들과 관계없이 저는 약속을 지켜야죠.”


“뻔히 함정인데, 도대체 왜..”


함정인지 알면서 걸려준다니, 도대체 이 남자는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제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명분이 없어집니다. 만약 그쪽에서 오지 않거나 다른 수작을 부린다면, 명분은 우리 손에 있게 되는 것이고요.”


“명분이요? 그런 쓸데없는 허상에 무슨 가치가 있다고 이러시는지..”


약속했던 정오가 지나간 지는 한참이 되었다.


주변에 넓게 퍼져 주변을 감시하고 있는 마창 기사단들에게서 신호가 오지 않는 것을 보면, 올 생각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의심도 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표층 의식에 떠오른 생각은 읽어낼 수 있지만, 깊은 곳에 있는 생각은 읽지 못하는 자신의 능력이 지금 이 순간만큼 답답한 적이 없었다.


바로 그때, 그의 입이 열렸다.


“명분 없이 강한 힘을 쏟아낸다면, 북한의 모든 군부와 귀족, 주민들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됩니다. ‘먼저 공격을 당해서 반격을 했다’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 그들끼리 뭉쳐서 대항해야 하는 강력한 적이 되지 않는 법입니다. 그게 바로 명분입니다.”


“아...”


“사람들은 쓸데없어 보이는 것에 의외로 많은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관념이라는 것입니다.”


“관념...”


또다시 관념이라는 말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우리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수록, 다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어필해야 합니다. 우리는 명분 없이 힘을 쓰지 않는다. 너희들이 우리를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면 안심해도 된다. 우리가 강한 힘을 가졌으니 너희들은 두렵겠지만, 대화의 상대가 될 수 있다. 이런 메시지를 계속 보내야 하는 거죠.”


“두렵겠지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상대라는 것인가요?”


“네. 그것이 시작입니다. 강한 존재와는 결국 친구가 되고 싶은 법이거든요. 아마도 북한 군부와 귀족들은 이곳에 촉각을 세우고 있을 겁니다. 그 최선봉이라는 자작이 정식으로 공산당에게 귀족 작위를 받았다면, 당연히 위험인물에 대한 보고와 지원을 요청 했을 테니까요.”


“그러면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주신 이유가.”


“네. 제 정보가 퍼질 시간과 개풍군에 지원군이 올 시간을 준 겁니다. 지원군을 보낸 행위는 내가 그들을 공격해도 좋을 명분이니까,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죠.”


“그러면 이사님의 생각에 그들의 함정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유인 후에 본거지 점령 또는 정예를 동원한 우두머리 제거?”


“아사달을 공격하거나, 이사님을 공격할 것이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또는 그 둘 다를 선택 하거나요.”


그렇다면 큰일이다.


지금 아사달의 무력을 담당하는 이사님과 마창 기사단이 모두 외부에 나와 있는 상황이니, 방어인력이라고 해봤자 남조선에서 계약해서 온 [빼꼼]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경비업체뿐이다.


“아사달이 위험합니다! 지금 회군 하셔야 합니다!”


“괜찮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들이 아사달을 공격해 줬으면 싶네요.”


“네?”


그는 미소 짓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얼굴에 가득한 미소와 다르게 그의 눈은 불길이 튀어나올 정도로 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이 아사달을 공격해줘야 제가 만들고, 북한 주민들에게 판매할 무기들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 나갈게 아닙니까?”


도대체 이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북서쪽 500미터 전방. 차량 21대 발견.’


주변을 감시중인 마창 기사단의 보고가 전해졌다.


“왔나보네요. 우선은 대화부터 해볼까요?”


드디어 북한을 지배하는 귀족과의 제대로 된 첫 대면이다.


다시는 평양에서처럼 등을 보이고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꼭 지킬 것이다.’


창을 든 손에 내 의지만큼의 힘이 가득 들어갔다.


작가의말

그리고 너무나 큰 힘에 창이 부러졌다.


Maid in 이현.


불량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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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아이 농장(1) +4 23.02.10 2,204 50 19쪽
72 내 꿈은 거상. +3 23.02.09 2,287 59 16쪽
71 종속 +5 23.02.08 2,361 63 15쪽
70 6서클 +4 23.02.07 2,451 6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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