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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로 각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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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은퇴생활
작품등록일 :
2022.11.2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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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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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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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아이 농장(1)

DUMMY

“몬스터 고기를 먹는 이유가 뭘까요?”


너무나 당연한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내 질문에도 지원 누님은 성실하게 대답을 해주셨다.


“먹을 게 없어서겠죠?”


“네. 맞습니다. 북한은 군부나 귀족들이 지배하는 지역을 빼면,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울 수조차도 없는 열약한 상황입니다. 야생 동물도 조류를 빼고는 거의 멸종을 해버린 극한 상황이지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고등급 몬스터들은 피하고, 고블린이나 코뿔 늑대 같은 1등급 이하의 몬스터들을 사냥해 먹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장사와 무슨 관계가..”


“식량과 무기. 그걸 팔 겁니다. 그리고 마석과 몬스터 부산물을 대가로 받는 거죠.”


“아! 그렇군요. 식량이 확보가 된다면, 굳이 몬스터 고기를 먹을 이유가 사라지겠어요. 그리고 무기가 있다면 생존율도 오를 것이고요.”


“네. 그렇게 시작을 하고, 차후에는 그들이 우리를 찾아오게 만들 겁니다. 북한 곳곳에 거점도시들을 만들고, 찾아오는 주민들과 거래를 하는 거죠.”


처음 북한에 들어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적당한 개척 도시 하나만 만들 생각이었다.


그 정도만 되더라도 나와 수민이가 원하는 정치적인 효과는 모두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접 보고 듣게 된, 북한의 실체는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문서상으로만 보았던 북한의 모습은 당연히 피상적이다.


[던전 웨이브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몬스터들이 점령한 지역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몇 곳의 도시들을 중심으로 겨우 문명을 유지하고 있다.]


[식량을 포함한 대부분의 물자가 부족하다.]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조그마한 공동체들을 이루며, 살아남았다.]


[시간이 더 지나면 대한민국에까지 피해가 올 수 있다.]


이게 문서상으로 전달받은 북한에 대한 정보였고, 그 정보를 토대로 내가 가지게 된 북한의 이미지는 산골 동네였다.


몬스터들이 야생동물처럼 주변에서 가끔 발견되는 산골 마을 같은 이미지.


바로 그것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내 경험 중에서 가장 비슷한 것으로 대체를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오류다.


그러나 샛별씨와 마창 기사단 아이들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가졌던 산골 마을 이미지를 무참하게 무너트려버렸다.


처음 아이들을 보았을 때, 아이들은 맨발이었다.


옷은 작아진지 오래라서 팔과 다리의 옆면을 잘라놓아 겨우 몸만 끼워 넣은 상태였고, 그마저도 힘든 아이들은 옷을 감아 중요 부위만 가리고 있었다.


내가 옷과 신발을 선물해주었을 때, 너무나 신나하던 아이들과 샛별씨의 모습이 생생하다.


충격적인 아이들의 모습은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에 비하면 오히려 양호한 편이다.


처음 평양에서 도망칠 때의 아이들의 숫자는 57명.


지금 남은 숫자는 샛별씨를 포함해서 겨우 20명이다.


병으로 죽은 아이가 5 명.


몬스터에게 잡혀갔거나, 부상으로 죽은 아이는 9 명.


인간들에게 잡아먹히거나, 생사를 알 수 없는 아이가 21명.


배고픔에 다른 아이를 살해하고 살점을 씹어 먹다 샛별씨에게 살해당한 아이가 각각 1명씩, 총 2명.


지금 살아남은 20명은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최대치의 불행을 겪고서, 겨우 살아남은 아이들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 아이들은 샛별씨를 중심으로 가족과 같이 뭉쳐 살며, 최소한의 인간성은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현재 북한 주민들의 대부분은 자신들의 가족 또는 공동체의 인원이 아니라면, 식량으로 인식하거나 침략자로 여긴다고 한다.


‘당연히 힘든 환경 때문에 각박하게 변한 것으로 생각 했었는데, 몬스터의 식량화 때문일 수도 있다니.’


북한 주민들의 행태가 그저 너무나 살아남기 힘든 주변 환경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라고 생각하며 넘겼었다.


그런데 만약 그게 아니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것 같다.





아직 떠나지 않은 경백이를 붙들고, 내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형님. 설령 그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형님에게 무슨 이익이 있나요?”


“사람을 위하는 일이잖아.”


“솔직히 말씀 드리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저희 회사 입장에서는 그리 큰돈이 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초기에는 너무 많은 자본이 들어갈 것이고요. 그냥 던전 몇 개 더 도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하실 겁니까?”


“그래. 벌어서 어디다 쓰겠냐? 이럴 때 써야지.”


“알겠습니다. 전문가들과 세부 계획을 세워보고,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대신에 내가 이 지하 도시를 최첨단으로 꾸며주마.”


“그러고 싶으시다면, 그러셔도 됩니다.”


“뭔 반응이.. 아무튼! 그렇게 아낀 돈으로 내가 세운 계획을 현실 가능하도록 만들어 내도록!”


“제가 대표입니다. 이현 이사님. 제가 [명령]하겠습니다. 사고치지 마시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지휘관의 명령을 받았습니다. 지휘관의 명령에 적합한 행동을 할 경우, 업무 의욕과 효율이 증가합니다.]


“나는 나보다 약한 자의 지시를 거부한다!”


[지휘관의 명령을 거부합니다. 패널티로 연봉이 감소합니다.]


“이현 이사님. 정당한 지시에 대한 불이행으로 연봉 10% 감봉합니다.”


“안 돼!!”





“와.. 이건 무슨 마법진인가요? 이사님.”


“이건 통역 마법진입니다. 이 도시 안에서는 언어의 장벽은 없습니다.”


“오! 정말 대단하군요! 저는 이사님이 경상도 사투리를 유창하게 구사하셔서 우리 동네분이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마법이었군요!”


마법 스토어의 계열사인 마법 건설의 김광민 수석님은 경상도 출신의 사투리가 굉장히 심하신 분이시다.


물론 나는 유창한 서울 표준어로 들리지만.


내 통역 마법은 상대의 말을 자신이 이해하는 언어로 번역을 해주는 마법이라서, 각자의 언어로 말을 하고 각자의 언어로 이해를 한다.


우리만 지내는 도시라면 필요 없겠지만, 북한 주민들도 같이 지낼 수 있으니 미리 준비를 해 놓는 것이다.


거기에 마창 기사단 아이들도 사람들과 소통을 하려면 대화는 필수니까 겸사겸사 설치 중이다.


“이쪽에 던전 발생 예보 시스템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미국에서 제작된 신형이 거리도 넓고, 정확도도 더 좋아졌다고 하더군요.”


던전 발생 예보 시스템은 도시 개발에 가장 필수인 장비다.


일회성 던전의 발생 위치와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해야만, 민간인들의 생명과 그들의 재산 피해를 막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석님은 장비에도 관심이 많으시군요.”


“당연히 알아야 하는 내용들입니다. 이런 정보를 늦게 알게 되거나, 모른다면 일을 두 번 해야 하거든요. 그러면 납기도 문제고, 공사비도 늘어나는 법이지요. 하루가 늦어지면 손해액은 최소한 억 단위입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그 자부심에 걸 맞는 노력이 어우러진 훌륭한 분이셨다.


“아! 의무실은 필요 없습니다. 제 셀프 힐 마법진 팔찌로 대체하면 됩니다. 어차피 이곳에서 근무할 힐러를 찾는 것도 힘들 테니, 어쩔 수가 없겠지만요.”


나중에 이 거점이 지하 도시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해낸다면, 그때는 이곳에서 근무할 힐러님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병원까지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열악한 상황이니, 대체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대체해서 사용해야만 한다.


“개인적으로는 힐러님들의 힐보다 그 셀프 힐 팔찌가 더 좋더군요. 후유증도 덜하고, 다친 곳 말고 다른 곳들도 좋아지니까요. 저희 마법 건설 직원들에게도 퇴근 전 10분씩 돌아가면서 사용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거 좋은 방법이네요. 제가 몇 개 더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정말 감사합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충성!”


장난스럽게 거수경례를 하시는 김 수석님께 마주 거수경례를 해드렸다.


“충.. 충성!”


그런데 조금은 어색한 충성 소리가 내 뒤쪽에서 들려왔다.


“응? 송힘찬 과장. 너는 왜?”


“이사님에 대한 충성심을 그렇게 표현하는지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마창 기사단에게도 전달하겠습니다.”


“어? 아. 이거는..”


“그리고 헌터 업무 위탁 사무소에서 저희 마창 기사단 전원의 헌터증이 발급되었다는 보고를 드립니다. 충성!”


“어... 충성.”


끝까지 나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힘찬이에게 나도 모르게 껄렁한 자세의 거수경례로 마주 받아주게 되었다.


병장 만기 제대의 위력이다.


비장한 표정의 힘찬이는 내 변명도 듣지 않고, 뒤돌아 열심히 뛰어가 버렸다.


“아... 이게 아닌데..”


“크흠.. 그.. 저는 이만. 일이 좀.. 커험.”


이 사태를 만들어내신 김 수석님이 황급히 도망가시고, 남은 것은 거수경례와 손 인사의 중간 정도의 애매하게 껄렁한 자세의 예비군뿐이었다.


물론, 헌터는 예비군이 면제이기는 하지만.





“샛별 부장님. 기사단은 고블린 던전 잘 돌고 있나요?”


“네! 이사님께서 지시하신대로 3인, 5인 10인, 20인 헌팅을 이틀 간격으로 돌고 있습니다.”


“기사단은 아직 제대로 된 스킬들이 없으니, 부장님이 잘 서포트 해주세요. 죽지만 않으면 되니까 팔 다리 하나 잘리는 정도는 기사단원들끼리 해결하게 하시고요.”


“네!”


“저녁에 정신과 교수님의 원격 진료는 잘 받고 있겠죠?”


“네. 그런데 그걸 왜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기사단 전원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 시간에 훈련을 하는 것으로 업무 변경을 정식으로 건의 드립니다.”


샛별씨는 내 지시 사항들에 대한 의문이 있더라도 우선은 시행한다.


그러다 자신과 기사단 아이들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정식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건의하는 강단도 보여준다.


아주 훌륭한 인재다.


“아무리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생명을 죽인다는 것은 정신에 많은 충격을 주는 행위죠. 그리고 마창 기사단은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을 적으로 두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으니, 미리 준비를 해야합니다.”


북한에서의 보부상 역할은 나와 마창 기사단이 할 수밖에 없다.


전투가 아닌 그들과의 교류가 중요한데, 말도 잘 통하지 않고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이해도 없는 사람들이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거래가 잘 되고 신뢰가 쌓이면 그때는 따로 팀을 꾸려도 되겠지만, 처음에는 우리가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북한에는 몬스터뿐만이 아니라, 노상강도나 산적들도 많기 때문에 인간을 상대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람을 죽이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만 하던데.. 그리고 저희들은 그런 강도나 산적들을 죽이는 것에 충격을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진료를 받는 겁니다.”


“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데 충격을 받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진료를 받고, 치료를 받는 것이지요.”


일 처리도 확실하고, 상명하복이 몸에 밴 듯한 자세는 상급자로서 너무나 마음에 드는 덕목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와 나와의 사이에는 기본 상식이라는 거대한 벽이 쌓여있다.


내가 그녀에게 맞추던지, 그녀가 나에게 맞추어야 한다.


‘상식의 우위는 없지만, 그래도 그녀의 상식보다는 내 상식이 더 평화로우니까 내 상식에 맞추는 게 더 낫겠지.’


언젠가는 자신과 그녀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더라도 같은 상식을 공유하는 날이 올 것이다.


지금은 서로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내 상식에 대해 지식으로나마 알게 하고, 그것에 맞추게 하는 정도면 된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크나큰 죄악입니다. 자신의 목숨이 위험한 순간이나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기준에 의거해서 행해져야 합니다. 정당 방위나 전쟁상황처럼요. 기준을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음.. 만약 저 말고 다른 사람이 위험한 경우는요?”


“어떤 관계인지 부터 고민해 봐야겠는데요? 가족? 연인? 친구?”


“상사요.”


“흐음.. 상사라.. 그러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가세요.”


“네?”


“제가 위험한 경우라면 샛별씨는 더 위험할 겁니다. 그러면 저를 버리고 도망가셔서, 적보다 훨씬 강해진 다음에 복수해 주세요.”


“아...”


“잘 하시는지는 귀신이 되어서라도 확인할 겁니다.”





“그.. 그 자리에 멈춰서시오! 제발!”


“더운데 고생 많으십니다. 물 좀 드릴까요?”


식은땀인지 그냥 땀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마에 솟아난 땀을 보니, 안타까웠다.


“무.. 무슨 소리요! 그냥 아이들만 놔두고 당신과 저 여자는 뒤돌아 가시오! 이 주위는 이미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포위했소. 제발 다가오지 말고, 멈춰 서라니까!”


“어이고. 너무 떨지 마시고, 이리로 좀 오세요. 어디. 탐색. 아니 12명을 너무 많이 뻥튀기 하셨네. 쯧쯧.”


내 말에 움찔한 나이가 지긋하신 노상강도분이 주변을 돌아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제발.. 그만 하시오. 그들에게는 총이 있소. 화가 나면 쏠 거요. 일 크게 만들지 말고, 그냥 아이들만 놔두고 제발 좀...”


너무나 간절하게 애원하듯이 말을 하시는 그분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삼촌! 전부 제압했습니다.”


“어. 그래 수고했다. 마창 기사단들은 블린이가 제압한 인원들 데리고 와.”


미끼 역할을 하기 위해서 장비도 걸치지 않고, 대열도 없이 중구난방으로 서있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장비를 착용하고 줄을 맞춰 도열했다.


“네! 충성! 2인 1조로 움직인다.”


그리고 가장 선두에 선 송힘찬 과장이 나를 향해 경례를 올리고, 뒤돌아 기사단들에게 지시했다.


저놈의 충성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것만 같다.


분노의 눈빛으로 한 가득 담아 송힘찬 과장을 노려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내 눈빛을 본 송 과장은 나에게 칼 같은 각도의 거수경례를 다시 건네고서는 아주 뿌듯해 하고 있었다.


서로 데면데면하던 경매 헌터들에게까지 고개 숙여가며, 거수경례를 배우는 열정을 보여준 송 과장은 기어이 마창 기사단 전원에게 거수경계를 전수해 버렸다.


‘한대 패고 싶네.’


“죄송합니다! 나으리.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내가 인상을 쓰고 있자 송힘찬 과장 대신에 다른 사람이 기겁하며, 잘못을 빌고 있었다.


우리를 막아섰던 노상강도 어르신이 바닥에 엎드려 간청하고 있다.


“일어서세요. 협박 받으셔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혹시 근거지가 어딘지 안내 좀 부탁 드려도 될까요?”


내 정중한 부탁에 안절부절 못하는 어르신의 얼굴이 검게 죽어가기 시작했다.


“그.. 그것이.. 그게..”


“저는 어르신을 해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놈들의 패거리들을 소탕하고, 선량한 피해자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고자 하는 겁니다. 어르신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테니, 말씀 좀 해주세요.”


어느새 기절해 있는 놈들이 우리의 옆에 차곡차곡 옮겨지기 시작 했다.


그런 놈들을 아직도 엎드려있던 노인분이 곁눈질을 하다, 벌떡 일어나 놈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막아!”


샛별씨가 마창 기사단에게 소리치자, 마창 기사들은 일제히 창으로 노인 분을 겨누었다.


“그만! 잘못하면 다치시니까 모두 창 거둬!”


노인 분은 마창 기사단 아이들이 겨눈 창에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로, 기절해 있는 노상강도 중에 한 명에게 달려들었다.


“경섭아! 우리 경섭이 살려내시오! 우리 경섭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죽인 것이냐!”


“잘 보시면 죽지 않고 기절만 한 겁니다. 어르신. 혹시 저들과 한패인 것 입니까? 그 남자가 어르신의 아들입니까?”


“살.. 살아 있는 것이오? 어이고! 경섭아...”


“어르신. 지금부터는 잘 대답하셔야 합니다. 혹시 사람을 죽인 적이 있습니까?”


“나.. 나는 죽인 적이 없소!”


“거짓입니다.”


옆에서 샛별씨가 말을 해주었다.


샛별씨의 스킬에 대해서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스킬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처음 본 노인보다는 당연히 샛별씨를 신뢰한다.


“죽인 사람이 무고한 사람이었습니까?”


“아.. 아니오! 나는 사람을 죽인 적이 없소!”


“거짓입니다.”


그 말에 방금 전보다 더욱 더 얼굴이 검게 죽어갔다.


“아이를 죽인 적이 있습니까?”


“맹세코 아무도 죽인 적이 없소!”


“거짓입니다.”


나는 노인을 내려다보며, 계속해서 물었다.


“앞으로도 사람을 죽일 생각이십니까?”


“무슨 소리요! 나는 아무도 죽이지도 않았고, 죽일 생각도 없소!”


“거짓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을 했다.


“당신, 아이 농장에서 일합니까?”


“이런 반동분자 새끼!”


소리를 치며, 품에서 꺼낸 것은 권총이었다.


“68식 권총입니다. 공작성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국가안전보위부나 인민보안성의 간부들이 사용하던 제식 권총입니다.”


“조용히 아이들만 놔두고 떠났으면 되었을 것 아닌가. 왜 일을 크게 만들어? 내가 힘들게 연기까지 했는데, 그걸 못 알아들어? 그리고 내가 죽인 것들은 인간이 아냐. 그것들은 가축일 뿐이다. 우리가 밥도 주고 키워주는데, 당연히 죽일 권리는 있는 것 아닌가?”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이 눈앞에 서 있다.


“죽을 준비는 되셨습니까?”


“이 총 안보여? 죽는 것은 너희 같은 반동분자들이야. 내가 어디 출신인줄 알아? 옛날이었으면 너희같은 놈들은 내 눈도 못 쳐다봤어! 죽어라! 반동분자 새끼들아!”


[탕! 타탕! 철컥! 철컥!]


기껏해야 세 발이다.


그의 손때가 가득 묻어있는 권총의 손잡이 쪽에 살짝 보이는 별 모양이 인상적이다.


마치 노인의 화려했던 과거가 이제는 빛 바랜 것과 같이, 겨우 세 발을 발사하고서는 고장이 나버렸다.


“아무리 세상이 이렇게 되었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성은 지켰어야지. 인간이었어야지!!”


“너.. 너!”


내 앞에 떠 있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지켜보는 그의 눈이 거짓말처럼 크게 떠졌다.


“귀족! 귀족님이셨습니까?”


“가축? 감히 인간을 가축이라고 한 거냐? 그리고 죽일 권리?”


“저희는 개풍군에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어디 쪽 귀족이십니까? 개풍군 자작님과 이야기를 해보시면..”


“쇠약. 질병 유발.”


“커억.. 컥.. 제..발..”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서서히 죽어가는 그를 대신해, 기절해있는 놈들을 깨워 길잡이로 삼기로 했다.


“잘 하셨습니다.”


샛별씨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자기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것을 보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분명히 있어 보이는데, 그게 어떻게 누구에게는 적용되고 누구에게는 전혀 작동이 안 되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네요.”


“저게 북한의 현실입니다. 보고 느끼신 그대로가 바로 북한의 삶입니다.”


“몬스터 고기를 먹어서 변한 걸까요?”


“저놈들은 몬스터를 먹지 않습니다. 아이 농장에서 일하잖습니까.”


아이를 키우고 도축하는 아이 농장에서 일하는 인부가 저 노인의 진정한 정체다.


아이 농장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이었다.


작가의말

뉴스를 보다보면, 인간보다 더 잔인해질 수 있는 존재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위의 상황은 모두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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